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249)
너희들은 변호됐다-249화(249/641)
설효석과 김성우는 내가 가드들에게 당시 목격자에 대해 물은 직후 만남을 가졌다.
김성우는 회진 도중 전화를 받고 외래를 전부 캔슬했으며, 상길은 김성우의 차를 따라가는 도중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러한 사실에 따라 대충 시간을 계산해 보면, 김성우는 가드들이 나와 헤어진 뒤로부터 30분 가량이 흐른 뒤 설효석에게 연락을 받은 것이다.
다시 말해, 가드에게 나와의 만남에 대해 보고 받은 설효석이 김성우를 호출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유는 뻔하다.
불안하니까.
목격자가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를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아는 것 같으니까.
김성우에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고, 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할 생각이겠지.
“……설효석이 동생을 죽이기 위해 벌인 일이다?”
지금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론이다.
또한, 이렇게 결론을 내리면 모든 의문이 풀린다.
설효석은 김성우와 작당하여 설형석을 죽이려고 했다.
그래서 김성우는 설형석에게 세팔로스포린을 주사하여 과민성 쇼크를 일으키기로 한다.
그렇다고 본인이 그런 실수를 일으켰다고 하면 문제가 생길 테니, 누군가에게 덮어씌우기로 한다.
그리고 그 대상이, 김성우의 경쟁자인 동진으로 낙점된 것이다.
‘그럼 목격자도 설효석인가.’
분명 그날 설형석의 병문안을 왔던 사람 중 설효석 부부도 있었다.
설효석을 목격자로 낙점하고 맞춰보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맞아들어간다.
이렇게 가정해 보면 어떨까.
설효석은 김성우와 미리 결행 일을 잡은 뒤, 그날 설형석의 병문안을 왔다.
설효석과 대화를 나눈 뒤 설형석은 잠들었고, 설효석은 병실 화장실에 숨었다.
그 이후 11시 반경, 구소정과 동진이 병실로 들어갔다.
동진은 목시플록사신을 놓으라고 오더했고, 구소정은 알겠다고 대답했다.
오더를 내린 동진은 병실을 떠났고, 설효석은 화장실에서 나왔다.
구소정은 설효석이 보는 앞에서 설형석에게 세팔로스포린을 주사했고, 동진의 오더에 따른 것으로 진술하기로 다시 한 번 말을 맞췄다.
이렇게 되면, 설효석이 그 시간에 병실 안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던 이유와 방법을 설명할 수 있다.
‘설효석하고 설형석의 평소 관계는 어땠지?’
설효석이 범인이라는 결론에 이르긴 했어도, 동기는 알아야 한다.
또, 아직 확정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에 설효석이 범인이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배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되며,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원치 않으시면 전화를 끊어주세요.]……전화를 받지 않는다?
여태까지 배 실장과 몇 번의 통화를 했지만, 어느 시간이든 연결음이 세 번 이어지기 전에 그는 전화를 받았다.
가드들과 접촉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보느라 바쁜 것일까.
‘아니……’
[……음, 그전에 한 가지 여쭤보려고 합니다. 차 변호사님은 가드들에게 거짓말을 지시한 사람이 그 병실에 있던 목격자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문득 방금 전 통화에서 배 실장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땐 상황이 급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수상하게 여길 만한 것이 없진 않았다.
배 실장과는 아까 본사에서 충분히 이야기를 나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약 한 시간 뒤, 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가드들에게 지시를 내린 사람’이 목격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물론, 목소리에서 달리 감정이 느껴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서는 나와 헤어진 이후 대화 내용을 되새기면서 의문이 생겨 물어봤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시간이라면, 충분히 가드들의 어제 행적을 확인하고도 남았을 시간이 아닌가.
어쩌면 그 역시 가드들이 만난 사람이 다름 아닌 설효석임을 보고받은 뒤, 나에게 다시 한 번 확인받기 위해 연락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한영그룹 내부인이어도 반드시 범인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고, 그 말에 진실 판정이 나오기는 했다.
하지만 배 실장조차도 그 내부인이 설 회장의 장남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터다.
“하지만 배 실장이 협조하지 않으면…….”
범인이 누구인지는 알아냈다고 하더라도, 동진을 완전히 구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다.
동진이 세팔로스포린을 놓으라고 오더한 적이 없다는 증거.
김성우가 구소정에게 세팔로스포린을 놓으라고 지시한 증거.
설효석이 김성우와 작당한 증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은 설효석 본인에게 ‘네가 그때 병실에 있었지? ’라는 질문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만에 하나 설효석이 자신이 목격자가 맞다고 시인한 뒤, 그때 동진이 세팔로스포린을 오더한 것을 본인이 들었다고 말하면 상황이 더욱 악화되기 때문이다.
“……배 실장.”
배 실장이 바보가 아닌 이상, 가드들을 사주한 것이 설효석임을 알아냈다고 하더라도 그런 질문을 했을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만일 배 실장이 설효석의 사람이라면?
“…….”
나는 배 실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받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가 일부러 내 연락을 피하는 것이 맞는 듯하다.
이렇게 되면, 그가 나에게 연락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야 한다.
배 실장이 설효석의 사람이어도, 설형석의 사람이어도, 혹은 둘 다 해당 사항이 없고 오로지 설 회장의 사람이어도 연락할 수밖에 없게 만들 방법.
[실장님, 전화를 안 받으셔서 문자 남깁니다. 누구인지 찾아냈습니다. 연락 주십시오.]일부러 모호하게 적었다.
목격자를 찾았다는 것인지, 가드를 사주한 게 누구인지 찾았다는 것인지, 이 모든 사건을 만들어 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도록.
설효석의 사람이라면 불안해서 전화를 하게 될 것이고, 설형석 혹은 설 회장의 사람이라면 내가 무언가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나 싶어 전화하게 될 것이다.
문자를 보낸 뒤, 나는 이세화에게 전화를 걸었다.
배 실장에게서 연락이 오기 전까지, 그에 대해 확인해 보기 위함이 었다.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파악해야, 나도 배 실장을 어떻게 다룰지 정할 수 있다.
-차 변? 무슨 일이에요?
“안녕하셨습니까.”
-나야 안녕했죠. 일은 잘되고 있어요?
“그 일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뭐가 잘 안되고 있어요?
눈치 하나는 100단이다.
그저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연락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통화 괜찮으십니까?”
-괜찮아요. 물어보고 싶은 게 뭔데요?
“배 실장님에 대해서 여쭤보려고 합니다.”
-배 실장님이요? 음, 그분하고 아직 안 만났어요?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분에 대해 확인할 게 있어서요.”
-배 실장님에 대해서요?
대놓고 배 실장이 누구 편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눈치가 빠른 이세화가 금방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파악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세화가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그녀에게 말해도 되는 타이밍은 아니었다.
아직 증거를 손에 넣지 못했기 때문이다.
“배 실장님이 지금 제 연락을 피하는 것 같아서요.”
-연락을 피한다고요?
“제가 그분을 믿고 진행해도 될지 확실히 하고 싶어서 배 실장님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했는데, 그게 불쾌하셨던 모양입니다. 설형석 전무가 식물인간이 되면 이득을 볼 사람이 누가 있을까 떠올리다 보니, 생각이 배 실장님한테까지 닿아서 제가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차 변다운 실수네요. 하지만 배실장님이 화가 나실 만도 해요. 피해 본 사람한테 이득 봤냐고 몰아붙이면, 당연히 열받잖아요?
“피해 본 사람이요?”
-알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예요. 사실 설 전무가 그렇게 되기 전까지만 해도, 한영그룹은 설 전무에게 승계될 가능성이 높았어요. 치사율이 높다는 교모세포종 판정을 받았어도 설 회장님은 설 전무에게 알짜 계열사를 넘길 생각을 하고 계셨죠. 그리고 뻣속까지 회장님의 사람인 배 실장님은, 당연히 설 전무를 밀어 줬고요.
이세화의 말을 들으니, 설효석의 범행 동기도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다.
흔하디흔한 동기다.
설형석에게 기업이 승계될 것 같으니, 동생을 죽이고 한영을 물려받을 생각이었겠지.
“그랬군요. 배 실장님도 설형석 전무에게 약속받은 게 있었을 텐데, 설형석 전무가 그렇게 되니 상당히 곤란했겠습니다.”
-곤란하다뿐인가요. 평생 회장님 뒤치다꺼리했으니, 그 상으로 제대로 된 큰 계열사 주무르게 되겠구나 싶었는데 갑자기 설 전무가 그렇게 된 거잖아요. 얼마나 열받겠어요. 그런 사람 속을 차 변이 그렇게 긁어놨는데, 연락받고 싶겠어요? 하하.
“제가 큰 실수를 했군요. 사과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세화의 말이 맞다면, 배 실장은 설효석에게 이를 갈고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끈 떨어진 뒤웅박 신세가 된 이 상황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설효석에게 붙어야 할지, 설형석이 식물인간에서 깨어나길 기다려 봐야 할지.
만일 설효석에게 붙겠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배 실장은 적군에 투항하기 위해 주군의 수급을 가져가는 장수처럼 설형석 사건을 덮어 주는 조건으로 자신을 받아 달라고 할지도 모른다.
배 실장이 설효석에게 이를 갈고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후자라고 해도 어느 정도 시간은 벌었다.
배 실장이 설효석에게 붙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고 해도, 결론을 하루아침에 낼 수는 없을 테니까.
적어도, 지금 당장 설효석에게 이 모든 상황에 대해 말하진 않았을 것이다.
-잘해 봐요.
이세화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전화가 끊어지기가 무섭게, 문자함에 새로운 알림이 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부재중 전화 2건]이세화와 통화하던 중, 배 실장에게 전화가 와 있었다.
역시 애매모호하게 문자를 보낸 것이 그의 불안감을 제대로 자극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곧, 그새를 견디지 못한 배 실장에게서 문자가 한 통 더 날아왔다.
[통화 중이네요. 속히 연락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