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177)
너희들은 변호됐다-177화(177/641)
최종현과 김정우가 난감한 표정으로 스튜디오로 들어오는 조봉준을 바라보았다.
“어, 분위기 왜 이래?”
신나서 날뛰던 조봉준은 차츰 행동을 멈추며 최종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으니, 불안한 모양이었다.
“신나 하면 안 되는 거였어?”
“그게 아니고요, 봉준 씨.”
최종현이 가까스로 웃음을 유지하며 자신의 옆에 앉는 그를 마주 보았다.
“왜 이래 형. 왜 갑자기 존댓말이야.”
“지금 방송 중이야, 이 새끼야.”
최종현의 손가락은 무수한 ‘ㅋ’으로 도배되고 있는 채팅창을 향했다.
그는 얼이 빠진 얼굴로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조봉준이 고소당했다고 소리치기가 무섭게 시청자 수는 미친 속도로 늘어나, 어느덧 천 명을 넘어섰다.
[양철통 : 조봉준 놀랐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입에통닭 : 고소당했는데 왜 신난건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물주 : 봉준이 근데 생각보다 풍채 좋다 떡대가 꽤 있네
봉준이보러옴 : 아폴론 방구석 찐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만나면 말도 못 붙여보겠다 수염 남자다운거 봐라ㄷㄷ]
조봉준은 쉴 새 없이 올라가는 채팅을 다 읽지도 못하고 한참을 헤맸다.
그리고 그때, 김정우가 조용히 컴퓨터 앞으로 다가가 방 제목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생)방금 아폴론 명화제약한테 고소당함]김정우는 어떠냐는 듯 나를 돌아보았다.
좋은 선택이다.
처음 방 제목이었던 ‘명화제약의 실체를 밝힌다’보다 훨씬 눈에 띄고, 흥미를 끈다.
방 제목 처음 설정했던 게 최종현이었던 것 같은데, 인터넷 방송 문화 알아본다고 한 달 내내 인터넷 방송만 봤다더니 대체 뭘 공부한 건지 궁금해진다.
“채팅이 너무 빨리 올라가서 제대로 못 읽겠네. 여튼. 입단 우리가 쓴 대본대로 방송이 안 될 것 같네요. 그쵸?”
조봉준이 큐카드를 눈으로 울다가, 곧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일단 소개부터 다시 하시죠. 역사적인 첫 방송이니까.”
“그러시죠. 안녕하십니까. 다들 아시는 것 같지만, 저는 아폴론 조봉준입니다. 현재 직업은 투자자고요.”
[키잡진 : ㅋㅋㅋㅋ말이 좋아 투자자지 그냥 백수 아님?]“방금 채팅 백수 누구야? 쟤 채팅 금지 먹이자. 채팅 금지시켰어?”
조봉준이 김정우 쪽을 기웃거리며 묻자, 김정우는 얼른 하던 소개나 마저 하라는 듯 손짓했다.
“너 또 백수라고 하면 진짜 채팅 금지다. 흠흠. 기자님, 소개하시죠?”
“네. 저는 최종현 기자입니다. 사실 아까 소개 다 했는데, 새로 들어오신 분들이 많이 계시니까 다시 한번 말씀드릴게요. 지금 소속이요? 지금 소속은 없습니다. 하하.”
[키잡진 : 그럼 둘다 백수네ㅋㅋㅋㅋ]“쟤 채팅 금지 언제 먹여?”
채팅이 빠르게 올라가서 잘 읽지도 못하겠다던 조봉준은, 백수라는 말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잡아냈다.
조봉준이 억울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또다시 ‘ㅋ’을 연사하며 즐거워했다.
“아, 지금은 소속이 없지만 얼마 전까지는 일중일보 사회부에 있었습니다. 막 전문성 없는 사람이 나불댄다고 생각하시면 곤란하니까, 여기까지 말씀드릴게요.”
“나는 솔직히 별거 없지만, 최종현 기자는 사실 엘리트 중 엘리트죠, 검색해 보면 나올 테지만, 서울대 신방과 출신이거든요.”
“에이, 또 쑥스럽게 그런 말을.”
생각보다 두 사람은 방송을 잘 이끌어 나갔다.
오디오가 비지 않게 쉬지 않고 대화가 오가니, 시청자들도 이탈하지 않고 두 사람의 이야기에 실시간으로 반응했다.
[짬뽕밥 : 고소당한 얘기나 좀 해보셈]“아, 맞다. 고소. 사실 오늘 우리가 계획한 건, 명화제약에 사건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전반적으로 설명을 드리고 첫 방송을 마치는 거였는데. 고소장이 딱 알맞게 날아와 버려서, 참.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소녀시절인♡ : 명화제약이 지들 까는 방송 도와준 꼴ㅋㅋㅋㅋㅋㅋㅋㅋ]“맞습니다. 명화제약이 지금 우리 방송 도와주고 있어요. 하하. 고소당했다고 하니까 시청자 수 엄청 늘었네.”
“출석 요구서는 지금 저희 집으로 날아온 상황인데, 여기는 스튜디오거든요. 생각보다 저희 방송 본격적이죠? 그래서 지금 출석 요구서를 방송에서 보여 드리면 좋겠지만 그건 안 돼서. 일단 집에서 자다가 등기 받은 동생한테 사진 찍어서 메일로 보내 달라고 한 상탠데. 이거 화면에 띄울 수 있나?”
조봉준은 자신의 메일 계정을 쪽지에 써서 김정우에게 보여 주었다.
김정우가 컴퓨터로 메일에 접속해서 사진을 받는 동안, 조봉준이 말을 이었다.
“명화제약 측에서는 제가 허위 사실 유포해서 지들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소를 한 거고요.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걸었습니다. 제가 주게, 그러니까 주식 게시판에 올린 글들을 걸고 넘어진 것 같아요. 그리고 저번에 출연했던 뉴스나우도 있을 것 같고. 뭐, 이건 제가 출석을 해 봐야 알겠지만…….”
조봉준이 말하던 도중, 김정우가 화면에 받은 출석 요구서를 띄웠다.
개인 정보들은 대부분 까맣게 가려서 필요한 부분들만 확인할 수 있게 센스 있게 처리해 두었다.
“정보 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괄호 열고 명예 훼손 괄호 닫고. 사건에 관하여 문의할 일이 있으니 언제언제 어디로 출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적혀 있네요.”
[돈까스킬러 : 출석하고 와서 후기방송도 해 줌?ㅋㅋㅋㅋㅋㅋ]“후기 방송 당연히 할 거고요. 일단 저는 잘못한 게 없기 때문에.”
“아니지, 잘못한 게 있죠.”
최종현이 조봉준의 말을 끊고 나섰다.
“잘못한 거? 내가 뭘 잘못했는데?”
“사실을 유포해서 명예를 훼손시켰잖아.”
“아, 아, 그러네. 명예 훼손 시킨 건 맞네. 근데 지들이 그런 짓 해놓고 명예가 어디 있어? 그럼 처음부터 명예 잃을 짓을 하지 말든가. 그리고 난 공익 목적이어서, 엄밀히 말하면 명예 훼손도 해당되지 않지.”
“시청자분들도 아실진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법상 사실을 적시하든, 구라를 적시하든 명예 훼손에 해당하기만 하면 두 경우 다 고소할 수 있거든요. 근데 두 법률에 형량이 달라서, 그쪽에서도 처벌을 하려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을 해야 합니다.”
“사실 그래서 나는 고소당하는 거 좀 기다렸다? 흐흐.”
[해질녘 : ㅋㅋㅋㅋㅋㅋㅋㅋ도라이다봉준이의수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조봉준의 큰그림]
“아니, 도라이가 아니라. 봐 봐. 사실 이렇게 의혹이 제기됐으면 식약청에서 무슨 액션이 나와야 하거든요. 맞잖아. 그래, 뭐 식약청에 빠가사리만 있어서 처음에 명화제약에서 소명 자료랍시고 내놓은 그 미국 연구 기관 연구 결과 보고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쳐. 근데 지금 사람들이 그 미국 연구 기관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식약청이 가만히 있잖아.”
“그건 그렇지.”
“지금 어떻게 할지 지들끼리 머리 싸매고 회의 중이라고 쳐도, 벌써 그때로부터 시일이 얼마나 지났어? 근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가려야 할 기관이 가만히 있으니까, 방법이 없잖아?”
“근데 명화제약에서 조봉준 씨를 고소함으로써, 이제 수사 기관에서 조봉준이가 유포한 게 사실인지 아닌지를 가리게 되니까. 어디서든 사실 확인은 하게 될 거다 이 말이죠, 지금?”
“맞습니다. 출석 요구서에 적힌 날짜가 지금으로부터 한 5일 정도 뒤거든요. 일단 나도 변호사 선임하고, 필요한 자료들 우리 최종현 기자님하고 열심히 모아서 출석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저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주실 분이 계시다면, 메일 주소 적어 놓을 테니까 이쪽으로 연락 주세요.”
그리고 때맞춰, 김정우가 화면 상단에 조봉준의 이메일 주소를 띄워놓았다.
김정우를 감독 겸 편집자로 데려온 것은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원래 인터넷 방송을 즐겨 봤는지, 그때그때 순발력 있게 처리하고 있다.
6시에 시작한 방송은 10시까지 계속해서 이어졌다.
오늘을 위해 최종현이 열심히 준비한 자료들을 활용하여, 그들은 본래 계획했던 대로 명화제약 사건을 설명했다.
“명화제약 사건에 대해 잘 모르시던 분들도 이제는 잘 아시게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희는 매주 수요일마다 방송을 진행할 거고요. 그때그때 명화제약에 대한 새로운 이슈와, 제가 고소당한 게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런 것들을 계속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짬타이거 : 근데 봉준이 이 방송 때문에 고소당한 거에 나쁜 영향 가는 거 아님? 가중처벌된다든지]“걱정해 주시는 건 감사한데요, 제가 또 유능한 변호사님한테 자문을 구하면서 진행하고 있으니까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그렇습니다. 일단, 음. 지금 시간이 벌써 10시가 넘어가고 있네요. 이만 방송 끌까요?”
“그럽시다. 전문용어로 방종이라고 하죠. 이만 방종할게요. 다음 주 수요일 6시에 만나요. 오늘 첫 방송 많이들 보러 와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그럼 안녕!”
[백수킹 : 아 더해줘ㅠㅠㅠ가지마ㅠㅠㅠㅠㅠㅠㅠ냄비받침 : 미친 내가 아저씨들 둘이 앉아서 웃고 떠드는 방송을 4시간이나 봤다고? 소름돋네 진짜;
이소룡추리닝 : 재밌는데 더해주셈ㅠㅠㅠㅠㅠㅠㅠ]
김정우는 최종현의 눈짓을 받고 방송을 종료했다.
카메라를 끈 뒤, 신나게 떠들던 두 사람은 곧바로 테이블 위로 엎어졌다.
“아, 힘들다.”
“이거 생각보다 보통 일이 아니네.”
나는 냉장고에서 생수 두 병을 꺼내 그들 앞에 내려놓았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두 사람은 입이 마르도록 떠들었다.
중간중간 명화제약의 행태에 흥분해서 얼굴을 붉히고 열변을 토하기까지 했고, 채팅 보랴 큐카드 보랴,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반응은 좀 어때?”
“반응 좋습니다. 게다가 조봉준 씨 고소당한 건 이미 6시 반에 인터넷 기사로 나왔습니다.”
“6시 반에? 아따, 빠르다.”
아마 조봉준의 방송을 주시하고 있다가, 출석 요구서를 인증하기가 무섭게 기사로 낸 것 같았다.
그 이후, 우후죽순 조봉준이 명화제약에 고소당했다는 내용의 글들이 곳곳의 커뮤니티에 퍼졌다.
심지어는, 단순히 고소당한 사실뿐만이 아니라 조봉준과 최종현이 함께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다는 내용의 기사도 더러 있었다.
화제성으로는 이만하면 성공이다.
시청자 수도 방송 피크 시간이었던 8시 무렵에는 2천 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방송 플랫폼 화제의 루키에 선정됐어요. 벌써 방송국 추천도 천 개나 박혔는데요?”
“화제의 루키? 그게 뭔데?”
“신인 BJ들 띄워 주는 그런 건데요. 방송 시간이 50시간 미만인 BJ가 시청자 수를 100명 이상 확보하면 띄워 줘요. 그럼 사이트 메인에 뜨고요.”
김정우가 노트북 화면을 그들을 향해 돌려 주며 말했다.
“와, 그런 게 있어? 기준이 100명 이상이면, 우린 2천 명이었으니까 진짜 성공한 거네.”
“완전 대박이죠. 그리고 이런 시사 관련 채널은 원래 이쪽에서 인기가 없거든요. 다들 게임 방송이나 소통 방송이 주력이라서.”
“좋았아 근데 정우 씨, 인터넷 방송 많이 봤나 봐? 잘 아네.”
“저 많이 봤죠. 게임 좋아하거든요. 일단, 오늘 방송한 거 다시 보면서 중요한 부분들 클립으로 딸 게요. 그리고 변호사님이 말씀하신 플랫폼 외에도, 여기저기 동영상 사이트들 많거든요. 거기에도 뿌리겠습니다.”
“카, 완전 든든하다. 정우 씨.”
“맞아. 정우 덕분에 원활하게 진행 되겠는데?”
최종현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하자, 김정우가 작게 미소지었다.
“제가 선배님한테 도움 드릴 수 있어서 정말 기삐요.”
이따금 최종현에게 김정우의 근황을 묻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 보는 것은 그 일 이후로 처음이었다.
이제 졸피템을 끊고, 조금 더 성분이 괜찮은 수면 유도제로 바꿨다고 듣기는 했다.
이제 일중일보에서도 나왔고, 다시 최종현과 의기투합하게 되었으니 더욱 호전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 우리도 법적 대응을 어떻게 할지 회의해야죠.”
“해야죠. 아니, 고소장은 하필이면 날아와도 방송 직전에 날아와 버리냐.”
“그래도 화제성도 챙겼고, 두 분도 준비된 거 없던 상황에서 말씀 잘하시던데요. 일단 오늘은 피곤하실 테니, 내일 본격적으로 회의하는 걸로 하죠.”
“좋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퇴근들 하시죠.”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 같고, 시간도 늦었으니 오늘은 파하는 게 좋겠다.
“차 변, 어디 가요?”
“……어디 가냐니요? 집에 갑니다.”
“무슨 그런 서운한 소리를 해.”
조봉준이 갑자기 내 어깨를 덥석 잡았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역사적인 첫 방송을 했는데, 회식해야지. 국정원한테도 연락해 놨어. 회식하러 가자!”
“저는 됐습니다.”
난 집에 가서 따뜻한 물 받아놓고 목욕하고 싶은데.
“오늘 차 변이 쏜다!”
스튜디오 마련을 포함한 방송에 필요한 온갖 제반 비용, 최종현과 조봉준이 지낼 오피스텔 임대료까지 전부 부담한 내가, 대체 왜 회식까지 내야 하는 걸까.
“쩐주가 쏜다!”
……내가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