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248)
너희들은 변호됐다-248화(248/641)
온통 거짓말뿐이었다.
진실을 말하려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고, 나는 이골이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가드의 거짓말로 얻은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군요. 없었군요.”
“…….”
“확실합니까?”
“네. 확실합니다.”
[거짓]가드들은 4명이었고, 그들은 짠 것처럼 돌아가며 내 질문을 부인했다.
설형석의 병환 사실은 병원 내부관계자가 입을 열기 전까지는 그들만 알던 비밀이었다.
한영 전자의 실질적인 지휘관인 설형석 전무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하면, 회사가 흔들릴 것을 염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설형석의 병실을 지킬 가드들을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뽑았을 리가 없다.
그런데 그들이 모두 짠 것처럼 거짓말을 입에 올린다면, 누군가에게 사주를 받았을 공산이 크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들에게 이런 사주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
“그럼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명대 병원 신경외과의 김성우 선생님과 사적으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까?”
내 말에 가드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저것도 연기일까?
“없습니다.”
[진실]“옆에 계신 분들은요.”
“저도 없습니다.”
[진실]모든 가드들은 김성우와 따로 대화 나눈 적이 없다.
세팔로스포린 주사와 관련한 대화를 엿들은 사람이 존재하는 것은 이미 확인한 사실이다.
그 사람의 존재를 구소정과 김성우가 숨기려 하고 있고, 가드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가드들은 김성우와 사적인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그렇다면 가드들에게 사주한 사람은 김성우가 아닌, 제3의 인물인 것이다.
예상된 바였지만, 조금 놀라운 것은 사실이었다.
처음부터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김성우이기에 김성우의 이름을 묻긴했지만, 나 역시 김성우가 그들에게 사실을 은폐하게 만들 만한 능력은 없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대형 병원의 원장 아들이라는 직함은 그 병원 안에서나 대단한 것이다.
일반 병원과 달리, 김성우의 아버지는 어디까지나 임기가 끝나면 병원을 떠나야 하는 입장이다.
게다가 집안이 부유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벌가에서 부리는 가드들을 매수할 정도까지는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그 제3의 인물은 누구일까.
누가 그들의 입을 막았을까?
지금으로써는 한영그룹 내부인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변호사님, 어디 짚이는 데가 있나요?”
질답을 듣고 있던 배 실장이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잠시 상념에 잠겨 있었더니 내가 무언가 결론을 도출한 것처럼 보인 모양이었다.
“아닙니다. 신경외과 의료진들의 이름을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누가 입을 막았든, 내가 질문한 것들은 김성우의 귀에 들어가게 될 확률이 높았다.
내가 김성우에 대해서만 물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바보가 아닌 이상 나를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다.
연막을 조금 쳐 둘 필요가 있다.
겸사겸사 확인도 하고.
“그렇다면 명대 병원 신경외과 주윤경 선생님과 사적으로 대화하신 적은 있습니까?”
명대 병원 신경외과의 모든 의사와 간호사 이름을 대며 일일이 접촉 사실이 있는지 확인했다.
신경외과 의료진 중에서 그들과 개인적으로 접촉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구소정도 마찬가지였다.
“다음 질문드리겠습니다.”
가드들에게 거짓말을 하게 만든 사람, 즉, 목격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것이 세상에 드러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
어쩌면 목격자일 수도 있는 사람.
그 사람을 특정해야 한다.
“사건 발생 후부터 여기에 저를 만나러 오기 전에, 오늘 저와 나눌 대화 내용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일정을 공유하거나, 보고하거나, 의견을 물어본 사실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저도 없습니다.”
[거짓]이곳에 오기 전에 그들에게 보고를 받은 누군가가 그들에게 은폐를 명령한 사람일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누군가가 누군지 지금 가진 단서만으로는 특정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세화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설회장과 독대하며 동진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설 회장은 그 자리에서 배실장을 불러 나를 도와주라고 지시했다.
설 회장은 배 실장에게 다른 사람에게는 알리지 말고 가드들을 부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가드들이 누군가와 미리 접촉했다는 것은 어디선가 말이 샜고, 그 전에 가드들의 입막음을 한 사람이 있는 뜻이다.
“실장님, 충분히 물어본 것 같습니다.”
“네 사람 모두 이만 나가도 좋습니다.”
배 실장의 말에, 가드들이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방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 뒤에야, 배 실장이 입을 열었다.
“사실을 확인하기에 그리 충분하지 않은 질의라고 생각하는데. 충분한 거 맞나요?”
배 실장이 나에게 물었다.
나에게 능력이 없었다면 질문 자체가 빈약했던 것은 사실이다.
“실장님께도 몇 가지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나한테요?”
“네.”
“그러세요.”
그는 갑자기 자신에게 포커스가 맞춰졌음에도 그리 놀라지 않은 기색이었다.
오히려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내질문을 기다렸다.
“실장님께선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입니다.”
[진실]“만일 한영그룹 내부인의 소행이라고 해도요?”
배 실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그것이 오래 이어지진 않았다.
“당연하죠.”
[진실]배 실장은 설 회장의 측근 중의 측근이다.
설 회장이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가드를 나에게 소개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아, 배 실장은 설 회장이 상당히 신뢰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적어도 이 일에 있어서는 믿어도 될 것 같다.
“지금 가드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히 병실에서 양동진 선생과 구소정 선생의 대화를 엿들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드들은 계속 없다고 잡아떼지 않았습니까.”
“……차 변호사 말은, 누군가가 가드들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사주했다는 건가요?”
“맞습니다.”
“그게 우리 한영그룹 내부인의 소행인 거고요?”
“높은 확률로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이세화 대표님께 이야기를 전해들으니 이 일에 대해서는 설 회장님과 배 실장님만 알고 계시다고 하더군요. 이세화 대표님과 설 회장님은 어제 만나셨고, 이제 고작 하루 지났습니다. 그 하루 사이에 어디선가 말이 샜습니다. 한영그룹 내부인이 아니라면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일리 있는 말이군요. ……하, 단순히 의료진의 실수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음모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열리니 상당히 당황스럽네요.”
“혹시 짚이는 구석은 없으십니까?”
“……글쎄요. 가드들에게도 미리 언질을 주지 않고 오늘 바로 호출했으니 그 사람들이 미리 알고 보고했을 것 같진 않고, 하, 이런. 말이 샜다니……. 회장님 전용 응접실에서, 이 대표님과 저만 들은 이야기입니다. 회장님께서는 사모님께도 말씀하시지 않으셨을 겁니다. 그건 확실해요. 그리고 내가 이렇게 직접 차 변호사님을 만나러 나온 것도, 다른데 말이 새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진실]아무도 말한 사람이 없는데, 누군가 가드들이 오늘 추궁당할 것을 알고 미리 대비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은 하나뿐이다.
“누군가 엿들었다거나……. 아, 혹시 도청 가능성은 없습니까?”
“……도청이요?”
“제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종종 그런 일이 있지 않습니까.”
사실 영화에서 본 내용은 아니고, 이전 삶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이다.
대중들에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검찰 수색 결과 회장의 서재에서 도청 장치가 발견된 적이 있었다.
“가능성이 없진 않을 것 같군요. 확인해 보죠.”
“한 가지만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말씀하세요.”
“어제 설 회장님과 이세화 대표님의 대화 이후부터 지금까지 가드들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을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누구와 접촉했는지 확인해 달라는 건가요?”
“맞습니다.”
“알겠습니다. 확인한 뒤에 연락하겠습니다.”
배 실장은 오늘 나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설형석이 식물인간이 된 까닭은 단순히 담당의와 간호사의 커뮤니케이션 미스 때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한, 목격자가 존재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그 목격자를 밝혀내서 누구의 실수인지 확인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사건은 나에게는 처음부터 누군가 벌인 음모로 시작한 사건이었지만, 그에게는 아니니까.
하지만 그는 내 몇 마디 말로 민첩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당황스럽다고는 했지만, 크게 동요하지도 않았다.
그는 상당히 영민하고 두뇌 회전이 빠른 사람이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나는 가볍게 묵례하고 방을 나섰다.
가드들은 거짓말만 해 댔지만, 소득은 나쁘지 않았다.
이 사건에 김성우와 구소정 외에 다른 공범이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정말로 김성우의 공범, 혹은 종범이 한영그룹 내부인이라면, 두 사람이 서로 니즈가 맞아 이 상황을 만들었다고 봐야 한다.
단순히 김성우가 동진을 몰락시키기 위해 벌인 사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었으며, 이는 김성우의 능력 이상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김성우가 그를 돕는 형태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그리고 김성우는 겸사겸사 동진의 몰락이라는 이득을 챙긴 것이고.
그렇다면 한영그룹 내부인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설형석의 죽음일지도 모른다.
* * *
사무실로 돌아왔더니, 강민재와 오 사무장이 보이지 않았다.
외근 중인 모양이었다.
내가 직접 사건을 수임하는 일이 없다 보니, 두 사람의 외근이 부쩍 잦아졌다.
피로가 몰려와서 잠깐 눈을 붙일 생각으로 소파에 앉았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상길이었다.
-변호사님!
“무슨 일이야?”
-지금 김성우가 회진 중에 급하게 전화받더니 어딜 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따라가는 중입니다!
“급하게 어딜 간다고?”
내가 배 실장과 헤어진 지 30분 정도가 지났다.
가드들이 나와 대질한 후에 그들을 사주한 누군가에게 보고했고, 그 누군가가 김성우를 호출한 것일지도 모른다.
-네! 존나 달리더니 간호사한테 오늘 외래 캔슬해 달라고 하고 나가던데요?
“그래?”
일단 김성우 차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뭔가 느낌이 옵니다! 아주 강하게 삘이 와요! 제가 이 짓거리만 지금 몇 년째 하고 있지 않습니까? 꾸리꾸리한 냄새가 존나게 납니다!
“누구 만나는지 확인할 수 있겠어?”
-당연하죠! 저한테 맡겨만 주십쇼! 제가 사진까지 따악~ 찍어서 보내 드리겠습니다!
“알았다. 고생해.”
이렇게 바로 반응이 올 줄은 몰랐다.
아마 설 회장과 배 실장이 팔을 걷어붙이고 색출에 나설 듯하니, 불안해진 것이 아닐까 싶다.
정말 도청이 맞다면, 이세화가 부탁하면서까지 설 회장에게 나를 소개시켜 준 것을 김성우도 알게 될 것이다.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렇다면 김성우에게 아군인 척 다가가는 것은 그만둬야 할 것 같은데.
“……대체 누구를 만나는 거지.”
나는 상길의 연락을 기다리며 휴대폰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렇게 30분쯤 흘렀을까.
문자가 한 통 도착했다.
[컬러 메일]사진이 담긴 문자다.
김성우가 만난 상대를 찍어서 보내는 듯한데, 수신이 상당히 느리다.
2011년의 통신 사정에 뭘 바라겠냐마는…….
지이이잉-
그때,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중요한 문자를 받는 중이라 웬만하면 넘기려고 했지만, 발신자는 배 실장이었다.
이렇게 빨리 연락이 올 거라곤 예상하지 못해서, 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배 실장입니다.
“제가 부탁드린 부분은 확인하셨습니까?”
-……음, 그전에 한 가지 여쭤보려고 합니다.
“말씀하십시오.”
-차 변호사님은 가드들에게 거짓말을 지시한 사람이 그 병실에 있던 목격자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목격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종범은 되리라고 봅니다.”
-그렇겠죠.
“목격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숨겨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럴 이유는 두 가지 아니겠습니까. 본인이 목격자인 것을 숨기려고 하거나, 아니면 말씀하신 대로 사건의 진실을 숨기려고 하는 사람이거나. 어쨌든 사실을 은폐하려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확실해졌고, 그건 이 사건이 단순히 양동진 선생과 구소정 간호사의 커뮤니케이션 미스로 일어난 사건은 아니라는 걸 입증합니다. 까놓고 말해, 한영그룹 내부에선 누구의 소행이든 제대로 처벌만 하면 상관없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변호사님의 말씀은 담당의, 간호사가 모두 비고의적으로 실수한 것이 아니라, 두 사람 중 누군가가 일부러 설 전무를 그렇게 만들고 덮어씌우는 것이다?
“네. 두 사람이 단순히 자신의 실수를 덮기 위해 설 회장님의 응접실을 도청하고, 가드들을 매수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잖습니까. 최소한 회장님을 도청하고, 가드들을 매수할 수 있는 사람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 분명하고, 그 지원해 준 사람 역시 이 사건으로 인해 얻은 게 있을 겁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정보 확인되는 대로 다시 연락드리죠.
전화가 끊어진 뒤, 휴대폰 화면은 다시 상길에게 도착한 문자 수신함으로 바뀌었다.
상길이 보낸 사진은 과연, 김성우가 어떤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이었다.
‘누구지?’
나는 사진을 다운받아 확대했다.
그리고, 곧 그 사진 속 남자를 어디서 보았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
설형석에 대해 조사하면서 한영그룹 직계 가족 사진을 확인한 적이 있었다.
거기서 본 얼굴이다.
“설효석…….”
그는 설형석의 형이자, 설 회장의 장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