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104)
너희들은 변호됐다-104화(104/641)
[지난 3월, 인터넷을 통해 유포된 정영준 씨의 성관계 동영상.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피해자 정영준 씨는 동영상 속 행위는 기억에도 없으며,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고 주장하였는데요. 해당 동영상으로 인해, 정영준 씨는 파경 위기를 맞은 상태입니다.그런데 놀랍게도, 오늘 검찰은 정영준 씨의 아내이자 양진 F&B의 전무이사인 고진아 씨와 지명호 민정수석 및 고위 공직자들에게 성상납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진 조현석을 정영준 씨에 대한 특수 강간 교사와 불법 성관계 동영상 촬영 혐의로 입건하였습니다.
법원은 고진아 씨의 가택, 차량, 직장, 그리고 촬영 장소로 확인된 고진아 씨 외조모 소유의 레지던스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였습니다.
검찰은, 고진아 씨의 비서인 주 모 씨의 차량 블랙박스에서, 의식이 없는 정영준 씨를 촬영 장소로 옮기는 모습 역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아나운서의 멘트가 끝나기가 무섭게, 화면은 오늘 오전 검찰청 브리핑 현장으로 돌아갔다.
기자들이 가득 모인 가운데, 특수 1부 부장이 마이크 앞에 서 있었다.
그 뒤로 두 손을 모은 이예진의 모습도 보였다.
부장검사의 짧은 브리핑이 이어졌다.
아직은 피의자가 출석하기 전이라, 말을 아끼는 듯했다.
자세하게 범인을 밝혀낸 경위를 설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법적으로 백 퍼센트 확실하지 않은 연결 고리도 언급해야 한다.
예를 들면, 고진아와 조현석의 내연 관계 같은 것 말이다.
반지와 커스텀 메이드 명품 가방이 증거가 된다고 하더라도, 모르쇠로 일관하면 어느 정도 부인할 수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검찰 브리핑에서는 공직자가 아닌 나와 달리, 확실한 것만 언급해야 한다.
[검찰은 고진아 씨가 내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을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사무실에서 기자들 쫓아냈다고 능사는 아니네요. 전화가 너무 많이 와요, 진짜.”
아침부터 사무실 앞에 기자들이 가득했다.
다행히 보도가 나간 시점에는 나와 강민재, 둘 다 출근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들에게 사진이 찍히는 일은 없었지만, 조금만 늦었더라면 사무실에 진입조차 못 했을 것이다.
이예진이 나에게서 소스를 받았다는 사실을 흘리겠다 말하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 난리를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었다.
다행히 같은 층의 다른 사무실 사람들이 건물주인 이영호에게 불만을 토로한 덕분에, 그가 사무실 앞으로 올라와 기자들을 내쫓기 시작한 것이다.
카페 주변을 쓸다 급하게 올라온 것인지 손에는 빗자루도 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기자들은 당신이 뭔데 취재를 막느냐고 이영호에게 갖은 원성을 쏟아내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명언이 나왔다.
그는,
“건물주다!”
하고 몹시 당당하게 소리쳤고, 기자들은 짠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이영호는 그 자리에서 바로 나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인터뷰에 응해 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인시키며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물론 그렇게 정리되기까지는 세 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말이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일입니다. 고진아 씨는 정영준 씨의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되자, 바로 이혼을 요구했다고 전해지는데요. 그랬던 고진아 씨가 촬영한 당사자라니, 정말 믿을 수가 없네요.]이미 아침 뉴스로 접하긴 했지만, 왜인지 우리는 같은 내용을 담은 뉴스를 채널을 돌려 가며 계속해서 보고 있었다.
심지어 강민재는, 연예인과 유명인사의 가십을 다루는 프로그램까지도 모조리 섭렵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거기에 집중할 수만은 없었다.
기자들을 사무실 앞에서 몰아낸 것은, 미친 듯이 울리는 전화까지 어쩌지는 못하였다.
나와 강민재의 휴대폰, 그리고 사무실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려 댔다.
심지어는 내 휴대폰은 방전되기까지 해서, 충전기를 계속 꽂아놓고 있어야 했다.
전화선을 끊지 못하는 것은, 혹시라도 태광 쪽에서 연락이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강민재는 전화기가 울릴 때마다 일일이 발신자 번호를 확인하는 작업을 해야 했다.
사건의 의뢰인인 정영준에게서 오는 연락을 받아야 하니, 휴대폰 전원도 끄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차라리 의뢰인한테만 번호 알려주는 번호를 따로 만드는 게 좋겠어요.”
“이번 일만 지나면 괜찮겠지.”
메일함도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갖은 언론사, 방송국에서 끊임없이 인터뷰 요청을 해 왔다.
간판 뉴스는 물론이고, 뉴스를 다루는 라디오에서도 메일이 쏟아졌다.
새로 도착한 메일이 100개가 넘어갔다.
정영준의 입장이 궁금한 곳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어떻게 촬영자가 고진아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검찰에서 언급한 바가 없으니, 사람들은 그 과정이 몹시 궁금할 것이다.
메일함을 가장 열심히 도배하는 것은, 당연히 윤세연 기자였다.
“어차피 보도 자료 내야 하는데, 이왕 내는 거 윤세연 기자님한테 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여태 많이 도와주셨고.”
“정확히 말하면 도움받은 게 아니지. 서로 원윈한 거지.”
나는 언론에 공개해 줄 사람이 필요했고 윤세연은 특종이 필요했다.
나는 어느 하나 특종감이 아닌 것을 그녀에게 기사로 써 달라고 한 적이 없다.
그렇다고 그녀에게 고맙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나도 윤 기자한테 주고 싶은데, 이번엔 다른 데 줄 거야.”
“어디요?”
“뉴스9.”
내 말을 들은 강민재는, 빠르게 뉴스9에서 온 메일을 찾아 열었다.
“변호사님, 이거 직접 뉴스룸으로 나와서 아나운서하고 1대1 인터뷰해 달라는 건데요? 잘못 읽으신 거 아닙니까? 그냥 유선상으로 인터뷰해 달라는 게 아닙니다.”
강민재는 내가 그럴 리 없다는 듯 웃으며 손을 저었다.
“알아.”
“……네?”
“뉴스9가 뉴스 프로그램 중에 가장 시청률이 높아. 뉴스9에 인터뷰 응하겠다고 답신 보내.”
강민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진짜 방송에 나가신다는 말씀이십니까? 변호사님이요?”
을해 초에 밝혀냈던 교육감 비리 때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다소 조심스러웠다.
교장이 시험지를 빼내는 것을 촬영하게 된 과정을 매끄럽게 설명하기 애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달랐다.
국정원을 이용하긴 했지만, 동영상 품질 복구하는 것이 불법인 것은 아니니까.
애초부터 나의 계획은 천천히, 자연스럽게 내 이름 석 자를 대중들에게 알려 변호사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전 삶에서 검사로도 유명세를 떨치긴 했지만, 공직자라는 한계 때문에 실패를 겪었으니.
강 변에게는 이러한 내 계획에 대해 말한 적이 없으니, 그가 놀랄 만도 하다.
“나간다니까.”
“변호사님이 웬일이십니까. 진짜 놀랠 노자네.”
“강 변이 사무실 영업 좀 해야 한다며.”
“아, 물론 그랬죠.”
“이름 알려지면, 영업도 되는 거 아닌가?”
“그렇죠.”
강민재는 내 말에 납득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어쨌든 답신하고, 통화 가능한 시간 회신 주면 전화 걸겠다고 해. 그쪽에서 거는 전화는 놓칠 수도 있다고.”
“알겠습니다.”
* * *
뉴스9에서는 아주 빠르게 답장을 보내 왔다.
그들은 몇 시간 뒤에 있을 생방송에 당장 출연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나는 거절했다.
오늘은 할 일이 많았다.
정영준의 동영상을 촬영한 것이 고진아와 조현석이라는 사실이 이제야 막 드러났기 때문에, 만일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했다.
나의 공명심도 중요하지만, 맡은 사건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내일 뉴스9 생방송에서 단독으로 정영준의 입장과 조사 과정을 공개하기로 약속을 받은 다음에야, 나는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내 검사 시절이나, 그밖에 개인적인 질문은 좀 빼야겠어.”
미리 질문지를 받아 보니 가관이었다.
그들은 내 생각 이상으로 나에게 방송 시간을 할애했고, 내 개인적인 것에 대해서도 많이 궁금해했다.
“김형준 사건이나, 당신과 나의 거리 사건 같은 건 조금 대답해 줘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건 짧게 언급하고, 내 개인적인 부분들은 다 빼는 걸로. 너무 흥보 냄새가 많이 나잖아.”
내가 펜으로 질문 몇 가지를 긋자, 강 변이 내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다는 말고요. 조진태 사건 정도는 넣어도 되잖아요. 그게 변호사님 검사 시절 마지막 사건이기도 하고, 워낙 유명하기도 하니까요.”
내가 뉴스9에 나가 영업을 하겠다고 했더니, 강민재는 몹시 전투적으로 질문지를 읽었다.
내가 줄을 그어 놓은 것들도 다시 뜯어 보며, 이 질문은 살리자고 나를 설득하기까지 했다.
긴 실랑이 끝에, 어느 정도 정리되기는 했다.
애초에 뉴스9 측에서 보낸 질문 중 3분의 1이 날아가긴 했지만, 내가 출연을 결심했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분량이 많기도 했다.
몇 번 메일과 통화가 오간 뒤, 정확한 일정이 일사천리로 정해졌다.
뉴스9 측에서 나의 편의를 봐 준다는 인상이 강하게 느껴졌다.
“정인아 씨한테는 연락 안 왔어?”
아침부터 뉴스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가장 먼저 정영준에게 연락을 취했다.
정인아는 어제 새벽까지 정영준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가, 아침이 되어서야 수면제를 먹고 겨우 잠들었다고 말했다.
일어나면 바로 연락 주겠다고 말하긴 했는데.
“아뇨, 연락 온 건 아직 없어요. 전화는 뭐 하도 전화가 많이 와서 씹혔을 수도 있는데, 문자 온 것도 없네요. 제가 전화 한번 해 보겠습니다.”
슬슬 저녁 시간이라, 아무리 늦게 잤더라도 일어났을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