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158)
너희들은 변호됐다-158화(158/641)
[법원은 오늘, 고윤성 전 우신 물산 건설 부문 본부장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우신 물산 사원 오 씨를 다수의 수행원과 함께 특수 폭행한 데에 1년, 그리고 우신병원 간호사를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에 대해 3년, 그리고 강간 미수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마약 복용 사실로 인하여 1년, 총 5년의 징역이 선고된 것입니다. 하지만 고윤성은 반성하는 기색 없이 취재진에게 욕설을 퍼부어 충격을 주고있습니다.]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곧바로 화면은 법원의 모습으로 전환되었다.
[야, 이 XX새끼야. 야! 저거 안 말려? 엉? 저 X새끼 줌 땡겨서 지금 나 찍고 있잖아! 찍지 마, 이 XX놈아. 뒤지고 싶어, 이 X새끼야? 너 어디 방송국 새끼야? 어? XX새끼들이 주제도 모르고 XX 까불고 지람이야.]정확히는, 재판이 끝난 뒤 법정 구속되어 손이 묶인 채 닭장차로 들어가는 모습이.
누군가 자신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자, 그는 그를 향해 발길질하고 난동을 피우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다.
공무원들이 그런 고윤성을 제압하고 이송 차량으로 집어넣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화면에 드러났다.
만일 방송국에서 미친 척하고 심의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채, 그냥 욕설을 있는 대로 내보냈으면 더 재미있는 그림이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고윤성은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인지, 처음에는 보도를 쉬쉬하던 방송국과 신문사에서도 고윤성의 난동을 대서특필했다.
“하하, 하하하! 아, 배 아파. 아!”
그리고 강민재는, 며칠째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고윤성에 대한 온갖 조롱글을 읽고 있다.
[BEST! 강추 자료ㅋㅋ1 빠삐고 (빠삐코놈놈놈고윤성)
2 나 고윤성이다 (야인시대 사나이 눈물 고윤성ver.)
3 구속이라니 (고자라니 고윤성ver.)]
개중에는 온갖 유행하는 노래들과 욕설이 난무하는 고윤성의 패악질 음성을 리믹스해서 음원화한 것들도 있었다.
강민재는 ‘빠삐고’와 ‘나 고윤성이다’를 자신의 모닝콜 알람으로 맞춰놓았다며 나에게 블루투스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나는 받지 않았는데, 오 사무장은 결국 받은 모양이다.
그는 심지어 자신의 벨소리를 ‘구속이라니’로 바꿔 놓았다.
사무실에 소음 공해가 심각했다.
“강 변. 인터넷 그만하고 오상현 씨하고 한영선 씨 민사 준비나 좀 하지.”
“다 하고 하는 겁니다. 와! 하하하, 이거 봐. 못 보던 짤이 생겼어요. 고윤성 손목에 감긴 포승줄에서 비둘기 나오는 마술이래. 핫하하하! 흑흑!”
우는 건지 웃는 건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는 그에게, 나는 더 이상 말을 걸 수 없었다.
뭐,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었다.
우리가 자작극으로 소장을 설득했다는 증언이 거짓임이 밝혀진 것이 겨우 어제의 일이 아니던가.
안타깝게도 정말로 그에게 거짓말을 하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는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무리 통장 내역을 전부 뽑아 대조하고, 그의 동선을 전부 파악해 보아도 그것은 알아내지 못하였다.
담당 검사는 수사를 좀 더 해 보겠다고 말했지만, 그리 기대되진 않는다.
적당히 윗선에서 흐지부지되겠지.
[속보]그때, 화면 하단에 속보라는 글자와 함께 파란색 글자 칸이 나타났다.
정말로 속보가 맞는지, 앵커들은 짧은 시간 시선을 주고받은 뒤 프롬프터를 곁눈질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속보입니다. 고윤성 전 우신 물산 아파트 건설 부문 본부장의 폭행 사건의 기소와 공판을 담당했던 양 모 검사가, 검찰의 내사 결과 증거를 은폐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아나운서의 힘 있는 목소리에, 오 사무장에게 ‘고윤성 짤’을 보여 주며 낄낄대던 강민재마저도 입을 다물었다.
그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내가 켜 둔 텔레비전을 향했다.
[고윤성의 특수 상해죄를 입증하는데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던 CCTV를 포함하여, 현장에서 고윤성의 모습이 담긴 CCTV 일체를 폐기한 것입니다.]그들이 말하는 양 모 검사는, 당연히 양한석일 것이다.
명백한 꼬리 자르기다.
[결국, 양 모 검사는 고윤성의 환심을 사기 위해 증거를 은폐했다고 자백했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인 증거를 소지하고 있었던 증인에게 괴한을 보낸 것 역시 자신이라고 털어놓아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정재계 인사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직업 윤리에 반하는 일을 자행했다는 것은 용서받을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본격적으로 양 모 검사를 구속하고, 여죄가 없는지 규명할 방침이라고 전했습니다.]우신 그룹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고, 양한석이 저지른 범죄를 설명하는 것도 능력은 능력이다.
같은 문단에 우신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양한석에게만 몰려야 하는 분노가 우신에게 양분되기 때문일것이다.
나는 등받이에 몸을 깊이 기대며 한숨을 쉬었다.
양한석에게는 그리 호감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 역시도 이전 삶에서 황영찬에게 버림받았고, 그때의 분노로 지금까지 복수를 하겠다며 이러고 있는 마당이 아닌가.
동병상련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양한석이 결국 시인했다는 것으로 보아, 우신과 황영찬이 섭섭잖은 대가를 치른 것 같기는 하다.
지금 당장은 검사 옷을 벗어야겠지만, 다른 방법으로 도와주겠다든지.
나라면 당연히 거절했겠지만, 양한석은 그 제안이 한 줄기 빛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양한석은 결국 오상현을 가해자로 모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당연히 황영찬에게는 아웃당한 상황이었을 터.
그렇게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을 그에게, 독박을 써 주면 너를 우리 집단에 넣어 주겠다는 제안을 해 왔다면…….
외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긴 하지만.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거 웃기네요.”
속보 보도를 마친 뉴스가 다시 준비되었던 소식으로 넘어가자, 강민재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차피 이 정도 가지고 양한석이 우신 사주 받고 한 일이라는 거 밝히는 건 좀 어려운 일이었어. 난 양한석이 뒤집어쓴 것도 신기한데.”
“……그건 그래요.”
“원래대로라면 그냥 실수였다, 몰랐다, 입 다물고 쉬쉬했을 텐데. 그놈들은 원래 비리의 온상이라는 비난보단 무능하다는 비난이 낫다고 생각하니까.”
고윤성을 살리기 위한 방법이었을까.
우신 일가에서는 사적인 논란으로 징역을 살게 된 최초의 문제아지만, 고윤성은 고상준의 금지옥엽 막내아들이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이미지인데, 검찰을 매수했다는 소문이 기정사실화 되었으니 마음이 아팠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자신의 아들 대신 양한석에게 돌을 던지라며 기요틴에 대타를 세운 것은 아닐까.
‘뭐가 됐든 쓰레기인 건 매한가지네.’
나 역시도 검찰 쪽에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것보다는, 책임자 한 사람을 내세워 꼬리를 자르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가장 좋은 것은 발본색원하는 것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꽃 노래에 불과하다.
언젠가는 우신 일가를 전부 감옥에 처넣겠다고 이를 갈았던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게 현실이다.
가담자를 한 명이라도 잡으면, 어느 정도는 본보기가 되는 법이다.
그렇게 한 명, 두 명, 쌓이다 보면 점점 책임지고 옷 벗을 사람은 얼마 남지 않을 터.
언젠가는 꼬리가 아닌 머리를 취할 날이 오겠지.
* * *
“아버지는요. 언제 깨어나십니까?”
고윤수는 링거에서 똑, 똑 떨어지는 물방울을 주시하며 말했다.
침실에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눈에는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의 곁에 서 있던 의사는, 나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충격 때문에 잠깐 쓰러지신 것이고, 곧 일어나실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장님.”
“어떻게 걱정을 안 합니까. 아버지가 윤성이 적정을 얼마나 많이 하셨는데요. 하……. 윤성이 그놈도, 그냥 얌전히 차에 탈 것이지 왜 그런 난리를 피워서.”
고윤수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얌전히 반성하는 척하고 있으면 곧 꺼내 주겠다는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닭장차에 타기 전에 기자들에게 패악을 부렸다.
몇몇만 아는 동영상이라면 차라리 지워 버렸을 텐데, 온갖 사이트에 이상한 형태로 돌아다니기 시작하니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 검사 일은 잘 마무리 지어지겠습니까? 그때 만나셨을 땐, CCTV가 나오더라도 증거 채택을 받지 못 하게 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면서요.”
고윤수는 침대 너머 간병인 의자에 앉아 있는 변호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일반 법정이었다면 어떻게든 그렇게 우길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국민 참여 재판이 된 이상, 그게 어려워졌을 뿐이죠.”
“한심하기 짝이 없군요. 그 검사라는 놈도.”
“이번엔 정말 문제없을 겁니다. 혼자 독박 쓰는 걸로 마무리 지어질 테고요. 만일 그 검사가 헛소리를 한다고 해도, 이번에는 우신의 우자도 입 밖에 못 낼 겁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고윤수는 착잡한 얼굴로 아버지의 침구를 정리해 주었다.
고혈압이 있기는 해도 정정하던 양반이, 그렇게도 싸고 도시던 막내아들 징역 살게 되었다니까 맥없이 쓰러져 버렸다.
“윤수야.”
그때, 눈을 감고 있던 고상준이 천천히 눈을 떴다.
“아버지, 정신이 드세요?”
“그래, 윤성이 소식은 좀 들었냐.”
“예. 교도소장하고 아까 통화했습니다. 윤성이 잘 부탁해 뒀습니다.”
고상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고윤수와 변호사가 함께 그의 상체를 부축해 침대 헤드보드에 기대게 했다.
“……윤성이 죄인 만든 그놈 말이다.”
“누구 말씀이십니까? 건설 현장 소장이요?”
“아니.”
고상준은 마른 입술을 깨물며 고윤수를 바라보았다.
“그 변호사 말이야. 차, 뭐라고 했지?”
그러자, 곁에 있던 변호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차주한 변호사입니다.”
“그래. 그놈.”
“차주한 변호사에게 용건이 있으십니까, 회장님.”
“그놈도 돌 좀 맞아야지. 교수대에 올릴 수 있다면 더 좋고, 방법 좀 생각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