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221)
너희들은 변호됐다-221화(221/641)
과연 민우당은 그 이후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이정찬은 아예 기자들이 자신을 따라다닐 것을 예상했는지, 외부 일정은 소화하지도 않았다.
죽어나는 것은 민우당에 당적을 둔 의원들이 었다.
어디를 가든 기자들이 들러붙어 마이크를 들이밀며 이세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말만 해 댔다.
그 중, 명언이 탄생하기도 했다.
[남의 집 자식 일에 신경 쓰는 거 아닙니다. 마이크 치워요.]이정찬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 차기 후보로 일컬어지던 민우당의 2인자 강종명의 말이었다.
어쨌든, 민우당의 행보는 예상대로연다.
얼마 전 상길이 도청하며 들었던 내용대로 그들은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기로 한 것이다.
지극히 도덕적인 관점에서 볼 땐,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잘못을 비는 것이 맞지만 정치적인 부분을 생각했을 때는 저게 맞는 대처긴 하다.
처음 민우당의 해명에서 충분히 납득한 사람들도 분명 있었고, 그들이 마치 자기 일처럼 이정찬과 이세형의 쉴드를 치고 다니는 중이 아니던가.
게다가 최종현과 조봉준이 블러핑을 했을 경우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만일 이정찬과 이세형이 모든 것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사과했는데, 최종현과 조봉준이 ‘사실 그런 건 없었지롱’하면 바보 되는 건 순식간이다.
사실 우리 역시도 그들이 끝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한 마디로, 그냥 새 증거를 터트리기 위한 자리를 마련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래도, 내심 바라기는 했다.
우리가 애쓰지 않아도, 그가 깔끔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그림을 말이다.
[생) 이정찬한테 무시당했습니다ㅠㅠ 추가 증거 까겠습니다.]“하아, 이거 참. 며칠 동안 말미를 주고 기다렸는데도 이정찬하고 민우당 측에서는 아무런 액션이 없네요, 이거.”
조봉준은 착잡하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생수를 마셨다.
[민우당의눈물 : ㅋㅋㅋㅋ말은 착잡하다는 듯이 하고 있는데 입꼬리는 올라가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최종현의가발 : 입털고싶어서 죽겠다는 눈빛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입 털고 싶어서 죽겠다는 건 아니고. 그냥 정말 우리는 이정찬과 이세형이 드러난 진실에 대해 사과하고 진심으로 참회하길 바랐어요. 그게 가장 해피엔딩이니까?”
“그치. 이 일로 가장 기만당한 건 이정찬 지지자분들이고, 그분들 상처가 가장 컸을 텐데. 정말 이정찬과 민우당이 그분들의 마음을 생각했다면, 진작 인정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종현아똥끊어 : 형들 왜 이렇게 진지해 오늘… 어색하자나돼지불백 : 맞음 다시 깝죽거려줘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뭐. 씁쓸하네요. 솔직히 저희는 진실을 여러분한테 알리려고 방송 시작한 건 맞지만 어쨌든 대한민국 유권자 중 한 명이니까. 현 정치인 중에서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이렇게 국민을 기만하기로 결정 내렸다는 것에 좀 열 받기도 하고요.”
“됐어, 씨발. 증거나 봅시다. PD님, 틀어 줘요.”
최종현의 말에, 김정우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음성 플레이어를 재생했다.
[-아, 씨발! 아저씨. 운전 똑바로 안 해?-죄송합니다. 갑자기 앞에서 끼어들어서요.
-하, 씨발. 운전 하나 똑바로 못하네. 안 그래도 짜증 나서 미쳐 버리겠는데.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운전으로 밥 벌어 먹고사는 양반이 운전도 제대로 못 해서 쓰겠어?]
음성이 흘러나오자 채팅창은 물음표로 가득 찼다.
[yepp’ : ????????????????김치보끔밥 : ????????? 뭐임
봉준아장가가자 : 잘못 튼 거 아님? 뭐야 이 싸가지없는새끼는?
돼지불백 : 이거 이세형 목소리같은데;
쭤풔쭤풔호이짜 : 내용들으니 운전기사랑 얘기하는 것 같은데? 싸가지 존나 없네 미친새끼 세상 착한 척 존나 하더니ㅋㅋㅋㅋㅋㅋㅋㅋ]
혼란에 빠진 채팅방을 확인하던 조봉준은, 잠시 재생을 멈추고 설명을 보탰다.
“이 음성은 이세형과 이세형이 타고 다니는 장애인용 밴 기사님의 대화를 녹취한 겁니다.”
[말보루 : 이세형 싸가지 없는 거 공개하려고 이렇게 각잡은거?;소녀시대사랑해 : 이거갖고 뭘 증명하겠다는 건지…;;]
“아, 말 존나 많네. 얘들아. 우리가 언제 이상한 거 갖다 쓴 적 있었냐? 그냥 더 들어 보세요, 일단.”
이세형이 싸가지 없는 건 충분히 놀라운 일이지만, 이게 그의 장애 연기와 무슨 상관이냐는 시청자들이 꽤 많았다.
이 방송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두사람의 폭로에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거나, 시사 이슈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아직 몇 초 재생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시비를 거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민우당 쪽에서 채팅방 관리를 시작한 게 아닌가 싶다.
뭐, 상관없다.
더 중요한 건 다음부터니까.
[-나니까 이만큼 참아 주는 거야. 아저씨, 다른 집에서 운전해 봤어?-전에 삐- 그룹 사모님 모셨습니…….
-삐- 그룹 사모? 그 여편네 성깔 드러운 거 유명한데? 거기서 쫓겨났구나?
-그, 그건 아니고 제가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사정 같은 소리 하네. 딱 봐도 못해서 짤렸구만.
-…….
-에휴, 됐다. 어차피 다음 주부터는 얼굴 볼 일도 없을 텐데.
-……다음 주가 수술이셨나요?
-그걸 몰라서 물어요? 다음 주에나 공항까지 태워다 주는 게 아저씨 마지막 일이잖아. 본인 월급 계산하시려면 스케줄 체크 똑바로 해야죠? 안 그래, 아저씨?
-아, 아닙니다. 기억하고 있어요.
-씨발, 그럼 말해 봐. 틀리면 퇴직금에서 100만 원 깐다?
-다음 주 금요일 10시에 공항으로 출발하시잖아요. 그리고 그 길로 퇴근하면 된다고 하셨고…….]
이쯤에서, 최종현은 다시 음성을 정지시켰다.
“자, 이게 녹음된 날짜는 빛과 소금 재단 행사 전 주입니다. 한 마디로, 이세형은 원래 수술을 받기 위해 행사 이후에 출국할 예정이었다는 걸 알 수 있죠. 자, 이어서 듣겠습니다.”
[-근데 알면서 왜 물어?-그냥, 수술 잘하시라고 말씀드리려고…….
-잘 되겠지, 씨발. 잘 안됐으면 좋겠어요?
-아유,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그거 그렇고. 아저씨 어디 갈 데는 있어?
-알아보는 중입니다.
-다른 데 가서는 운전 이따위로 하지 말고요. 네? 누차 말하지만 나니까 참아 준 거예요. 아저씨는 그걸 알아야 돼.
-운전 쪽은 아니고, 다른 일을 하려고…….
-생각 잘했네. 운전, 이거 아저씨 적성 아니야. 개판이잖아. 다리 병신인 내가 해도 아저씨 보단 잘하겠어.]
녹음본은 거기에서 끝났다.
그리고 조봉준이 이어 말했다.
“이세형 싸가지 존나 없는 건 둘째치고, 일단 팩트 확인부터 하겠습니다. 이세형이 마지막에 ‘다리 병신인 내가 해도 아저씨보단 잘하겠어’라고 말했죠. 한 마디로, 이세형은 지금 대외적으로 하반신 마비인 척하고 있을 때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녹음된 날짜는 행사 전 주입니다. 민우당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이세형은 이때 이미 수술을 마치고 재활을 하는 중이었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앞부분에서 이세형은 행사가 있었던 수요일, 그 이후의 금요일에 수술받으러 출국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민우당의 해명은 거짓이었다는 걸 알 수 있는 거죠.”
[凸명화제약凸 : 와 씨발 그냥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할 생각이 없었네 민우당 씹새끼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햅틱 : 그니까 정리하면 1. 이세형이 걸어다니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수술 받았다고 해야 함 2. 근데 완치됐다고 하면 그날 행사장에서 휠체어 타고 있었던 게 해명이 안 되니까 수술 받은지 얼마 안 됐고 아직 온전히 못 걷는다고 함. 이거네?]
“햅틱 정리 훌륭하다. 정답이야.”
[햅틱 : 3. 근데 증거들을 조합해 보면, 행사 전날까지도 이세형은 하반신 마비인 척 하고 있었고, 수술 받으러 갈 계획이었음 4. 그럼 수술을 받았다는 거임 안 받았다는 거임?]“저희도 이 부분을 두고 오랫동안 고민했는데요. 제가 보기엔 이거 같습니다. 이세형이 수술받으러 출국하기로 했다는 건, 정말 수술을 받으러 가는 게 아니라 수술받는 척하러 가는 거라는 거죠.”
“그리고 천천히 재활 받는 척하다가, 대선 즈음에 이제 똑바로 걸을 수 있다고 터트리려고 한 거지. 이러면 말이 되거든요? 그니까, 정리하면 그냥 이세형은 장애가 없으면서도 장애가 있었던 척 한 거야.”
최종현과 조봉준이 간결하게 정리하자, 채팅이 미친 듯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올라가는 게 너무 빨라서 일일이 읽기도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때, 채팅창에서 누군가 의문을 제기했다.
[까나리액젓 : 근데 이 녹취 어디서 구한거임? 이거 도청아님?메시메시메시 : 차 안에서 대화한 녹음인 거 보면 그 안에 기사랑 이세형 말곤 없었다는 건데. 기사가 아니면 당연히 도청 아님?; 아무리 사실 찾는 게 좋다고는 해도 도청해서 만든 증거 이렇게 대놓고 까는건 오바지;]
한두 명이 그렇게 화제를 몰기 시작하자, 조용히 지켜보던 사람들이 한두 마디씩 보태기 시작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불법을 저질러도 되는 것이냐며 최종현과 조봉준을 옭아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기존 시청자들도 싸움에 가세했다.
[凸명화제약凸 : 아직 증거 출처를 밝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벌써부터 불법이라고 몰아가는 건 정상이냐?ㅋㅋㅋ]인터넷 방송은 여러 가지 장점이있지만, 이것이 바로 명확한 단점이다.
몇 명이 채팅창에서 일정 의견을 조장하면 휩쓸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수가 많아지면, 금세 싸움으로 번진다.
그럴 땐 BJ들도 어쩔 도리가 없다.
“PD님, 채팅 얼려 봐.”
싸움이 멎을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최종현은 채팅방을 얼렸다.
“저희는 불법으로 증거 수집하진 않습니다. 합법적으로 취재하고, 그 외의 것들은 제보를 받습니다. 하지만 제보도 불법적으로 수집된 거면 공개하지 않고요. 즉, 이것도 합법적으로 수집된 증거라는 뜻입니다. 지금부터 어떻게 된 건지 알려 드릴 테니까, 싸우지 마세요.”
“지금부터 채팅창 얼린 거 풀 건데, 싸우는 새끼들 다 블랙 때린다.”
* * *
처음 제보가 들어왔던 건 우리가 두 번째 방송, 즉 적외선 카메라 동영상을 풀 준비를 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사무실에 있던 나에게, 최종현으로부터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차 변. 방금 제보가 하나 들어왔거든?
“제보요?”
-이세형 운전기사였다는데. 이세형 거짓말 관련해서 할 말이 있대. 만나고 싶다는데?
이세형의 운전기사?
나는 문득 태식을 동원해서 도청했던 그 대화를 떠올렸다.
“최대한 빠르게 약속 잡으시죠.”
생각해 보니, 그때 엿들었던 계약기간이 지금까지 유효하다면 그 운전기사는 지금쯤 해고되었을 터였다.
그리고 그날 저녁, 스튜디오로 이세형의 운전기사가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이쪽으로 앉으세요.”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했고, 최종현과 조봉준은 문 앞까지 나가 마중하며 그를 테이블 앞에 앉혔다.
운전기사의 얼굴을 보진 못했지만, 도청기 너머로 들었던 목소리와 일치했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사장님? 늦은 시간인데.”
“아, 먹고 왔습니다.”
“그러셨군요. 커피라도 한 잔 드릴까요?”
“믹스면 충분합니다. 허허.”
그는 인상이 좋은 중년의 남성이었다.
잘게 주름이 진 얼굴과 전체적인 인상을 봤을 때, 이세형의 아버지뻘은 되어 보였다.
이세형은 이런 그에게 반말과 욕설을 섞어가며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이다.
가정교육 독학도 정도가 있지.
“그런데 이분은 누구…….”
그는 나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최종현이 그의 앞에 커피를 놓아 주며 대답했다.
“저희가 자문을 구하고 있는 변호사님입니다. 혹시나 필요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어서 모셨습니다.”
“아, 그렇군요. 인터넷 방송이라는 거를 이번에 기사 찾아보면서 난생 처음 알아서, 이렇게 본격적인 곳인 줄은 몰랐네요.”
“그러고 보니, 사장님이 저희한테 연락 주셨을 때 많이 놀랐습니다. 저희 방송에서 처음으로 이세형 영상을 내보낸 건 사실이지만, 어르신들이 찾기 쉽지 않거든요.”
“우리 딸내미가 알려 줬어요. 방송국이나 신문사도 다 이정찬 편이라, 그런데로 가면 오히려 안 좋을 수도 있다면서 알려 줬습니다.”
“따님이 아주 총명하시네요. 아, 아까 말씀드린 계약서는 가져오셨습니까?”
“아, 네.”
그는 품 안에서 구겨진 서류 봉투를 꺼내 내려놓았다.
최종현은 나에게 확인을 부탁했고, 나는 계약서를 확인했다.
급여는 심심찮게 받은 것 같고, 역시나 비밀유지조항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