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170)
너희들은 변호됐다-170화(170/641)
아폴론. 본명 조봉준.
아폴론은 모 대형 주식 사이트에 가끔 출몰할 때 사용하는 이름이다.
가끔 그가 푸는 지식으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그를 태양이라고 칭송한 데서 유래한 별명이기도 하다.
이전 삶에선 나와 아무런 연관이 없었고, 가끔 최종현으로부터 주식 단타 치다 대박 난 지인이 있다는 말만 전해 들었다.
그가 그렇게 언급을 많이 했던 것도 아니라, 나는 그의 존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
실체를 직접 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나보다는 나이가 많고, 최종현보다는 동생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서로 말을 놓고 형, 동생하며 지내는 듯했다.
“……흐음, 차 변호사님. 지금 명화제약이 굉장히 핫한 건 아시죠?”
“네.”
“그 명화제약이, 우신 계열사라는 것도 아시겠고?”
“압니다.”
“그런데 그런 명화제약에서 내놓은 야심작 안트로졸 알파에 문제가 있다?”
“그렇습니다.”
최종현은 부엌에서 그릇을 뒤적이다, 문득 거실에 앉은 우리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뭐가 그렇게 못 미더운데!”
“아, 형은 가만있어 봐요. 차 변호사님, 그게 어디서 나온 소스인데요? 안트로졸은 미국 FDA 3상까지 승인 난 약인데?”
“그건 안트로졸이고요. 안트로졸 알파는 이제 한국에서 막 허가 난약품입니다. 미 FDA는 통과되지 않았고요.”
“안트로졸 알파는 안트로졸 업그레이드 버전이잖아요? 성분이 그렇게 달라지진 않았다고 들었는데?”
나 는 대답 대신 그에게 서류 한 묶음을 내놓았다.
안트로졸 알파의 성분 정보를 분석한 결과였다.
그가 보기 편하도록 미리 달라진 성분들에 하이라이트 표시까지 해두었다.
조봉준은 진득하게 앉아 서류를 한 장씩 꼼꼼하게 넘겨 보았다.
그러다, 그는 문득 중간 즈음에서 페이지를 넘기던 손을 멈췄다.
“아필라타일렌과 로페타민이 만나면 심혈관계 질환 가능성을 높인다?”
“아필라타일렌과 로페타민을 함께 개월 이상 복용하면 심장 질환과 뇌졸중 발생 위험이 3배 이상 올라갑니다. 하지만 앞에 나와 있는 것처럼, 안트로졸 알파는 장기적으로 맞는 주사제입니다.”
“그런데 명화제약은 왜 안트로졸 알파에 그 성분을 둘 다 넣은 겁니까?”
조봉준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야, 관절염이라는 질환 하나만 놓고 보면 확실히 괄목할 만한 효과가 나타나니까요.”
“하지만 심장 질환과 뇌졸중 발생 위험이 3배씩이나 증가한다면서요. 여기 보니까 많이, 그리고 오래 복용할수록 그 위험이 증가한다고도 나와 있는데. 대놓고 저항 받을 짓을 명화제약이 왜 하냔 말입니다, 내 말은.”
조봉준은 여전히 납득하기 어려운 눈치였다.
그럴 만하다.
처음 안트로졸이 문제가 되었을 때, 사람들은 명화제약이 바보도 아니고 모회사인 우신에 악영향이 미칠 일을 할 리가 없지 않냐며 반신반의했다.
“맞습니다. 하지만 그 두 성분이 같이 든 약은 전 세계에서 여태 시판된 적이 없었습니다.”
“비교군이 없었단 얘깁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 두 성분은 따로따로 놓고 봤을 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임상에서 걸리는 게 없었다면, 성분만 놓고 봤을 땐 허가 받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 약이라면 당연히 임상에서 뭐가 나왔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명화제약이 식약청에서 요구한 3상을 진행하는 동안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는 제가 확정적으로 말할 순 없죠. 하지만 지금 보고 계신 그 자료가 입증하고 있지 않습니까.”
조봉준은 까슬까슬한 수염 자국을 문지르며 침음했다.
“차 변호사님 말이 맞다고 가정하고. 그럼 지금 보니까 그 두 성분이 만났을 때 일으키는 작용이 국내에는 그렇게 크게 소개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러니까 지금 안트로졸 알파 허가 났다고 보도 자료 나오고 생산 라인 준비 중이네 마네 하는 상황에도 조용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쪽 전문가도 아닌 차 변 호사님은 이걸 어떻게 알고 지금 나한테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겁니까? 의학계에서도 문제 삼지 않았고, 별 얘기가 없는데.”
의심이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피곤하긴 하지만, 그리 짜증 나는 일만은 아니다.
꼼꼼하게 따져 보는 사람은, 그럴싸한 말이라면 아무거나 덥석 믿어버리는 사람보다는 오히려 신뢰할 수 있다.
“제가 지금 드린 자료는 독일의 연구진이 의학지에 발표한 연구 자료를 번역한 겁니다. 애석하지만, 한국에는 아직 두 성분이 만났을 때의 문제점을 지적한 논문이 없어서.”
조봉준은 종이를 넘겨 보다가, 마지막 장에 나와 있는 연구진 목록과 연구를 진행한 기관명을 확인했다.
그리고 최종현의 노트북으로 한참동안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발전한 시대에, 어떻게 이런 약이 승인이 난다는 건지 나는 잘 이해가 안 가네.”
그는 검색하는 내내 중얼거리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50년 전까지만 해도 인류는 라듐을 암 치료제로 썼습니다. 라듐이든 화장품을 바르기도 하고, 라듐을 넣은 치약으로 이를 닦기도 했죠, 기관지 건강에 좋다며 담배를 권장하기도 했고요. 프로이트는 우울증에 효과가 있다며 코카인을 권했고, 기침 시럽에 클로로포름을 넣어 팔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산업 혁명이 지나고 인류의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한 시기죠. 그때 사람들 중 대다수는, 이미 충분히 발전한 시대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무슨 뜻입니까?”
조봉준은 노트북에서 시선을 떼며 나에게 시선을 맞췄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하나둘씩 라듐 성분들이 인체에 몹시 해롭다는 결론을 도출하게 되었겠죠. 맨 처음 사람들은 믿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 조봉준 씨처럼 말입니다.”
“…….”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연구 결과가 인정되면서 사람들도 납득하게 되었겠죠, 그때 라듐이 든 치약을 팔던 회사 중에, 우신만큼의 신뢰를 얻은 회사가 없었을까요? 코카콜라도 초기에는 코카인이 함유된 콜라를 팔았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우신 계열사씩이나 되는 명화제약이 그럴 리가 없다고 한 말 때문에 지금 그런 얘기를 하는 겁니까? 지금은 사람들이 몰라서 안트로졸 알파가 허가 난 거지만, 앞으로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오면 알려질 거라고?”
“맞습니다.”
“그럼, 차 변호사님은 우신이 그 두 성분이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걸 몰랐고, 그걸 식약청도 몰라서 이게 승인이 났다는 겁니까?”
“그건 또 다른 이야기겠지.”
조용히 듣고 있던 최종현이 끼어들었다.
나는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그럼 명화제약과 식약청이 알면서 그랬다는 겁니까?”
“그렇게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말할 순 없겠지만, 솔직히 식약청은 몰라도 명화제약이 몰랐을 거란 생각은 안 드는데?”
이미 최종현과는 조봉준을 만나기 전에 이야기를 마친 상황이었다.
그는 이미 명화제약이 알면서 출시했을 거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다.
“약 하나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인지 알아? 기본 10년이야. 그리고 네가 보고 있는 그 연구 자료가 언제 발표 된 건지 봐. 무려 2007년 연구 자료야. 3년이나 지났다고. 근데, 그걸 모른다? 그럼 약을 씨발 휘뚜루마뚜루 만들었단 뜻이지. 개새끼들.”
최종현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
조봉준은 팔짱을 끼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정 의심된다면 이 연구 결과에 대해 한번 찾아보시죠. 제가 팩트만 가지고 얘기한 게 맞는지, 아닌지 스스로 확신을 가지셔야 다음 이야기가 진전될 것 같네요.”
어차피 오늘 만나자마자 그를 설득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최종현 역시도 내가 고윤성 사건을 해결할 때까지도 의심의 끈을 놓지 못하지 않았던가.
내가 바닥을 짚으며 일어나려 하자, 조봉준이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에헤이, 잠깐만. 변호사님 성격도 급하셔.”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샐샐 눈웃음을 쳤다.
다시 앉으라는 듯 손짓하기에, 나는 겉옷을 집어들던 손을 거두고 좌정했다.
“한 가지만 더 물을게요. 종현이 형하고 차 변호사님은 지금 명화제약이 그 두 성분이 인체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걸 알면서 팔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 같은데. 그럼 명화제약이 왜 그렇게까지 한다고 생각합니까?”
나는 안트로졸의 부작용으로 사망에 이른 사람을 가족으로 둔 경험이있다.
그렇기에 안트로졸이라는 약 하나 때문에 얼마나 많은 가정이 붕괴되고 시름에 잠겼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내가 우신에 복수하겠다는 마음을 품은 계기 역시 이 안트로졸이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역시 안트로졸이 판매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만, 최종 목표는 그보다 조금 더 확장된다.
“우신 그룹 고상준 아들 둘, 고윤호하고 고윤석 둘이 3년 전까지만 해도 피 터지게 싸운 건 아시죠?”
고상준이 우신 그룹을 장남인 고윤수에게 물려 줄 거란 건 거의 정해진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남은 아들들이었다.
막내인 고윤성은 아직 어리고, 망나니라 열외로 친다 해도 둘째와 셋째는 멀쩡하지 않은가.
그래서 고상준은 고윤호와 고윤석의 능력치를 가늠하기 위해 그 둘에게 계열사를 각각 맡겨 보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희한한 곳에서 발생한다.
두 아들이 서로 가치가 큰 회사를 맡겠다고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 큰 회사를 맡게 되는 쪽이 아버지의 신뢰를 더 많이 받는 거라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싸움은 꽤 오랜 시간 지속됐다.
두 아들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고상준이 일부러 싸움을 붙인 게 아니겠느냐는 말도 있었지만, 어쨌든 결국 상황은 3년 전에 마무리됐다.
“근데 그건 잘 끝났잖아요. 결국 고윤호가 가치가 더 큰 증권을 맡고, 고윤석이 카드 맡고. 고윤석이 결국 동생이니까 진 거 아니었습니까?”
팝콘을 튀기며 두 형제의 싸움을 구경하던 사람들은, 상황이 모두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윤석은 아무리 형이라고 해도 만만하게 져 줄 사람이 아니다.
“고상준이 그 싸움을 어떻게 끝냈다고 생각합니까?”
“글쎄요?”
“방법은 하납니다. 두 계열사의 시가 총액을 맞춰 주기로 약속하면, 그 난리를 피우던 고윤석도 얌전하게 만들 수 있죠.”
“그게 가능합니까?”
“3년 전, 그 방법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작업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고요.”
“……시가 총액을 맞춘다는 게, 잠깐.”
조봉준은 무언가 생각난 게 있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금산 카드!”
그가 꽥 소리 질렀다.
“금산 카드가 부채 비율이 높아서 여기저기서 계속 간만 보고 있지 않습니까? 금산 그룹은 5년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경영 정상화하려고 사옥도 매각하고 이것저것 다 팔면서 겨우 호흡기 붙이고 있는 실정이고. 하지만 금산 그룹이 카드사를 가장 먼저 매각할 거라는 소문은 3년 전부터 돌았고. 가만 있어 보자…….”
조봉준은 다시 노트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시가 총액을 조회해 보려는 듯했다.
“금산 카드를 우신 카드에서 인수하면 시가 총액이 맞춰지네요. 그럼 정말 우신이 금산 카드를 인수할 거란 얘깁니까? 이거 확실해요? 그럼 나 우신 카드 주식 사야겠는데?”
“맞습니다. 금산 카드를 인수하면서 누릴 효과는 어마어마합니다. 우신 카드의 한국 카드 점유율도 1위로 올라서게 되고, 그로 인한 주가 상승까지 생각하면 일석이조죠. 지금 다른 데서도 금산 카드 인수하고 싶어서 안달 아닙니까.”
“……그럴싸합니다. 근데, 그게 명화제약하고 무슨 상관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