Writer’s Return RAW novel - Chapter (194)
작가귀환-194화(194/250)
【이게 무슨 일입니까!】
【아아아아! 마이클! 허망하게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최대 이변이 발생하는데요! 몬스터에 대항하는 인간이 이렇게 나약합니다!】
【이 참가자에게 거는 기대가 매우 컸는데요. 이렇게 되면 이제 믿을 건 몇 사람 남지 않았습니다. 먼저 통과한 울프만 선수에겐 희소식이 될지도 모르는데요.】
【관중은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충격이 크다는 뜻이겠죠.】
마이클이 추락하는 걸 본 울프만의 입가가 씰룩거렸다.
‘좋았어!’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탈락했다. 이제 엄청난 상금에 한 발 더 다가섰고, 거머쥘 일만 남은 것이다.
오늘을 위해 그간 해 왔던 운동이 머리에 스쳤다. 수많은 땀을 흘렸고 노력도 많이 했다.
그러나 세계의 벽은 높았다. 괴물들이 도처에 있었고, 타고난 재능은 노력으로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그만뒀다.
‘내가 이긴다!’
여기서 그 모든 보상을 얻어 갈 것이다.
상금만이 전부가 아니다. 유명해지면 TV에도 나갈 수 있고 광고도 찍을 거다.
인생이 한순간에 황금빛으로 변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몬스터에게 도전할 사람이 몇 남지 않았습니다. 마이클 선수마저 탈락한 공포의 구간에서, 과연 생존자가 더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다음 참가자, 무대에 오릅니다. 앞에서 마이클 선수가 탈락한 것을 봐서 그런지 표정이 무척이나 어둡죠?】
【강심장이라고 해도 이 순간엔 떨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떨어져라. 떨어져!’
관중은 도전자를 응원했지만 울프만은 저주에 가까운 염원을 간절하게 빌었다.
‘너희는 모두 나를 위한 들러리일 뿐이야!’
그의 기도가 통했는지 이제 남은 건 두 사람이 전부였다.
【한국의 진국! 대기선에 섰습니다! 몬스터가 너무 강력해서 지금까지 통과한 사람은 울프만이 유일한데요! 한국에서 온 진국! 이 참가자마저 굴복한다면, 너무도 안타까울 것 같습니다!】
【저는 진국을 믿습니다. 예선 때부터 지금까지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지 않습니까?】
【카메라가 관중석을 잡네요. 저분들도 한국에서 온 응원단이겠죠?】
【모두 진국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진국! 첫 번째 구간으로 빠르게 진입합니다!】
-우오오오오오!
-할 수 있다!
-힘내! 진국!
관중을 보며 울프만이 비릿하게 웃었다.
여기까진 온 진국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녀석은 신장이 작았다.
이 장애물들은 기본적으로 팔다리가 긴 편이 유리했고, 아시아인은 가지지 못한 탄력이 수시로 요구되었다.
그도 운이 좋지 않았다면 몇 번이나 추락할 뻔했던 순간이 있었다. 보기엔 저게 쉬워 보여도 절대 그렇지 않았다.
【빠릅니다! 진국! 마치 기계처럼 앞선 참가자들이 갔던 진로를 밟아 가면서, 흔들림 없는 굳건함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와, 무슨 체조 선수 같지 않습니까? 저렇게 어려운 동작을 쉽게 쉽게 해 버리다니요!】
【나비처럼 가벼운 것 같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돌덩이처럼 묵직하고 무겁습니다. 보세요. 흐르는 물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습니다. 하체의 힘이 대단하다는 거거든요.】
【평소에 운동을 얼마나 해야 저렇게 될 수 있는 겁니까?】
【한국 가수는 춤을 많이 춰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아마 그래서가 아닐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진국이니까 저런 거지 같은 아이돌이라도 세찬이나 지민이었다면 엄두도 못 냈을 장애물들이었다.
【진국! 순식간에 다섯 번째 구간까지 통과했습니다! 현시점까지의 기록은 울프만과 비슷합니다!】
【울프만, 눈도 깜빡이지 못하고 진국을 올려보고 있는데요.】
【자신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몬스터를 파괴하는 걸 지켜보는 심정일 겁니다. 마이클 선수가 당한 이상, 이제 인간 최강자는 몇 안 남았으니까요!】
【진국! 빠르지만 신중하게 올라갑니다. 움직임을 보면요. 꼭 표범 같지 않습니까?】
【맹수 그 자체예요! 보는 제가 위축될 것 같습니다!】
【저 정도 되니까 몬스터와 싸울 수 있는 거겠죠. 말씀드리는 순간, 진국! 여섯 번째 구간도 통과해 냅니다! 이제 외줄 타기만 남았습니다!】
【여기에서 울프만과 기록을 좁혀 내야 하는데요!】
【가장 힘든 구간이면서 수많은 사람을 집어삼켰던 몬스터의 무기입니다!】
‘떨어질 거야.’
울프만은 눈을 가늘게 떴다. 저기까진 용케 갔지만 외줄 타기의 가장 무서운 점은 죽도록 긴 거리였다.
성인 남자라면 몇 미터는 다 이동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게 10미터를 넘어가고 20미터에 가까워져 오면 이제 중력은 천 근이 되어 온몸을 찍어 누른다.
울프만이 암벽등반을 취미로 하면서 근력을 키워 오지 않았다면, 그 역시 완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저걸 한낱 가수가 해낼 리 없었다.
그런데 이때, 이상한 장면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아앗! 진국! 외줄에 올라탔습니다!】
【어떻게 한 거죠? 너무 순식간이라 모르겠습니다!】
【몸에 반동을 줘서 한 번에 올라탔어요!】
【진국! 엎드려서 외줄을 건너기 시작합니다! 발 쓰는 거 보세요! 의도한 겁니다! 두 손으로 줄을 단단히 잡고 정확하게 몸의 중심에 줄을 둔 뒤 허벅지 안쪽으로 지탱하고 있어요!】
【저래도 되는 겁니까?】
【올라타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으니까 상관없지 않습니까?】
【하긴 누가 저런 걸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진국! 빠릅니다! 안정적이고요!】
【확실히 저러면 팔에 힘이 빠져서 떨어질 일은 없겠어요! 하지만 균형을 잡긴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대한민국 군대에 가면 특수한 보직의 사람들은 저렇게 줄을 타는 훈련을 받는다.
진국과 진성은 놀이터에서 놀듯 깨쳐 버린 기술이지만, 근본적으로 줄타기는 종횡으로 뻗든 수직으로 오르든 발을 잘 써야 하는 거다.
‘말도 안 돼……. 산악구조대나 쓸 법한 기술을 저런 놈이 어떻게 보유하고 있는 거지?’
울프만은 기막혀서 멍하니 진국을 올려보았다. 그저 흉내만 내는 게 아니었다. 딱 필요한 만큼만 전진하고 사용할 힘만 써서 체력을 분배했다.
‘이건 거짓말이야!’
【진국! 벌써 절반 이상을 이동했습니다! 대단한데요?】
【저는 몬스터가 이렇게 기운 없이 무너지는 걸 처음 봤습니다. 진국, 예선 때부터 두각을 보이긴 했지만, 몬스터조차 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 선수를 상대하려면 더 강력한 몬스터의 이빨과 발톱으로 무장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랬다간 다른 참가자들이 모두 탈락해 버리지 않을까요? 하하! 진국, 꾸준한 속도로 목표 지점까지 가고 있습니다. 제가 저 선수를 보면서 계속 떠올리는 게 있었거든요. 대체 한국의 가수가 왜 여기까지 왔을까?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게 직업인 사람 아닙니까? 차라리 미국까지 왔으면 TV쇼에 출연하는 게 나았을 테고요.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진국은 전사예요! 몬스터를 때려잡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입니다!】
미국에선 남자 아이돌을 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 않았다. 게이라고 손가락질받기도 했고, 밴드 문화가 아직도 강세였기에 군무를 추는 남자들이 주류가 되지 못해 왔다.
하지만 오늘은 모두 진국을 순수한 남자로서 인정하고, 그에게 감탄했다.
저 모습을 보면서 어느 누가 유약한 아이돌이라고 놀릴 텐가?
【진국! 몬스터를 이겨 냈습니다!】
【와아아아아! 기록도 좋겠죠?】
【무려 40초나 울프만을 앞섭니다! 울프만! 2위로 밀려나는데요!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마지막 참가자가 탈락하면, 자연스럽게 진국과 울프만이 탑을 오르게 됩니다!】
【여러분은 지금 세계 최강의 인간을 보고 계십니다. 미국의 울프만에 이어 한국의 진국! 두 번째로 몬스터를 때려잡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진국을 보기 전까진 한국이 어디에 붙어 있는 나란지도 몰랐습니다.】
【이제 모두가 알게 될 겁니다. 저 작은 동양인이 인류 최강의 병기 아닙니까? 극한의 상황에 처한다고 해도 진국은 살아남을 겁니다! 만약 그런 세상이 온다면, 우리도 진국에게 잘 보여야 하겠는데요? 하하하!】
-와아아아아아!
-멋있다!
-진국! 진국!
-대! 한! 민! 국!
관중 속에서 한국 가수들이 목청을 높였다.
김 PD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잘 찍어!’
카메라들을 보며 가수들의 모습을 한 컷이라도 더 담으라고 독촉했다.
진국이 이 큰 무대에서 조명을 받을수록 우리 위상은 올라가고, 그걸 TV로 보는 시청자들의 감동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코드를 써먹어 보려고 여기 멀리 미국까지 오지 않았나?
‘시간은 충분해.’
촬영이 길어지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참가자들이 초반에 대거 탈락하는 통에 2시간이 남았다. 끝까지 다 보고 이동하면 아쉬움 없이 분량을 다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진짜 대박이야! 설마 이렇게까지 잘해 줄 줄이야!’
그가 추천하긴 했어도 결승까지 진출하는 건 예상 밖의 쾌거였다.
강철의 부대 때는 군대 한정 종목들이니까 그러겠거니 했는데, 여기서 보니까 진국인 그냥 몸 쓰는 거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친구였다.
‘오길 잘했어.’
사실 어제 그랜드캐니언 이전의 버스킹들은 그가 원하는 만큼의 반응이 나오지 않아서 속이 상했었다.
다시 한번 미국의 벽을 느꼈고, 왜 한국 가수가 미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는지 절실히 느꼈다.
그런데 디엠 완전체의 노래가 호응을 얻고 노련해진 가수들이 점차 사람들을 몰입시키는 걸 보면서, 어쩌면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던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특히 디엠의 곡이 반응이 좋았던 건, 가사의 대부분이 영어로 되어 있어서였을지도 몰라.’
감 좋은 기획자답게 그는 본능적으로 잘 분석하고 있었는데, 언어와 대중성은 어쩔 수 없이 같이 가야 하는 거였다.
【두 명의 영웅을 확보한 지금! 이제 마지막 참가자만 남겨 놓고 있습니다!】
【예선 1위! 본선 1위! 그가 결승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와아아아아아아!
【진성! 앞서 본 진국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강자입니다! 우리는 이 참가자를 기억해야 합니다! 보세요! 존재감이 강렬하지 않습니까? 뭐가 되도 크게 될 사람이에요!】
【키도 크고 몸도 좋습니다. 제가 본 참가자들 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육체를 지니고 있어요. 진국도 그렇고, 한국 가수들은 다 이렇습니까?】
【기회가 된다면 찾아봐야겠군요. 저 몸으로 어떤 무대를 꾸밀지도 궁금한데요?】
【관중석이 난리가 났습니다! 진성을 향해 보내는 이 함성이 들리십니까?】
【역사상 최강의 몬스터에 맞서 태연히 선 마지막 영웅! 이제 곧 출발합니다! 단 두 자리만 허락되는 격돌! 과연 진성이 울프만을 밀어내고 남은 한 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되면 한국 참가자 둘이서 최후의 승부를 가려내는 거 아닙니까?】
【이거, 아주 재미있어지는데요? 집안싸움에서는 누가 이길지 모르겠습니다. 여태까지의 기록은 진성이 미세하게 앞서 있지만, 탑 등반은 또 다른 거니까요!】
‘빌어먹을! 안 돼!’
울프만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