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14)
너희들은 변호됐다-14화(14/641)
[조진태를 극적으로 검거했던 검사, 이번엔 김철환 부부 살인 용의자 변호?]포털 화면 인터넷 기사 쪽을 훑던 나는, 그가 말한 기사를 찾아내었다.
[미궁으로 빠질 뻔한 은천동 연쇄살인 사건에서, 극적으로 범인 조진태를 검거했던 차주한 전 서울 중앙지검 형사 3부 수석 검사. 최근 고 김철환, 여희숙 부부를 살해한 용의자 변호를 맡아 일각에 충격을 주고 있다.아래 영상은 은천동 연쇄 살인 당시, 대국민 브리핑을 하는 차 전 검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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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역시 돈이 최고지ㅋㅋㅋㅋ
ㄴ돈 받으면 뭔들 못 하겠어.
ㄴ유명해지자마자 바로 옷 벗고 변호사로 떼돈 버는 수법. 흔하디 흔한 방법이죠.
ㄴ뉴스에 나온 다음에 인물도 좋은데 정의롭기까지 하다고 언플도 엄청 했잖음ㅋㅋㅋ]
사건 자체가 유명하니, 별것 아닌 나한테까지 관심이 쏠리는 모양이다.
대문짝만 하게 난 기사도 아니고, 그냥 흘러가듯 나온 기사라 댓글도 적고 조회수도 많진 않다.
이것 참 대단한데.
조진태 첫 공판 때는 정의로운 검사라고 칭찬하던 여론이, 순식간에 등을 돌린다.
마치, 정의의 우신 스나이퍼라며 나를 떠받들던 여론이 보복 검사라며 날 까내리기 시작했던 것처럼.
예나 지금이나 정말 한결같다.
‘떼돈 같은 소리 하네.’
아직 수임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프로보노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케이스다.
언플도 뭐, 내가 해 달라고 한 것도 아니었는데.
“무죄 밝혀내면 그만이지.”
사건에 임하면서, 확신을 가진다는 것은 확실히 기묘한 느낌이다.
여러 가지 직접 증거를 내 눈으로 보면서도 찜찜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내가 똑바로 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여러 번 검증하고, 또 검증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지 않은가?
나는 확실하게 김연준이 무죄임을 알고, 진범이 누구인지도 안다.
“그럼 가 볼까.”
* * *
형사 3부 검사실이 밀집된 본관 4층에 도착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쏠렸다.
딱히 호의적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예전엔 소리 내서 폴더 인사하던 후배들도 쉬쉬하듯 묵례만 하고 지나갔다.
[양한석 검사]김연준 사건 담당 검사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들 사이에서 삼각김밥을 먹으며 바쁘게 키보드를 두드리던 검찰 수사관들이 나를 보자 벌떡 일어났다.
“차 검사님!”
“오랜만입니다.”
“아우, 네. 정말 오랜만이에요. 아니, 근데 여긴 어쩐 일이세요? 오늘 김연준 씨 조사 없는데.”
“압니다. 양 검사는 어디 있습니까?”
“방에 계시는데. 잠시만요.”
조사관이 블라인드가 드리워진 방으로 달려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뒤, 부스스한 얼굴로 양 검사가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아이고, 선배님……. 유선상에서 안 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그때 이런 말은 안 했는데,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부장님 쪽에서 선배님한테 정보 새는 날엔 끝이라고 전체에 지시 떨어졌어요. 부장님 아시면 저 진짜 죽어요.”
양 검사의 우는소리에 수사관들도 흘긋흘긋 우리 쪽을 보며 눈치를 살폈다.
이미 예상했던 바였지만, 황영찬이 약을 엄청 치고 간 것 같다.
“부탁하러 온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예?”
“여희숙 씨 어머니한테 받은 위임장이다. 부검 결과 내놔.”
“…….”
양 검사가 입을 쩍 벌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어서.”
내 독촉과 함께, 위임장 검토를 마친 양 검사가 수사관에게 눈짓했다.
“저기, 선배님!”
부검 소견서를 챙겨 돌아가려는 나를 양 검사가 붙잡았다.
“저, 한 가지 여쭤봐도 됩니까.”
“뭔데.”
“김연준 무죄 입증하려고 하시는 건 아니죠? 감형 쪽으로…… 생각하시는 거죠?”
나한테는 입 하나 벙긋 안 하려던 놈이, 내 쪽 정보는 알고 싶다는 건가?
양 검사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걸 보면, 나와 맞붙는 게 퍽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이해한다.
언론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에, 빼도 박도 못하는 용의자를 데려다 놓고 혹시라도 무죄 판결 나오면 대역죄인이다.
“맞아. 나도 이 건 부탁받아서 하는 거라.”
거짓 판별 능력이 양 검사에게 없다는 것은 축복이다.
내 머리 위에 [거짓] 글자가 뜨면 곤란하지 않은가?
“어휴…….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재판에서 뵙겠습니다. 살펴 들어가십시오.”
눈에 띄게 안도한 듯 보이는 양 검사가 안타깝긴 하지만, 재판에서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
황영찬 쪽에서 무슨 방해 공작이 들어올 지 알 수 없으니, 나도 정치질을 시작하는 수밖에.
양 검사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심의 가책까지 느낄 필요는 없다.
원래 이 바닥이 그런 곳이고, 무엇보다.
과거의 나는 양 검사가 기업들에게 떡값 챙겨 왔다는 사실을 지금으로부터 2년 뒤 우연히 알게 되었으니까.
비리 검사한테 엿 한 번 먹이는 게 나쁜 건 아니잖은가?
나는 사무실로 돌아와 부검 소견서를 살펴보았다.
검찰 브리핑에서 언급된 대로, 온몸의 상흔은 전부 흉기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알고 있는 정보 때문에 부검 결과지를 손에 넣으려고 아등바등한 건 아니다.
[검출 성분 : 에스시탈로프람옥살산염, 브로마제팜, 프로프라놀롤 염산염.]전부 정신과 계통 약품이다.
항우울제, 항불안제.
처방 없이는 구할 수 없는 약이다.
부검에서 나왔을 정도면, 사망 시간에서 오래되지 않은 때에 복용했다는 뜻이다.
‘여희숙 씨가 정신과를 다니고 있었다.’
그 말은 즉, 여희숙 씨가 자신의 상황을 자세하게 털어놓은 대상이 있다는 뜻이다.
‘그 정신과 의사를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
그럼 기다리고 기다리던 확실한 증언을 하나 확보하는 셈이다.
‘여희숙 씨 정도로 알려진 사람이라면, 같은 대학 병원에 있는 정신과는 가지 않았을 거고.’
가서 얘기를 털어놓았다가 자칫 잘못하면 소문이 날 수도 있고, 자신이 정신과에 들락날락하는 것이 목격될까 걱정했을 테니까.
믿을 만한 병원을 개인적으로 섭외했을 텐데…….
-그리고 한 테이크 끊을 때마다 촬영본을 보자고 하셨어요. 여희숙 씨가 방송 활동을 많이 하시니까, 매니저도 있고 그랬는데. 그 매니저가 아무리 바빠도 꼭 확인해야 한다고 계속 사정해서 엄청 부담스러웠죠.
순간, <행복한 우리 집> 조연출의 말이 떠올랐다.
그렇지. 여희숙에게 매니저가 있었다.
매니저는 알고 있지 않을까. 여희숙이 다니는 병원이 어디인지.
나는 여희숙이 소속된 기획사 번호를 찾아 바로 전화를 걸었다.
-네, MQ엔터테인먼트입니다.
“안녕하세요. 문의 한 가지 드리겠습니다.”
말씀하세요.
“돌아가신 여희숙 씨 매니저분 연락처를 좀 알 수 있을까 하는데요.”
-죄송하지만, 어디시죠?
“사건 용의자 변호사입니다.”
-음, 저희 쪽에서 임의로 판단해서 알려 드리기가 좀 그래서요. 연락처 남겨 주시면 매니저님한테 전달드릴게요.
전화받는 직원은 매뉴얼대로 읊는 느낌이었다.
경찰 전화, 검찰 전화, 인터뷰를 따내려는 기자들의 전화를 어마어마하게 받았을 것이다.
심지어 MQ엔터테인먼트는 여희숙뿐만 아니라 김철환도 소속된 회사였으니, 직원들이 꽤 고생했을 터였다.
수화기를 내려놓지 않은 것만 해도 용했다.
“알겠습니다.”
이런 매뉴얼을 읊는 직원이 연락처를 남겨 줄 리가 없지.
꽝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럴 땐 역시, 윤세연이지.’
[여희숙 매니저 : 010-1357-2468 소스 주신다는 약속 꼭 지키세요!! 녹취까지 다 떠 놨음^^ 안 주시면 바로 고소할 거임]문자는 빛의 속도로 도착했다.
이거, 제대로 된 소스 안 주면 한 대 맞을지도 모르겠는데?
* * *
“양 프로”
형사 3부 부장검사실.
블라인드를 걷은 통창 아래를 내려다보던 황영찬이 읊조렸다.
호명된 양한석 검사는 모은 두 손을 꿈틀거리며 푹 숙인 고개를 슬며시 들었다.
“차주한한테 부검 소견서 내준 거 사실이야?”
양한석을 등지고 서 있던 황영찬이 핵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부장님, 그게,”
“내가 아무것도 알려 주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이 새끼야!”
“제가 주고 싶어서 준 게 아닙니다, 부장님…….”
그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차주한이 사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저격하듯 형사 3부 사건 중 가장 큰 걸 덥석 물어 버렸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다.
검사 시절 차주한이 보여 준 화려한 일화들, 황영찬이 차주한을 대놓고 예뻐했다는 것 역시 중앙지검에 출근 도장 찍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두 사람이 조진태 판결 선고 즈음을 기점으로 갈라졌고, 차주한은 바로 사표를 던져 버렸다.
“차주한 이 개새끼. 키워 준 은혜도 모르고…….”
그 때문에 황영찬은 온갖 소문의 중심이 되었다.
늘 신중하게 굴던 차주한이 사표까지 던졌을 정도면, 보통 일은 아닐 거라는 것이었다.
검찰 내부에서 차주한의 별명이 FM 로봇이었기에, 잘못한 사람이 당연히 황영찬일 거라는 예상들이 이어졌다.
심지어 사표를 수리한 후, 황영찬은 차장검사실에 불려 갔다.
조진태 사건으로 언플해서 중앙지검 마스코트로 만들어 놨더니, 그걸 홀랑 내보내냐며 몇 날 며칠을 깨졌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으로도 모자라 재판에서도 붙게 생긴 것이다.
“……차 선배가 유가족의 위임장을 들고 왔습니다. 부검 소견서를 안 줄 수가 없었습니다.”
“재판이 이틀 남았어! 시간 질질 끌다가 줄 수도 있었잖아!”
“부장님, 어차피 이 재판 저희가 이깁니다. 증거가 너무 많습니다. 부검 소견서 하나 준다고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차 선배라고 해도 이틀 안에 뭘 하겠습니까?”
나름대로 변명을 줄줄 내뱉던 양 검사가 황영찬의 야멸찬 시선에 입을 꾹 다물었다.
불같이 화를 내던 황영찬이 진정하려는 듯 호흡을 길게 내뱉었다.
그리고 한결 온화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후우……. 자네 차주한이 몰라?”
“…….”
“부검 소견서 나부랭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그래, 그럴 수 있어. 그런데, 차주한이는 재판에서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는 놈이야. 뭐가 확실히 있으니까 김연준 변호하는 거 아니겠나.”
“……차 선배는 감형이 목표입니다. 확실히 뭐가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그 말에 황영찬이 빠르게 되물었다.
“차주한이 그렇게 말했나?”
“네, 부장님. 제가 직접 물어봤습니다.”
“정치질 할 놈은 아니긴 하지.”
조금 누그러진 듯한 기색에, 양 검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황영찬은 여전히 찜찜한 듯 다시 다짐을 받았다.
“내가 이 사건 자네한테 배당한 이유 알고 있겠지?”
“……예, 부장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부장님이 믿어 주신 만큼 절대 실망 안 시켜 드릴 겁니다.”
“똑바로 해. 다 된 밥이야. 자네는 먹기만 하면 돼.”
“넵.”
황영찬은 나가 보라는 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양 검사가 나가고 문이 닫히자, 그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 아무리 차주한이어도. 이거 무죄 입증할 생각을 하는 건 말이 안 되지.”
찝찝함을 떨쳐 내고 기분이 한결 나아진 그는 희미하게 웃었다.
FM 로봇 차주한이 10년간의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정치질 기능을 탑재했다는 사실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