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203)
너희들은 변호됐다-203화(203/641)
“검찰이 끼어들기 전까지는 우리가 이것저것 최초로 터트리고 재미있었는데, 요즘에는 뭔가 할 게 없는 기분이야.”
조봉준이 침울한 목소리로 밀했다.
명화제약 사건을 수사기관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하자, 확실히 시청자 수는 줄어들었다.
처음 유입된 시청자들의 대다수는 명화제약 주식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들어온 사람들이었고, 그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상태가 아닌가.
당연한 일이다.
명화제약 주식은 현재 휴짓조각이 되었고, 그들은 원하는 정보를 얻게 되었으니까.
그럼에도 조봉준과 최종현의 입담으로 사로잡은 시청자들은 아직 많았다.
“국가 기관이 나서야 할 때라고 그렇게 주장했으니, 국가 기관이 이제 지 할 일 하는데 우리가 나대는 것도 좀…… 우리가 한 말에 안 맞고.”
“그래도 나라 새끼들 일을 똑바로 안하니까 중간중간 우리가 씹어댈 거리는 있을걸.”
“그건 그렇자 근데 그건 문제점이 언제 발견될지 알 수 없는 거니까, 다른 콘텐츠가 필요하긴 해.”
“시청자들한테 한 번 서베이 같은 걸 해 볼까? 우리가 어떤 콘텐츠 해 줬으면 좋겠냐고?”
“우리 색깔을 살려야자 어차피 우리는 처음부터 이런 거 파헤치는 걸로 시작했으니까, 또 파헤칠 거 찾아야지.”
“형 우신 전문가잖아 우신 뭐 또 없어?”
“할 거야 많지. 근데 아직 증거들이 준비가 안 됐어. 한창 조사하다가 명화제약 사건 하느라 중단해서.”
“그럼 그거라도 얼른 시작하자.”
“아, 시간이 없잖아. 사이트 개발 신경 쓰랴, 명화제약 건도 어쨌든 사건 전개되는 건 브리핑해 줘야 하니까 계속 지켜보면서 어떻게 되어가나 신경써야 하고”
“그건 내가 체크하면 되잖아. 하, 이제 좀 여기에 올인해 보려고 하는데 왜 이렇게 아다리가 안 맞냐.”
조봉준은 이번 사건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방송과 최종현이 만들 인터넷 언론 일에 몰두하겠다며 본가에 있던 짐을 모두 오피스텔로 가져왔다.
그것은 최종현도 마찬가지였다.
아예 두 사람은 함께 그곳에서 살며 함께 콘텐츠를 꾸리기로 작정했다며, 지내던 집을 처분했다.
“언론사 만들 준비 하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아니, 국정원, 이 자식이 사이트 개발 늦장 부리잖아.”
“그건 형이 기능을 너무 많이 추가해 달라고 하니까 오래 걸리는 거야. 그리고 사이트 관리하는 것도 계속 비용 들던데, 기능 추가하면 돈 더 든다니까? 우리도 언제까지 차 변한테 빌붙을 수는 없는데.”
조봉준이 나를 의식하며 말했다.
지금 두 사람이 지내는 오피스텔 월세는 두 사람이 해결하겠다고 한 상황이라, 나는 지출이 줄었다.
그러니 개발비 외에 유지비가 든다고 해도 괜찮은데.
“그건 상관없습니다.”
“에이, 그래도 그건 아니죠.”
“어차피 사아트 개발 끝나고 광고 붙이면 유지비는 충당된다니까?”
“아, 그러니까 사이트에 얼른 광고 붙이려면 사이트 개발을 끝내야 하는데, 형이 너무 바라는 게 많잖아!”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 보자고 욕심내는 게 그렇게 잘못이나?”
그 말을 시작으로, 최종현과 조봉준이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함께 하기로 한 이후부터 서로 머릿속에 그리는 그림이 조금 달라서, 두 사람은 자주 싸워댔다.
그중에서, 최종현이 사이트 구축 과정에서 바라는 게 많은 것이 두 사람의 가장 큰 다툼 주제였다.
그들은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할 때면, 늘 나에게 전화해서 누구 말이 더 맞는 것 같냐며 묻곤 했다.
그러면 나는, 황희 정승처럼 두 사람의 말이 모두 맞다고 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내가 어느 정도 출자하는 것은 사실이니, 내가 편을 들어 주는 쪽이 승기를 쥘 것 같아서였다.
실제로 나는 두 사람의 의견이 모두 일리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역시, 이것이 동업의 비애다.
혼자 개업하길 잘했다.
“그만들 하시고, 방송하실 콘텐츠가 없는 게 문제라면 제가 하나 드릴 수 있습니다.”
“엉? 정말?”
언성을 높여 대는 가운데, 정말로 유혈사태라도 일어날 것 같아서 중간에 끼어들었다.
두 사람은 예상대로, 싸움을 멈추고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뭔데?”
내가 알고 있는 미래 지식이 어디까지 소용 있는지 아직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확실한 건, 변하지 않는 사건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사건의 시작이 2008년이나 그 이전이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사례나, 혹은 내가 바꾼 것으로 인해 영향을 받지 않는 영역에 있는 문제 같은 것.
지금 내가 그들에게 전하려는 것은 전자의 경우다.
어차피 처음부터 내가 가진 미래 지식은 고작 10년짜리였다.
언젠가 이 현실이 내가 살았던 미래, 즉 2018년을 따라잡게 되면 결국 치트키 없이 살아야 한다는 것은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
그러니 나는, 그날이 도래하기 전에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일단 제 쪽 상황 정리되면 같이 할 생각이었는데, 정 할 게 없다고 하시니 미리 하고 계시면 되겠네요 일단 말씀드리자면…….”
“드리자면?”
* * *
“강 변, 오늘 퇴근하고 뭐 해?”
“오늘요? 오늘 회식이에요?”
지루한 얼굴로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강민재는, 갑자기 생기가 도는 얼굴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일반적으로 회사원들은 회식에 어떻게든 빠지려고 하지 않던가?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런데 회식에 목마른 듯한 강민재는 참, 특이하다고 해야 하나.
“회식은 아니고 저녁이나 한 끼 하자고”
“아니, 변호사님이 어쩐 일로 먼저 저녁을 같이 하자고 하세요?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무슨 일이 있는 거라던데.”
강민재는 불안한 얼굴로 오 사무장을 바라보았다.
“사무장님, 변호사님한테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요”
“에이, 사건도 마무리됐고 하니까 밥 한 끼 같이 먹는 거죠, 뭐.”
바쁘게 키보드를 두드리던 오 사무장이 한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런가? 메뉴는 제가 골라도 돼요?”
“그러든가.”
“사무장님은 뭐 드시고 싶으세요?”
“아, 저는 오늘 집에 일찍 들어가 봐야 해요.”
“헉, 그래요? 그럼 내일은 어떠세요?”
“아니에요 두 분이서 드세요, 오붓하게. 전 이번 주 내내 일찍 집에 들어가야 해서요.”
“댁에 무슨 일 있으신 건 아니죠?”
“아니, 그런 건 아니니까 걱정 말아요.”
오 사무장은 걱정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강민재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인터넷에 무언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여기 어때요? 방금 메신저로 보냈어요.”
그가 보낸 메시지 링크를 열자, 인근에 왁자지껄한 분위기의 고깃집 방문 후기가 나왔다.
지나가다가 본 적 있는, 언제나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던 곳이다.
“이런 데 말고, 조용한 데 가자.”
“조용한 데요? 흐음. 중식 어떠세요?”
“좋네. 거기, 연화헌인가? 괜찮던데.”
“연화헌 좋죠 그럼 거기 6시 반으로 예약할까요?”
“그래.”
수화기를 들고 전화번호를 입력하던 그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물었다.
“룸이요 홀이요?”
“룸.”
“넵.”
강민재는 들뜬 목소리로 예약을 마치더니, 6시에 출발하면 되겠다며 신나했다.
“이제 일해.”
“……네.”
너무 초를 쳤나.
싱글벙글 웃던 강민재는 순식간에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보던 오 사무장은 슬며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잠시 시선을 주고받았을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여섯 시 정각에 사무실 문을 닫았다.
도청 사건이 있은 후, 사무실에는 새로 보안장치를 추가로 설치했다.
마지막 퇴근하는 사람이 취해야 하는 절차가 더 많아졌다.
강민재가 카드를 스캔하는 것을 멀뚱히 보고 있는데, 오 사무장이 시계를 보며 말했다.
“저는 먼저 가 보겠습니다. 얼른 가 봐야 해서.”
“네, 사무장님. 들어가세요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 사무장을 먼저 보내고 나서, 나와 강민재는 연화헌으로 향했다.
미리 예약을 해 놓은 터라, 안쪽 룸에 두 명 몫의 수저와 식기가 준비되어 있었다.
주문을 앞두고, 메뉴판을 보던 강민재가 슬쩍 물었다.
“술도 한잔할까요?”
“그래.”
“역시 중국집은 빼갈이죠.”
강 변이 능숙하게 코스를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채요리가 나왔다.
묵묵히 식사를 하고 있는데, 강민재가 입을 열었다.
“서부지검 박영기 차장님이 영전하신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그래?”
모르는 체 반응했더니, 강민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기가 그러더라고요. 이번에 명화제약 수사 박영기 차장님이 힘 많이 주셨다는데, 변호사님은 들은 거 없으세요?”
“그 정도로 친한 건 아니라서 그런 얘기는 못 들었어. 이번 수사하면서는 그냥 명화제약 얘기만 했었지.”
“그렇구나. 정창윤 선배는 좀 어땠어요? 좀 성의 없다고 하셨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판 깔렸으니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잖아. 기존 질서나 방식에 도전하는 일은 꺼리는 것 같지만, 위에서 해도 된다는 허락 떨어지면 잘하더라.”
“아하.”
강민재는 시끄럽게 쫑알거리면서도 받을 나보다 먼저 먹었다.
씹지 않고 삼키는 건가 싶어서, 유심히 그의 입을 바라보았을 정도였다.
메인 요리가 나오고, 강민재가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술도 함께 서빙되었다.
강민재는 술이 많이 마시고 싶었는지, 술병을 아주 본인 앞에 끌어다 놓고 고기 한 점, 술 한 모금, 잘도 먹어 댔다.
“사무장님도 같이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사무장님 진짜 댁에 무슨 일 있으신 건 아니죠?”
“아니야. 요즘 친구분들하고 자주 만나게 돼서 퇴근이 늦어지니까, 따님이 한소리한 모양이던데.”
“그래요? 하하. 사무장님 가족 이야기 들으면, 저도 얼른 가족 만들고 싶어져요 뭔가 단란해 보이고, 따님들도 사무장님하고 되게 잘 지내는 것 같고요. 왜, 아버지하고 딸은 친하게 지내기 쉽지 않잖아요”
“그렇지.”
“요즘 따님들이 사무장님한테 용돈도 드린다던데요? 얼마나 뿌듯하실까.”
그간 명화제약 일로 조봉준, 최종현과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어 사무실에는 나가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강민재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지, 평소에도 말이 많기는 하기만 오늘은 정말 날을 잡은 것처럼 쉬지 않고 말했다.
“이제 촉탁 수사관 역할도 끝나신 거죠?”
“아직 수사는 더 이어지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지. 이제 보건복지부하고 금감원까지 나서게 됐고, 굳이 내가 필요하진 않으니까.”
“잘됐네요. 그럼 이제 우리도 다음 사건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안 그래도 어제도 상담 두 분 다녀가셨는데.”
“강 변.”
“네?”
나는 수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러자, 강민재 역시도 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사실, 오늘 할 말이 있어서 따로 보자고 했는데.”
“그……러실 것 같긴 했는데, 심각한 거예요?”
“아마도?”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끝으로 잔을 만지작거렸다.
“……뭔데요?”
나는 잠시 망설였다.
이미 내가 그를 처음 고용했을 때부터 이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땐 별생각 없이, 내가 본격적으로 그 바닥에 뛰어들 때까지만 데리고 있다가 헤어지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렇게 상황이 되니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말은 해야지.
언제까지 망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강 변, 이제 사무실 그만 나오는 게 좋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