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207)
너희들은 변호됐다-207화(207/641)
다음날, 일찍 잠든 최종현과 오 사무장을 제외한 우리 세 명은 숙취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예상했던 대로 조봉준은 술병이 나서 반쯤 죽어가는 중이었다.
심지어 내가 잠에서 깬 것은, 변기를 잡고 10분마다 한 번씩 ‘우웩’소리를 내는 조봉준 때문이었으니, 말 다 한 셈이다.
물론, 그런 조봉준을 바라보던 강민재 역시도 온전한 상태는 아니었다.
이를 불쌍히 여긴 최종현과 오 사무장은 인근 식당에서 해장국을 사왔지만, 우리는 한 숟갈도 넘기지 못했다.
원래는 11시에 펜션을 나서서 서울로 올라갔어야 했는데, 이대로 차에 타면 정말 가다가 멀미로 죽지않을까 싶었다.
결국 우리는 급하게 인근 숙박업소를 알아보았고, 우리는 예기치 못한 MT 이틀 차에 접어들었다.
강민재가 급하게 찾아낸 곳은, 평범한 펜션이 아닌 강릉에서 가장 좋은 호텔이었다.
방에 딸린 테라스에서는 바다가 보이고, 호텔 내부에 즐길 거리들이 있었다.
“우리 이따 밤에 호텔 바에 가서 위스키나 한잔 때릴까?”
“형, 장난해? 술의 시옷자도 꺼내지 마. 지금 입에서 술맛 났어. 으, 토할 것 같다.”
“토할 게 더 남았어?”
“아니, 안 남았을 텐데……. 근데 토할 것 같아, 나 다녀올게!”
조봉준은 변기 앞에 쓰러지며 화장실 문을 쾅 닫았다.
한참 동안 소동이 있은 후, 겨우 안정을 찾은 조봉준은 룸 내부에 비치된 호텔 안내 팸플릿을 확인했다.
그러던 중,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당연히…….
“사우나 갈 사람?”
“저요.”
“나도.”
“아, 저도 탕에 몸 좀 담글까 싶네요.”
나를 제외한 모두가 손을 들었다.
“차 변은?”
“차 변도 같이 가. 혼자 남으면 심심하잖아.”
“안 심심한데요.”
“심심할걸.”
“아닐 것 같은데요.”
조봉준은 고개를 기울이며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우나에 내선 번호를 연결해서, 전화를 걸었다.
“저희 투숙객 다섯 명 사우나 지금 이용하려고 하는데, 그냥 바로 이용하면 되는 건가요?”
하, 내 의견 따위는 처음부터 묵살할 생각이었구나.
결국, 나는 강제로 사우나에 끌려갔다.
“변호사님하고 사우나 온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랫도리에 수건을 두르고 다섯 명이 나란히 후끈후끈한 사우나 안에 앉았다.
오 사무장과는 밤새서 일하는 날이 많았기 때문에, 씻기 위해서는 사우나를 가는 수밖에 없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서로 등도 밀어주고 했는데.
요새는 그럴 일이 없으니, 확실히 오랜만이긴 했다.
사우나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시뻘겋게 달아오른 조봉준은, 자신의 가슴팍을 찰싹찰싹 때리며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차 변.”
“네.”
“얼마 전에 소스 준 거 있잖아.”
최종현이 입을 열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다들 워커 홀릭 아니랄까 봐, 쉬러와서도 결국 일 얘기다.
“소스요? 무슨 소스 말입니까?”
“아, 사무장님하고 강 변에게는 아직 전달이 안 된 상태군요.”
“MT만 아니었어도 어제쯤 전달이 됐을 겁니다.”
“차 변은 가만 보면 시원하게 알려주지 않고 찔끔찔끔 알려 주더라.”
“두 분이 하도 방송할 거 없다고 하셔서 미리 말씀 드린 겁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뭔가 더 알고 있는데 조금씩 푼다는 느낌이야.”
“그럴 리가요. 모르니까 못 알려드리는 겁니다.”
이런.
최종현은 전부터 눈치가 빨라서 곤란했다.
“뭔가 우리한테 힌트 딱 던져 주고 갑자기 자기가 알아서 숙숙 이거 알아냈다, 저거 알아냈다 알려 주잖아. 알면서 조금씩 뿌리는 거 아냐?”
이크, 들켰나.
“그건 아닙니다. 이번에 명화제약 사건 하면서 제가 변호사님하고 같이 진성 다녀왔잖습니까. 만일 변호사님이 다 알고 있었다면 절대 그렇게는 안 하셨을 겁니다. 굉장히 노력 많이 하셨어요.”
강민재가 나를 두둔하고 나섰다.
강민재를 받아 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순간이다.
지금 당장 그들과 함께하기로 마음을 먹긴 했지만, 지금이 인생 2회차라는 사실을 알릴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내가 그린 청사진을 그들과 모두 공유하진 않았다.
하지만 시기 적절한 때에 필요한 자료들은 모두 제공하고 있다.
너무 앞선 자료를 주면 이상하게 여길 테니, 그때그때 힌트를 주는 식이다.
“변호사님이 줬다는 소스가 뭔데요?”
“식약청장이 이정찬하고 커넥션 있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
“이정찬이면, 민우당 대선 후보요?”
강민재는 생각지도 못한 이름을 들었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아직 경선은 안 했으니 확실하진 않지만, 이변이 없는 한 이정찬이 나오겠지.”
최종현이 대답했다.
그는 우신 전문가로도 이름을 날렸지만, 그의 집착은 사실 이정찬에게서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이전 삶에서 이정찬은 이번 대선에서 당선되어 대통령이 되고, 안전하게 임기를 끝마쳤다.
하지만 대통령의 치부는 임기 이후에 드러나는 법이다.
물론, 최종현은 이정찬의 임기 중에도 지속적으로 그의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알리려고 노력했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어느 정도 어필이 되었지만, 국민적인 관심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국정원의 공작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종현은 거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이정찬이 얼마나 개새끼인지 알리기 위해 숱한 노력을 펼쳐 왔다.
그 결과, 그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이정찬의 치부를 2018년에 찾아냈다.
그리고 내가 바로, 2010년 지금은 최종현 본인조차도 알지 못하는 그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차 변이 그렇게 말은 했지만, 사실 좀 빈약하긴 해. 그 정도는 빠져나가려면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거든.”
“식약청장하고 이정찬이 무슨 관계인데요?”
“아, 그 둘 동향이야. 둘 다 영덕 출신. 근데 그게 끝. 학교도 다르고, 친인척 관계도 아니고.”
“영덕이요? 영덕은 음, 대도시는 아니니까 거기가 출신지인 사람도 적을 거고, 이 바닥에서 뭉치려면 얼마든지 뭉칠 수는 있을 것 같지만…….”
강민재가 알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말을 잇자, 최종현이 대답했다.
“차 변이 말한 건 식약청장하고 이정찬이 그런 연관성이 있으니까,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커넥션도 존재할 수 있다는 거였지. 만일 이정찬이라는 거물을 엮을 수만 있다면 명화제약 사건도 더 확장될 테니까.”
명화제약 수사는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큰 그림은 내가 그려 주었고, 이것저것 찾아 놓았으니 나머지는 검찰에 맡겨 놓은 상태.
하지만 우신 그룹이 이런 일을 한두 번 해 보았겠는가.
아무리 집중 수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아직 식약청과 명화제약의 중추를 잡아내진 못했다.
여태까지 지켜본 상황으로는, 크고 작게 돈 받아먹은 잔챙이들 몇은 새로 알아낸 것 같았는데 말이다.
사실 이 일이 특검까지 가기에는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기도 해서, 특임 기구를 만들겠다 어쩌겠다 말은 많은데 실상 아직까지 결정된 것이 없었다.
게다가 이런 수사는 몇 달이고 지지부진 이어지는 게 예삿일이고.
어쨌든, 최종현과 조봉준의 방송이 명화제약으로 시작했으니,우리가 몇 가지를 더 짚어 내면 좋을 것 같아 그쪽을 건드리기로 한 것이다.
물론, 이정찬에 대한 내 사심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볼 순 없지만.
“형 이정찬 전문가잖아. 뭐, 들은 거 없어?”
“있었으면 진작 털었지. 근데 식약청장하고의 관계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야.”
“이정찬 건수 하나 잡으면 대박인데. 이정찬도 만만찮은 개새끼잖아, 그거.”
“그렇지. 아주 개새끼지.”
“근데 명화제약 건에 이정찬이 엮인다고 해도 이정찬한테 그렇게 큰 타격은 아니지 않을까?”
맞는 말이다.
사실, 나 역시도 식약청장과 이정찬에게 커넥션이 있다는 것만 알 뿐 그 이상의 것은 모른다.
어쩌면, 명화제약 사건과 관련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어떤가.
대선 주자인 이정찬에게 A라는 사건이 터지고, 그 사건의 여파로 이정찬이 탈탈 털리는 날이 온다고 가정하자.
식약청장과의 커넥션은 그렇게 탈탈 털린 이정찬에 대한 씹을 거리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정찬이 또?’ 같은 반응을 기대하며 낼 만한 것이지, 단독으로 쓰기에는 사건의 규모가 크지는 않다.
하지만 그것이, 검찰이 명화제약 사건을 수사 중인 상황에 터진다면?
이정찬의 대선 후보 자질 문제가 명화제약과 엮이면서, 마치 빅뱅과도 같은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다.
“큰 타격으로 만들 방법을 찾아 보겠습니다.”
“그렇게 이정찬하고 명화제약 둘다 완전히 날린다? 이거 너무 큰그림인데? 이정찬은 거물이야. 그런 정치인을 우리의 작당 모의로 날린다라. 야, 이거 기대돼서 손발이 오싹오싹한데?”
이정찬이 우리에게 중요한 건, 다른 이유가 아니다.
이정찬이 처음 정치 입문하던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에게 돈을 댔던 것은 다름 아닌 우신 그룹이었다.
우신의 스폰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받은 게 있으면, 돌려줘야 하는 법.
이정찬의 임기 중에, 안 그래도 거대 기업이었던 우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이는 즉, 이정찬을 제껴야 우신이 더 몸집을 불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반드시 필요한 작업 중 하나이며, 오로지 2010년에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차 변, 뭐 더 알고 있는 거 있는데 말 안 하는 건 아니지?”
그때, 조봉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알고 있으면 말했겠죠.”
나 역시 이정찬이 저지른 부정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뿐, 증거 자료는 없다.
마치, 명화제약의 안트로졸 알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촌 마을에 숨어 살던 약사의 존재는 몰랐던 것처럼.
아직은 풀기 이르다.
이정찬의 주변을 캐다가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처럼 가야 하니까.
“하긴, 그건 그래.”
“이 형은 대체 언제까지 차 변 무당설 밀려고 하는 거야?”
“아, 느낌이 그렇다니까. 기자의 촉이라고!”
“……저기, 형님들.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아, 형님들 말씀 다 끝났어. 우리 막내, 얼른 말해 봐.”
조봉준은 인자한 얼굴로 심각한 표정의 강민재를 돌아보았다.
“뭐야, 왜 그렇게 표정이 썩었어.”
“……제가 아까부터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요.”
“뭔데?”
“……우리 언제까지 이 사우나에 있어야 하죠? 더워 죽겠는데요? 으아아! 덥다! 전 더 이상 못 참겠어요!”
강민재는 그 말을 끝으로, 벌떡 일어나 사우나에서 뛰쳐나갔다.
그리고 이를 시작으로, 사우나를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벗어났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