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100)
너희들은 변호됐다-100화(100/641)
[검찰은 조사 결과, 양진 F&B 고진아 전무이사의 비서인 주 모 씨가 조현석의 성상납과 관련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오늘 오전 주 모 씨의 가택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였습니다.]뉴스 전문 채널에서 흘러나오는 보도를 들으며, 강민재는 방금 배달 온 짜장면을 테이블 위에 세팅했다.
뉴스 채널 이외 공중파에서도 속보로 해당 사실이 빠르게 보도되었다.
여태까지 지명호가 말했던 인물들 외에는 제대로 알아낸 것이 없었던 검찰이 오랜만에 이룩한 쾌거이기 때문일까.
“압색 영장 기각 안 돼서 다행이네요.”
강민재는 짜장면을 우물거리며 말했다.
조현석에게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 영장을 받아 내지 못했다기에 다소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이었다.
아무리 양진 그룹에 줄을 댄 사람이 검찰 내부에 있더라도, 검찰 조직 자체의 위신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양진 그룹 임원이 아니라 일개 비서였기에 더욱 쉬웠을 테고.
정의 실현에 목적을 둔다면, 조현석에게 성상납을 받았을 양진 그룹 임원들이 전부 발본색원되길 바란다.
하지만, 내가 우선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고상경 회장이 비디오 촬영을 지시했다는 증거 확보였다.
“주민지 휴대폰에서든 하드디스크에서든, 고상경 회장한테 미션 받은 증거가 나와야 할 텐데요.”
“그 증거가 나오면 바로 공개 수사로 전환해서 정영준 비디오가 조작된 거 발표하기로 했으니 그 전에 언질 주겠지.”
만일 정영준이 무고하다는 사실이 세상에 밝혀진다면, 고진아는 어떻게 반응할까.
우리는 부모의 악행을 덮기 위해 그녀는 정영준이 억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혼을 강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 고진아는 더 이상 이혼을 주장할 명분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두 사람의 관계가 파탄에 이른 상황에서, 이혼을 무르고 다시 혼인 관계를 이어 간다고 해서 그것이 과연 좋은 결말일지는 모르겠다.
정영준 성격에는 고진아가 이혼 의사를 철회한다면 고상경 회장을 용서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고진아는 어떨까.
“변호사님, 전화 오는데요?”
강민재는 내 책상 위에서 휴대폰을 가져다주었다.
발신자는 이예진이었다.
“네, 차주한입니다.”
-어, 차 변. 나야.
“바쁘실 텐데 전화를 주셨네요.”
-지금 주민지 집에서 철수하는 길이야. 뭐, 지금 대충 보니까 수기로 된 리스트 같은 건 없는 것 같아. 수첩하고 휴대폰, 하드디스크 등등 들고 청으로 복귀하는 중.
“수사에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긴 합니다만, 이렇게 실시간으로 알려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내가 그간 좀 먹튀한 기분이라, 알려 주려고. 차 변이 그렇게 찾던 그 동영상 관련해서도 찾아볼 건데, 휴대폰하고 하드에 남아 있을지는 의문이네. 동영상을 언제 찍은 건진 모르겠지만 싹 다 비웠을 것 같은데.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구시키면 나올 것도 같은데요. 아…….”
-디지털 포렌식? 그거 증거 능력이 너무 낮은데.
나 역시 말하고도 한숨을 쉬고 말았다.
디지털 포렌식의 증거 능력은 2015년이 되어서야 확대된다.
지금 2009년에는 전문가를 양성하고는 있지만, 인식이 확실히 내가 있었던 2018년과 같지 않고 말이다.
-일단 뚜껑 따 봐야지. 나 믿고 맡겨. 조현석한테 특수 강간 교사에 음란물 유포까지 혐의 추가하고 싶은 마음은 내가 차 변보다 더 클걸?
“블랙박스는 없었습니까?”
이 당시에는 블랙박스를 설치하지 않은 차량이 더 많았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언론에서 블랙박스를 설치하여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을 준 사례들을 자주 언급하면서, 내가 살았던 2018년에는 블랙박스가 필수품처럼 여겨졌지만.
-있어. 진짜 대박이지?
“잘됐네요.”
-이걸로 조현석하고 만난 날 같은거 대조해 보면 이것저것 더 나올것 같아. 정영준 씨 비디오 관련해서도 뭐가 나을 것 같은데?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다시 연락할게.
그간 법률이 개정되기 전의 상황으로 이득을 취해 왔는데, 이번에는 발목이 잡힌 셈이라 퍽 아쉽다.
나는 전화를 끊으며 다시 테이블로 돌아갔다.
강민재는 어느덧 빠르게 그릇을 비우고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
“변호사님 면 불었겠어요.”
그가 흘긋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젓가락으로 집어 올렸더니 한 덩이가 함께 딸려 온다.
괜히 입맛이 없어져서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이예진이 가져다줄 결과물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한가롭게 밥이 넘어가지도 않았고 말이다.
“고진아 출근했나 보네요.”
그의 말에, 나 역시 포털에 접속했다.
메인에는 검찰이 브리핑에서 밝힌 양진 그룹과 조현석의 관계에 대한 기사가 걸려 있었다.
속보로 나오다 보니, 내용이 없는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볼 만한 기사는 한 개 있었다.
소식이 들리기가 무섭게 양 진 F&B로 달려간 기자들이 한둘이 아닌 모양이었다.
오늘 자 고진아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있었다.
“기자가 잔뜩 붙었네.”
이미 양진 F&B 앞에는 정영준과의 이혼에 대하여 캐고 싶었던 기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상황이었다.
이번에는 사회부 기자들까지 그 대열에 합류하여 더욱 규모가 커져 있었다.
일전에 본사에서 인사 서류를 열람하기 위해 정영준이 진입했던 그 지하 주차장을 배경으로 고진아의 사진이 찍혀 있었다.
“미리 연락 못 받았을 것 같진 않은데, 왜 출근했을까요.”
강민재는 마우스 휠을 굴리며 말했다.
“출근 모습이 아니라, 급하게 퇴근 중인 것 같은데. 시간으로 봐도 그렇고.”
“아, 그렇네요.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아니라 차에 타는 모습인가 본데요?”
이 상황에서 빨리 빠져나가지 못하면 기자들이 본사 앞을 떠날 때까지 그 안에 갇혀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일부러 정영준 씨 엿 먹이려고 기자들한테 노출시켰던 사람인데, 이렇게 당하니까 좀 쌤통이네요.”
강민재는 낄낄 웃으며 말했다.
“저는 이런 기사가 제일 싫어요. 이렇게 심각한 사안에, 꼭 패션 기사 뜨더라.”
“패션 기사가 떴어?”
“네. 링크 보내 드릴까요?”
보내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그과 동시에 강민재는 메신저로 링크를 보내 왔다.
과연, 고진아가 입고 있는 정장과 구두, 액세서리와 가방까지 전부 톤과 컬러를 분석하여 그녀의 심경을 짐작하는 내용의 기사가 떠 있었다.
“변호사님이 정영준 씨 본사에 보낼 때 이런 기사 뜰 거 생각해서 옷 골라 주신 거 생각납니다. 다행히 정영준 씨는 기자한테 노출되지 않았는데, 고진아 씨는 결국 이렇게 분석 당하네요.”
그녀가 입고 있는 정장이 지난 S/S시즌 컬렉션에서 모 브랜드가 발표한 라인이고, 위아래 세트가 2천만 원에 달한다는 기사를 읽고 있으니 웃음이 나오기는 했다.
그 외에 그녀의 손가락에 결혼반지가 없다는 내용도 있었다.
고진아가 이혼을 요구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퍼져 있었지만, 여태까지 진척된 사항이 공개된 것은 아니라 관심이 많이 몰린 모양이었다.
사실, 진척된 바가 없어서 공개할 것도 없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녀의 손가락을 특히 클로즈업 한 기사 사진이 많았다.
생각해 보면, 정영준의 손가락에는 아직도 결혼반지가 끼워져 있었던 것 같은데.
“저 목걸이가 800만 원이나 한대요.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강민재는 여전히 해당 기사를 꼼꼼히 읽는 모양이었다.
나는 길고 긴 장광설을 끝까지 읽을 필요는 없을 듯해서, 스크롤을 밑으로 내렸다.
그 아래에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가득 달려 있었다.
[hka*** : 정장 진짜 예쁘긴 한데 저게 2천만 원이라니 좀 오바다ㄴlpa*** : 남대문에서 10만 원 주면 비슷한 거 살 수 있음
kim*** : 저 가방 어디 건지 아시는 분 구함ㅠ 너무 예쁘다
ㄴpop*** : 어디 건지 알아도 못 사실 듯;; 졸라 비쌀 것 같은데여 ㅡㅡ
ㄴkim*** : 님이 제 경제력을 어떻게 알고 졸라 비싸다고 하셈; 제가 살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여 -_-
ㄴjis*** : 스트랩 부분 보니까 H사 제품은 확실해염. 안 그래도 저도 보자마자 예삐서 찾아봤는데 아무리 뒤져도 안 나오더라구염…….]
그 뒤로 이어진 네티즌의 분석은 꽤 전문적이었다.
지난 H사의 패션쇼와 카탈로그, 월페이퍼를 전부 뒤져 봤지만 동일한 디자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네티즌은 그 가방이 커스텀 디자인 된 가방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는 H사에서 그렇게 맞춤 제작을 해 주는 경우는 몹시 드문 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게다가 고진아의 가방에 달린 태슬 디자인이 지난 3월에 H사 패션쇼에서 처음 공개된 신규 디자인이므로, 그 가방 역시 올해 3월 이후에 주문 제작되었을 거라 추정했다.
[jis*** : 자세한 건 blog.bookhb.com/bkl0925〈-요 링크 참고하시면 될 것 같아염. H사 매니아 블로거님인데 연도별 디자인하고 패션쇼 신상품 등등 다 정리해두셨어염. 도움이 되셨음 좋겠네염^^*]네티즌들은 그 가방을 자신들이 살 수 없음에 슬퍼했지만, 나에게는 굉장한 소득이었다.
H사에서 맞춤 제작한 가방.
심지어는 맞춤 제작 자체가 굉장히 드문 일이며, 그것이 2009년 3월 이후에 제작되었다는 점.
그렇다면 도출되는 결론은 하나뿐이지 않은가.
“강 변.”
“네?”
“아래 길게 댓글 달린 거 한번 읽어 봐.”
내 말에 강민재는 빠르게 휠을 굴려 댓글을 읽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진지한 표정으로 노트북을 바라보던 그는,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거……. 조현석이 주문 제작했던 그 가방인 거죠? 맞죠? 블로그 정리 글도 보니까, 확실히 고진아가 들고 있는 거 H사에서 나온 적 없는 가방 디자인인데.”
그는 몹시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강민재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하고 입술만 우물거렸다.
나도 그와 썩 다르진 않았다.
저 댓글로 인해 도출된 결론이 몹시 충격적이었고, 그래서 애초부터 배제했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조현석 애인은 주민지가 아니라……. 고진아야. 주민지는 고진아 반지를 갖고 있었던 것뿐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