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262)
너희들은 변호됐다-262화(262/641)
나는 바로 문자 온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정말 이정찬이 맞는지 확인할 필요도 있고, 대체 나에게 왜 이런 문자를 보냈는지도 알고 싶어서였다.
전화를 받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문자를 보냈으면 적어도 본인 확인은 해 주는 것이 매너 아닌가?
-네.
짧은 한 음절짜리 목소리였지만 나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이정찬이 맞다.
그렇다면 대체 왜?
그는 지금 재판을 앞두고 집에서 칩거하고 있는 처지다.
원래는 죄질이 무거워 구속되었지만, 건강상의 문제를 이유로 중간에 풀려났다.
그러한 상황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어차피 재판이 끝나면 징역을 살게 될 거라는 의견이 압도적이기에 그냥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나에게 연락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니, 연락을 하더라도 원망이나 저주의 말을 퍼부었으면 퍼부었지 우신에 대해 고발할 게 있다고?
“차주한입니다. 대표님.”
-문자는 잘 받은 모양이구만. 그래, 생각은 잘 해봤소?
“……그 전에 대표님께서 왜 저에게 이런 자료를 넘겨주겠다고 하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어쩌면 허위 자료를 건네서 내 대외적인 신뢰도를 떨어트리려는 계략일지도 모른다.
내가 제기한 의문을 우신이 완벽하게 반박함으로써 나를 바보 만드는, 그런 시나리오를 짜서.
우신에게 받은 미션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차 변호사는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너무 과대평가한 모양이구만.
하지만 그가 나에게 자료를 넘기려는 이유를 굳이 생각해야 한다면, 한 가지 가설이 서기는 한다.
호형호제하던 고상준에게 버림받은 이정찬은 우신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고, 자신이 건넨 자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나뿐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나는 여태까지 온갖 유명 인사들의 목을 날려 왔다.
재판 혹은 이슈화를 통해서.
그걸 검찰이나 기자들이 몰라서 하지 못한 것일까?
아마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거대한 정보를 쥐게 된 이들은 그 뒤에 서 있는 거대한 배후가 두려워 사건을 덮거나, 혹은 윗선에 막혀 강제로 폐기시켜야만 했다.
이전 삶에서도 그렇게 본인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결국 사실을 은폐하는 것을 선택한 사람들을 만나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나는 어떻게든 내가 손에 넣은 사건은 전부 공론화했고, 재판에 회부시켰다.
이 나라에서 우신을 건드리는 행위는 마치 자살 폭탄 테러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심지어 그렇게 해도 본인만 다칠뿐, 우신은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한 경우도 많다.
우신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과 비판은 이어지고 있지만, 우신 입장에서는 간지러운 수준도 되지 못할 정도의 루머로 치부되고 있지 않은가.
그런 상황에서 이정찬이 이 정보를 믿을 만한 누군가에게 준다고 해도 묻히거나 오히려 우신의 손아귀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면 어떨까.
나는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자신마저도 무너트렸으니, 나에게서 희망을 보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가 나를 선택한 것은 나쁘지 않은 판단이다.
“무슨 뜻이신지 알겠습니다. 일단은 뵙고 말씀 나눴으면 합니다.”
-알겠지만 나한텐 시간이 별로 없어요.
“오늘 새벽도 괜찮으시다면 바로 뵐 수 있습니다.”
-……내일 밤이 좋겠군요. 오늘은 좋지 않아요.
“알겠습니다. 그럼 편하신 시간과 장소 정해 주시면 그쪽으로 나가겠습니다.”
이정찬은 대답 없이 전화를 끊었다.
나는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민재와 시선을 맞췄다.
“내일 밤에 보자는데.”
“이, 일단 올라가죠. 그리고 봉준 형님하고 종현 형님도 만나고요. 이게 무슨 일이래요?”
강민재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와……’ 하는 감탄사를 연발하다 정신을 차렸다.
“일단 어른들께 인사드리고 얼른 올라가야겠어요.”
자고 가겠다고 말씀드린 상황이라, 급한 일이 생겨서 올라가 봐야겠다고 하자 부모님과 이모들은 아쉬운 기색을 보이셨다.
나에게 법적으로 물어볼 게 한 바가지였다며 더 있다 가라는 것을, 나중에 또 오겠다는 말로 겨우 달래고 차에 올랐다.
그 잠깐 사이에 다급하게 잔뜩 담아 주신 음식들을 트렁크에 가득 싣고서.
새벽이라 서울까지 올라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올라가는 길에 조봉준과 최종현에게 대충 이정찬이 우리에게 우신 관련 정보를 넘기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리자 그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심지어 술을 마시러 가던 도중이었는데, 취한 채로 회의에 임할 수는 없다며 도로 집으로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오 사무장은 이미 자고 있을 듯해서 부르지 않으려고 했는데, 최종현에게 전화를 받았는지 자다 깨서 옷을 입었다고 연락이 왔다.
“차 변, 민재! 빨리 와!”
스튜디오에 도착하자, 그들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엄청난 준비가 아니라, 회의에 앞서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 오고 빵과 과자 따위를 놔뒀다는 뜻이다.
“아니, 대체 이정찬이 왜 차 변한테 그런 대박 정보를 준대?”
우리가 제대로 자리에 앉기도 전에 조봉준이 물었다.
그들은 매우 신나 보였다.
요즘 방송할 게 없어서 요즘 주식 방송으로 겨우 떠나려는 시청자를 붙잡고 있는 실정이라 가뜩이나 우울해하더니만…….
나는 지체하지 않고 이정찬과의 짧은 통화 녹음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이정찬이 왜 나에게 자료를 넘기려고 했는지도, 추측한 대로 설명해 주었다.
“근데 걱정되는 게 좀 있어요.”
녹음 재생이 끝나자, 오 사무장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게 함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정찬에게 우신에 치를 떨 상당한 동기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정찬 계 인사들이 지금 새 정당을 만들고 있고, 이정찬이 몇 년이나 복역할진 모르겠지만 다시 나오면 그 정당에서 새롭게 정치 활동을 시작하려고 할 텐데……. 그런 사람이 우신 정보를 넘긴다는 건 좀 무모하지 않아요?”
“흐음, 사무장님 말씀 듣고 보니 그렇네요.”
최종현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여태 이정찬의 정치 자금을 댄 게 우신이잖습니까? 버림받긴 했지만, 그간 우신에게 받아 처먹은 게 많아서 솔직히 이정찬이 복수하는 것도 웃기긴 해요. 지도 우신에 문제 생기면 우신 버렸을 거 아닙니까. 무엇보다 이정찬은 오랫동안 일중일보 주필, 그리고 고상준하고 친분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 인간들이 서로 결탁해서 이 사회에 뿜는 입김이 얼마나 센 지 모를 리가 없는데, 그 둘을 받아 버린다? 그건 조금…….”
최종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상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정찬이 우신에 버림받은 건 확실해? 이정찬이 구속됐다가 풀려난 것도 우신 입김 아니야?”
조봉준의 물음에, 최종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다기엔 일중일보가 이정찬한테 너무 공격적이야. 아무리 연막을 치려고 하는 거라고 해도, 논조가 좀 세. 세연이한테 들으니까 이정찬은 완전히 버리고 가는 카드 같던데.”
“정치계 쪽에선 이정찬에 대해서 어떤 분위기인데?”
정치계에선 이정찬은 거의 끝났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가 징역을 살고 나와 다시 복귀한다고 해도, 대통령은 절대 꿈도 꾸지 못할 것이고 기껏해야 콘크리트 층을 이용해서 국회의원 몇 번하는 게 전부가 아닐까 싶다.
물론 그와는 별개로 대선에 출마는 하겠지만, 이미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난 그가 당선될 확률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쪽에서도 이정찬은 빠이빠이라고 보지. 일중일보가 우신하고 짜고 움직이긴 해도, 분위기 봐 가면서 하거든.”
그리고 최종현 역시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흠, 그러면 사무장님하고 종현 형님은 함정일 가능성을 생각하시는 거예요?”
“그치, 아무래도? 이정찬이 주는 자료가 허위 자료거나, 뭔가를 교란시키기 위한 자료일 수도 있잖아.”
“근데 이정찬이 우리가 우신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 줄 알고 교란시키려고 해?”
“그건 그렇지만, 이정찬이 아니라 우신 쪽에서 알고 있다면 이상할 건 없잖아. 전에 명화제약 쪽에서 차 변 사무실 도청한 거 기억 안 나?”
“그래 봤자 옛날 옛적에나 사무실에서 얘기했지 그 뒤로는 거기서 얘기 안 하고 스튜디오 와서 회의하는데, 뭐. 그 일 있고 나서 차 변이 까탈스럽게 사무실에 싹 기계 감지기인가 뭔가 그거 돌렸잖아. 도청기 없는지 확인한다고.”
혹시 우신에서 내 사무실에 도청기를 달았을까 봐 주기적으로 탐지기를 돌리긴 하지만, 그게 까탈스럽게 보였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우리 결론이 뭐야. 이정찬이 정말로 차 변한테 정보를 넘기려고 한다는 거야?”
“씨바, 이정찬이 보자고 해서 나가면 괴한이 숨어 있다가 차 변 뒤통수 프라이팬으로 존나 세게 쳐서 납치할 건가 보지.”
도무지 결론이 나지 않는 담론에 결국 조봉준이 두 손을 들며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정찬의 의도는 내가 직접 만나서 능력을 사용해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걸 말할 순 없으니, 적당히 결론을 내려야겠다.
“어쨌든 함정일까 두려워서 이 기회를 차 버리는 건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일단은 만나서 확인하고, 그 자료라는 것도 받아야죠. 그리고 그 자료가 멀쩡한지 아닌지는 우리가 체크해 보면 되는 겁니다.”
“그건 그렇죠.”
“진짜로 변호사님 뒤통수를 프라이팬으로 치려는 놈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태식 씨한테 연락해서 지켜보게 하죠.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정 걱정되면 그것도 방법이겠지.”
* * *
새벽 늦은 시간까지 스튜디오에 있느라 점심나절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아침은 잘 챙겨 먹지 않지만, 그래도 늦게 일어난 만큼 밥은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어머니가 챙겨 주신 음식으로 배를 채웠다.
어제 회의 결과, 태식이 쪽 식구들과 강 변, 그리고 최종현이 약속 장소 인근에서 나를 지켜보기로 했기 때문에 아직 낮이지만 준비로 바빴다.
같이 있다가 함께 움직이자는 말에, 전부 스튜디오로 모인 상태였다.
이정찬이 아직까지 만날 장소와 시간을 알려 주지 않았기 때문에 미리 동선을 잡는 데 다소 난항을 겪었지만, 계획은 괜찮게 잘 수립된 듯하다.
사실 나는 혼자 나갈 생각이었고, 크게 위험성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
“우리 무슨 첩보 영화 찍는 것 같아요. 그쵸.”
게다가 저 사람들도 이런 준비를 하면서 꽤 신난 것 같고…….
한 마디 핀잔을 주고 싶어졌지만, 아무렴 어떤가 싶어 내버려 두었다.
그렇게 저녁이 되었을 즈음.
[오늘 23:00에 화군 저수지 앞에서 봅시다]이정찬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