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133)
너희들은 변호됐다-133화(133/641)
“발로 찼다면, 고윤성을 한 대도 안 때리신 것은 아니군요.”
한숨을 푹 내쉬던 그는, 결국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아내 역시 처음 듣는 이야기인 듯, 당황한 표정이었다.
“오상현 씨. 저희는 오상현 씨를 도와 드리려고 온 겁니다. 거짓말하시면 오상현 씨한테도 불리해져요.”
강민재가 나무라자, 오상현은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가 맞은 것에 비하면, 고윤성은 저한테 맞았다고 할 수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거 좀 때렸다고 저도 가해자 취급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일방적인 피해자로 남는 것이 여러모로 마음 편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가 처음 상황을 알렸다던 노조 간부 역시도, 고윤성에게 일방적으로 맞았다고 하니 더욱 분노했을 것이다.
그것은 고윤성이 그를 고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까지 계속 유효했겠지.
하지만 지금 결과적으로, 피의자 신분이 된 것은 오로지 오상현뿐이다.
오상현이 고윤성을 때렸다고는 하지만, 나는 심각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예전에 운동을 했고, 체격이 좋다고 해도 6명이나 되는 수행원이 있는 상황에서 그가 고윤성을 때렸다면 얼마나 때렸겠는가.
정당방위나 정상 참작 범위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무슨 마음인진 알겠습니다. 하지만 변호사한테는 전부 사실대로 말씀하셔야 합니다. 만일 법정에서 저희가 오상현 씨는 고윤성에게 손끝 하나 대지 못했다고 주장했는데, 고윤성 쪽에서 오상현 씨한테 맞았다는 결정적인 증거라도 들고 나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
“미리 솔직하게 말씀하시면, 저희는 오상현 씨가 고윤성을 때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미리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법정에서 그런 증거가 나온다고 해도 무력화시킬 수 있겠죠. 어쨌든, 지금 오상현 씨가 입은 피해가 훨씬 크잖습니까.”
오상현은 힘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 이제 거짓말은 안 하실 거라고 믿겠습니다. 아까 하던 얘기 마저 하죠. 고윤성을 발로 찬 뒤, 어떻게 하셨습니까?”
“……두 팔이 붙들린 상황이라, 저는 버둥거리다가 다리를 들어 올려서 고윤성의 얼굴을 걷어찼습니다. 원래는 가슴팍을 찰 생각이었는데, 그때 고윤성이 고개를 숙이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겁니다.”
얼굴을 찼다는 말을 들으니, 그가 왜 그 사실을 숨겼는지 이해가 갔다.
그것 때문에 고윤성의 코뼈라도 나갔다면, 과잉 방위로 넘어가게 될 수도 있다.
가슴팍을 발로 차서 밀친 것은 소극적 방어 행위에 해당되지만, 코뼈를 부러트린 것은 과도한 적극적 방어 행위라고 보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집단 폭행을 당하던 피해자가 손톱깎이에 달린 줄칼을 휘둘러 1주 정도의 상해를 입힌 사건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된 대법원 판례도 있지 않은가.
저 판례는 물론 야간이라는 특수상황이긴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코뼈가 나갔다고 하더라도 일부러 코를 가격할 생각이 없었고, 시야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주장하면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할 것도 없다.
물론, 모든 것이 증명 가능할 때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고윤성은 그대로 뒤로 넘어갔습니다. 골목이 좁아서 뒷벽에 머리가 부딪쳤고, 쌍코피도 났습니다.”
“머리를 심하게 부딪쳤습니까?”
“아뇨. 고윤성이 아파하긴 했지만, 심하진 않았을 겁니다.”
뒷머리를 부딪쳤다면, 운이 아주 나쁜 경우 뇌진탕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심하게 부딪힌 게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오상현의 시각이니까.
우선은 고윤성 쪽에서 제출한 진단서를 봐야 확실하겠지만, 설령 뇌진탕이 아니었다고 해도 진단서를 그렇게 꾸몄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그때 저는 이미 코피는 물론이고, 정말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지경이었습니다. 고윤성의 얼굴을 까게 된 것도, 제가 그 폭행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자유로운 신체 부위로 저항하는 것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바로 앞에 있는 고윤성을 차기로 한 거고, 정말로…… 얼굴을 가격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이해합니다. 그래서, 그다음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저를 패던 수행원들이 전부 고윤성한테 달려갔습니다. 그 순간 저를 잡고 있던 놈들의 힘도 조금 약해지더군요. 그래서, 하, 그랬으면 안 됐는데……. 고윤성한테 달려들어서 멱살을 잡았습니다.”
“그리고요?”
“저도 그땐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너무 많이 맞은 상태라 제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습니다. 심지어 얼굴에 핏물이 줄줄 흐르는 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정말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런 인간 쓰레기를 한 대도 못 때리고 이대로 맞고만 있을 순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도 한 대 치려고 했습니다.”
여태까지 심약한 의뢰인들을 많이 만나 왔는데, 오상현은 새로운 타입이었다.
상대가 고상준의 막내아들인 데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는 상황이면 겁을 먹고 굳었을 법도 한데.
“한두 대 쳤습니다. 그런데 아마 아프지도 않았을 겁니다. 전 그때 몸도 제대로 못 가눴거든요. 어쨌든 그렇게 때리면서, 저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노조에 찌르고, 법적 조치도 할 거라고 소리 질렀습니다.”
“수행원들과 고윤성은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수행원들은 저를 다시 붙잡고, 구석에 몰아넣고 마구 밟았습니다. 그리고 고윤성은…… 그냥 미친놈이었습니다. 정말 미친놈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마구 쪼개더니, 저한테 그러더군요. 화나냐고. 그럼 쳐 보라고.”
오상현은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주먹을 부르쥐었다.
덜덜 떨리는 주먹을 그의 아내가 감싸 쥐었다.
“그러면서 수행원들을 밀치고 저를 마구 밟아 댔습니다. 하지만 전 이미 밟힐 대로 밟힌 상태라 일어날 수도 없었습니다. 고윤성은 수행원들에게 저를 일으켜서 제대로 붙잡으라고 하고 배를 차고 턱주가리를 날렸습니다. 그러다 전 기절했고요.”
[진실]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고윤성이 수행원의 손으로 자신을 때렸다는 진술은 거짓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상하잖습니까. 고윤성은 본인이 전치 8주의 상해를 입었다고 지금 병원에 드러누워 있습니다. 제가 얼굴 깐 것과 턱주가리 한두 대 날렸다고 전치 8주가 나오는 게 말이 됩니까? 제가 전치 7주인데요? 정말 자해라도 한 게 아닌 이상 말이 안 됩니다.”
그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고윤성에게 지병이 있다거나, 혈액응고가 되지 않는 불치병이 있다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실 그정도로 전치 8주는 나올 수가 없다.
설령 정말로 오상현에게 차이는 바람에 벽에 부딪혀서 뇌진탕이 왔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고윤성이 피해 사실을 부풀린 것은 확실해 보인다.
어차피 고윤성이 입원한 병원은 우신 병원일 게 뻔했고, 진단서 부풀리는 일쯤은 식은 죽 먹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니, 우선은 사건 기록을 봐야할 것 같다.
사건 기록을 자세히 뜯어 보다 보면, 조작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보통 이렇게 서로의 주장이 갈리는 상황이면, 쌍방 상해로 넘어갈 법도 한데 검찰은 오상현의 주장을 듣고도 끝까지 거짓말로 예단했다.
이 점도 확실히 문제 제기를 해야한다.
그 CCTV에 피떡이 된 고윤성이 수행원에게 업혀 나오는 장면이 찍힌 것이 가장 결정적이었다고 하는데, 엄밀하게 따지면 완전 증거라고 보기도 어렵다.
“변호사님.”
“네.”
“사건 맡아 주실 겁니까?”
오상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잠자코 있던 강민재의 시선 역시 나를 향했다.
늘 그렇듯이, 내가 사건을 맡는 기준은 매우 명확하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의뢰인이 무고해야 한다는 것.
죄가 있는 사람을 변호할 생각은 조금도 없으니까.
그리고 거기에 더하여, 상대방이 우신과 연관이 되어 있으면 웬만하면 맡는 편이다.
오상현은 그 두 가지에 모두 해당한다.
“네. 제가 맡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변호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수임료는 어떻게…….”
“수임료는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자세한 건 사무장이 연락드릴 겁니다. 저희 사무장하고 수임료 상의하시고, 선임서도 같이 작성하시면 됩니다.”
* * *
수임료는 그가 이미 변호사를 한 차례 선임했다는 점, 여유가 없다는 점을 따져 적절한 수준에서 매겼다.
민사상의 조치가 끝난 뒤, 손해 배상 청구액의 일정 비율을 성공 보수로 받겠다고 하니 오상현 역시도 만족스러워 했다.
이전 변호사에게 이미 300만 원의 착수금을 지불하긴 했지만, 이제라도 무언가를 바로잡을 수 있다면 아깝지 않다고 말이다.
이튿날, 선임서를 작성한 뒤 오 사무장은 바로 사건 기록 열람 등사신청을 했다.
남은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니 필요한 서류는 최대한 빠르게 구비하는 것이 좋다.
할 일이 꽤 많았다.
우선은 CCTV에 대해서 자세히 확인할 필요가 있고, 사건을 쌍방 폭행으로 돌릴 수 있을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증인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미 고윤성은 6명의 수행원과 입을 맞추고 법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증언하도록 준비해 뒀을 것이다.
지나가던 목격자도 아니고, 고윤성을 지척에서 모시는 사람들이니 그 증언이 대단히 크게 작용할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증인이 없는 것보단, 있는게 낫다.
증거는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일단 사건 현장부터 가 볼까.”
나는 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
아직 낮이니, 공사 현장은 한창 돌아가고 있을 때다.
폭행 자체는 현장 근로자들이 볼 수 없는 골목에서 일어났지만, 그 이전까지의 상황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전개되었다.
그러니 무엇이라도 건질 게 있을지도 모른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강민재 역시 코트를 걸치며 일어났다.
“사무장님, 저희 사건 현장 좀 다녀오겠습니다.”
팩스 앞에 서 있던 오 사무장에게 말하자, 그는 이제 막 도착한 팩스 서류를 나에게 보여 주었다.
“변호사님.”
“공소장이군요.”
“네. 그런데, 조금 문제가 있네요.”
오 사무장이 표정을 굳혔다.
찬찬히 공소장을 읽어 내리던 나는, 오른쪽에 표시된 담당 검사의 이름을 발견했다.
“이거, 형사 3부 양한석 검사 담당 사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