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s Return RAW novel - Chapter (206)
작가귀환-206화(206/250)
“이번에야말로 우리 드라마가 범세계적 시장에서 먹힌다는 걸 증명할 생각이에요.”
마침 소재도 좋다.
한국 아이돌은 동남아와 일본에선 절대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디엠의 쇼케이스에 맞춰 드라마가 흥행한다면,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으리라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단, 조건이 있다. 그렇게 되려면 디엠이 무조건 잘돼야 한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요.”
그녀의 말에 배우들의 표정이 굳었다.
업계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한 말이었다면 코웃음 치고 말았겠지만, 그녀는 JJ엔터 대표였다. 진심이라는 거다.
“무대나 단역들도 다 CG가 아니라 실제로 할 생각이에요. 그만큼 제작비가 늘겠지만, 더 현장감을 줄 수 있겠죠.”
이번 드라마까지 대박이 나면, 그녀는 이제 대한민국 엔터 시장에서 우뚝 서게 된다.
그건 JJ 그룹 내에서도 신대륙을 개척한 것과 다름없었으니, 입지는 굳건해질 것이다.
“신파, 로맨스, 막장. 그동안 우리 드라마를 대표하는 코드였지만, 사상 최강의 아이돌은 좀 더 캐릭터의 성장과 우정, 꿈에 대해 비중을 두려고 합니다. 세계 각지의 청소년들의 우상이 될 수 있게요.”
내가 경험했던 미래엔 없던 일. 나조차도 장담할 수 없는 모험이지만 후회는 없다. 실패한다고 해도 그것 역시 내 자양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한 작품 흔들린다고 사업이 망할 수준은 넘어섰다.
“그럼 시작하죠.”
주, 조연만 해도 20명이 넘었다. 출연료도 상당했고 회당 제작비는 역대 최고란 말까지 나왔다.
대하 사극도 아니고 시대물도 아닌데 이 정도로 돈을 퍼붓는 건 이례적이었다.
‘역시 잘해.’
영웅은 이미 지민에게 빙의해 있었다. 그간 곁에서 지켜봐 왔으니 더 잘 알기도 하겠지만, 그냥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인물을 해석해서 자기와 꼭 맞는 형태까지 진화했다.
“으음, 좋군요.”
“좋아요.”
“굉장한데요?”
배우들이 한마디씩 영웅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제 한 작품을 마친 신인 배우의 연기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영웅은 완성형에 도달하고 있었다.
“잠깐 쉬었다가 가시죠.”
감독의 말에 경직된 분위기가 풀어졌다.
요즘 디엠 얘기만 많이 하고 다녔던 것 같은데, 영웅이로 말할 것 같으면 올 상반기 최고의 신인이었다.
이미 신인상 후보로까지 거론하는 팬들도 있었고, 광고도 미친 듯이 쇄도했다.
덕분에 독점 계약을 한 이사라는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른 표정이었다.
‘더 잘생겨진 것 같은데.’
어이없게 영웅이는 키가 자라고 있었다. 이 상태로 계속 크면 내년엔 나와 비슷할지도 몰랐다.
배우로서의 차분함도 익혔고, 꾸준히 피부과와 샵을 다녀서인지 광택이 난다.
‘나중에 배우물도 한번 써 봐야겠네.’
영웅이를 주인공으로 하면 서사도 괜찮다.
그 폐가에 살던 귀신이 연기 귀신으로 거듭나는 이야기.
‘이 얘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하였습니다.’라는 말까지 들어간다면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직접 연기할 수도 있어서 더 좋을 거고.’
아무래도 그때가 되면 이제 나는 돈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될 거니까,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고.
“그러면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끝까지 잘 부탁합니다.”
이사라에게 말하자 그녀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네네, 세상에서 최고로 바쁘신 분이시니까요.”
본래 오늘 리딩장에 올 예정은 없었다. 잠깐 들른 거다.
“저녁에 다시 볼 거잖아요.”
“그래서 보내 드리는 거거든요!”
피식 웃곤 일어났다. 그녀와 이런 식의 대화를 시작하면 끝이 없다.
“회식 때 뵙죠.”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예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늦지 않겠지?”
“지금 출발하면요.”
“그래.”
드라마도 중요하지만 내가 투자한 게임들도 우열을 가릴 수 없다. 특히 그레이튼은 11월 출시를 목표하고 있어서 몇 개월 남지 않았다.
게임사 회의실로 가자 미팅 준비가 끝나 있었고, 굳은 표정의 관계자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내가 밝게 웃으며 인사하자 그레이튼 대표가 어색하게 손을 맞잡았다.
“긴장되시나 봅니다.”
“솔직히 그렇습니다. 수능 볼 때보다 더요.”
“하하, 그렇습니까?”
대표는 나를 보며 신기하다는 듯 웃었다.
“정 대표님께서는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는 나이만 헛먹은 것 같아요.”
“저희가 가는 길이 달라서 그렇지 않겠습니까.”
분위기를 풀며 자리에 앉자 예진이 내 옆에 앉았고 그레이튼 대표가 대형 TV 앞에 섰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우리 게임의 목표는 국내가 아닙니다. 보시면 아시다시피 일반 시뮬레이션이나 슈팅 게임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협동 전략 수행 게임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세계인이 동시에 접속해서 맡은 임무를 하는 거죠.”
내가 손을 들고 물었다.
“그러면 통합 서버로 운영됩니까?”
“그런 계획도 있지만, 처음엔 국가별로 서버를 나눌 생각입니다. 헤드셋을 써 주시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시키는 대로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한 세팅을 했다.
“이제 게임은, 특히 우리 게임과 같은 형태는 키보드로 소통하는 게 아니라 직접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해서 의사 전달을 하게 될 것입니다. 1초가 중요한 긴박한 순간에 두 손은 오직 플레이에만 집중해야 하는 거죠. 제 목소리 들리십니까?”
“네.”
“좋습니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제가 아닌 여러분이 직접 플레이해 보는 겁니다. 배워서 하는 게 아니라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의 말처럼 스타트 버튼을 찾아 눌렀다. 예진도 옆에서 같이 해 보고 있다.
‘괜찮네.’
10년 이상 게임을 해 보지 않고 살아왔지만, 내 또래 남자라면 누구나 온라인 게임을 한 번쯤은 해 봤을 거다.
‘그래픽도 좋고.’
이 게임이 얼마의 부가가치를 낼지 지금 시점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잊기 전에 말씀드리자면, 이 부분은 뭘 하라는지, 조금 헷갈립니다.”
“개선하도록 하겠습니다.”
미소 지으며 플레이에 들어가자 예진과 한 팀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게임사 직원들이 빈자릴 채웠다.
딱 한 판이었다.
“좋군요.”
내가 웃으며 헤드셋을 벗자 대표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괜찮습니까?”
“네, 상당히요. 물론 저는 게임을 잘 못하니까 연습이 더 필요하겠지만, 익숙한 플레이어들은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UI도 좋고요.”
“그 부분을 가장 공들이긴 했습니다. 다 완성된 버전은 아니지만 크게 바뀌는 건 없을 거고요.”
“동시 접속자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서버를 구축하고 계십니까?”
“10만입니다.”
이력도 없는 신생 게임사가 확신도 없으면서 서버를 크게 잡을 필욘 없었다. 그것도 다 비용이기 때문이다.
“100만까지 잡으시죠.”
“네? 하지만 그러면 돈이…….”
“제가 추가로 투자하겠습니다. 언제든 대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넉넉하게 잡으세요. 이 게임은 반드시 잘될 겁니다.”
“하, 그렇게 좋게 봐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걱정 마세요. 일정만 없으면 몇 판 더 하고 싶으니까.”
농담 반 진담 반이었지만 예진도 표정이 나쁘지 않았다.
그녀 역시 게임 쪽은 문외한이라 웹툰이나 소설에 비해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예진의 피드백이 중요하다. 게임을 하지 않는 20대 일반 여성도 어쩌다 하게 되었을 때 푹 빠질 수 있는 중독성과 접근성이 필요하다.
“마케팅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영화만 해도 제작비 100억에 마케팅 비용 50억을 책정할 정도로, 요즘엔 광고를 무시할 수 없었다.
“아…….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아서 일단 런칭 시기에 플랫폼 노출을…….”
“그게 전부인가요?”
“우선은 그렇습니다.”
“그러면 제가 5억 더 투자할 테니, 이 부분은 저희에게 일임해 주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네? 그게 무슨…….”
어차피 큰돈을 쓸 수 없다면 게임이라는 특수한 콘텐츠를 가장 효율적으로 유저에게 퍼뜨릴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나중엔 당연하게 되겠지만 지금은 생소한 것. 그게 내 머릿속에 있었다.
“자세한 건 저희 노하우라 말씀드릴 수 없지만, 대표님께서 손해 보시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아, 뭐 저야 그렇게 해 주신다면 무조건 환영이지만……. 혹시 일을 맡겨야 하는 업체가 있으신 겁니까?”
“아닙니다. 저희 메멘토모리에서 직접 할 겁니다. 의견도 제가 낼 거고요.”
“아, 그게 뭔지 궁금하네요.”
어려운 건 아니었다. 5억이 있다고 한다면 3천만 원씩 10명의 너튜버를 고용한다.
이들은 게임이 자리 잡을 때까지 플레이를 하며 구독자를 모으게 될 것이고, 이들의 영상은 너튜브에서 전 세계에 노출될 것이다.
남은 2억으론 바이럴 마케팅을 한다.
100만 원씩 200명의 블로거와 마케터를 고용해서 각종 커뮤니티와 검색 시장을 장악한다.
개중엔 이것이 바이럴이란 걸 눈치채는 사람이 있을지라도 일단 게임성이 좋으면 그때부터는 알아서 가지를 뻗어 갈 것이다.
거기까지만 버티면 된다. 수익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땐 TV 광고 같은 더 강력한 수단을 쓸 수 있으니까.
게임사에서 나와 돌아가는 길. 나는 이러한 얘길 예진에게 해 주었다.
“아……. 그렇게 하면 초반 몰이는 무조건 되겠어요.”
“그냥 잘되길 바라면 안 될 수도 있으니까, 경우의 수를 줄여야지. 돈 받은 만큼 확실히 해 줄 사람을 알아봐 줘. 찾는 게 어렵진 않을 거야. 실력이 있다면 이미 다 노출되어 있을 테니까.”
“대표님은 너튜브를 상당히 좋게 보시나 봐요?”
“그건 아니지만, 대세가 될 건 확실해. 그러니까 이용해야지.”
“사람들이 왜 너튜브를 볼까요?”
“내가 보고 싶은 것을 골라 볼 수 있잖아. 잉여 시간을 소모하지 않아도 되고. 여태까진 방송국에서 정한 시간이 절대적이었고 시청자는 그걸 맞춰야 했잖아. 근데 이젠 아닌 거지. 얼마 후면 알고리즘을 통해서 개인별로 뭘 좋아하는지까지 대응하는 시스템이 일반화될 거야. 그러면 평생 싫은 콘텐츠는 접할 이유도 없어져.”
“위험……한 거 아니에요, 그거?”
문제점부터 파악하는 걸 보면 예진은 아직 올바른 눈을 가지고 있었다.
“잘못 사용하면 눈과 귀를 닫아 버린 사람이 되겠지.”
“그러니까요.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기 위해선 다양한 의견도 보고 들어야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만 온종일 본다면 바보가 될지도 몰라요.”
“그게 시대의 흐름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모두가 그렇진 않을 거야.”
SNS나 너튜브를 통해 가장 쉽게 대중을 선동할 수 있는 것은 협잡질이다.
싸움 붙이기에 이보다 좋은 수단이 없어서 정치권에서도, 기업에서도 이용하기 시작하면 대중은 자기가 뭐에 당했는지도 모를 것이다.
우린 나머지 두 곳의 게임사에도 들렀다.
그레이튼의 출시가 가장 빠르겠지만 남은 두 회사도 내년 상반기 안엔 게임이 대중의 손에 닿게 노력 중이었다.
다시 사상 최강 아이돌 리딩 회식 장소로 향하는 길에서 예진이 내게 물었다.
“그런데 게임이 돈이 되나요? 그냥 궁금해서요. 대표님이 게임까지 투자할 필욘 없을 것 같은데.”
모르는 사람은 그렇게 말할 수 있다.
“되지.”
“얼마나요?”
“웹툰, 웹소설을 합친 것보다 훨씬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