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135)
너희들은 변호됐다-135화(135/641)
“양한석 검사면, 그때 김형준 사건 담당 검사였죠?”
공사 현장으로 가는 길, 강민재가 물었다.
“그래.”
“그때 그 사람, 수사 개판으로 하지 않았어요?”
그때 내가 검찰의 졸속 수사를 비판한 것은 사실이다.
그들은 여희숙이 다니던 정신과 의사도 찾아가지 않았고, 그 상담 내용조차 알지 못했으니까.
심지어 존속 살인에 아주 높은 확률로 등장하는 막대한 생명보험 내역도 확인하지 않았다.
당시 김연준은 현행범으로 검거되었고, 스스로 자백까지 했으니 타이트하게 수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일까.
음, 그래도 한때는 한솥밥 먹던 사이라 좋게 말해 주고 싶었는데 개판 맞는 것 같네.
“그렇지.”
“근데 사무장님은 왜 큰일이라고 하신 겁니까?”
“양한석 뒤에 황영찬이 있거든.”
내 대답에 강민재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황영찬이 누구죠?”
“형사 3부 부장. 나랑 사이가 좀 안 좋아.”
“왜요?”
입안의 혀처럼 굴던 놈이 갑자기 쌩깠으니, 그 대단하신 권위주의자의 자존심에 엄청난 스크래치가 났을 것이다.
2018년에 비하면 지금은 애송이 같은 황영찬이, 내 말에 당황하는 모습은 조금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내가 황영찬 새끼였는데, 이유도 말하지 않고 검찰을 나왔으니까.”
“황영찬 부장하고 친하셨던 겁니까?”
“그랬지. 황영찬이 날 예뻐했어.”
“변호사님은요?”
“응?”
“변호사님 황영찬 부장을 어떻게 생각하셨는데요?”
“나도 좋아했지. 잘 따랐어. 오 사무장님만큼.”
한때 황영찬을 믿고 따랐던 과거를 부정하고 싶진 않다.
이전 삶에서도, 나를 젊은 나이에 제3차장으로 올려 준 것도 황영찬이었다.
그때는 황영찬에게 참 고맙게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냥 내가 일을 잘해서 승진이 빨랐던 게 아닌가 싶긴 하다.
황영찬이 나를 끌어 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긴 했지만, 본인 챙기는데 급급해서 남을 끌어 줄 시간이나 있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 변호사님은 왜 검찰을 나오신 거예요?”
“검찰에는 미래가 없는 것 같아서.”
“……어려운 대답이네요. 그럼, 황영찬 부장한테는 왜 아무 설명도 하지 않고 나오신 거예요? 그 사람은 계속 검찰에 있을 거고, 변호사님을 잡을 것 같아서?”
나에게 이전 삶이 없었다면, 검찰에서 나올 일은 없었을 것이다.
설령 나온다 하더라도 그 전에 황영찬에게 자세하게 내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했을 것이다.
이별은 아주 아름다웠을 터였다.
내가 사무실을 차린 후에도 오 사무장님을 간혹 생각했듯이, 황영찬도 마찬가지였겠지.
‘아, 좀 역겨운데?’
내가 황영찬을 그리워했을 거라고 생각하면, 토가 쏠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2008년으로 돌아오기 직전, 검찰총장 영전을 앞둔 황영찬이 나에게 한 말을 토씨 하나도 틀리지 않고 전부 기억하고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아직도 치가 떨린다.
“어쩌다 보니 황영찬이 굉장히 부패한 검사라는 걸 알게 됐어. 아닌 척하고는 뒤에선 그러고 있었더라고. 나만 몰랐던 거지, 등신처럼.”
황영찬의 새끼로 살던 이전 삶에서, 나는 결코 그가 청렴결백할 것이라고는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부패했을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살아남기 위해 모든 모임에 얼굴을 내미는 것도, 까라면 까는 태도도, 사회생활의 일환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나를 배신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원래는 멀쩡하던 인간이, 특검이 시작되고 검찰총장 자리를 두고 거래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커넥션이 있었던 것인지.
전자든 후자든, 열 받는 건 마찬가지지만.
“어쨌든 그 양반하고 난 끝이야. 그리고 그 양반은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을걸. 내가 검찰에 덤볐으니까, 윗분들이 그 양반한테 얼마나 욕을 해 댔겠어.”
“그랬겠죠. 흠, 어렵네요.”
“안 그래도 쉽지 않은 사건인데, 검찰에서도 성가시게 굴 거야.”
“우신 입김이 잔뜩 들어간 데다, 가뜩이나 변호사님을 싫어한다면, 뭐. 단단히 각오해야겠네요.”
아직 자세히 파악된 바는 없지만, 검찰에서는 자신도 폭행당했다는 오상현의 주장을 묵살하고 고윤성을 일방적인 피해자로 만들었다.
그 지령이 양한석 같은 조무래기 평검사에게 다이렉트로 떨어졌을 리는 없고.
아무래도 황영찬 디자인이 맞는 것 같긴 한데.
‘이전 삶에서 일어났던 일이고, 황영찬한테 지령이 떨어졌다면 나한테 왔어야 할 일인데.’
문득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물론 나에게 그런 지령이 떨어졌다면 절대 하지 않았겠지만, 어쨌든 기억에는 남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처음부터 이 사건은 나에게 너무 생소했다.
특히 형사 3부에서 맡은 일이라면, 성령 황영찬이 내 성향을 알고 일부러 다른 검사에게 토스했다고 쳐도 기억은 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건 이전 삶에선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뭐가 바뀌어서 이번 삶에서 일어나게 된 거지.
“변호사님, 도착했어요.”
강민재의 목소리에 상념에서 벗어났다.
어느새 차는 공사 현장 인근에 도착해 있었다.
현장 규모는 꽤 컸다.
기존에 5층짜리 대단지 아파트를 헐고, 새로 고급 고층 아파트를 을리는 재건축 공사라고 듣긴 했는데.
“CCTV가 여기저기 많은데요?”
강민재는 현장을 둘러보며 말했다.
확실히, 지금 눈에 띄는 것만 해도 6대가 넘었다.
그때, 저 멀리서 흘긋흘긋 우리를 보던 인부들 사이에서 대표자이지 싶은 사람이 가까이 다가왔다.
“어떻게 오셨어요?”
“아, 안녕하십니까. 차주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나왔습니다. 우신 물산 오상현 대리 아시죠? 저희는 오상현 씨 변호인입니다.”
강민재가 명함을 내밀며 말하자, 그는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렇군요. 그런데 무슨 일로……? 그 사건 있을 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다 경찰에 증언했는데요.”
“폭행이 일어났던 현장도 보고, 또 저희 나름대로 질문할 것들도 있고해서요. 힘들까요?”
강민재가 그에게 한 발 더 다가서며 생글생글 웃었다.
그는 한참을 망설이다, 잠시 전화를 하고 오겠다며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현장 사무소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색이 다른 조끼를 입은 중년의 남성과 함께 나왔다.
“안녕하세요. 소장입니다. 오상현 대리 변호사시라고요?”
“그렇습니다.”
“위에서 확인하실 게 있으면 확인시켜 드리라고 하네요. 어떻게 도와드리면 됩니까?”
“일단 사건 현장부터 확인하고 싶은데요.”
“이쪽으로 오시죠.”
소장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아파트 한 동 뒤로 가니, 놀이터 쪽으로 향하는 계단 옆에 후미진 골목이 보였다.
“여긴 자전거 보관소가 들어올 자립니다.”
오상현이 말한 대로 입구에 CCTV가 있었다.
“소장님은 그 사건 당시에 현장에 계셨습니까?”
“……네. 있었습니다.”
그리 시원스러운 대답은 아니었다.
“제가 검찰에서 듣기로는 저 CCTV에 고윤성 씨가 굉장히 많이 다친 상태로 수행원들에게 업혀 나가는 게 찍혔다고 들었습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듣긴 했습니다.”
“누가 먼저일지는 모르겠지만, 저 CCTV가 계속 작동하고 있었다면 거기에 오상현 씨가 나오는 모습도 찍혔을 것 아닙니까?”
나는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
뒤쪽으로도 나가는 길이 있긴 했지만, 자재들이 높게 쌓여 있었다.
오상현이야말로 피떡이 된 상태였는데, 굳이 뻥 뚫린 길을 놔두고 이쪽으로 나갔을 리 없다.
“……그렇게 자세한 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CCTV는 경찰이 전부 가져갔습니다.”
“그럼 오상현 씨가 나오는 모습은 아무도 못 보신 겁니까?”
“글쎄요. 저는 못 봤습니다.”
“지금 오상현 씨가 전치 7주 진단을 받고 입원한 것은 아시죠?”
소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윤성 측에서는 오상현 씨가 그렇게 다쳤을 리가 없다고 쇼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제 눈에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골절까지 있었으니까요.”
“저런.”
소장은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찼다.
그냥 의례적인 반응 같지는 않았다.
이것으로 모든 것을 짐작해 볼 순 없지만, 정말로 현장에서 오상현이 괴팍하게 굴었다면 소장이 안타까워할 것 같진 않은데.
“그럼, 소장님은 고윤성 씨가 수행원들에게 업혀 나오는 모습은 보셨습니까?”
“그건 봤습니다.”
“그때 모습이 어땠습니까?”
“수행원들이 재킷으로 고윤성을 가리고 있긴 했는데, 언뜻 봤을 때는 얼굴에 피가 많이 묻어 있었습니다. 고윤성은 기절한 것 같았고요.”
“그 상태로 앰블런스를 타고 병원으로 간 겁니까?”
“아뇨. 수행원들이 차에 싣고 우신병원으로 갔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그럼, 오상현 씨는요? 이 골목 안에서 일어난 일은 본 사람이 없다고 해도, 오상현 씨가 어쨌든 공사 현장 바깥으로 나가는 건 누군가 봤을 것 아닙니까.”
“……그렇겠죠.”
“그리고 들어오면서 보니까 CCTV가 많던데, 나가는 모습도 당연히 찍혔을 것 같은데요.”
“CCTV는 전부 경찰이 가지고 가서 저희도 잘 모릅니다.”
CCTV에 대해서는 소장에게 들을 말이 없을 것 같았다.
“소장님. 지금 시간이…… 12시군요. 점심시간은 언제부터입니까?”
“12시부터입니다.”
“그럼 저희가 식사에 최대한 방해 되지 않는 선에서 근로자분들께 질문을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
내 말에 소장은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결국 허락했다.
“강 변.”
나는 골목 내부 사진을 촬영하고 있던 강민재를 불렀다.
“네.”
“오상현 씨 어떻게 나갔는지 목격하신 분 없나 확인 좀 해 봐.”
“넵. 알겠습니다.”
오상현은 고윤성에게 맞다가 기절했다고 말했다.
그 이후로 병원으로 이송되긴 했는데, 본인은 기절한 상태라 그 과정은 기억에 없다고 말이다.
공사 현장 입구 주변에 저렇게 CCTV가 많은 걸 보면, 오상현이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는 것쯤은 검찰도 충분히 확인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쌍방 상해로 가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히 검찰에서는 이 사건을 은페하기로 한 것이다.
우신 머니가 깝짤하기는 할 테지만, 이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일단 정보 공개 청구를 해야겠는데’
쌍방 상해로 가려면, 오상현 역시 고윤성에게 상당한 폭행을 당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지금 고윤성은 오상현이 쇼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검찰 쪽에서도 고윤성이 오상현을 때렸다는 상당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오상현의 주장을 묵살한 상태가 아니던가.
“변호사님, 더 보실 겁니까?”
내 옆에 서 있던 소장이 슬쩍 물어왔다.
공간이 그리 넓지 않아서, 본 곳을 또 보고 있긴 하지만 이대로 나가자니 아쉬움이 남았다.
나는 마지막으로 골목 안쪽을 샅샅이 확인했다.
“그러고 보니 여긴 많이 어둡네요.”
나는 소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오상현의 말대로, 이곳은 그리 넓지 않아서 7명에게 둘러싸여 맞았더라면 저항할 방법이 없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안쪽으로 깊게 들어갔다면 이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더라도 안쪽의 모습은 조금도 보지 못봤을 듯했다.
확실히 어두웠다.
그래서인지 한쪽 벽에는 조명이 달려 있었다.
입구에 달린 CCTV에는 정말, 나오는 모습만 찍혔을 듯하다.
“음?”
그때, 벽에 달린 쇠붙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 쇠붙이 주변에 묘하게 전선 같은 것이 엉겨 있었다.
나는 휴대폰 액정으로 그 주변을 비춰 보았다.
“소장님.”
“네.”
“여기도 CCTV가 있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