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261)
너희들은 변호됐다-261화(261/641)
부모님이 계신 곳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고 자란 고향인 지방 도시다.
어린 시절부터 동네에서 함께 자라다가 자연스럽게 결혼하신 케이스라, 다행히도 고향이 같았다.
예전엔 시골 마을이었던 그곳이 도시로 개발되면서 당시 함께 모여 살았던 친인척 일부는 그곳을 떠났지만, 그래도 아직 많은 친인척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도심에서 아주 조금 벗어난, 전원주택이 모여 있는 동네.
부모님은 노후를 보내기 딱 좋은 곳이라며 이 동네를 참 마음에 들어하셨다.
“와, 동네 진짜 좋다.”
그리고 강민재 역시 이곳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그래 봐야 강민재가 살고 있는 강관웅의 사저보다 좋은 집은 없는 것 같지만 말이다.
뭐, 작은 산과 개천에 둘러싸인 전원주택 단지라 눈이 즐거워지는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민재는 고개를 숙인 채로 집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차를 몰았다.
“부모님 댁은 저 중 어디예요?”
“저기.”
나는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와, 집 진짜 예쁘네요.”
“잘 보이지도 않잖아.”
“그 조금 보이는 것만으로도 예쁘다는 게 예상된다는 소리죠.”
강민재의 머리 위에는 언제나 진실이라는 글자가 떠 있지만, 가끔은 이 능력도 고장 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주한아!”
차고에 차를 댈 무렵, 부모님이 차고 쪽으로 내려오셨다.
도착했을 때는 어느덧 저녁 무렵.
조금 열린 그 문틈 사이로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났다.
“어머님, 아버님, 그간 잘 지내셨죠?”
강민재가 뒷좌석에서 홍삼 박스를 꺼내고 허리를 접어 인사했다.
“어머, 강 변호사도 왔네?”
“민재요, 어머님. 이제 말 놓으실 때도 됐잖아요.”
이제 두 번 봤는데?
“그래그래, 민재. 하하. 얼른 안으로 들어와. 주한이, 너도.”
……뭔가 주객이 전도된 기분이지만, 기분 탓이겠지.
홍삼 상자를 양손에 들고 계단을 올라가는 강민재의 뒤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이야, 주한아! 이게 얼마 만이냐!”
……이모들이 다 모여 있었다.
“이 친구는 누구야?”
“아, 이쪽은 우리 주한이랑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변호사 후배. 강민재 변호사.”
“안녕하십니까! 어유, 어머님. 제가 이렇게 온다는 걸 아시고 소개팅 자리를 마련해 주신 거예요? 대한민국 미인들 다 여기 모였네.”
강민재가 소파에 모여 앉아 있던 이모들을 향해 말하자, 이모들은 순식간에 깔깔깔 웃음을 터트렸다.
“어머어머, 우리 나이가 몇인데 소개팅은 무슨. 우리 내일모레 칠십이야, 칠십. 우리 같은 사람들이 변호사님 만나면 남들이 흉봐요.”
“예? 칠십이요? 이제 마흔 될랑말랑 하신 줄 알았는데요. 제가 연상 취향이라서 딱이라고 생각했더니만…….”
“아유, 저 변호사님 진짜 골 때린다. 호호호. 주한아, 저 변호사님 너무 재밌다. 매일매일 즐겁겠어.”
강민재의 친화력엔 번번이 놀라지만, 정말 보통이 아닌 것 같다.
“배고프지? 얼른 밥부터 먹자. 주한 아빠, 나 냄비 드는 것 좀 도와줘요.”
어머니와 아버지가 부엌으로 들어가자, 이모들과 쓸쓸히 남은 나와 강민재는 씻을 준비를…….
“강민재 변호사님이라고 했죠? 나이는 올해 몇인가?”
“저 몇 살 같아요?”
“아유, 그런 질문 어려운데!”
“그냥 솔직하게 이모님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어디 보자. 대학도 나오고, 사법고시 준비도 하고, 군대도 갔다 왔을 테니까 ……. 서른 됐을라나?”
“와, 서른! 변호사님! 들으셨어요? 저 서른 살 같으시대요!”
씻을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강민재는 이미 이모들에게 둘러싸여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나는 결국 한숨을 쉬며 홀로 욕실로 들어갔다.
어머니한테 오늘 집에 가겠다고 연락하긴 했지만, 이모들까지 다 모여있을 줄은 몰랐다.
어차피 같은 동네 사니까 온 것이겠지만, 그럴 줄 알았으면 홍삼은 더 넉넉히 사올 걸 그랬다.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어떻게 됐을 것 같은데요?”
“아, 우리야 모르지!”
그런 생각을 하며 욕실에서 나왔는데, 강민재는 그새 이모들과 더 친해져 있었다.
정말 엄청난 녀석이다.
나는 도와드릴 게 없나 싶어 주방으로 들어갔는데, 어머니와 아버지가 준비를 끝내셨는지 이미 식탁 위는 다채로운 음식으로 가득했다.
강민재의 집에서 몇 번 융숭한 대접을 받았던 터라, 한 번은 나도 대접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그게 오늘이 될 줄은 몰랐다.
“어때, 민재? 맛있어?”
고기를 입에 넣은 강민재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어머니가 물었다.
강민재는 심각한 얼굴로 대답 없이 씹기만 했고, 어머니의 표정은 조금 굳어 버렸다.
“왜, 맛없어?”
어머니가 묻자, 강민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에 뭐가 들었어?”
이번엔 내가 묻자, 강민재는 이번에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건 너무…… 너무 심각하게 맛있네요. 진짜로. 번번이 느끼는 거지만, 어머님 진짜 식당 하나 내세요. 그럼 3대가 풍족하게 먹고 살 만큼은 버실 겁니다. 그리고 절 지배인으로 써 주세요. 변호사 하는 것보다 그게 더 돈 잘 벌 것 같아요.”
“주한아. 진짜 골 때린다, 이 친구. 웃겨 죽겠어, 정말.”
이모들은 폭소하기 시작했다.
만일 나 혼자 왔다면 조용했을 식사 시간이 그래도 강민재 덕분에 화기애애해진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 뒤로도 강민재는 갖은 재롱과 애교로 부모님과 이모들을 기쁘게 했고, 나는 부담 없이 조용히 식사할 수 있었다.
“아, 맞다. 주한아. 안 그래도 너한테 물어볼 거 있었는데.”
식사 후 거실에서 과일을 먹으며 내가 출연했던 시사 프로그램 이야기를 하던 도중이었다.
이모가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정희 있잖아. 우리 첫째 딸.”
“네.”
“정희가 지금 지 서방하고 이혼한다고 난리가 났는데, 이거 이혼하면 위자료는 받을 수 있는 건지 모르겠어서.”
이모가 말하는 정희는 나에게는 사촌 누나다.
어린 시절, 명절에 만나면 나를 데리고 동네 슈퍼에 가서 과자를 사주었던 기억이 있다.
크고 나서는 별로 만나지 못했지만 말이다.
“잘 물어보셨습니다, 이모님. 이모님도 아시겠지만 저희 사무실에서 그 정영준하고 고진아 이혼했을 때 정영준 씨 측 변호 담당했었습니다. 그때 아시죠? 정영준이 다 뒤집어쓰고 이혼당할 뻔했는데 우리 변호사님이 오히려 위자료 엄청 뜯어내신 거.”
오랜만에 보는 영업사원 강민재의 모습이다.
“당연히 알지. 그거로 뉴스도 나왔잖아! 주한아, 네 엄마가 얼마나 자랑을 했는지 아니?”
“……언니, 내가 언제!”
어머니는 민망하신지 괜히 이모의 어깨를 밀며 얼굴을 붉혔다.
“매형한테 귀책 사유가 있는 거예요?”
“귀책 사유?”
“그러니까, 사위분이 문제가 있어서 이혼하는 거냐는 뜻입니다.”
강민재가 덧붙이자, 이모가 흥분하며 소리쳤다.
“그렇지! 그놈이 바람피웠어! 망할놈의 새끼.”
“그럼 정희 누나가 외도 증거를 가지고 있어요?”
“안 그래도 내가 증거를 딱 잡아야 한다고 말은 해 놨어!”
이모가 언성을 높이며 매형이 얼마나 나쁜 놈인지 일장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들어 보니, 산전수전을 다 겪은 내 입장에서는 저 정도 나쁜 놈은 제대로 나쁜 놈도 아니었다.
그렇게 똑똑하게 구는 사람도 아니라, 굳이 변호사까지 대동하지 않아도 깔끔하게 위자료 받아 내고 끝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정희 누나는 내 기억이 맞다면 결혼한 지 7년도 넘었고.
“누나한테 연락 한 번 달라고 말씀해 주세요. 제가 누나하고 직접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이모에게 명함을 내밀며 말했다.
“어휴, 든든하기도 해라. 너는 좋겠다, 이런 아들 있어서. 어쩜 이렇게 든든하고 딱 부러졌니? 장하다, 장해. 우리 주한이.”
……그리고 이모는 내 엉덩이를 두드리려고 했다.
내가 빠르게 피하지만 않았어도 정말로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늦은 밤까지 시간을 보낸 뒤, 강민재와 잠깐 휴식 차 마당으로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
“변호사님.”
밤바람을 쐬며 담배에 불을 붙인 강민재가 문득 입을 열었다.
“왜.”
“변호사님은 좋으시겠어요.”
뜬금없는 말에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강민재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저런 단란한 가족이 있는 게 부러워서요. 하하. 저희 집은 저렇게 바글바글 모여있는 일이 없거든요. 그래 봤자 정계 인사들이 명절에 인사하러 오는 게 전부인데, 언제 어떻게 돌아설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라.”
문득, 부모님을 여의고 할아버지와 살고 있는 그의 환경이 떠올랐다.
나 역시 이모들이 와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 못하긴 했지만, 강민재에게 배려가 부족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민재도 무척 가고 싶어 했고, 어머니도 강민재가 보고 싶다고 하셔서 그냥 못 이기는 척 데려온 것인데.
앞으로는 주의하는 게 좋겠다.
“아니, 슬퍼지고 그런 건 아니에요. 오히려 저는 좋아요. 그런 가족이 없는데, 이렇게 변호사님이랑 같이 오니까 왠지 그런 가족 생긴 것 같아서요. 하하.”
나는 오히려 명절에 이런 북적북적한 분위기가 싫어서 잘 오지 않으려고 한다.
이전 삶에서는 부모님이 계시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명절에는 처가에만 갔었고 말이다.
하지만 겪어 본 사람이 싫어서 가지 않는 것과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것의 차이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강 변도 빨리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해. 그럼 가족 생기잖아.”
“없어요, 그런 사람. 있으면 진작 만났죠. 정 그러면 변호사님이 소개해 주시든가요.”
강민재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윤세연 기자 어때?”
“장난하세요? 그리고 윤 기자님 남자친구 생겼어요.”
“어떻게 알아?”
“페이스북에서 봤어요.”
벌써 페이스북이 유행하는 시기가 됐나.
사건 진행할 때도 싸이월드에서 자료를 찾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페이스북의 시대가 오다니.
하긴 스마트폰도 꽤 많이 보급되어서, 페이스북의 시대가 올 때도 됐다.
시간의 흐름은 너무나 빨라서, 조금만 굼뜨게 움직이다가는 금세 내가 있었던 2018년에 도달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생긴다.
“그럼 동진이한테 소개해 달라고 할까? 안 그래도 나한테 소개받으라고 하던데. 동진이 후배래. 후배면 강 변하고도 나이가 좀 맞을지도 몰라.”
“……그래요?”
조금 솔깃해 보이는 그의 목소리에, 나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내친김에 동진에게 연락해 보자는 생각에서였다.
휴대폰 잠금을 풀자, 내가 확인하지 않은 문자 메시지가 팝업되었다.
“동진이 형님한테 연락하시게요?”
“강 변.”
“네?”
“우리 지금 서울로 올라가야겠다.”
“왜요? 자고 가신다면서요.”
나는 대답 대신 그에게 내 휴대폰 화면을 보여 주었다.
[우신에 대해 고발할 자료를 가지고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로 재판 전에 만나고 싶습니다. -이정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