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152)
너희들은 변호됐다-152화(152/641)
“을 것이 왔다? 그러니까, 피고인이 피해자 고윤성 씨를 폭행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럴 줄 알았다고 생각하셨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마는. 본 검사가 맞게 해석한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셨는지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양한석의 말에 따라, 신경호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평소에 고윤성 죽이고 싶다는 말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처음에야 뭐, 대한민국 직장인 중에 상사 욕 안 하는 사람 없으니 그냥 넘겼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정도까지 사람을 싫어한다고? 싶을 정도로 죽이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했습니다.”
“비난의 예를 들어 주시겠습니까?”
“음, 전에 피고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에게 다음 달 며칠에 고윤성과 함께 공사장에 시찰을 나올 예정인데, 고윤성이 지나갈 때 아파트 위층에서 무거운 거 하나 실수인 척 떨어트려 주면 안되냐고 했습니다. 피고인이 말한 날이 바로, 사건이 일어났던 그날입니다.”
“그렇군요. 증인은 피고인의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습니까?”
“그날 진짜 무슨 일이 나는 건 아닌가 좀 걱정되었습니다.”
“그 밖에 피고인이 고윤성 씨를 해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까?”
“음……. 피고인이 고 본부장과 함께 현장에 왔을 때 피고인은 계속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쉬는 시간에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함바집 아주머니에게 고윤성 밥에 락스 타 달라고 부탁하러 가야겠다고 하기도 하고요.”
오상현은 쉬지 않고 이어지는 신경호의 증언을 들으며 이미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고 있었다.
만일 강민재가 계속 그에게 얌전히 있으라 눈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당장이라도 신경호에게 달려들어 멱살이라도 잡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신경호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글자를 주시했다.
[진실]오상현이 저런 말을 했던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물론, 저런 말이 이런 데에서 문제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겠지만.
“그렇다면, 증인은 피고인이 피해자 고윤성 씨에게 상당한 반감과 동시에 해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말씀이시군요.”
“네. 그 외에도 뭐 많습니다. 진지하게 자신이 고 본부장을 때리면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물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고 본부장이 고소라도 하면 어쩌려고 하냐고 했더니, 나름대로 구체적인 생각을 한 모양이더군요. 그래도 재벌 이미지가 있는데, 평사원인 자신에게 좀 맞았다고 쪽팔리게 그걸 고소하겠느냐고, 그런 건 다 생각해 놨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다면, 증인은 사건 당일 공사장에서 발생한 그 폭행 역시도, 피고인이 철저한 계획하에 저질렀다고 보십니까?”
“그렇습니다.”
“증인은 최소한 이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사원이 본부장을 폭행할 수 있느냐, 라는 말에 동의하지 못하시겠군요.”
“네, 이번 사건으로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적어도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는 걱정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했는데, 앞뒤 생각 안 하고 지르는 사람도 있다는 걸요. 아, 그리고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신경호는 평소에 오상현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던 듯하다.
설령 그가 돈을 받고 증언대에 섰다고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신나서 오상현의 흉을 보는 것은 단순한 연기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오상현이 신중하지 않았던 것이 조금 아쉽다.
자신에게 쉽게 칼을 겨눌 사람에게, 직장 상사라고는 해도 남의 뒷말을 너무 많이 했다.
“고 본부장이 법적 조치를 취하기 전, 피고인이 노조에 자신이 폭행을 당했다며 문제 삼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왔던 것으로 압니다, 아무래도, 노조를 등에 업고 오히려 대중적인 이미지가 좋지 못한 고 본부장에게 사건을 전부 뒤집어씌우면 되겠다는 계산까지 되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요.”
“존경하는 배심원 여러분. 이처럼 피고인은 자신이 평사원이고, 피해자가 대중적인 이미지가 나쁘다는 점을 이용하여 자신이 저지른 죄를 면피하고, 피해자에게 오히려 죄를 뒤집어씌우려 하고 있습니다.”
양한석은 분노로 가득찬 오상현을 바라보았다.
입가에는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띤 채였다.
그는 마치 오상현이 법정에서 소란을 피워 주기를 바라는 사람 같았다.
가뜩이나 흥분한 상태인 오상현을 도발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재판에 들어가기 앞서, 오상현에게 절대 법정에서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주지시켰던 것이 주효했다.
오상현은 아직까지 잘 참고 있었다.
“피고인 측, 반대 심문 있습니까.”
“네.”
나는 강민재가 건넨 마이크를 집어들며 일어섰다.
“증인, 증인의 말씀을 들으면, 피고인이 증인에게 범죄 계획을 털어놓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여집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범죄 계획이요?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물론 피고인이 저에게 말한 대로 이루어진 것은 없었지만…….”
“피고인이 증인에게 말한 대로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범죄를 저지를 거라고 예고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반대 심문을 할 때에는 유도 신문이 허용된다.
양한석은 신경호가 쉬이 수긍하는 모습에 불안감을 느꼈는지, 표정을 굳힌 채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범행을 예고할 정도라면 상당히 각별한 사이였다고 생각됩니다. 친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자신이 범죄를 저지를 거라 털어놓았다가 신고라도 하면 본인의 안위를 장담할 수 없을 테니까요, 증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피고인이 저에게 털어놓은 게 아닌가 싶었던 겁니다.”
“증인의 말에 따르면 형이라고 부르라고 먼저 제안하셨을 정도로 피고인에게 호감을 갖고 계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증인은 피고인이 병원에 입원해 있던 7주 동안 단 한 번도 병문안을 오신 적이 없었습니다. 몹시 각별한 사이였는데, 피고인이 걱정되지 않으셨던 겁니까?”
그때, 양한석이 마이크를 켜며 끼어들었다.
“재판장님. 이의 있습니다. 변호인은 지금 사건과 상관없는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증인의 진술이 신뢰할 만한 것인지 검증하기 위함입니다.”
“기각합니다. 증인, 질문에 답변하세요.”
신경호는 잠시 배심원들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 상황에서는, 배심원들의 눈치를 살피라는 코칭을 받은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8명의 배심원은, 표정 관리에 꽤나 능숙했다.
아까부터 달리 동조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견이 있는 것도 아닌 표정으로 침착하게 재판을 지켜보고 있었다.
신경호의 시선은 양한석 쪽으로 찰나 향했다가, 다시 내 쪽으로 돌아왔다.
“그것은 이번 사건으로 피고인에 대한 호감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런 일이 아니라, 정말 사고를 당해서 다쳤다면 제가 제일 먼저 병문안을 갔을 겁니다.”
“피고인이 명백히 잘못한 일이기 때문에, 다소 과격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마는, 정이 떨어졌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꽤 그럴싸한 핑계였다.
“그렇다면 폭행 사건이 일어나기 약 한 달 정도 전에는, 증인은 피고인에게 정 떨어지는 일 없이 계속 막역한 사이셨겠군요.”
“그렇죠.”
“그런데, 어째서 증인은 피고인 모친상에는 참석하지 않았습니까?”
처음 신경호의 이름 석 자가 증인 기록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우리는 오상현과 신경호의 사이를 증명할 수 있는 많은 자료들을 열람했다.
특히, 사건 발생 한 달 전에 있었던 오상현의 모친상은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료였다.
“방명록에 이름이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부의금도 보내지 않으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으셨습니까?”
신경호는 시선을 굴리며 변명거리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곧잘 답을 하는 것을 보면, 임기응변이 꽤 나쁜 편은 아닌 것 같은데.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안타깝게도 부의금은 전달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장례식장에 가지 못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 그건……. 그때 바쁜 일이 있있습니다.”
“피고인의 모친상이 치러지던 지난 8월 5일, 증인은 같은 현장에서 근무하시는 김철용 씨와 퇴근 직후부터 새벽 2시까지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
“그리고 8월 6일, 증인은 쉬는 날이라 현장에 나오지 않으셨고요.”
“8월 6일에 장례식장에 가려고 했는데, 급한 일이 생겨서 가지 못한 겁니다.”
“그렇군요, 8월 7일, 증인은 출근하자마자 김철용 씨에게 어제 고향 친구분들과 낚시를 하러 가서 거대한 참돔을 잡았다며 사진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 급한 일이라는 게 낚시였던 모양이군요.”
이런 것을 두고 위증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확실한 건 그에게 ‘거짓말쟁이’ 프레임이 씌워졌다는 사실이다.
배심원들은 그런 신경호의 증언을 신빙성 있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증인이 피고인과 각별한 사이이긴 했는지 의문이 생기는군요.”
“…….”
“만일 증인이 일방적으로 피고인에게 각별한 느낌을 받은 거라면, 어쩔 수 없겠습니다마는……. 아무래도 피고인은 증인에게 범죄 계획을 털어놓을 만큼의 친밀함을 느끼지 못했을 듯합니다. 이상입니다.”
반대 신문이 끝나자, 신경호는 패잔병처럼 법정을 떠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오상현이 범죄를 계획했다는 점에 대한 확실한 반박은 되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강민재에게 손짓해 빔 프로젝트에 PPT 화면을 띄우게 했다.
“배심원 여러분. 화면을 보아 주시기 바람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앙케이트 조사 결과입니다. 직장인의 85%는, 직장 상사에게 살심을 느낀 적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배심원 중에서, 일부 개인 사업체를 가진 사람에 대해서 기피 신청을 해 두었다.
배심원의 과반 이상이 직장인이라는 뜻이다.
나는 화면을 뒤로 넘겼다.
“32세 김 모 씨. 직장 상사와 함께 인도를 걸을 때마다, 차도를 향해서 확 밀어 버릴까 진지하게 고민하곤 합니다. 25세 최 모 씨, 매일 아침 창문에서 화분 닦는데, 직장 상사가 출근하는 시간에 맞춰 머리 위로 화분을 떨어트려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28세 박 모 씨, 직장 상사를 죽이고 싶어서 청부 살인이 얼마 정도 드는지 알아본 적도 있습니다.”
몇 가지 사례들을 읽어 주었더니, 방청석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피고인이 신경호 증인에게 했던 말과 거의 비슷한 이야기들입니다. 정말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습니다만, 다행히도 조사에 응답해 준 직장인 중에서는 저 말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또한, 조사에 응답하면서 이것을 범죄 계획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나는 배심원 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만일 피고인이 한 이야기들이 정말로 범죄 계획이었다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85%는 전부 상해 및 살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어야 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냥 하는 소리라는 것을요. 스트레스 받으니까, 그렇게 말로라도 풀어 보려고 하는 겁니다.”
양한석에게도 묻고 싶다.
친한 지인들에게 황영찬을 한 대 치고 싶다는 얘기한 적 없냐고.
물론 양한석은 그런 적 없다고 할 테지만, 그의 머리 위에는 [거짓] 글자가 빛날 터였다.
“피고인 역시 마찬가집니다. 정말로 행동으로 옮기고 싶어서 한 말이 아닙니다. 그리고 고윤성 씨에게 느끼는 분노 역시, 일반적인 직장인이 상사에게 느끼는 분노와 비슷한 수준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상입니다.”
검사 측이 제시한 증거를 모두 살핀 다음에야, 피고인의 차례가 돌아왔다.
“피해자 고윤성 씨가 8주간 입원해 있던, 전 서울 우신 병원 VIP 병동 간호사인 한영선 씨를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법정 문이 열리고, 그 사이에서 긴장된 얼굴의 한영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서혜진이 한영선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그녀의 모든 움직임을 시선으로 좇았다.
“증인, 증인은 피해자 고윤성 씨가 입원했을 때 해당 병동의 간호사로 계셨습니다.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당시 고윤성 씨는 전치 8주의 진단을 받고 입원한 상태였는데요. 검찰이 제시한 고윤성 씨의 사진을 보니, 정말 끔찍하더군요. 증인이 기억하는 고윤성 씨의 모습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내 질문에, 한영선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검찰이 제시한 고윤성 씨의 사진이 끔찍했다고 하셨나요?”
“네. 골절은 물론이고, 온몸에 상처가 없는 곳이 없어서 제대로 운신하기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진에 얼굴까지 나와 있었나요?”
“증인, 지금은 증인이 대답하셔야 하는 상황입니다.”
“알고 있어요. 그런데 변호사님의 말씀이 너무 말도 안 되는 거라서요.”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고윤성은 입원 첫날부터 정말 멀쩡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