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171)
너희들은 변호됐다-171화(171/641)
조봉준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물론 금산 카드를 인수하면 우신으로선 완전 대박이긴 하죠. 그건 다른 기업도 마찬가집니다. 지금 금산 카드 부채 비율이 장난 아니라서 다들 간만 보고 있잖습니까. 지금 우리나라 기업 중에 금산 카드 삼킬 만한 자금을 들고 있는 데가 어디 있습니까. 없잖아요.”
괜히 그가 아폴론은 아닌 듯하다.
나야 미래의 상황을 보고 왔으니 3년 전부터 시작된 큰 그림을 한꺼번에 조감할 수 있지만, 그는 아니지 않은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미래의 상황을 내 힌트만으로 유추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게다가 현재 기업들의 곳간 상황도 빠삭하게 알고 있고.
“그래서 안트로졸 알파가 나오는 겁니다.”
“비약 아닙니까? 약 하나 만드는 데 10년이 걸린다고 종현이 형이 직접 말했잖아요. 10년 전에 금산 카드가 매각될 걸 미리 알았다? 10년 전엔 금산 그룹 재계 4위까지 올라갔었어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조봉준은 아랫입술을 일그러트리며 연신 손을 저었다.
“명화제약은 기존 안트로졸 연구단계 때부터 그 두 성분을 넣으면 효과가 증대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부작용 때문에 그 두 성분을 안트로졸엔 쓰지 못했겠죠. 안트로졸 알파는 스탠바이 상태였을 겁니다.”
“흐음.”
“계산기 다 두드렸으니, 이젠 거리낄 게 없죠. 그래서 3년 전에 안트로졸 알파 개발에 들어간다고 언론플레이를 시작한 겁니다. 그리고 조봉준 씨가 말씀하신 것처럼, 이 시기는 금산 그룹이 카드사 매각 추진한다는 소문 돌기 시작한 시기랑 일치합니다.”
“그 사이에 다른 데서 금산 카드 잡아가면 어쩌려고 그런 수를 씁니까. 운이 좋아서 3년 동안 안 팔리고 있었지만, 운이 나빴다면 다른 데서 홀랑 채갔을 텐데.”
“우신 경제 연구소는 놉니까? 계산기 두드렸겠죠. 금산 계열사 중에 카드사는 그래도 시가 총액이 꽤 되는 곳 아닙니까. 금산 그룹이 이것저것 다 팔아도 카드는 어떻게든 가지고 있으려고 용쓴 건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금산 그룹이 3년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니까. 3년 내로 안트로졸 알파를 내서 자금 마련하려는 계획을 수립한 거겠죠.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다른 기업들 자금 사정도 나빴으니 걱정은 당연히 덜었을 거고.”
“흐으음.”
“이미 연구 결과는 다 나왔으니 곧바로 임상에 들어갈 수 있고. 1년에 1상씩 잡아서 3년, 더 오래 걸릴 것 같으면 식약청장하고 딜 봐서 당길 생각까지 했겠죠.”
“시기가 딱 떨어지는 게 수상하긴 하네요. 하지만 인수 자금 마련할 방법이 이것뿐이었을까요?”
“당장 우신 그룹이 3년이라는 단기간에 확정적으로 가치를 확 끌어 올릴 방법은 명화제약뿐이죠.”
“금산 카드 하나 인수하겠다고 그런 미친 짓을 한다는 게 참…….”
조봉준은 연신 ‘야, 이건…….’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고개를 꺾어댔다.
조용히 입을 다문 채로 어떠한 생각에 골몰해 있던 그는, 다시 허리를 세우며 입을 열었다.
“무엇보다 안트로졸 알파 대박 쳐서 주가가 폭등한다고 쳐도, 그게 금산 카드를 인수할 정도가 됩니까? 아, 잠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던 조봉준이 이마를 짚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혼자 중얼거리며 무언가를 헤아려보려는 듯 손가락을 접더니, 곧 번쩍 눈을 뜨며 소리쳤다.
“설마 유상 증자까지 보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만일 아무것도 없이 우신 카드가 유상 증자를 하겠다고 나서면, 악재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큽니다. 하지만 안트로졸로 대박을 친 명화제약이 사업 확장을 목적으로 걸면 투자자들이 그걸 악재로 받아들일 이유가 없잖습니까.”
이전 삶에서는, 우신 그룹이 결국 안트로졸로 대박을 치고 유상 증자를 성공시켜 금산 카드를 인수한다.
그리고 우신 카드가 업계 1위로 발돋움하면서, 또다시 우신 카드의 주식이 폭등한다.
부채 비율이 높은 금산 카드를 끌어안는 리스크 높은 결단은 그야말로 우신의 역사에 기록될 업적으로 남는다.
그 결과 우신은 자금을 잔뜩 확보함으로써 모든 기업이 힘든 시기를 보냈던 2010년, 홀로 호황을 누렸으니까.
“하, 이거 그림이 너무 커서 한눈에 잘 안 들어오는데…….”
조봉준은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멍한 얼굴로 말했다.
“그 정도면……. 미친 짓 할 만하네요. 아들들 싸움도 끝내고. 유상 증자에, 금산 카드 인수하고, 우신 카드 주가 올라간 걸로 자금 확보해서 부채까지 해결하고. 스노볼이 미친 듯이 굴러가네요.”
계속해서 감탄사를 내뱉던 조봉준은, 무릎을 탁 치며 소리쳤다.
“대충 알겠습니다. 마냥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도 알겠고. 그리고 상당히 가능성이 높은 추측이라는 것도 알겠어요.”
그는 갑자기 이상한 기운을 탐지한 기계처럼 나를 향해 홱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차 변호사님이 지금 나한테 이 얘기를 해 주는 이유가 뭡니까? 나랑 알던 사이도 아닌 차 변호사님이 뭐, 어디 가서 내가 명화제약 주식 사라는 소리 할까 봐, 내 명성 걱정해서 이렇게 긴긴 시간 들여 가며 직접 만나서 설명해 주는 건 아닐 거고.”
나는 최종현과 눈을 마주쳤다.
그는 고개를 진득하게 한 번 끄덕였다.
사설이 길었다.
지금부터가 본론이다.
“우린 이걸 다 엎을 겁니다.”
사뭇 진지하게 말했는데, 조봉준은 크게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최종현과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내말에 이상한 점이 있었는지 생각해보았다.
“엎는다고요? 무슨 수로?”
“안트로졸 알파가 망하면 고상준이가 세운 계획은 물 건너가는 거 아니겠냐.”
최종현이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조봉준은 팔짱을 끼며 고개를 기울였다.
“근데?”
“안트로졸 알파 성분이 개떡 같다는 걸 크게 터트리자는 거지.”
“아. 그러니까, 지금 두 사람은 명화제약 나가리시키고, 우신 그룹에 똥을 투척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던 거고. 나한테 거기에 가담하라는 소리를 존~나게 길게 한 거구나?”
“그렇지.”
나 역시 최종현을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조봉준은 벌떡 일어나 두 손으로 허리를 짚었다.
“씨발, 그 인터넷 방송인지 뭔지 그거 게스트 나오는 거 얘기하자고 해 놓고서 순진한 나를 이렇게 감으려고 해?”
그는 정색했다.
최종현은 무조건 조봉준이 우리와 함께 이 일을 할 거라고 장담했는데, 저 표정만 봐서는 잘 모르겠다.
“왜, 싫냐?”
최종현이 뻔뻔하게 그를 올려다보며 연기를 후 뱉었다.
그러자 조봉준이 실실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 나야 완전 재밌지.”
조봉준이 흐흐 웃음을 흘리며 다시 앉자, 최종현은 거 보라는 듯 그를 향해 삿대질했다.
“봐 봐요. 내가 뭐랬어, 봉준이 무조건 오케이라고 했잖아, 역시 봉준이다. 그럴 줄 알았다니까.”
“구체적인 계획은 있고? 뭐, 대충 두 사람이 나를 선택한 이유를 알 것 같긴 해. 나한테 이 바닥에 소문 좀 슬슬 내 보란 소리 아니야.”
“정확해. 일단 차 변이 너한테 보여 준 이 성분 분석표랑 독일 연구자료 가지고 기사부터 낼 거야. 그건 내가 알아서 할 거고. 그거 바탕으로 네가 작업 들어가면 되는 거지.”
“흠, 근데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 소문내는 건 어렵지 않은데, 이건 좀 큰손들한테도 소문이 나야 하지 않나? 그래야 주가가 훅훅 떨어지고 뉴스에 한 줄이라도 나오지. 나 혼자서는 좀 힘들어.”
“댓글 알바 같은 게 필요하단 말씀이십니까?”
“키야아아.”
조봉준은 다시 한번 무릎을 탁 치며 알 수 없는 제스처를 취했다.
손가락 총을 쏘아 대는 것을 보면 대충 내 말이 맞다는 뜻인 것 같다.
“전문가 있습니다. 그쪽으로는.”
“전문가?”
이번에는 최종현도 금시초문이라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마침 기자님한테도 소개해 드릴 사람이었는데, 잘됐네요. 내일 같이 만나러 가시죠. 조봉준 씨도 같이.”
“그냥 형이라고 해요. 정 없게 조봉준 씨가 뭐야. 차 변호사님이 나보다 두 살 어리니까 나도 말 놓고. 어때?”
“말 편하게 놓으십시오. 전 제가 편해지면 알아서 놓겠습니다.”
“……아, 진지한 스타일이구나. 형, 우리랑은 살짝 안 맞는다.”
그는 최종현을 향해 몸을 기울이며 수군거렸다.
“원래 저래. 하지만 잘 보여라. 우리 쩐주잖냐.”
“아, 그랬지. 손대는 주식마다 대박치고 부동산 시세 차익 30억 신화?”
“……어쨌든 내일 만나러 가시죠.”
* * *
“여기 단란주점 아니야?”
나를 따라 지하까지 내려온 두 사람은, 이상하다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잘 찾아온 거 맞아요? 이런 데는 장사하려면 아직 멀었을 텐데.”
“맞습니다. 지금 시간이 몇 시죠?”
“10시 50분.”
“그럼 자고 있을 수도 있겠는데요.”
“좀 있으면 점심시간인데 아직 잔다고? 대체 뭐 하는 사람이길래.”
미리 연락을 하고 올까 하다가, 도저히 그가 자는 시간을 알 수 없어서 전화를 걸지 않았다.
괜히 자는 걸 깨웠다가는 짜증을 받아 줘야 하기 때문이었다.
어떨 때는 새벽에 메일이 오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늦은 밤에 오기도 한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는 은둔형 외톨이 성향이 있어서 언제나 이곳에 있다는 점이다.
그를 만나고 싶으면 그냥 무작정 여기로 오면 된다.
“만나 보시면 압니다.”
나는 문을 쾅쾅 두드렸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우리가 너무 일찍 왔나 본데?”
최종현이 머쏙한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두드렸다.
그러다, 태식이 문을 발로 찼을 때 짜증스럽게 머리를 긁으며 나왔던 게 생각났다.
초인종이 없으니,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게 가장 좋겠지.
나는 발로 몇 번 문을 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소리가 저 끝까지 잠긴 남자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문을 열었다.
“하아아……. 신문 안 봐요. 정수기, 옥장판 안 사요. 예수님 이미 만났어요. 안 사요. 가세요.”
그는 눈도 뜨지 않은 채 마치 준비된 대사를 하듯 줄줄 말을 쏟아냈다.
그리고 다시 문을 닫으려 했다.
나는 잽싸게 문틈에 발을 끼워 넣었다.
“뭐야, 시벌.”
문이 닫히지 않자, 그는 신경질적으로 눈을 치뜨며 나를 노려보았다.
“……아잇, 앗, 앗, 변호사님?”
“들어가도 되지?”
“아니, 이 시간에 연락도 없이 갑자기 왜……. 아, 어쨌든 들어오세요. 좀 드럽긴 한데…….”
“원래 더럽잖아.”
“그렇긴 하죠. 근데 저 아저씨들은 누구시죠? 혹시 사복 경찰?”
그는 횡설수설 말하다, 내 뒤에 서 있는 두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아저씨들 역시 국정원을 조금은 경계하는 눈으로 훑어보고 있었다.
문이 열렸음에도 쉽사리 안으로 발을 들이지 못하기에, 일단 미뤄 왔던 소개부터 하기로 했다.
“이쪽은 국정원, 말씀드렸던 전문가입니다. 댓글 알바 쪽으로는 뭐, 업계 탑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