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263)
너희들은 변호됐다-263화(263/641)
화군 저수지는 서울 근교에 위치해 있다.
지금 당장 출발하면 늦어도 10시에는 도착할 수 있으니 시간은 넉넉하다.
내가 받은 문자를 공유하자, 태식은 기다렸다는 듯이 책상을 두 손으로 팍 내리치며 일어났다.
“가시죠, 변호사님!”
오랜만에 남 뒷조사가 아닌 색다른 미션을 받은 게 무척 신나 보이는 그는, 수트 재킷을 어깨에 걸치며 폼을 잡았다.
“우리는 같이 안 가도 되겠어?”
“최 기자님하고 조봉준 씨까지 같이 가면 차 세 대로 움직여야 하는데, 너무 번거롭습니다.”
나는 짧게 일축하고 강민재에게 차 키를 건넸다.
“전 데려가 주시는 거예요?”
던지는 차 키를 두 손으로 받은 강민재가 감동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운전할 사람이 필요했을 뿐인데, 저렇게 나오면 왠지 차 키를 도로 거둬가고 싶어진다는 것을 그는 알는지 모르겠다.
“싫으면 말고.”
“아니에요. 변호사님, 왜 그러세요. 아마추어 같이. 제가 싫다고 할 리가 없잖아요.”
강민재는 내가 차 키를 도로 거두어 갈까 두려웠는지, 자신의 안주머니에 꼭꼭 숨기며 내 뒤를 따라왔다.
태식과 직원들은 그쪽 차로, 나와 강 변은 내 차로 이동하기로 했다.
혹시라도 이정찬 측에서 우리를 관찰하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태식은 우리와 별도로 움직이는 것처럼 다른 곳에서 출발했다.
사실, 강 변을 대동한 것은 일종의 부적 같은 것이다.
만일 이것이 음모이고, 정말 조봉준의 말처럼 그가 날 프라이팬으로 쳐서 데려갈 생각을 하고 있을 경우를 대비해서.
그렇다면 내가 출발하는 이 시점부터 우리를 감시하고 있을 텐데, 강관웅의 손자인 강민재를 데리고 가면 적어도 교통사고로 위장해서 날 죽이거나 하지는 않겠다는 판단이있었다.
프라이팬으로 치는 것도, 강관웅의 손자가 그 옆에서 눈 부릅뜨고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어쨌든, 이정찬도 정치인이니 말이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신난 강민재는 운전석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헛소리를 시작했고 말이다.
“화군 저수지 낚시터로 유명하잖아요.”
“그래?”
“예전에 친구들이랑 밤낚시 몇 번 갔었어요. 재밌었는데. 아, 그때 노숙자 아저씨가 저희 담배를 훔쳐 갔는데, 매점 아줌마가 그 아저씨 유명한 노숙자라면서 잘못 걸렸다는 거예요. 아마 그거 말고 털린 거 더 있을 거라고 해서 보니까 과자도 털어가고 술도 털어가고! 아, 그리고 또 거기가 물가 조금 가까이 앉으면 조금 미끄럽거든요? 그래서 거기 친구가 빠질 뻔했는데…….”
나는 조수석에 앉아 휴대폰으로 화군 낚시터에 대해 검색하며 강민재의 이야기를 들었다.
대충 보니 새벽에도 낚시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붐빈다고 할 순 없지만 꽤 사람들이 있다는 것 같았다.
이정찬은 감옥행을 앞두고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낚시를 다니고 있는 것일까.
그런 이야기를 듣진 못했지만, 이상할 것은 없다.
나는 찬찬히 고개를 끄덕이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나는 낚시 할 줄도 모르고 벌레도 만지고 싶지 않은데, 이정찬이 같이 낚시하며 이야기하자고 하면 거절해야겠다는 한가한 생각을 하면서.
“거기 되게 유명한 황태해장국 집 있어요.”
침묵 속에서, 강민재가 슬쩍 입을 열었다.
지금 시각은 9시.
내비게이션에 따르면, 도착하면 9시 40분 정도가 될 것 같다고 한다.
약속 시간은 11시니,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 황태해장국 한 그릇씩 할까?”
“네! 네!”
강민재는 고개를 마구 끄덕이고는, 얼른 황태해장국을 먹고 싶다며 밟기 시작했다.
“속도는 유지해.”
“넵.”
이러다가는 이정찬의 음모로 사고를 당하는 게 아니라, 강민재의 과속 운전 때문에 나란히 황천길 건너겠다.
“정확히 화군 저수지 어디에서 보잔 이야기는 없었죠?”
어느덧 10시 반.
태식과 직원들은 인근에 흩어져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고, 나와 강민재는 저수지 입구에 있는 매점 앞에서 커피를 한 잔씩 샀다.
30분이나 시간이 남긴 했지만, 이정찬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있었다.
이곳 매점 앞은 조명이 있어서 꽤 밝지만, 저수지 쪽으로 들어가면 매우 컴컴했다.
잠깐 들어가 보니 낚시하는 사람들도 발광력이 높은 랜턴 따위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내부에 조명이 군데군데 있긴 하지만, 컴컴한 곳이 훨씬 많았다.
그렇기에 안에 이정찬이 있다고 해도 보이지 않을 것 같은데.
통상적으로 위치를 정확히 말하지 않았다면 입구 근처가 아니겠는가.
그게 아니라면 추가적으로 내가 나타났는지 확인한 뒤, 어디로 오라는 연락은 주겠지.
“……흐음.”
그렇게 11시가 되었다.
매점에서 산 커피는 이미 다 마셨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이정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아니면, 정말로 함정인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복잡해졌는데, 강민재가 저수지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혹시 모르니까 안쪽 한번 돌고 오는 게 어때요? 안쪽에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
매점을 지나 저수지 쪽으로 들어가자, 저수지를 둘러싸고 자리 잡은 낚시꾼들이 몇 보였다.
저수지가 꽤 큰 편이라 저마다 거리를 크게 벌리고 앉아 있었지만, 그마저도 수가 적어서 그들이 뿜는 랜턴 빛으로는 그리 밝아지지 않았다.
“진짜 웃기네요. 사람 불러놓고 오지도 않고, 연락도 안 되고.”
우리는 흩어져서 군데군데 앉아 있는 낚시꾼들의 얼굴을 슬쩍 확인하며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았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이정찬은 없었다.
“이상하네.”
“혹시 변호사님이 집 비운 틈을 타서 변호사님 집을 뒤졌다거나, 도청 장치를 달아뒀다거나 한 건 아니겠죠?”
“집엔 별거 없고, 한 번 탐지기 돌려 봐야지. 사무실하고 스튜디오도.”
“에휴. 괜히 헛수고했네요.”
이전 삶에서, 이정찬은 우신과 상당한 유착관계에 있었다.
그가 대통령이 되고부터는 우신에 많은 사업을 몰아주었고, 그 덕분에 우신이 얼마나 덩치를 불렸는지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이정찬이 만일 우신에 대해 폭로할 게 있다면, 무엇인지는 몰라도 엄청난 이슈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소의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나온 것인데, 이래서야 원.
“일단 돌아가자.”
결국 12시까지 저수지를 헤매던 우리는,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와야 했다.
* * *
그날로부터 나는 틈이 날 때마다 이정찬에게 전화를 걸었다.
문자 메시지도 몇 통 남겨 놨지만 답이 없었다.
그의 재판은 벌써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고, 재판이 시작되면 더욱 만나기 힘들 거란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하지만 한 번도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와 맞물려, 올해 치러질 대선 준비가 본격적으로 준비 궤도에 올랐다.
이세화로부터 선거 캠프 출범식 날짜가 잡혔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어, 차 변. 어서 와요.”
이세화는 오늘 선거 갱프 출범식에 참석해서 만나야 할 사람들을 소개해 주겠다며 나를 한정식집으로 불렸다.
내가 이세화의 선거 캠프에 합류하겠다고 약속한 이상, 그녀에게 도움이 되어야 진정한 의미로 빚을 갚는게 아니겠는가.
그래서 오늘 오기 전까지 틈틈이 자유정의당 인사들에 대해서 철저히 알아보고 조사했다.
“아직 아무도 안 오신 모양입니다.”
“차 변만 좀 일찍 불렀어요. 차 변은 아직 우리 당 사람들 잘 모르고 하니까 대충 알려 주려고. 물론 그 사람들도 차 변을 잘 모르니까, 차변에 대해서 설명해 주긴 했거든요. 차 변 성격이 워낙 뻣뻣해서, 차 변 처음 본 사람들한테는 오해 사기 딱 좋지.”
이세화는 나에 대한 해석을 이미 마친 모양이다.
사실, 나는 흔히 말하면 ‘꼰대’들에게는 밉보이기 딱 좋은 몇 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로는, 잘 웃지 않는다.
웃지 않으려고 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개인적으로는 억지로 웃는 게 잘되지 않는다.
안 해 버릇해서 그렇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래도 안 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다.
진심이 아닐 때 웃으면 티가 나고, 오히려 표정이 나빠 보인다.
둘째로는, 넉살이 좋지 못하다.
그래서 내가 강민재를 부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농담이나, 어른들의 농담을 받아치는 또 다른 농담에는 젬병이다.
여태까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내 성격 때문에 어른들에게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 왔다.
그리고 선거 캠프는, 그런 ‘어른’들이 가득한 공간이다.
“아, 대표님. 잠시 시간이 남는 김에 한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뭔데요?”
“이정찬 전 대표에 대한 일입니다.”
이세화는 이정찬이라는 말에 어깨를 으쓱였다.
“그 양반에 대해서 더 확인 할 게 있었나요? 명화제약 건도 다 끝났는데.”
“그게 아니라, 이정찬 대표 개인에 대한 겁니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이세화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네가 이정찬과 엮일 만한 일이 뭐가 있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녀의 반응을 보면 더욱 확실하게 피부에 와닿는다.
이정찬과 내 관계를 잘 아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정찬과 나의 개인적 용무라는 것이 이 정도로 이상해 보인다는 뜻이다.
처음 이정찬이 나에게 우신에 대한 정보를 넘기겠다고 했을 때는, 그가 현명한 선택을 내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날 화군 저수지에 그가 나타나지 않았고, 그 이후로도 연락이 두절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내가 이정찬에 대해 너무 순진한 평가를 내렸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정찬 전 대표 재판이 일주일 남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잘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해서요. 요즘은 딱히 기사도 없고.”
“이정찬 건 터진 지가 언젠데 지금까지 계속 기사가 나오겠어요. 요즘엔 오히려 차 변이 새롭게 터트린 한영그룹 설효석 문제로 난리지. 하여튼 대한민국 이슈는 차 변이 다 만들고 다닌다니까.”
이세화가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이정찬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다면 이세화가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말이 없는 것을 보면 별일은 없는 모양이다.
이세화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오늘 만날 사람들에 대해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그녀가 건네준 자료를 확인하며 숙지하기에 바빴고.
그렇게 30분쯤 흘렀을까.
“어?”
나와 이세화의 휴대폰이 동시에 울리기 시작했다.
“별일이네요?”
이세화는 전화가 울리는 내 휴대폰을 바라보며 자신의 휴대폰을 흔들어 보였다.
“전화 받아요. 나도 받을 테니까.”
그렇게 동시에 휴대폰을 귀에 대었을 무렵.
-차 변, 지금 어디야?
수화기 너머에서 박영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지금 이세화 대표님하고 같이있습니다.”
-차 변. 놀라지 말고 잘 들어.
“……말씀하십시오.”
-이정찬이 죽었어.
뭐?
“……제가 아는 그 이정찬 말씀이십니까?”
–그래.
“사인은 어떻게 됩니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게 무슨…….”
지금 이세화 대표하고 같이 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일단 거기서 나와. 지금 이 대표하고 노닥거릴 시간이 없어. 지금 강 변이 차 변 어디 있는지 보냈으니까 일단 강 변하고 같이 보자고.
“왜 그러시는지 이유는 알려 주셔야죠.”
-지금 차 변이 이정찬을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