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136)
너희들은 변호됐다-136화(136/641)
소장은 내 시선이 향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저거요?”
“CCTV가 달렸던 흔적 같아서요.”
“아닙니다. 전등이 달렸던 곳이에요.”
[거짓]나는 옅게 미소지었다.
조금 더 자세히 물어볼까?
전등이 있던 자리가 아니라는 뜻일뿐, CCTV가 있었다는 뜻은 아니니까.
“아무리 봐도 CCTV 있던 곳 같아서요. 사건 현장이 찍혔을 것 같은데.”
“하하. 저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아니에요.”
[거짓]그의 표정 관리는 나쁘지 않았지만, 속일 대상을 잘못 골랐다.
나는 소장의 머리 위 글자를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사건 현장을 담은 CCTV가 존재한다니.
찾기만 한다면 상황을 뒤집는 것은 수월해질 것이다.
일단 소장이 돈을 먹은 건 확실해 보이니, 그의 앞에서는 말을 조심하는 게 좋겠다.
“그렇군요. 제가 오해한 모양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잘 봤습니다. 안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소장과 함께 함바집 부근으로 향했다.
거기에서, 나는 인부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서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있는 강민재를 발견했다.
심지어 그는 식판에 밥까지 받아놓고 있었다.
“변호사님! 여기 진짜 맛있습니다. 변호사님도 식사하세요!”
강민재가 나를 향해 숟가락을 흔들어 보였다.
“저 변호사님은 참 넉살도 좋으시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민재는 식판을 정리하고 인부들과 인사했다.
그새 정이 들었는지, 인부들은 또 놀러 오라고 하기까지 했다.
“건진 거 있어?”
주차해 둔 곳으로 향하며 묻자, 강민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수행원이 고윤성을 업고 나온 걸 본 사람만 있어요. 오상현 씨 봤다는 사람은 없고요.”
“거짓말 같진 않고?”
“그 함바집에 스무 명이 있었는데, 스무 명이 전부 못 봤다고 했어요. 그래서 일단 명함 드리면서 다른 분들이나 오늘 안 나오신 분들한테도 여쭤봐 달라고 해 뒀습니다.”
우신에서 돈을 먹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인부들 전체에게 먹이진 않았을 것이다.
몇 안 되는 목격자를 매수하고 단속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 인원이 많아지면 관리하기가 더 어려워 진다.
괜히 어디선가 우신에서 돈 뿌렸다는 얘기라도 새면 더 곤란해질 터.
“정말로 아무도 못 본 거면, 오상현 씨를 다른 길로 옮겼을 수도 있겠는데.”
“다른 길이요? 거기 뒤쪽에, 자재 쌓여 있던 곳이요?”
“사건 발생한 지 한 달 반이 넘게 지났으니까, 그 당시에는 자재가 없었을 수도 있잖아. 거기 다시 한번 보고 가야겠어.”
우리는 다시 방향을 틀었다.
다시 소장에게 안내를 부탁할까 하다가, 그가 위에서 돈을 먹은 것이 확실한 듯하니 굳이 알리지는 않았다.
나중에 발각되더라도, 그냥 바쁘신 것 같아서 우리끼리 봤다고 둘러대면 될 것이다.
“강 변.”
“예?”
“여기 벽 쪽에 전선 엉켜 있는 곳 사진 찍어.”
“이게 뭔데요?”
“여기 CCTV가 달려 있었어.”
“예?”
강민재가 카메라 줌을 당기다 말고 소리쳤다.
“현장을 담은 CCTV 영상이 있다는 겁니까?”
“소장은 조명이 달렸던 곳이라고 하는데, 내가 볼 땐 CCTV 맞아. 일부러 뜯었을 거야.”
“그럼 검찰이 현장 영상을 갖고 있겠네요?”
“검찰에 넘어가기 전에 우신이 먼저 없앴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CCTV 영상이 존재하긴 했겠지.”
나는 사진 찍는데 열중한 그를 뒤로하며 골목 안쪽으로 향했다.
아까 자재가 높게 쌓여 있어서 지나쳤던 곳이다.
만일 강민재가 조사한 대로, 오상현이 나가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길은 이쪽뿐이다.
지금이야 자재들로 막혀 있지만, 사건 당시에는 뚫려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틈으로 한쪽 발을 들이밀었다.
“변호사님, 뭐 하세요?”
강민재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여기도 사진 찍어 봐.”
협소하기 짝이 없는 공간이었다.
내 몸집이 크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만일 자재가 이만큼 쌓여 있었다면 오상현 역시 이쪽으로 나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는 그때 기절한 상태였고, 그렇다면 분명 수행원 중 하나가 그를 들쳐 업고 옮겼을 테니까.
가뜩이나 오상현도 몸집이 큰 편인데, 그를 업었을 수행원의 체격까지 생각하면 공간이 부족하다.
“일단 나가자.”
다시 입구 쪽으로 나오자, 그새 식사를 다 했는지 소장이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다 우리를 발견했다.
“어, 변호사님들 아직 안 가신 거예요?”
“네. 거기에 휴대폰을 떨어트렸더라고요.”
“그러시군요. 저는 못 봤는데. 살펴볼 걸 그랬습니다.”
“괜찮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잊고 여쭤보지 않은 게 있네요.”
“뭔데요?”
“아까 그 사건 현장 뒤쪽에 난 좁은 공간 말입니다. 자재가 쌓여 있던.”
“아, 네. 거기가 왜요?”
“거기는 어디로 연결됩니까?”
“쩌어기 안쪽에 지하 주차장 입구 조성 중이거든요. 그쪽으로 연결됩니다.”
공사장 입구와 정반대 방향이다.
그렇다면 인부들이 보지 못했다고 해도 이해가 된다.
사건 당시에 거기에 자재가 쌓여인지 않았다면, 오상현은 시선을 피해 그쪽으로 은밀히 옮겨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거기에도 CCTV가 있습니까?”
“있죠.”
그렇다면 거기로 옮겨진 오상현의 모습이 찍혔을지도 모르겠는데.
“저희가 확인할 수 있겠습니까?”
“그날 CCTV 영상은 경찰이 싹 다가져갔어요.”
“지하 주차장 앞에 있는 것까지요?”
“그냥 그날 공사장 전체 CCTV 영상이 담긴 저장소를 다 들고 갔어요.”
이것 참 난감하다.
“한 가지만 더 여쭙겠습니다. 거기 자재가 많이 쌓여 있던데, 그건 언제부터였습니까?”
“처음부터요. 그쪽으로 갔다가 길 잃어버리는 인부들이 많아서, 일부러 그쪽에 자재들을 쌓아서 막은 거거든요.”
[진실]이건 생각지도 못한 판정이다.
당연히 거짓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실이라니.
오상현이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나갈 방법은 저기뿐이다.
분명히 다른 길은 없었는데.
“잘 봤습니다.”
우리는 결국 다시 차로 돌아왔다.
“오상현 씨 대체 어디로 나간 걸까요? 소장이 거짓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도 소장의 말이 거짓말이기를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진실이다.
“오상현 씨 본인도 기억을 못 하니 난감하네.”
“그럼 오늘 수확은 없다고 봐야겠네요.”
강민재는 풀이 죽은 목소리였다.
“현장에 CCTV가 있었다는 걸 알았잖아. 소득이 없진 않아.”
“그렇긴 한데, 저장소를 통째로 가져갔다고 하니까요. 저희가 확보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보 공개 청구는 무조건 반려할 거고요.”
“원래 거기에 CCTV가 달려 있었다는 걸 증명하더라도, 그땐 이미 고장 나 있어서 현장이 담기지 않았다고 하고 말겠지.”
“그렇겠죠.”
“일단 계속 알아보자고. 방법이 나오겠지.”
차가 출발하고, 나는 안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휴대폰을 꺼냈다.
오 사무장으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사무장님, 접니다. 부재중 전화가 와 있어서요.”
-아, 변호사님. 저희 사건 기록 열람 등사 신청한 거 말입니다.
“아, 네.”
-불허가 떴습니다. 그래서 검사실에 전화해 봤더니, 변호인이 직접 와서 신청하고 검사실 복사기로 복사해 가랍니다. 사무원인 제가 간다고 하니까, 변호인 본인이 와야 한다면서 전화를 뚝 끊어 버리네요.
헛웃음이 나왔다.
열람 등사 불허가는 종종 있는 일이지만, 이런 어이없는 허가라니.
사무원도 안 되고 변호인이 직접 와서 등사해 가라는 경우는 처음이다.
사무원은 안 된다는 건, 검찰을 떠나 나에게 온 오 사무장에 대한 보복이려나.
그래도 김형준 사건 때 연락했을 때는 선배 대접은 해 주던데, 시간이 참으로 야속하다.
“이런. 우리 후배님이 오랜만에 제 얼굴이 보고 싶은가 봅니다. 직권남용까지 하면서 저를 보려고 할 줄은 몰랐네요.”
-민원이라도 넣을까 합니다. 이거 너무 무례하잖습니까.
“아뇨, 그러실 것 없습니다. 제가 직접 가면 어쨌든 복사하게 해 준다는 거 아닙니까.”
-그렇긴 한데…….
“사무실에 복귀하는 길에 검찰청에 들렀다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강민재에게 간단히 통화 내용을 공유했다.
“양 선배 미친 거 아닙니까? 하, 이러니까 무조건 오상현 씨 무죄 입증해서 별로 높지도 않은 콧대를 팍 꺾어 버리고 싶네요.”
오 사무장은 곧 문자로 양한석 검사실 위치를 보내 왔다.
1층에서 방문증을 끊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강민재는 여전히 기분이 나빠 보였다.
평소엔 싱글벙글 잘도 웃으면서, 무시당했다고 생각해서인지 꽤 기분이 나쁜 모양이었다.
“표정 풀어. 보는 눈 많아.”
형사 3부는 내 친정이지 않은가.
확실히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흘긋흘긋 나를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친분은 없지만, 지나가며 눈인사 정도는 하던 사이들이다.
뭐, 지금은 그냥 지나치고 있지만.
“어, 차주한? 야, 이거 차 변호사 아니야?”
그러다, 형사 3부 부부장 검사와 마주쳤다.
“아, 안녕하셨습니까.”
“오랜만이네! 이 친구는 누구야?”
“제 파트너 변호사입니다.”
“파트너 변호사?”
부부장이 되물으며 강민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강민재는 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촉촉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뭐지, 징그럽게.
“형사 3부 부부장 검사님이야. 인사드려.”
나는 소리 낮춰 그에게 말했다.
그러자 강민재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허리를 깊게 숙였다.
“차주한 변호사님 파트너 강민재라고 합니다. 연수원 36기입니다.”
강민재는 파트너라는 단어에 묘하게 힘을 주었다.
“오, 그래? 똘똘하게 생겼네. 차 변 파트너라니 아주 능력 있는 친구인가 봐? 반가워.”
부부장은 강민재와 악수를 나눈 뒤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차 변이 여긴 웬일이야?”
형사 3부에 있을 때, 그리 친하진 않았지만 달리 유감은 없었다.
회식 때 어쩌다 보니 옆자리에 자주 앉게 되어서 종종 대화를 나누기도 했었다.
“맡은 사건이 있어서요. 기록 좀 열람하러 왔습니다.”
“엉? 소문으로는 오 계장님이 차 변 사무실로 갔다고 하던데, 아니었어?”
“맞습니다. 저희 사무실에 계시죠.”
“사무장이 있는데 왜 차 변이 직접 왔어?”
“검사님이 직접 오라고 하셔서요.”
강민재가 이를 악물고 말하자, 부부장이 이상하다는 듯 다시 물었다.
“아니, 사무장이 있는데 변호사보고 직접 오라고 해? 담당 검사가 누군데?”
“양한석 검사입니다.”
“양 프로?”
부부장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차 변 골치 좀 썩겠네.”
그는 길게 말하지 않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 것 같았다.
나는 양한석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그가 김형준 사건 이후로 나에게 이를 갈고 있다는 것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오늘 고작 사건 기록 열람 등사 하나 가지고 나를 오라 가라 하는 것부터가, 나에게 엿 먹이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 테니까.
김형준 사건 때 나의 승소 기록을 끊어 주겠다며 건방을 떨다 망신을 당했으니, 이해한다.
“나도 이만 들어가야겠다. 차 변, 파이팅이야.”
“감사합니다. 들어가십시오.”
부부장과 헤어진 뒤, 강민재와 나는 양한석 검사실 앞에 도착했다.
강민재는 가볍게 노크한 뒤, 문을 열었다.
분주하게 일하던 수사관 한 사람이 사무적으로 물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오상현 씨 변호인입니다. 사건 기록 때문에 왔습니다.”
강민재가 대답하자, 수사관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올 거라는 말을 들었는데, 정작 나타난 사람은 강민재라 이상한 모양이었다.
“지금 검사님이 잠깐 용무 중이셔서요. 이쪽에서 기다리세요.”
수사관은 성의 없이 대꾸했다.
복도 쪽에 서 있던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수사관님.”
“……차 변호사님. 직접 오셨습니까?”
수사관은 갑자기 내가 등장하자 꽤 당황한 듯했다.
“검사님이 부르시는데, 직접 와야죠.”
검사실에 양한석은 없었다.
다만, 수사관의 시선은 묘하게 검사실 안 쪽, 블라인드가 쳐져 있는 휴게실을 향해 있었다.
“안에 누가 계신가 봅니다.”
내가 묻자, 수사관이 괜히 눈치를 보면서 눈을 굴렸다.
그리고 동시에, 휴게실 문이 열렸다.
처음에는 몹시 절도 있게 문고리를 잡은 양한석과 눈이 마주쳤고,
“…….”
그다음에는 굳은 얼굴로 휴게실을 나서던 황영찬과 눈이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