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s Return RAW novel - Chapter (222)
작가귀환-222화(222/250)
“이 핸드폰들이 그 실종자들 거란 거지?”
“네, 켜서 기지국 확인했습니다.”
“하…….”
설마설마했는데 최악의 결과가 나와 버렸다.
유류품은 있는데 사람이 없다. 그러면 그들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가능성은 하나다.
“젠장. 그놈…… 내 이럴 줄 알았어! 끝까지 오리발 내밀더니!”
“어떻게 할까요?”
변호사가 붙은 뒤론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옛날처럼 쥐어 패서 입을 열게 할 수도 없다.
“일단 검찰에 넘겨야지. 재판 때 놈에게 결정적으로 한 방 날려 줄 거야.”
조정환 팀장은 흥분해서 복도로 나갔다.
마침 한중의 경장이 다가오고 있었다.
“소식 들었지?”
“네, 실종자 유류품이 발견됐다면서요?”
“이제 빼도 박도 못한다니까! 내가 말했지? 그놈이 다 했다고!”
“잠깐만요. 이상하지 않아요? 그렇게 가까운 곳에서 하필 이 시기에 유류품이 발견된 게요.”
“그럼 뭐 누가 일부러 가져다 놨을 거란 거야? 지금? 다 뒤집어씌우려고?”
“가능성은 있다고 봐요. 만약 진범이 있다면 이런 기회도 없을 테니까.”
“뭐 하러 그래? 놔둬도 20년 이상 받을 놈인데.”
“더 확실하게 하려는 거죠.”
“아니야. 자네가 경험이 없어서 그런데, 원래 이런 케이스엔 진범이 만약에 있다고 쳐도 그냥 숨어 버리지, 이렇게 수 쓰지는 않는다고. 공소시효 끝날 때까지 짱박히는 놈들이 한둘인 줄 알아? 유사한 사건 파일들만 몇 개 훑어봐도 그래. 공부 많이 했으니까 알 거 아니야?”
흥분한 팀장과 더 얘길 나눠 봐야 얻을 게 없다고 생각한 그녀가 대충 고개를 끄덕거린 뒤 사무실로 들어갔다.
“오셨어요.”
팀원들이 인사하자 그녀도 화답한 뒤 장갑을 꼈다.
‘이렇게 다 모아 둘 만큼 꼼꼼한 성격이 아닌데.’
뭐만 생기면 죄다 중고로 내다 팔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핸드폰을 3개나 가지고 있었다?
기분 나빠서 버렸다고 하더라도 그러면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 맞지 않나?
언젠가 발견될 의류 수거함 말고 안전하게 땅에 묻는 편이 더 나았을 거고.
‘과시형도 아니고.’
살인범이 시체를 묻지 않고 산책로에 둔다든가 하는 것은 발견되길 바라는 거다.
그런 과시형 범죄자들은 성적 판타지가 강한데, 강간미수 전과가 있긴 하지만 용의자는 그 정도로 발정 난 개는 아니었다.
“가방은요? 이건 누구 것이죠?”
“조사 중입니다.”
그녀의 미간이 좁혀졌다.
‘이렇게 착착 맞아떨어져?’
그렇게도 풀리지 않던 사건이었다. 몇 개월을 아무런 단서도 없이 개고생을 했는데 갑자기 누가 도와주는 것처럼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상하잖아.’
이 답답함이 증거다. 물증은 모두 한곳을 가리키고 있지만, 마음은 그가 아니라 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이틀 후 더욱 큰 실망감을 맛보았다.
팀원이 모두 모인 회의실.
“유류품이 담겼던 가방의 주인이 이준영이라고?”
팀장의 물음에 팀원이 자신 있게 외쳤다.
“그렇습니다!”
팀원들이 웃으며 한마디씩 했다.
“이건 빼박이네. 유류품도 죄다 실종자들의 것으로 국과수 감식 끝났으니.”
“이제 재판만 기다리면 되겠네요.”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다 끝난 사건처럼 보였다. 결정적으로 아직도 실종 상태인 이준영이 박경우, 김중빈, 유한호와 연관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무시할 수 없었고, 김수정 역시 매우 높은 확률로 묶여 있었다.
이제 의문점은 하나다.
“그러면 그 이준영이가 공범 아닐까?”
김수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던 이준영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
“흔적이 전혀 없질 않습니까?”
“제 생각엔 공범은 아닌 것 같습니다. 별개의 사건으로 보는 게 좋을 것 같고요.”
“하지만 가방이 이준영 거잖아.”
“혹시 용의자가 이준영까지 없애 버린 거 아닙니까? 처음엔 필요에 의해서 이용하다가 수틀리니까 스윽 묻어 버렸을지도요. 50만 원 때문에 사람도 죽인 놈입니다.”
팀원들은 자신만의 의견을 냈다. 조정환 팀장은 여러 의견을 종합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초기엔 이준영도 이용하려고 했을 거야. 김수정이가 상당한 미모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아마 두 사람이 혹했을지도 모르지. 그러다가 뭔가 잘못된 거고.”
찬물을 끼얹긴 싫었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 한중의 경장이 입을 열었다.
“그건 더 말이 안 되는데요. 통화 기록을 보면 용의자는 이준영과 어떠한 연락도 주고받은 적 없어요.”
“그거야 인터넷으로 소통했을 수도 있잖습니까.”
“그렇죠. 방법은 많아요.”
“경장님, 계속 의심하는 버릇은 좋은데, 이미 끝난 거나 마찬가지인 사건입니다. 뭐가 더 없다니까요? 그놈만 입 열면 됩니다.”
팀원들의 말에 한중의 경장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끝까지 입을 열지 않으면요? 백번 양보해서 이준영이 공범이라고 해도 그냥 모른 척해 버리면 그에겐 이득이지 않나요? 뭐 하러 까발리겠어요? 유리할 게 하나도 없는데요.”
조정환 팀장도 이번엔 그녀의 편을 들어 주었다.
“그래, 끝난 게 아니야. 놈의 죄를 입증할 증거를 더 찾아야 해. 유류품이 나왔으니까 놈은 반드시 실종자들의 거취를 알고 있을 거야. 살아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아니라면 시체라도 찾아내!”
“하아, 동선을 다시 훑어야 하나요?”
“첩첩산중이네요.”
“놈이 자백해 주면 가장 좋을 텐데 말이죠.”
고생길이 열려 있었기에 팀원들의 표정이 구겨졌다.
용의자의 집 근처에서 나온 유류품은 강한 심증을 갖게 했지만, 그것만으론 결정적인 증거로 채택할 수 없었다. 직접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한중의 경장이 말했다.
“웹소설, 웹툰 지망생이 최소 일곱 명 이상 엮인 사건이에요. 이건 우리가 파악한 것만 그렇지 더 많을 거란 게 제 생각이고요. 이대로 끝내선 절대 안 됩니다. 밝혀지지 않은 실종자가 있다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조정환 팀장이 근처의 팀원 어깨에 손을 올리며 독려했다.
“거의 다 왔잖아. 다시 처음부터 파 보자고. 우리가 놓친 게 없는지,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빠뜨렸던 건 없는지 살펴봐. 모두 달라붙으면 얼마 안 걸릴 거야.”
“네!”
팀원들이 나가자 그는 한중의 경장을 봤다. 그녀에겐 할 말이 더 남아 있었다.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영리하고 영악한 놈이야. 자네가 탐탁지 않아 한다는 건 알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고 말했던 건 자네 아닌가? 이준영의 가방에선 실종된 김수정의 DAN까지 나왔어. 이게 뭘 의미하는 것 같아?”
“……용의자의 것은요? 죄다 실종자들의 흔적만 나오고 있는 것도 수상하지 않나요?”
“그놈은 흔적을 남기지 않았겠지. 그러니까 우리가 이토록 애를 먹었던 거고. 보기보다 똑똑하다니까? 감옥 드나들면서 이것저것 주워들어서 우릴 엿 먹이는 방법도 알고 있고. 지금도 봐. 한마디도 안 하잖아? 아니라면 억울하다고 호소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이런 놈들은 명확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진 절대 인정을 안 해. 우리가 유류품을 발견한 걸 그놈은 모르고 있으니까 이걸 토대로 딱 하나만 더 찾으면 끝나는 게임이야.”
“범행 도구나…….”
“……시체지. 자네가 그동안 고생 많이 한 건 다 알아. 하지만 모든 증거가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지 않나? 신중한 건 좋아도 팀원들의 의견을 계속 받아 주지 않으면 분란만 생기는 거야. 그 점을 명심해 줬으면 해.”
그마저 나가자 홀로 남겨진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런데 왜일까? 이렇게 답답하니까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에게 전활 걸어 보았다.
-정현우입니다.
“통화 괜찮으세요?”
-네.
“재판 전까지 더 많은 증거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해요.”
-경장님 의견은 아닌 것 같네요.
“사실 그래요. 저는 진범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입증하기가 어려워요. 게다가 이번에 이전 실종자들하고 엮인 단서까지 발견되어서 이젠 더 확신하는 분위기고요.”
-단서요? 어떤 건가요?
“자세히 말씀드릴 순 없어요.”
-혹시 실종자 소지품 같은 그런 겁니까?
“……비슷해요.”
-그런 물건은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지 않습니까? 진범이 몰래 갖다 놨을 수도 있고요. 제가 범인이라면 그렇게 할 겁니다. 나 대신 죄를 뒤집어써 줄 사람이 생겼는데 어떻게든 이용해 먹으려고요.
직언을 들으니까 머릿속이 시원해졌다. 이렇게 말해 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는 것이 서글펐지만, 그녀는 조금 힘이 났다.
-이대로 묻혀 버리면 안 되는 사건입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그 사람이 잡힌 것도 꽤 됐는데, 공범이 없다면 실종자들은 다 굶어 죽었을 시간 아닙니까? 왜 단서는 전부 물건이죠? 시신의 일부라도 있었다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갇혀 있는 거라니까요. 그리고 아직도 실종자들이 살아 있다면, 그건 그가 진범이 아니라는 거고요.
안다. 그러나 이걸 이해해 줄 만한 사람이 없었다.
팀원들은 오랜 수사로 지쳐서 빨리 사건을 끝내길 원했고 유력한 용의자까지 있었다.
사회적인 관심이 뜨거운 사건이었고, 여론은 빨리 답을 내주길 원했다.
-저는 경장님을 믿습니다. 반드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거예요. 포기하면 안 됩니다.
이렇게 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비틀거리며 벽에 어깨를 기댄 그녀가 물었다.
“정말 그럴까요?”
-당연합니다. 그리고 저도 생각해 봤는데, 사람을 그렇게 가둬 두려면 마땅한 장소가 별로 없을 거예요. 무엇보다 돈이 듭니다. 지금 잡혀 있는 그 사람, 돈 없잖아요?
“그렇죠.”
-사람이 사람을 가둬 두려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할 겁니다.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릴 거고 화도 나겠죠. 그런 사람들을 하나도 아니고 몇 명을 통제하는 일인데, 우발적으로 가능할까요? 미친 사람처럼 온종일 소리를 질러 댈 수도 있고, 그런 소음이 밖으로 흘러 나가지 않아야 하는데.
“작가님이라서 그런지 설득력이 좋네요. 저보다 훨씬 나아요.”
농담처럼 말했지만 비꼬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대화할 사람이 필요했다.
-자, 우리 다시 한번 진범의 시점으로 돌아가 봐요. 그는 단순한 사람이 아니에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사람들은 납치했습니다. 그 목적을 밝히기 위해, 실종자들의 희망 직업이 비슷하다는 것을 유념해야 하고요. 웹소설, 웹툰 지망생이 흔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보통 사람들은 그런 게 있는지조차 모를 텐데요. 우연일 린 절대 없습니다.
“계속하세요.”
-죽이려고 했다면 번거롭게 일을 만들진 않았을 겁니다. 필요한 사람을 납치해서 무언가를 얻으려고 했을 거예요. 실종자들 가족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하는 연락이 전혀 없었죠?
“맞아요.”
-그러면 그들은 인질이 아닌 겁니다. 오히려 그들 스스로가 재화인 셈이지요. 그들의 노동력이 돈으로 바뀌는 딱 한 가지가 있지 않습니까?
“작품 활동이죠.”
-네, 그렇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돼지우리 같은 곳에선 불가능하겠죠. 컴퓨터도 있어야 하고, 그들을 관리 감독할 별도의 장비도 필요할 겁니다.
“그러면 혹시…….”
그녀의 눈이 번쩍 뜨였다.
작가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