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241)
너희들은 변호됐다-241화(241/641)
김성우의 이름이 불리자, 의사들은 또다시 동요했다.
그것은 동진에게 무례한 말을 해대던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백찬근 과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들을 향해 말했다.
“가시죠.”
그리고 그 말과 함께, 의사들은 무리 지어 사라졌다.
텅 빈 휴게실에 홀로 남은 김성우는 난감한 듯 보였지만, 이내 우리 맞은편에 착석했다.
“무슨 일로 저한테 물어볼 게 있으시다는 거죠?”
그렇게 말하는 그의 시선은, 내가 아닌 동진을 향해 있었다.
‘네가 저 변호사한테 나에 대해서 이상한 말한 거 아니냐’는 듯한 눈빛이라 웃음이 나왔다.
실제로 동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직접 그의 이름을 끌어내기 전까지.
“아시다시피, 설형석 씨가 지금 아나필락시스로 식물인간이 된 상태가 아닙니까. 그리고 그 문제로 동진이가 다소 곤란해졌고요.”
“네.”
“아무래도 선생님께서 동진이와 같은 과 전문의시다 보니, 정황에 대해서 가장 잘 아실 것 같아서요.”
“제가요?”
김성우의 말투에서는 이 일과 결코 연관되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읽혔다.
“제가 수술방에 들어갔던 건 사실이지만, 수술엔 아무런 문제도 없었습니다. 문제가 된 건 세팔로스포린을 주사한 것 때문이었죠. 그 오더를 내린 건 양 선생입니다. 그리고 그 오더를 받은 간호사가 오더를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투약하는 바람에 과민성 쇼크가 온 게 이 상황의 전말 아닙니까?”
“알려진 대로의 사실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그렇습니다.”
“그 상황에서 제가 더 알 만한 게 뭐 가 있죠? 양 선생과 간호사 두 사람의 문제잖아요.”
[거짓]이런.
능력을 쓸 수 있을 만한 대화 내용을 끌어내기까지 좀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찌르니 바로 던지는구나.
거짓 판정이라니, 예상한 바지만 그럼에도 놀라운 것은 사실이다.
“선생님은 이 사건의 전말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거짓]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동진은 김성우의 단호한 대답에 절망했지만, 나는 사건의 본질에 점점 다가가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럼, 선생님은 이 사건이 정말로 알려진 대로, 여기 있는 동진이가 정말 세팔로스포린을 주사하라고 오더했고, 간호사가 이견 제시하지 않고 그냥 오더를 따라 버린 바람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구소정 간호사와 양 선생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제가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평소 구소정 간호사와 함께 일한 적이 꽤 있으실 텐데요. 구소정 간호사가 잘못된 오더를 그대로 따를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성우는 그 말에 잠시 고민했다.
정확히는, 고민하는 척했다고 하는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내 예상대로 김성우가 이 일의 배후가 아니라고 해도, 어쨌든 그는 이 사건의 전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으니까.
“아무래도 구소정 간호사는 경력이 길지 않고, 환자가 VIP다 보니 그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짓]구소정이 평소에 의사의 눈치를 보거나 책임을 지게 될 것이 두려워 잘못된 처방을 그대로 이행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구소정의 성격을 아는 사람들이 꽤 있을 테니, 어쩌면 동진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김성우 선생님은 현장 경험도 있으시고, 설형석 환자가 얼마나 대단한 VIP인지도 아셨을 텐데요. 선생님이라면, 선생님 정도의 경험이 있는 전문의가 세팔로스포린이 아닌 목시플록사신을 놓으라고 해야 하는 상황에서, 실수로 세팔로스포린을 놓으라고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그건 사람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김성우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동진을 향해있었다.
아무래도 당사자가 옆에 있어 말하기 어려운 듯 보여서, 나는 동진에게 짧게 말했다.
“그렇군요. 아, 그렇지. 동진아, 목이 좀 마른데 음료수 좀 사다 줘. 아무래도 얘기가 길어지지 않을까 싶어서.”
“아, 그래. 김 선생 뭐 마실래?”
“나는 그냥 물.”
“주한이 너는?”
“나는 카페라테.”
“야, 인마. 카페라테는 휴게실 자판기에 없어. 1층까지 갔다 와야 하잖아.”
“내가 너 도와준다고 이렇게 일하는데 커피 한 잔 못 사 주냐?”
일부러 멀리 보내려고 자판기에 없는 메뉴를 읊은 것이다.
김성우와 지금 당장 단둘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알았다. 차가운 거?”
“어, 차가운 거.”
동진이 휴게실을 나가는 것을 확인한 나는, 눈에 띄게 긴장한 기색인 김성우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옆에 동진이가 있어서 말씀하기 불편하셨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예민한 문제니까요. 양 선생하고는 학생 때부터 계속 같이 공부했었고 해서…….”
코웃음이 나려는 것을 참았다.
학생 때부터 같이 공부했는데 이렇게 사람을 수렁으로 처넣나.
“그러시군요. 그럼 잘 아시겠네요. 동진이가 사실 실수가 잦잖습니까. 깜빡깜빡하는 것도 있고.”
“……네?”
“어렸을 때부터 봐 왔기 때문에 저는 처음 사건에 대한 얘기를 듣자마자 또 동진이가 깜빡했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뭐, 제 직업이 변호사잖습니까. 일단 제가 맡은 사건의 당사자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볼 필요가 있죠.”
“아, 네. 그러시군요.”
“그렇게 부탁을 받아서 좀 도와주고는 있는 건데…… 혹시 만에 하나 놓치는 게 있을까 봐 이렇게 선생님하고 얘기를 하려고 한 거고요. 지금부터 하실 말씀에 대해서는 비밀을 지킬 테니까 염려하지 마시고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김성우는 나의 돌변한 태도에 당황한 듯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나는 지금 김성우에게 떡밥을 던졌다.
마치 친한 친구마저도 동진을 의심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면, 그를 수렁에 빠트리고 싶은 김성우는 반가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뭐, 신중하고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떡밥을 물지는 않겠지만 물지 않아도 상관없다.
나는 지금부터 대놓고 동진의 실수라고 생각하는지를 묻기 위해 밑밥을 깐 것뿐이니까.
“선생님께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 양동진 선생이 실수한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사실은.”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양 선생이 실수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거짓]“아마…….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거짓]“그렇다면 구소정 간호사가 아주 억울하겠다고 생각하시겠군요.”
“네. 그 친구도 참 안 됐죠.”
[거짓]“양 선생은 계속 억울하다고만 하니, 양 선생 믿는 소수의 사람들은 구소정 간호사가 오더 잘못 듣고 잘못 처방해 놓고 양 선생한테 뒤집어씌우려고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구 간호사도 참 불쌍하죠.”
[거짓]아주 눈빛 하나 안 변하고 거짓말도 술술 잘하는구나.
구소정이 억울할 거라는 대답이 거짓이었다는 건, 이 사건이 구소정의 짓이라는 걸 그는 알고 있다는 뜻이다.
“혹시 양동진 선생의 실수일 거라고 생각하신 결정적인 이유가 있으십니까?”
“변호사님도 양 선생 성격 아시는 것 같은데, 그 친구가 깜빡깜빡하잖습니까. 평소에도 그런 상황이 좀 있었어요. 사소하게는 약속해 둔 걸 까먹는다든지, 세미나가 있는데 까먹고 안 나간다든지. 그러다가 환자에 대한 주의 사항도 깜빡해서 처방 실수한 적도 몇 번 있었고요.”
[거짓]김성우는 신나게 떠들어 댔다.
처음엔 내가 아무리 먼저 동진의 건망증을 언급했어도, 김성우는 동조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기다렸다는 듯한 느낌을 줄 것이 염려될 테니, 대답을 보류하는 방향으로 대처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김성우가 이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까 교수가 나를 유명한 변호사라며 추켜세웠던 것을 직접 보았고, 그런 내가 동진의 억울함을 풀어 주겠다고 이 상황에 깊게 개입하면 문제가 복잡해질 것이라 여기지 않았을까.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병원 사람들이 다 동진을 의심하고 있다는 정보를 흘린 것이고.
그리고 있지도 않은 동진의 건망증 이야기에 살을 붙여 가며, 동진의 실수라는 추측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이다.
“그렇군요. 말씀 감사합니다.”
“뭘요. 변호사님이 더 고생 많으시네요. 친구 도와주신다고.”
“저야, 뭐. 그래도 친구가 도와 달라는데 외면할 순 없으니까요. 혹시 더 여쭤볼 게 생기면 연락드려도 될까요?”
나는 김성우에게 내 명함을 내밀며 말했다.
그러자 김성우 역시도 나에게 명함을 건넸다.
“물론입니다. 변호사님이 너무 고생 안 하셨으면 좋겠네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 보실 건가요?”
“만날수록 제 생각에 확신만 더해질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만나 봐야죠. 원래 구소정 간호사를 먼저보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선생님하고 마주쳐서 이렇게 이야기 나누게 된 거라서요.”
“그러시군요.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김성우는 나에게 희미하게 웃어 보이고는, 병동 안으로 사라졌다.
나는 의자에 기댄 채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동진의 무고함을 알고 있는 나지만, 그래도 김성우에게 말했듯이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말도 안 되는 부분이라도 오늘 김성우에게 능력을 쓴 결과로 알아낸 정보를 가지고 상황을 추론해 보기로 했다.
김성우는 이 상황에 대해서, 동진이 무고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반대로 구소정의 잘못이라 여기고 있다.
그렇다면 첫 번째 가능성.
김성우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사건의 진상은 모르지만, 동진을 깊이 신뢰하기 때문에 구소정을 믿지 않았을 경우.
하지만 그것은 김성우가 일부러 동진의 건망증 일화를 꾸며 내며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아 참이 아니다.
두 번째 가능성.
구소정이 동진의 오더를 잘못 들었고, 그걸 그대로 이행해 버려서 동진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는 사실을 그녀에게 직접 들었을 경우.
그러나 이전 삶에서 구소정은 이 사건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사람이다.
또한 이 사건이 이전 삶과 이 번 삶, 모두 동일한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해당 사항이 없다.
역시 참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김성우가 이 사건에 깊이 연루되었을 경우.
김성우가 동진의 무고를 알고, 구소정의 거짓말을 알고 있는 것이 모조리 설명된다.
게다가, 나에게 동진의 평소 행실이 칠칠치 못했다고 말하며 의심하게 만드는 태도까지도.
그렇기에 더욱 확실해졌다.
이번 사건의 주동자는 김성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