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147)
너희들은 변호됐다-147화(147/641)
젠장.
더럽게 아팠다.
“…….”
아스팔트 바닥에 각목이 나뒹굴었다.
괴한 역시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대로 각목을 놓치고 그대로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찰나 일어난 일이었다.
“변호사님!”
골목에 강민재의 비명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한테 오지 말고 저 남자를 쫓으라고 말하고 싶은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정말이지 더럽게 아팠다.
소장에게 괜찮냐고 물으려 했는데,
“윽.”
신음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
그대로 주저앉아 웅크린 채 바들바들 떨던 소장은, 내 신음을 들은 다음에야 상황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차주한 변호사?”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일어나며 나를 바라보았다.
“변호사님, 괜찮으세요?”
깜빡이는 가로등 아래 사색이 된 강민재의 얼굴이 보였다.
괜찮을 리가 없지 않은가.
성인 남자가 있는 힘껏 내려친 각목에 팔을 맞았는데.
“아니…….”
“변호사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소장이 나를 바라보았다.
상황은 단순했다.
나는 아까 소장과 전화를 끊은 뒤, 전화 내용을 회상하다 불안감을 느꼈다.
소장이 나와 통화하며 자신의 입으로 장소와 시간을 말했다는 것이 문득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만일, 주변에 우신에서 심어 둔 귀가 있다면 우리가 접선할 장소와 시간을 구체적으로 알고도 남을 것이 아닌가.
그가 전화를 받은 곳이 자택도 아니고, 공사 현장이었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나갈 준비를 했다.
차라리 약속 장소로 가지 않고 공사장 앞에서 소장을 기다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였다.
공사장 앞에서 소장을 바로 픽업해서 움직이면, 적어도 그쪽에서 감청 할 수는 없을 테니까.
우리는 방금 전 그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서 공사장 바로 옆 골목에 차를 대 놓고 내린 상태였다.
그때, 저 앞에서 소장의 모습이 보였고, 웬 수상한 남자가 팔짱을 낀 채 겨드랑이 뒤로 각목을 숨기고 소장에게 따라붙는 것을 목격했다.
나는 그대로 소장을 향해 달려갔고, 다행히 타이밍은 얼추 맞았다.
소장의 뒤통수를 있는 힘껏 가격하려던 괴한의 각목은, 나름대로 잽싸게 막아 보려고 들어 올린 내 팔을 내리쳤으니까.
“병, 병원부터 가 보셔야 하는 거아닙니까? 경찰에도 신고하고요!”
소장이 안절부절못하며 소리쳤다.
강민재는 손수건을 꺼내 지문이 묻지 않게끔 바닥에 떨어진 각목을 집어 들었다.
“변호사님, 고윤성 쪽 짓인 것 같죠?”
강민재가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한 차례 끄덕였다.
그러자, 소장이 입을 크게 벌렸다.
“고윤성이요? ……고윤성이 변호사님을.”
“아닙니다.”
“……예?”
“소장님을 노린 겁니다. 제가 막은 거고요.”
나는 욱신거리는 팔을 붙잡으며 대꾸했다.
“변호사님, 어떻게 할까요. 경찰에 신고할까요?”
강변이 나를 향해 물었다.
나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그쪽에서는 소장이 나를 만나러 간다는 것을 알고 사람을 보낸 것이 틀림없었다.
만일 우리가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소장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차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신고한다고 해도, 묻지 마 범죄로 처리될 수도 있겠지만 하긴 해야지. 신고 이력은 재판에서 요긴하게 쓰이니까.”
나는 짤막하게 대답했다.
신고 이력이 남으면, 그때 가서 법정에서 “사실 이런 일을 당했습니다.”라고 말로 하는 것보다 훨씬 신뢰도가 높다.
가능한 모든 것은 조작할 수 없는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이 가장 좋다.
“신고하고 병원으로 가겠습니다.”
“일시적으로 아픈 걸 수도 있으니까, 일단은 소장님하고 얘기부터 하고, 내일도 상태가 좋지 않으면 그때 병원 가면 되잖아.”
나는 강민재의 차 쪽으로 움직이며 말했다,
“소장님, 많이 놀라셨겠지만 다른 날로 미루기가 좀 그렇습니다. 오늘 말씀 나누시죠.”
내가 차 뒷문을 열며 말했다.
소장은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싫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좋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그 자리에 못 박힌 채로 쳐다보고만 있었다.
운전석 문을 열던 강민재 역시 소장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때, 소장이 입을 열었다.
“하……. 변호사님.”
“네?”
“……병원으로 가시죠. 도망 안 가겠습니다. 제가 같이 갈 테니까, 병원으로 가세요. 오늘 병원 안 가시며 저 마음이 너무 불편할 것 같습니다.”
그는 고개를 푹 숙이며 차에 올라탔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응급실은 지금 오상현이 입원한 곳이었다.
강민재가 그 병원으로 향하겠다고 말하자, 소장 역시 그곳에 오상현이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표정에서 죄책감이 읽혔다.
하지만 소장은 창밖을 향해 고개를 돌린 채 입을 꽉 다물고만 있었다.
응급실에 도착해서 한참을 기다린 끝에, 나는 이런저런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나는 강민재에게 혹시 오늘 일로 소장이 겁을 먹고 도망갈 수도 있으니, 그를 잘 지키고 있으라 말한 뒤 검사실로 향했다.
한두 시간 사이에, 각목에 맞은 곳에 멍이 들고 퉁퉁 부어 있었다.
결과 확인까지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팔뼈에 금이 가서, 적어도 한 달 이상 깁스를 하고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은 반깁스 해 드릴 거고, 외래 잡아서 따로 깁스하셔야 할 것 같아요. 외래는 언제로 잡아 드릴까요?”
“직장에서 가까운 곳에서 하겠습니다.”
“아, 그럼 그렇게 하세요. 수납은 저쪽으로 나가셔서 하시면 됩니다.”
“선생님!”
의사가 가볍게 묵례한 뒤 가려는데, 갑자기 강민재가 소리쳤다.
“네?”
“이렇게 반깁스한 상태로 있어도 되는 겁니까? 수술 같은 건 안 해도 되는 건가요? 그리고 깁스는 지금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왜 외래를 따로 잡아야 하는 거죠? 그 사이에 아프면 어떡하죠?”
강민재가 쉬지 않고 소리쳤다.
딱히 따지는 말투는 아니었기에 의사도 기분이 상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조금 어이가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심하신 건 아니라서요. 수술은 안 해도 됩니다. 지금은 붓기가 있어서, 붓기 가라앉으신 다음에 깁스하셔야 하고요. 밤에 아프실 수 있지만, 진통제 처방도 해 드릴 겁니다. 괜찮으시죠, 환자분?”
의사가 나를 보며 물었다.
“네.”
의사는 이제 됐냐는 듯이 강민재를 바라본 뒤, 다시 뒤를 돌았다.
“선생님! 이왕이면 진통제 잘 듣는 걸로 해 주세요. 우리 변호사님 가뜩이나 잠을 잘 안 주무시는데 아파서 못 주무시면 안 되거든요?”
“오바 좀 하지 마.”
나는 멀쩡한 왼팔로 강민재를 의자에 주저앉혔다.
내 옆에 누워 있던 아이와 아이 엄마가 우리를 보며 웃고 있다는 것을 그가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허엉, 변호사님. 많이 아프세요?”
“안 아프니까 오바하지 말라고…….”
“아까 아프다고 하셨잖아요. 제가 괜찮냐고 여쭤봤는데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그건 맞은 직후니까 그랬고, 지금은 참을 만하니까 오바 좀 하지 마. 제발.”
이 정도면 삼진오바였다.
하지만 강민재는 그칠 줄을 몰랐다.
하필이면 왜 중요한 오른팔에 부상을 입으신 거냐며 또다시 우는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오른팔이라 불편하긴 하겠지만, 웬만한 건 왼손으로 하면 된다.
나머지는 강민재를 데리고 다니면서 시키면 되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내 팔 하나 금 가고, 소장을 구했다면 명백한 이득이 아닌가.
“강 변.”
“예?”
“커피 좀 사 와.”
오바를 멈추지 않는 강민재를 보던 나는, 결국 그를 쫓아내기로 했다.
“커피요? 커피 드시고 싶으세요?”
“그래. 병원 자판기에 있는 커피말고 밖에 카페 가서 사와. 접수처에 있을 테니까 거기로 와.”
“알겠습니다. 얼른 갔다 올게요.”
강민재는 재빨리 응급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여전히 서서 입을 다물고만 있는 소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소장님.”
“……네.”
“생각은 좀 해 보셨습니까.”
나는 죄책감으로 물든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변호사님, 무슨 독심술 하십니까?”
시종일관 굳은 얼굴을 하고 있던 소장이 결국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뻔하지 않은가.
그가 오늘의 만남에 동의한 것은, 어디까지나 나에게 진실을 말하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내가 갖고 있다는 그 증거를 보기 위해서 만나겠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소장은 아까 골목에서부터 지금까지 이곳으로 오면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마치 많은 것을 고민하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당연히 나에게 진실을 말할지 말지 고민한 게 아니겠는가.
사실, 잘 알지도 못하는 남이 자신을 구하다가 팔에 금이 간 것을 보았는데 끝까지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긴 하다.
물론, 그걸 노리고 구해 준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결과가 그렇지 않은가.
“뻔하잖습니까.”
“그런가요.”
소장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소장님은 공포를 느끼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공포요?”
“소장님은 현장에 달린 CCTV를 통해 고윤성이 오상현 씨를 집단 폭행하는 모습을 직접 보셨습니다. 하지만 고윤성 측의 압박 때문에 지금까지도 그 사실을 숨기고 계셨죠. 고윤성 측에서도 소장님께 섣불리 입을 열면 가만 안 두겠다고 협박했을 거고, 입을 다무는 대가로 보상도 받으셨을 테고.”
“…….”
“곤란하시면 대답 안 하셔도 됩니다.”
소장은 정말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도 대답을 했다면 능력을 써서 추측에 좀 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조금은 아쉽다.
“그리고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김의철 씨 역시 우신으로부터 돈을 받고 입을 닫았습니다. 그러니 소장님은 혼자 나서기는 두려우셨겠죠. 하지만, 양심의 가책은 느끼고 계셨을겁니다. 그래서 김의철 씨에게 진실을 말씀하신 거 아닙니까?”
여전히 대답하지 않는 그를 보며, 나는 마치 방백처럼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저에게 CCTV가 존재했다는 증거가 있었다고 하니, 일단은 그게 뭔지 몰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소장님은 원치 않으셨겠지만, 보상을 받으신 이상 고윤성과 한배를 타신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래서 저를 만나셨는데……. 의도치 않게 이렇게 제가 소장님 대신 부상을 입었습니다.”
나는 붕대가 감긴 내 오른팔을 턱짓했다.
“보통 이런 경우, 사람들은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하는데 소장님은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아, 변호사님. 그건, 제가 감사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경황이 없어서 아직 말씀을 못 드렸는데.”
내 말에, 소장은 눈에 띄게 당황하며 변명하기 시작했다.
“아닙니다. 그걸 나무라는 게 아니라, 저는 소장님이 공포에 짓눌려서 고맙다는 인사도 못 하셨을 거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고윤성 측에서는 진실을 아는 소장님에게 해코지하려고 했고, 하마터면 소장님은 변고를 치르실 뻔하셨습니다. 그럼, 소장님은 이제부터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은인에게 진실을 털어놓느냐, 아니면 더 큰 사고를 당하기 전에 입을 다무느냐.”
“…….”
“하지만 소장님은, 본인 대신 다친 사람을 보고 그냥 넘길 수 있는 분은 아니셨습니다. 그러니까 저에게 도망 안 갈 테니까 병원으로 먼저 가자고 말씀하셨겠죠.”
내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소장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변호사님 말씀이 맞습니다. 변호사님이 저 대신 다치시기까지 했는데, 그걸 제 눈으로 봐 놓고도 저는 진실을 털어놓겠다는 말을 먼저 할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너무 무서웠습니다.”
소장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말했다.
“저는 심지어 오 대리하고 잘 아는 사이고, 변호사님은 이 사건으로 오 대리를 처음 보신 분인데……. 이렇게 부상까지 불사하면서 오 대리를 변호하려고 하시는 걸 보니까, 정말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소장의 목소리가 떨려 왔다.
울음을 참는 듯, 그는 연방 헛기침을 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그는 진정하려는 듯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나는 그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한참 뒤, 소장은 벌게진 얼굴을 쓸어내리며 홀가분한 숨을 내쉬었다.
“맞습니다. 현장에 CCTV가 있었습니다. 제가 봤습니다. 고윤성이 오 대리를 때렸습니다.”
그는 터트리듯 진실을 고백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이야기가 끝나지는 않았다.
“그리고……. 저한테 그 장면이 담긴 CCTV 사본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