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244)
너희들은 변호됐다-244화(244/641)
목격자가 있었다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었다.
그저 동진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었을까 싶어 확인차 한번 물어본 것이었는데, 이렇게 대어가 낚일 줄은 몰랐다.
“없었군요. 있었다면 일이 쉽게 풀렸을 텐데, 아쉽습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구소정과 헤어지자마자 우선 병실쪽에 CCTV가 있었는지부터 확인하고, 있다면 바로 확보해야 한다.
……그래도 일단은, CCTV가 없을 경우를 대비해서 가능한 한, 목격자 후보군까지 추려 놓는 것이 좋겠다.
구소정에게 자주 연락하면 그녀가 자극될 수도 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만난 김에 얻어 낼 수 있는 단서들을 최대한 얻어 내야 한다.
“그러게 말이에요. 저도 목격자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요. 그랬다면 제가 이렇게 억울하게 몰리는 일도 없었을 텐데…….”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이미 병원 내부에서 정치질까지 해서 동진의 잘못으로 몰았으면서, 이 이상 어이없는 말은 없을 것이다.
“몇 가지만 더 여줘보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그녀가 직접 목격자가 있었다고 대답한 게 아니니 대놓고 묻진 못하겠다.
아무래도 후보를 잡고 그 안에서 좁혀 가며 찾아내는 식으로 가는 게 좋을 듯하다.
지금 상황에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목격자는 구소정을 사주한 김성우다.
구소정의 약점을 잡고 휘두른 거라면, 그녀가 정말로 일을 똑바로 하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가 담당의도 아닌데 자신이 병실에 드나드는 것이 보기 좋진 않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만일의 경우 김성우와 구소정 둘뿐만이 아니라, 다른 공범이 있었을 확률도 생각해 봐야 한다.
김성우와 한배를 탄 병원 내부인이라든지.
“흐음, 그렇다면 그날 설형석 씨 병실에 드나들었던 사람은 누가 있습니까?”
“그건 왜 물어보시는 건가요?”
구소정이 갑자기 경계하며 물었다.
김성우에게 내가 자신의 편이라는 말을 듣고 나온 건데, 목격자가 없다는 말에도 목격자를 찾는 것 같아 불안한 것일까.
만일 구소정이, 내가 김성우에게 보였던 모습과 달리 꽤 의욕적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 같단 인상을 받으면 곤란해진다.
구소정은 자의가 아니라, 타의로 이 일의 증심에 서게 됐다.
오히려 일을 꾸민 사람보다 더 큰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을 터라, 더욱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다.
어쩌면 김성우보다 그녀가 더 이 일이 양동진의 희생으로 빨리 끝나버리길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김성우에게 ‘차주한은 양동진과 한 패인 것 같다’는 식으로 한마디만 해도 김성우는 나를 대번에 밀어낼 게 분명하다.
나는 표정을 풀고 아무 의도가 없었다는 듯이 대답했다.
“아, 제가 하면 안 되는 질문을 한겁니까? 그냥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선 이것저것 알아야 하니까 의례적으로 드린 질문이었는데요.”
이렇게 물으면, 찔리는 것이 있는 구소정은 자신이 대답을 꺼리는 것이 오히려 수상쩍어 보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표정을 굳히지 않으려 애쓰는 듯한 얼굴이었다.
“어차피 알아보려면 알아볼 수 있는 건데, 이 일로 병원을 들쑤시고 다니는 것도 좀 그렇고 해서 선생님을 뵌 김에 여쭤보는 겁니다.”
또, 내가 이 일에 깊게 관여하는 걸 난감하게 생각하는 듯이 보이도록 슬쩍 말을 보랬다.
“아, 네. 말씀 못 드릴 만한 건 아닌데……. 음, 그날이라면, 양 선생님하고 제가 세팔로스포린 이야기를 했던 날 말씀이신 거죠?”
“네.”
“음, 그날은 환자분 형님 부부하고, 집안의 고문 변호사, 환자분 비서, 그리고 회사 분들이 오셨어요. 수술 끝나신 다음에 면회 가능해지신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고, 환자분도 업무 보고를 받고 싶어 하셨었거든요. 그러고 나서 쇼크가 온 뒤에는 가족분들이 더 오시긴 했지만, 병실에는 들어오지 못하셨고요.”
[진실]함께 왔다는 회사 사람을 한 명으로 잡아도 다섯 명 이상의 인원이 그날 설형석의 병실을 드나들었다.
만일 목격자가 병원 내부인이 아니라면, 어쩌면 이들 중에 한 명일지도 모른다.
동진이 병실에 누군가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 까닭은, 당연히 그 사람이 모습을 감췄기 때문이다.
설형석은 당연히 VIP 병실을 썼을 테고, 그 안에 숨을 만한 곳이 없진 않았을 것이다.
병실 내부의 화장실이라든지, 아니면 커다란 옷장이라든지, 병상 밑도 있다.
“당시 설형석 환자는 깨어 있었습니까?”
그 대화를 나눌 당시 설형석이 깨어 있었다면, 목격자는 설형석의 병문안을 왔던 사람들 중 한 명일 공산이 크다.
한영그룹 측은 보안에 극도로 신경을 썼고, 높은 확률로 병실 문 앞에는 보디가드들을 배치해 두었을 것이다.
게다가 동진의 말에 의하면 드나드는 의료진들도 카드를 찍고 들어간다고 한다.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는 것을 설형석 본인이 모를 리가 없는데, 깨어있는 동안 전혀 낯선 사람이 자신의 병실에 들어오면 의아하게 여길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무엇보다, 계속 깨어 있었다는 가정을 하면 누군가가 병실에 숨을 방법도 극도로 제한된다.
옷장이나 병상 밑으로 들어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테고, 아마 기껏해야 화장실이 전부일 것이다.
하지만 의료인들이라면 병실 내부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기에, 자연스럽게 목격자는 설형석의 방문객으로 제한되는 것이다.
물론, 그가 깨어 있지 않았다는 가정하에는 보안을 뚫으면 어디든 숨을 수 있겠지만.
“주무시고 계셨어요.”
[진실]자고 있었다?
하긴, 설형석이 맨정신인데 동진과 간호사가 대화하는 내용을 못 들을 리가 없다.
설형석은 본인이 맞는 주사가 뭔지도 다 알고 있었을 테고, 갑자기 아나필락시스가 있는 항균제를 주사하라는 오더를 듣고도 가만히 있었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목격자의 범위는 의료인들과 방문객 전체로 둬야 하는 걸까.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거 CCTV가 없으면 상당히 곤란해 지겠는데.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 이후, 그녀가 나를 의심하지 않도록 사건 전반적인 상황에 대하여 질문했다.
구소정은 금세 긴장을 풀고 이런저런 대답을 해 주었다.
나는 또다시 연락드릴 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먼저 카페를 떠났다.
“나야.”
차에 타기가 무섭게 동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내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평소보다 더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그 다급함이 그를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어떻게든, 동진을 구해내야 한다.
“지금 어디야?”
-나 병원이지.
“앞으로 전화 받을 땐 주변에 사람 없는지 잘 살피고 받아. 누가 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김성우는 없어. 오늘 오프거든. 그리고 구소정은 방금까지 너랑 만났던 거 아니야?
“두 사람은 그렇지. 하지만 목격자가 한 명 있어.”
-뭐?
“네가 오더한 날, 그 시간 그 병실에 다른 목격자가 있었다고. 병원 사람일 수도 있잖아. 그럼 네가 나랑 통화하는 걸 지켜보고 있을 수도 있어.”
-목격자가 있었다니……. 말도 안돼.
동진은 맥이 풀린 듯 말도 안 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해한다.
목격자가 있었다면 그게 병원 사람이든, 한영그룹 측 사람이든 충분히 동진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증언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그 사람마저도 공범이라는 뜻이니까.
자신에게 악의를 품은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다는 것이 충격적일 것이다.
“목격자가 누군지 확인해야 해. 설형석 병실 앞에 CCTV 있어?”
-병실 바로 앞은 아니지만, VIP병실 쪽에 CCTV가 있긴 해.
“병실 드나든 사람이 누구 있는지 확인할 정도는 되는 거지?”
-그건 충분하지. 지금 VIP병실에 입원 중인 환자가 설형석밖에 없든.
“그럼 CCTV 확인을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일단 김성우 쪽에 말이 샐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내가 같이는 못 갈 것 같고, 혼자 가서 CCTV 영상 한번 보여 달라고 해 봐.”
-알겠어. 지금 당장 보안실로 가봐야겠다.
“USB 가져가서 가능하면 파일도 받아 와.”
나는 전화를 끊은 뒤,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목격자는 동진이 병실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들어갔을 것이고, 동진이 병실을 나온 뒤에 나왔을 것이다.
그러니 CCTV를 통해 목격자를 추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두 시간쯤 지났을까.
전화로 얘기를 듣는 것보다는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나는 명대 병원 쪽으로 온 상태였다.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동진의 연락을 기다리면서, 태식이 넘겨준 구소정의 프로필을 읽었다.
구소정은 외동딸인데, 집안 환경이 좋지는 않았다.
어머니는 식당 일을 하고, 아버지는 친구의 가게 일을 거들어 주고 돈을 조금 받는 식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현재 방 2개짜리 반지하 방에 월세로 거주하고 있다고.
그렇다면 구소정이 약점을 잡혀 협박받은 것이 아니라, 김성우에게 돈을 받고 일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생각해 봐야 한다.
구소정은 진심으로 동진을 불쌍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에 본인의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 그녀가 자수하는 그림도 그려 봤었는데.
아무래도 자수하는 즉시 간호사로는 일하기 힘들 테니, 집안 사정이 어려운 그녀는 자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상태로 가더라도 구소정은 해고될 텐데.’
한영 측에서는 그녀가 간호사로서의 직무를 유기했다며 해고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직장을 잃는 것은 매한가지인데…….
김성우가 다른 직장을 알아봐 준 걸까?
어차피 대학 병원은 간호사에게 그리 좋은 근무처가 아닌 데다, 대부분은 경험을 쌓은 뒤에 개인 병원으로 옮긴다고 들었던 것도 같다.
‘아니면 역시 김성우에게 약점이 잡힌 건가?’
차라리 우리로서는 약점이 잡힌 쪽이 더 다루기 쉽다.
그 약점이 뭔지만 알면, 해결할 방법을 찾아서 구소정을 김성우의 마수에서 풀어 주고 자수하게 만들 수도 있을 테니까.
지이잉.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는 동진이었다.
나는 그에게 병원 주차장으로 내려오라고 하고, 구소정에 대해 알아본 자료들을 글로브박스에 넣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수석 문이 열리고 동진이 안으로 들어왔다.
“CCTV는 찾았어?”
“……뭔가가 잘못됐어.”
동진은 엉뚱한 대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의 말과 표정으로 말미암아, 결과는 추측할 수 있었다.
“그날 CCTV 기록이 사라졌대. 하필 그날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