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161)
너희들은 변호됐다-161화(161/641)
검찰청 포토라인 앞에는 생각보다 많은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나 같은 조무래기 변호사의 별거 아닌 일을 마치 대단한 일인 양 만드느라 수고들이 많다.
너무 많아 수상헤 보이지는 않게, 하지만 내가 엄청난 범죄자인 것처럼 보이도록 적지는 않게.
이 밸런스 맞추기에 동원된 기자들은, 연방 시계를 바라보며 내 검찰 출석 예정 시간인 2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 진짜 많네요. 변호사님 혼자 가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차 안에서 검찰청 입구를 바라보고 있던 강민재가 걱정스레 말했다.
“못 갈 건 뭐야.”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자, 강민재는 작게 웃었다.
지금 검찰에 기소될 위기에 처한 사람은 나인더데, 그는 나보다 더 평정심을 잃은 상태였다.
나름대로 의연한 모습을 보여 주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안심이 되진 않는 모양이다.
“조사는 얼마나 걸리려나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까요?”
“아니, 기다리지 마. 오래 걸릴 것같아.”
사실 그들이 나를 불러서 할 말은 뻔했다.
나름대로 수집한 증거를 들이대며 인정하라는 소리밖에 더 하겠는가.
나에게 대단한 혐의점이 발견돼서 조사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조사를 위한 조사를 할 뿐인 그들에게 그럴싸한 레퍼토리는 없을 것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나를 최대한 오랫동안, 무의미하게 조사실에 가둬둘 거라는 사실이다.
“변호사님, 제가 변호인 자격으로 따라가겠습니다.”
강민재는 콘솔 박스에서 넥타이를 꺼내 자신의 목에 두르며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 가시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도움이 되진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같이 가는 게…….”
“내가 괜찮다고 한 거 잊었어?”
“변호사님. 저를 못 믿으시겠다면, 차라리 다른 변호사를 대동하세요. 저도 변호사님이 유능한 변호사라는거 알아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본인이 본인을 변호하는 건 효율이 좋지 않습니다. 그건 변호사님도 아시잖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어느 때보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관찰해야 하는 것이 변호사다.
이미 ‘나는 잘못 없다’는 편향된 사고를 가진 이상, 객관성은 놓고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이 사건을 맡길 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막내아들을 감옥에 보내게 된 고상준과 그와 마찬가지로 외동딸을 교도소에 보낸 고상경,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이라는 빛나는 이름에 연달아 패소라는 오점을 남긴 태광이 한꺼번에 나를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마당이다.
이런 때 누군가 나를 돕는다면, 그 사람에게도 불이익이 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 아닌가.
그것은 아무리 강민재라도 마찬가지다.
태광 윤원형마저도 그를 아낄 만큼 집안이 대단하다는 것은 대충 알겠지만, 그럼에도 고상준, 고상경 형제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얘기는 그만하자. 마음 안 바꿀 거니까.”
“……알겠습니다. 조사 끝나면 꼭 연락 주세요. 모시러 올 테니까요.”
“언제까지 그렇게 우중충한 얼굴할 거야, 강 변.”
“변호사님이 누명 쓰고 이렇게 고생하시는데 어떻게 마음이 편해지겠습니까. 그냥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걱정이라도 마음대로 하겠습니다.”
언제나 허허 웃으며 서글서글 넘기던 오 사무장 역시도, 세무 조사가 조세 범칙 조사로 전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한숨이 늘었다.
그런 오 사무장의 얼굴은, 이전 삶에서 내가 보복 수사를 사유로 특검에서 배제되었을 때를 떠올리게 했다.
나는 그들이 이런 걱정으로 감정을 갉아먹는 것을 원치 않는다.
“방법이 있을 것 같아.”
나는 안전 벨트를 풀며 말했다.
그러자 강민재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물었다.
“네? 정말요?”
“그래, 그러니까 너무 걱정 말고, 사무장님하고 같이 서류 준비 잘해줘.”
“정말 방법이 있으신 거죠?”
“그렇다니까.”
사실 없다.
여러 가지 돌파구를 생각하곤 있지만, 이거다 싶은 것은 전혀 없었다.
그래도 이런 말 한마디에 그들을 안심하게 할 수 있다면, 이 정도 거짓말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에게 내가 가진 능력이 없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다녀올게.”
더는 뭉그적거릴 시간이 없어서, 나는 강민재의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포토라인 쪽으로 걸어갔다.
검찰청 조사실에, 조사관이 아닌 입장으로 앉아 있는 것은 난생 처음이다.
이런 기분이었을까.
아직 오지 않은 검사를 기다리며, 어두운 방 안에 혼자 앉아 있는 것이.
맞은편에 보이는 거울은, 사실 거울이 아니라 바깥에서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창문이다.
책상 옆 삼각대 위에 놓인 캠코더에는 붉은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너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담아 둘 것이고, 네가 무의식적으로 보내는 사인마저도 전부 분석될 거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검찰에 오랫동안 몸을 담아 왔던 나도 어느 정도 부담을 느끼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어땠을까.
그리고 검사에게는, 그렇게 주눅든 상대를 다루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도 그랬던 검사 중 하나일 것이다.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모든 혐의자는 죄인으로 취급받지 아니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배치만으로 양쪽의 압도적인 권력의 차이가 느끼게 하는 이 방 안에서, 과연 그것이 가능한 것일까.
“많이 피곤하죠?”
약 15분 뒤, 검사가 조사실로 들어왔다.
김동수 검사.
이예진 검사와 연수원 동기라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그녀는 김동수가 그리 눈에 띄는 타입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높은 확률로 내년쯤 조범부 부부장이 될 거라고는 하지만, 그때쯤엔 그 기수 사람들은 전부 다 부부장을 달게 될 것이다.
딱히 그가 특출나다는 방증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맹점을 파고들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눈에 띄는 점이 없다는 것이 더욱 곤란하다.
차라리 그가 양한석 같은 타입이었다면 조금 더 다루기 쉬웠을 텐데.
어쨌든, 지금 당장 내가 세울 수 있는 전략은 하나뿐이다.
기소되지 않는 것.
재판까지 가게 되면 그사이에 소모될 이미지는 복구하기 힘든 수준이 될 것이다.
무죄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상당한 혐의점이 있으니 기소된 것이라는 논평들이 이어질 테니까.
그때 가장 신나게 펜을 글릴 사람은 다름 아닌 일중일보 주필이 아닐까 싶다.
“사람이 많이 왔더라고요. 검찰에 있을 때도 유명했다고 듣긴 했는데, 검찰 밖에서도 여러모로 유명해졌네요.”
검사는 재미있지도 않은 농담을 건네며 수사기록을 넘겼다.
“차주한 씨. 편하게 가시죠. 지금이라도 깔끔하게 인정하고, 추징금 내고, 벌금 내고 하면 징역까지는 가지 않을 겁니다.”
검사는 무테 안경 너머로 무감하게 수사기록을 읽어 내렸다,
“2008년, 경기 북부 그린 벨트 지역의 토지를 매입했고, 2010년 올해 초 그린 벨트가 해제된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 지역이 새로 개발될 신도시에 포함된다고 하더군요. 그 전까지는 쓰레기 땅이었던 그 지역이, 단숨에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되어 버렸죠. 그로 인해 차주한 씨가 본 시세 차익만 30억 원이 넘습니다.”
미래 지식을 이용했을 뿐이다.
저 인근의 땅이 개발된다는 소식이 들려 왔을 때, 전처가 저 땅을 샀어야 한다며 발을 동동 구르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나와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과거로 돌아가, 땅값이 폭등하기 전에 모조리 사들이는 상상을 하곤 하지 않는가.
나는 그것을 실현했을 뿐이다.
경기 북부 땅은 신도시 완공 후, 더욱 오를 곳이라 오래 묵혀 둘 생각으로 잊고 있었던 곳이다.
벌써 30억 원이나 되는 시세 차익이 생겼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몇 년만 더 시간이 흐르면 몇 배로 될 것이다.
고작 이 정도로 검찰에까지 들락날락해야 한다면, 조금 곤란하다.
내가 가장 주력하는 분야는 역시, 지금 이 시간에도 국정원이 열심히 채굴하고 있을 비트코인이다.
그때 내가 손에 넣을 자산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새발의 피가 아니던가.
“검찰에 있는 동안에는 온갖 대출 상환에 허덕이던 사람이, 검찰을 나가자마자 막대한 수임료를 벌어서 토지를 미친 듯이 매입하기 시작했어요. 수상하게 여기지 않을 사람이 있겠습니까?”
갑자기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뀐 것을 어쩌란 말인가.
자금이 많이 필요해졌고, 단순한 수임료 소득만으로는 필요를 전부 충당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재산을 조금 더 불리려 했을 뿐인데, 투기라니.
투자라는 좋은 말도 있을 텐데.
내가 불법적으로 입수한 정보로 매입한 것도 아닌데, 거참 억울하네.
“신도시 개발 결정이 난 것은 2010년이지만, 논의는 그 전부터 있었습니다. 미리 정보가 없었다면, 그 쓰레기 땅에 수십억을 꼬라박을 사람은 없습니다. 그건 차주한 씨가 가장 잘 알겠죠.”
“그럼 제가 관계자에게 정보를 미리 듣고 투자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겠군요.”
내 대답에, 김동수는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말이 좀 통하는 것 같군요.”
“그래서, 검찰에서 찾아낸 그 관계자가 누군지 궁금하군요. 저는 모르는 일이라. 그 관계자는 대체 저와 무슨 사이길래, 그런 젖과 꿀이 흐르는 정보를 넘긴 겁니까? 저하고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다고 합니까. 저와 동창입니까? 아니면 친인척?”
내 물음에 김동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직 그 관계자까지 스탠바이 시키지는 못한 듯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바꿨다.
“부인하시겠다는 말씀이군요, 잘 알겠습니다. 그럼, 조세 포탈 혐의에 대해서도 마찬가진가요?”
“조세 포탈에 관해서는 인정하고 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 제 모든 수입은 세무법인에서 맡아서 처리하고 있고, 저는 조금의 편법도 쓰지 않고 성실하게 납세해 왔습니다. 심지어는 세무법인에서 법인을 만드는게 낫다고 여러 번 권했지만, 법인 자금을 제 개인적으로 융통하면 또 어떤 편법을 써야 할지 모르니 그마저도 하지 않았고요.”
전부 사실이다.
나는 조금 바보 같을 정도로 개인사업자 자격을 고수하며 막대한 세금을 내고 있었다.
훗날을 위해 허점 하나라도 만들지 않으려 하는 것은 내 오랜 습관이다.
“아, 아직 소식이 들어가지 않은 모양이군요. 차주한 씨의 세무를 담당하고 있는 세무법인에서 오늘 아침, 이중장부를 만들었다고 시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