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er’s Return RAW novel - Chapter (237)
작가귀환-237화(237/250)
-잘 보고 갑니다.
-더더! 재미있으니까! 더더!
-정식 연재로 갑시다.
-또 올라온 거 보면 계속 연재하는 거 아닌가요?
-한 편 더!
이 소설은 어디까지나 정보의 전달이 목적이었다. 불특정 다수에 숨어 있는 단 한 놈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거다. 과하면 넘칠 것이고 적어도 자극이 어려웠으니 적당한 곳에서 끊어 내는 것이 중요했는데 그게 오히려 절단마공이 되어 독자들을 흥분시켜 버렸다.
‘이렇게 쓰는 것도 나쁘진 않네.’
소설을 준비하려면 생각할 게 많았는데 이건 그냥 내 순수한 경험이라서 기승전결이나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을 잡지 않고 오직 감정에 맞춰 쓴다. 내일 뭘 쓸지 나도 모르고 언제까지 써야 할지도 미지수였다. 그러니까 그냥 오늘 다 때려 박는 거다.
작업을 마치고 핸드폰을 확인하니 부재중 전화가 여럿 와 있었다. 작가가 되기 전 백수였을 때는 며칠 동안 잠잠했었던 전화기가 이젠 잠시도 쉴 틈을 안 준다.
“정현우입니다.”
-대표님, 시간 괜찮으시죠?
“네.”
-좋습니다. 만나서 하면 더 좋겠지만 지금 이동 중이라서요.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강남권의 지하 대형 룸은 90% 정도 둘러봤는데 영업 중인 곳은 제외하고 부동산에 내놓은 곳이나 단속 맞아서 쉬는 곳들도 찾아가 봤습니다. 상대적으로 강북이나 경기권엔 별로 없고요. 강남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고생하셨네요.”
-좋은 소식 전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이제 한 십여 곳 남았는데 사나흘이면 다 끝날 것 같은데요. 제가 접근할 수 없는 고급 요정이나 호텔 스위트룸 같은 곳은 빼도 되겠죠?
“아무래도 그런 곳까지 빌려서 할 것 같진 않습니다. 월세만 몇천만 원이라고 하셨잖아요.”
-비싼 곳은 월에 1억도 넘죠.
“네, 그건 예산 초과네요.”
몇 년 지나면 작가들이 본격적으로 돈을 벌어 주겠지만, 그 전엔 살인적인 임대료를 감당할 순 없었을 거다.
-지금은 고시원 같은 거로 바뀌었지만 장안동 쪽도 예전에 업소로 쓰던 건물이 많습니다.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는데요. 혹시 적당한 곳 있으면 사진 찍어서 보내 드리겠습니다. 참고하시라고요.
차인근과 통화를 마치고 사무실에서 나왔더니 복도에 예진이 있었다.
“어? 혹시 나 기다렸어?”
“겸사겸사요. 2편 올라온 거 봤거든요.”
“어때?”
“쭉 연재하셔도 되겠던데요?”
“그렇게까지 할 건 아니고.”
무엇보다 회귀와 10년 코드를 뺐더니 쓰면서도 ‘이걸 10권 넘게 장편으로 끌고 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어떤 얘기든 단편에 어울리는 게 있고 중편을 넘어가면 안 되는 것도 있다. 대표적으로 남성향 작품 중에서 법이나 의학을 소재로 한다면 계속해서 에피소드를 만들어 패턴으로 돌렸을 때 50권 100권도 가겠지만 로맨스라면 거기까지 따라갈 독자가 없다. 성장과 사랑은 호흡이 전혀 다르니까.
“JJ그룹에서 추가로 광고를 더 하고 싶다고 해요. 우선 디엠은 스케줄이 없으니까 날짜 조율해 보고 영웅 씨는 촬영 끝나면 하려고요.”
“그래. 잘됐네.”
한 번 꼬였던 매듭이 풀리자 스르륵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디엠의 인기가 해외에서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 매우 고무적이었는데 이건 민 팀장도 왜 이런 신드롬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유명하다고 하니까 진짜 그렇게 되어 버리는 거지.’
이제 갓 데뷔한 신입 그룹이지만 진성과 진국을 필두로 예능에서 큰 사랑을 받았고 미국에서까지 인정받아 버렸다. 그런 영상들이 짧게 가공되어 전 세계 SNS에 퍼져 나가니 무서울 정도로 확산하고 있었다.
“애들 컨디션은 괜찮지? 아픈 덴 없고?”
“좋아요.”
사무실로 들어가니 차 팀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작할까요?”
공식적으로 주간 회의라 칭한 자리는 아니었지만 지난 주의 일과 이번 주의 일을 간단하게 훑는다. 핵심 이슈는 재능마켓 플랫폼의 활성화 방안과 우리 IP를 활용한 OSMU였다. 지금까진 내 작품 위주로 드라마가 되었지만, 아카데미 학생들이나 소속 작가들의 작품으로도 영상화를 하고 싶었다.
“제작비를 생각하면 현대물이나 사극 정도까지만 가능성이 있습니다. 로맨스가 더 좋고요. 여기, 작품 리스트입니다.”
차 팀장이 선별한 10개의 작품 목록이 있었다.
“이 중에서 한두 개만 영상화돼도 성공입니다. 판권을 팔았다고 해도 수없이 엎어지고 자빠지는 게 그쪽 판이라서요.”
“저는 운이 좋았네요.”
“작품이 좋았던 거죠.”
차 팀장이 웃으며 예진에게 물었다.
“대표님 차기작 판권은 JJ가 독점인가요?”
“그건 아니지만 관계가 있으니까 계속 그쪽이 가져가게 될 것 같아요.”
“다행이군요. 아무래도 힘 있는 제작사가 좋습니다. 요즘 우리 회사에도 여러 제작사가 연락이 오는데 드라마 만들 여력이 있나 싶을 만큼 그냥 들이대는 업체도 많거든요. 우리 작품들도 무조건 판권 산다고 던지는 게 아니라 제작 능력도 봐야 합니다.”
작은 웹소설 출판사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우리 회의에서 심심찮게 드라마 얘기가 나온다. 웹소설은 작가 혼자서 쓰고 올리는 그만이지만 드라마는 수백억 원이 들어가는 만큼 큰 시장이었다.
내가 그에게 말했다.
“이왕이면 우리 작품들을 다 JJ와 할 수 있도록 제가 노력해 보겠습니다.”
“오! 그러면 좋지요. 작가들도 좋아할 겁니다. 이미 연타석 홈런 친 제작사이기도 하고 대기업 이름값도 무시 못 하니까요. 그런데요.”
“네?”
“이왕 이렇게 하시는 거, 차라리 직접 해 보시는 건 어떠십니까? 워낙 바쁘신 거 알지만 우리가 웹소설 IP부터 영상화 제작까지 다 해 버리면 이제까지 대한민국에 없었던 강력한 제작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럴 만한 돈은 없는데요.”
“대표님께서 하시겠다고 하면 사방에서 투자해 줄 겁니다.”
“음, 그건 내년쯤 생각해 보죠. 우선 저는 모든 일을 전문가가 하는 게 맞다고 보거든요. 노하우도 없는데 뛰어들었다가 우리 작가님들 작품을 망치고 싶진 않아요.”
그리고 이왕 할 거면 돈 빌려서 하는 게 아니라 내 돈으로 하고 싶었다. 그건 시간이 해결해 줄 거다.
“드라마 쪽도 좋지만, 앞으론 모바일 게임 시장이 대세가 될 거예요.”
“핸드폰 게임이요?”
“네. 가면 갈수록 스마트폰 사양이 좋아질 거고 PC방 대신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할 수 있게 최적화되겠죠. 여기서 우리는 우리 원작으로 흥행하는 게임에 집중하는 겁니다. 어차피 게임이란 것도 스토리가 있어야 하니까요.”
“아…….”
“그쪽에선 죄다 매절로 싸게 사 가려고 할 텐데 무조건 조금이라도 RS를 받아야 합니다. 이건 작가님들께도 꼭 전파하시고요. 우리 모르게 접촉할 수도 있으니까요.”
어떻게 생각하면 이건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공부 잘해서 최고의 대학을 가면 멋진 인생을 살기가 수월해진다. 이런 말처럼 다들 아는데 쉽게 도달하지는 못하는 그런 것처럼 스마트폰이 얼마나 빠르게 진화할지, 그에 맞춰 뭘 준비해야 하는지는 다들 예상하지만, 확신이 없다. 그래서 내가 먼저 내딛는 반걸음의 시차가 나중엔 엄청 중요해지는 거다.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가 되니까.
한창 회의하는데 민 팀장이 합류했다. 그녀도 블랙잉크와 디엠의 맹훈련을 감독하느라 많이 지쳐 보였다. 그렇지만 나중에 망해서 후회하는 것보다 지금 고생하는 게 백번 옳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냥 받아들이는 표정으로 앉아서 말했다.
“본래 일어까지 교육하려고 했는데 그건 도저히 무리라서 확실하게 영어만 익히게 하고 있어요.”
“잘하셨습니다. 일어는 간단한 인사말 정도면 될 겁니다. 우리가 노리는 건 세계시장이니까요.”
“세계시장……. 늘 듣긴 하지만 아직도 감이 안 오네요.”
민 팀장이 엷게 웃었다. 자기가 키운 아이들이 글로벌 스타가 되는 모습을 본다면 교육자로선 여한이 없을 거다. 근데 그게 진짜 될 수도 있다는 걸 나만 아니까 이걸 이해시키는 게 무척이나 어렵고 외롭다. 내가 된다고 해도 듣는 사람은 그저 응원이나 희망 정도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준비가 된 사람만 날아오를 수 있는 겁니다. 사소한 것들이 시너지를 만들어 내고요. 큰 틀에서 보면 아이돌이란 게 결국 이미지와 매력을 만들어 파는 장사잖아요. 팬들이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정확하게 보고 계시는 거예요. 그래서 애들 연애 문제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거고요.”
“그쪽으론 문제없나요?”
“그럴 시간도 없어요. 훈련 끝나면 잠자기 바쁘니까.”
“하긴…….”
디엠은 이전에도 데뷔 준비를 해 봤겠지만 이번엔 스케일부터가 다르다. 준비해야 할 것도 몇 배나 더 많았고 인가도 높아져서 부담도 늘었다.
그냥 막연하게 ‘데뷔하고 싶다’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것으로 마음가짐이 달리자면 그만큼 무겁게 가슴을 짓누르는 것들이 생긴다. 이런 것 다 이겨 내고 10년, 20년 꾸준하게 활동한 기성 아이돌을 보면 이제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차 팀장이 입을 열었다.
“그럼요. 얼마든지요.”
“이건 개인적인 의견이니까 무조건 이렇게 해야 한다, 그게 아닙니다. 참고만 해 주세요. 재능마켓을 더 메이저로 키우는 데 우리 회사 자원을 최대한 쓰면 어떨까 해서요.”
“어떻게요?”
“디엠과 블랙잉크를 주인공으로 한 공모전을 여는 겁니다.”
“그러면 소재가 너무 한정적이지 않나요?”
“아뇨. 가령 진성이만 주인공으로 나와서 헌터물로 할 수도 있고 진국이만 과거로 돌아가서 대체역사를 해도 되는 거죠.”
“아.”
“그러면 이런저런 일들이 생겨나지 않을까요? 디엠과 블랙잉크가 성공적으로 쇼케이스를 마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재능마켓에 유입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건 돈이 별로 안 들어요. 상금이라도 내걸어 봐야 5억 원 내외로 해결될 겁니다.”
큰돈이지만 이제 디엠이 광고 하나만 찍어도 버는 액수이기도 했다. 재능마켓을 메이저로 올리려면 공고비만 최소 수십억이 필요한데 가성비로 도전해 볼 만한 기획이었다.
듣고 있던 민 팀장이 우려를 표했다.
“그…… 소설이 꼭 좋은 것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 애들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도 많을 건데요. 괜히 그랬다가 애들이 상처라도 입으면…….”
그렇다. 19금을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로맨스라면 무조건 사랑이 이뤄지거나 성관계까진 아니라도 키스하는 정돈 나올 텐데 심하게 몰입한 팬들은 그것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선택이죠. 노골적인 것들은 플랫폼 차원에서 걸러 내겠지만 무관심보단 낫다고 생각하면 진행하는 거고, 아니면 상대적으로 편한 디엠만 써도 됩니다. 사실 민 팀장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이미 이런 팬픽 시장은 엄청나게 크거든요. 쉬쉬하면서 지하에서 공유하니까 드러나지 않지만, 꽤 수준급 작품도 많습니다.”
“그래요?”
차 팀장의 말처럼 팬픽도 괜찮은 작품이 많다. 어떤 분야든 개천이 만들어지면 용이 툭툭 튀어나오니까. 이들을 재능마켓에서 흡수할 수 있다면?
‘괜찮은데?’
작가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