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176)
너희들은 변호됐다-176화(176/641)
“어디로 모실까요?”
“광화문역으로 가 주세요.”
조봉준이 출연하는 <뉴스나우>가 송출되는 시간에 일부러 택시를 잡아탔다.
뉴스나우에서 안트로졸 알파에 할당한 시간은 약 30분 남짓.
여러 가지 뉴스를 다루는 방송에서 송출 시간의 4분의 1이나 되는 시간을 할당해 준 것은 고맙게 생각하지만, 할 말이 많은 입장에서는 조금 아쉽긴 했다.
조봉준은 어제까지 공들여 써 주었던 대본을 들고 갔는데, 본래 말을 잘하는 양반이기도 하고 관종이니 떨지 않고 잘하리라 믿는다.
첫 차례라고 하니, 아마 10여 분이지나면 조봉준이 출연할 것이다.
[경영진, 추혜민의 뉴스나우.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아니나 다를까, 카오디오를 타고 익숙한 시그널이 흘러나왔다.
동 시간대 청취율 1위에 빛나는 방송이라 그런지, 역시 굳이 기사에게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MBS 라디오 방송국으로 채널이 맞춰져있었다.
[명화제약의 야심작인 관절염 치료제 안트로졸 알파가 최근 식약청의 허가를 받아, 생산라인을……]“기사님.”
“네?”
말없이 광화문을 향해 운전하던 기사가 내 목소리에 반응했다.
“저거 명화제약 안트로졸 알파 얘기 들어 보셨습니까?”
“아뇨, 처음 듣는데요.”
[……그런데, 심혈관계 질환 가능성을 높인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명화제약은 이에 해당 부작용을 억제하는 성분, 하이졸람이 포함되어 있어 문제가 없다는 답을 내놓은 상태입니다.]“관절염 치료제로 나온 약인데 심장 아프고 그러는 부작용이 있다는 거예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DJ의 이야기를 듣던 기사가 나에게 물었다.
“그런 모양입니다,.”
“저거 하이 어쩌고 저거 때문에 문제없다고 한 건 또 뭐야?”
“그러게요.”
[처음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은 모 매체의 의학 전문 기자가 기고한 기사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사를 통해 이슈를 접한 뒤 이에 대해 오랜 기간 동안 조사를 해 오고 있는 분이 계십니다. 주식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아마 들어 보셨을 만한 이름인데요. 아폴론, 조봉준 씨 모셨습니다.]힘찬 소갯말에 이어, 곧 조봉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녕하세요. 아폴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주식 투자 전문가 조봉준입니다.]다소 긴장된 듯한 목소리였지만, 다행히 떨지는 않았다.
그는 그간 인터넷에 우리가 숱하게 말해 온 정보들을 축약하기도 하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말재간이 좋은 편이라 중간중간 DJ들이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고, 말씀을 참 잘하신다며 방송인을 해 보시는 건 어떠냐는 멘트까지 할 정도였다.
나는 그를 사석에서만 봐 왔기 때문에, 공식적인 자리에서 어떻게 말하는지 알지 못했는데 이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느꼈다.
최종현과 함께할 인터넷 방송은 분명 잘될 것이다.
[-그러니까, 조봉준 씨 말씀은 명화제약이 두 성분 때문에 생길 부작용에 대해서도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인가요? 그리고, 하이졸람이 그러한 부작용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사실도 말입니다.-물론입니다. 만일 몰랐다면 이런 식의 태도를 취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현재 우신 그룹의 고질적인 문제는 자금난입니다. 얼마 전, 고상준 회장 아들인 고윤성 사건 다들 기억하실 거예요. 아주 인면수심의 사건이었는데.
-아, 직원 폭행 및 간호사 강간미수, 그리고 마약 복용까지 얽혔던 문제였죠.
-정말이지 총체적 난국이었죠. 그런데, 그 사건에 가려져서 조금 알려지지 않았던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우신 물산 건설 노동자에게 임금을 체불해 왔던 것인데요.
-네.
-그 역시 우신 그룹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수단 중 하나입니다. 사실, 이는 우신 그룹만의 문제는 아니긴 합니다. 요즘 전체적으로 모든 기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조봉준 씨는 명화제약 사건이 이와 관련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물론입니다. 이미 명화제약은 안트로졸로 상장해서, 이번 안트로졸 알파 허가까지 파죽지세를 보였습니다. 명화제약은 그리 역사가 오래된 회사가 아님에도, 지금 벌써 제약회사들 중에서 시가 총액이 높은 축에 들거든요.
-그래서요?
-안트로졸 알파를 출시하여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어필해서 유상 증자를 시도하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무성합니다. 물론 공공보건과 인류건강 증진에 이바지하는 제약회사는 참 많겠지만, 어쨌든 회사는 기본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 아닙니까? 명화제약은 후자에 더욱 가치를 두고 있는 집단이라고 봐야겠죠. 왜냐면,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 약을 지금 주먹구구식으로 문제없다고 덮고, 출시를 강행하려고 하니까요.]
물론 업계는 아니고 우리 세 명 사이에서 무성한 추측이지만, 넘어가기로 하고.
조봉준이 거침없이 쏟아 내는 말을 듣던 택시 기사가 혀를 쯧쯧 찼다.
“미친놈들. 자기들 돈 벌기 위해서라면 관절염 걸린 사람들은 죽어도 된단 소리야, 뭐야.”
택시 기사는 혼자 중얼거리다, 문득 내 존재를 의식했는지 헛기침했다.
“안 그렇습니까, 손님? 아니, 저 사람 말 대로 정말 그 연구를 한, 어? 그 기관이 허위 연구로, 엉? 적발이 됐으면 말이야. 그럼 당연히 자기들이 맡긴 연구에도 문제가 있을 거라 의심해 봐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렇죠.”
“그런데 이놈들이 말이야. 우리가 무식하고 못 배운 사람이라고 무시하면서 말이야. 그냥 이렇게 넘기면 넘어가지겠지 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지금! 우리 같이 나이 먹은 사람들은 미국 연구 기관이라고 하면 막연히 우리나라보다 좋은 거겠지 생각한단 말이에요.”
“그리고 관절염 환자는 대부분 기사님 연배의 중장년층에 많이 분포되어 있기도 하죠.”
“그러니까 말이야. 부모들이 힘들어하니까, 저런 약 보면 주사 한 방 맞는데 몇백만 원씩 든단 말이야. 자식새끼들한테 눈치 보이고 미안하지만, 그래도 내가 당장 죽겠으니까 미안하다, 미안하다, 하면서 주사 놔달라고 하는 그런 약인데. 그런 약에 그런 심각한 부작용이 있으면 되겠난 말이에요.”
기사가 흉을 보는 동안, 어느덧 뉴스 나우 역시 명화제약 화제를 끝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조봉준 씨, 오늘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명화제약 이슈를 보다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조봉준 씨의 발언은 저희 MBS와 상관없는, 조봉준 씨의 사견임을 밝혀둬야겠죠.-아유, 그럼요. 하지만 더욱더 심도 있는 조사를 진행해서, 사견이 아닌 진실로서 방송되길 바랄 뿐입 니다.
-하하. 앞으로도 더 조사를 진행하신다고 하셨는데, 혹시 생각해 두신 방향이 있으신가요?
-이 이슈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함께 조사를 진행해 온 기자님이 계십니다. 그분과 함께 방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 방송이라면 혹시 TV 방송국 쪽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 그건 아니고요. 하하. 제가 그 정도 경력이 되겠습니까, 어디. 오늘 뉴스나우에 나온 것도 정말 큰 영광인데요.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인터넷 방송 조그맣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하.]
좋아, 홍보까지 완벽했다.
[그럼, 광고 듣고 다음 코너로 넘어가 보겠습니다.]“여기 세워 주십시오.”
“아직 광화문역까지는 조금 남았는데요?”
“아, 이 근방이 약속 장소라서요.”
내가 일부러 이 시간에 택시를 탄 까닭은, 중장년층의 직접적인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인터넷에서 반응을 확인하는 건 최종현이 맡고 있는 데다, 그것은 인터넷 문화 향유층의 반응이니 내가 당장 알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물론 이 기사 한 명의 반응만 보았을 뿐이지만, 어쨌든 저 라디오 출연이 효과가 있었다는 것은 확실히 느꼈다.
나는 맞장구만 쳤을 뿐인데, 택시기사가 혼자 라디오에 송출되는 내용만 듣고도 이슈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고, 또한 분노했으니까.
뭐, 어디서 확인도 안 된 개소리를 하며 우신 그룹을 모함하느냐고 화를 낼 사람도 많겠지만 말이다.
* * *
[아폴론이다. (글쓴이 : 아폴론)주게놈들아, 잘 있었냐.
내가 <뉴스나우> 출연했을 때 주게 리젠 폭발했었다는 소식은 들었다ㅋ
거참 쑥스럽구만.
어쨌든, 나는 방구석 주식 투자자에서 이렇게 명화제약의 진실을 밝히는 투사로 전직하게 되었다.
그런 고로 홍보 하나 하고 갈게.
친한 기자하고 같이 명화제약에 대한 방송을 시작했다.
아래 링크고, 오늘 저녁 6시부터 시작한다.
많이들 와줘라ㅋ
참고로 채팅창은 지금도 열려 있다.
달풍선은 안 쏴줘도 되니까 부담갖지 말고.]
방송을 준비하면서, 서초동에 작은 사무실을 임대했다.
나름대로 책상도 깔끔한 것으로 사고, 방송 제목도 간판을 뽑아 달았다.
그럴싸한 마이크와 큐카드도 인쇄했다.
나는 ‘방구석 노동자’였던 최종현과 조봉준에게 면도를 하라고 말한 뒤, 아침부터 미용실로 밀어 넣었다.
머리를 다듬고, 눈썹을 정리하게 했다.
텔레비전 정규 방송처럼 각 잡고 할 생각은 없었고, 친근한 아저씨들의 수다 정도로 콘셉트를 잡긴 했지만 너무 지저분하면 신뢰도가 급감 하는 것이 사실이다.
“안녕하세요!”
“오, 김 감독! 어서 와.”
그리고 인터넷 방송에서 중요한 것은 역시 카메라맨 및 편집자가 아니겠는가.
X튜브는 물론이 고, X음팟, X빵닷컴, 어쨌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동영상 사이트에 방송 클립을 올리기로 했다.
그리고 동영상을 보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음원을 추출해서 X캐스트에도 올릴 계획이다.
그리고 그 편집자로 선택된 것은 다름 아닌,
“변호사님도 안녕하셨어요?”
“오랜만입니다, 김정우 씨.”
최종현의 후배, 김정우였다.
“방송 5분 남았네. 정우 왜 이렇게 늦었어?”
“죄송해요, 차가 밀려서. 하하.”
“지금 이 방에 들어온 사람 몇 명이나 돼?”
“한 600명 정도 되는데? 야, 진짜 많다.”
[폴론봉준 : 봉준이 언제 나오냐아폴론ㅉㅉ : 어떤 개소리 할지 궁금해서 들어와 봤다ㅋㅋ
내주식종잇장 : 봉준아 씨발럼아 명화제약 주식 돌려내 천만원 잃었다 씨발ㅠㅠㅠㅠ]
음, 역시 활발하군.
화력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지금 이 정도면, 6시부터는 조금 더 들어올 테니까.
“잠깐만. 나 전화 좀.”
방송 시간을 기다리며 휴대폰을 확인하던 조봉준이 잠시 카메라 바깥으로 나갔다.
최종현은 큐카드를 점검하고, 김정우는 카메라 연결을 점검했다.
“이제 6신데? 봉준이 빨리 들어오라고 해!”
[凸명화제약凸 : 방송 언제 시작함? 지금 6시 1분인데ㅡㅡ파송송계란탁 : 오늘 안에 방송하긴 하는 거임?
아폴론형님사랑합니다 : 닥치고 기다려 아폴론 형님 바쁘신가 보지]
6시 정각이 되자, 인원수가 급증하며 채팅이 마구 올라오기 시작했다.
“봉준이 빨리 오라고 해!”
“일단 기자님 먼저 방송 시작하시죠.”
“나 혼자?”
“첫 방송부터 시간 약속 안 지킬 순 없잖습니까.”
“오케이, 오케이. 흠흠.”
최종현이 헛기침하며 큐카드를 테이블에 탁탁 쳤다.
그리고 김정우의 신호와 동시에, 방송이 시작됐다.
[凸명화제약凸 : 저 사람이 봉준이임? 봉준이 생각보다 나이 많네]“안녕하세요. 조봉준 씨와 함께 방송을 진행할 최종현 기자입니다. 사실, 저희가 준비한 스타트는 이게 아닌데……. 조봉준 씨가 급한 전화가 왔다고 나갔거든요. 잠깐만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분노조절장애 : 아폴론씨발빨리기어오라고!!!!!!!!!!]최종현은 채팅창을 차분히 읽으며 워밍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갑자기 스튜디오 문이 열리며 조봉준이 쩌렁쩌렁 소리쳤다.
“와, 씨발! 형! 명화제약이 나 고소했대! 방금 등기 왔대! 하, 새끼들. 하하하!”
[모기퇴치 : 저거 조봉준 목소리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凸명화제약凸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폴론봉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 아무래도 방송 대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