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274)
너희들은 변호됐다-274화(274/641)
“CCTV 화질이 괜찮네요.”
강민재가 화면을 주시하며 말했다.
서초동에서는 꽤 값이 나가는 주거형 오피스텔이니, 장비도 괜찮은 것을 쓰는 모양이었다.
그 덕분에, CCTV 안에 등장한 사람들의 얼굴은 정확히 식별되었다.
“이날, 그 뭐냐. 그 이정찬 죽인 사람이 이 오피스텔에 산다고 그래서 기자들이, 기자들이 말도 못 하게 많이 왔었어요. 막 들어오면 안된다고 하는데도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더라니까? 주민들이 얼마나 항의를 하던지.”
조봉준이 차주한의 집에 도착하기 몇 시간 전부터로 탐색 시간을 맞춰놨기 때문에, 새벽부터 차주한의 집앞에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이 빠지는 모습이 몇 분째 찍혀 있었다.
“아, 그 사람이 여기 사는구나. 완전 몰랐네요.”
강민재는 뻔뻔스럽게 금시초문이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사무소장은 여태 입이 근질거렸었는지,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꽤 능력 있는 사람이었거든요, 그 사람이? 같은 변호사시니까 아시겠네.”
“저는 잘 모르는 분이에요. 같은 변호사라고 해도 같이 일 안 했거나, 기수가 다르면 모르거든요.”
“그래요? 왠지 나이대가 좀 비슷해 보여서 혹시 아는가 싶었는데. 그 사람도 진짜 멀쩡해 보였거든요. 거기 혼자 사는데, 원래는 검사였다가 갑자기 개업했다고 하더라고.”
“그렇군요. 젊은 나이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강민재는 놀라울 정도로 사무소장의 이야기를 잘 받아 주었다.
아마도 사무소장에게 친밀하게 굴어야 후에 영상 파일을 입수하는 것까지 무리 없이 진행될 것 같아서 일부러 그러는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그는 진심으로 흥미로워하는 듯한 얼굴로 반응해 주었다.
“예의도 바르고, 언제나 깔끔하게 하고 다니고 그랬어요. 꽤 유명한 변호사라던데?”
“그런 사람이 사람을 죽였다고 하니까 너무 무섭네요.”
“그러니까 말이야. 생각해 보면, 전체적으로 눈빛이나 얼굴 생긴 게 좀 차갑긴 했어. 그 왜 있잖아요, 그래도 사람이 인사하면 좀 웃고 그러는데. 언제나 뚱한 얼굴로 고개 꾸뻑, 이렇게 숙이고 가더라니까. 그런 성격들이 다 얼굴에 나타나는 건가 봐요.”
사무소장은 그 밖에도, 이곳에서 몇 년 동안 일하면서 마주쳤던 차주한의 모습들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다.
이전에도 무슨 일 때문에 기자들이 그 집 앞에서 난리 피웠던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포함해서, 사소하게는 여름에 차주한이 편의점에 다녀오다가 이 앞에서 걷고 있던 사무소장에게 아이스크림을 나눠 줬다는 이야기까지 쉴 새 없이 오갔다.
‘이래서 그렇게 루머들이 퍼지는 거구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조봉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무소장의 말에 크게 거짓말이 있는 것 같진 않지만, 모든 이야기에 그의 개인적인 감상이 섞여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전해 들은 사람이 벌써 지금만 해도 셋이다.
그 세 사람이 이 이야기를 몇 명에게 전달하기만 해도, 수백 명의 사람이 알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누락이나 왜곡이 없겠는가.
이러다 보면 결국 루머가 붙는 것이고, 그것이 그 사람에 대한 소문으로 바뀌어 돌게 된다.
“기자들은 얼추 다 빠진 것 같은데?”
최종현이 배속으로 돌리고 있는 CCTV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전 9시쯤 되자, 계속해서 차주한이 살고 있는 층에서 내려오던 사람들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 뒤로는 출근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거주자들의 모습이 주로 찍혔다.
“어, 여기. 이 사람 21층에서 내린다.”
그때 조봉준이 CCTV 화면을 가리켰다.
그러자 사무소장이 화면을 잠시 멈추었다.
“잠깐만 다시 돌려 주시겠어요?”
“예에, 예.”
사무소장이 화면을 몇 초 전으로 돌려 주자,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챙이 달린 모자와 조끼를 입고, 숄더백을 메고 있었다.
얼핏 보아서는 택배 기사나, 이삿짐센터 직원 같은 직종 종사자로 보였다.
남자는 두꺼운 뿔테 안경을 낀 채, 조끼 밑에 입을 가리는 트레이닝복과 청바지를 받쳐 입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21층 버튼을 누른 뒤, 미동 없이 엘리베이터 전광판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저기 조끼 등에 글자 적혀 있는 것 같은데.”
“선생님, 혹시 여기 살짝 확대되나요?”
사무소장은 그의 말에 화면을 조금 더 확대해 주었다.
그 때문에 화질은 조금 깨졌지만, 조끼에 적힌 글자는 보다 더 식별하기 쉬워졌다.
[한성 에너지 서비스]“가스 검침이네.”
사무소장이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가스 검침이요?”
“네, 이 오피스텔 가스 공급 업체가 한성이라서. 그러고 보니 저 날 가스 검침 나온다고 연락받았던 것 같네.”
“아, 네.”
흔한 가스 검침원의 모습이다.
보통은 중년 여성들이 많이 하는 일인 것으로 알고 있긴 하지만, 젊은 남자가 하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충분히 의심해 볼 만하다.
우선 수첩에 검침원이 CCTV에 찍힌 시간을 적어 두고, 화면을 다음으로 돌렸다.
“어, 봉준이다.”
그리고 얼마 뒤, 약 15분 뒤에 조봉준이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모습이 찍혔다.
쉴 새 없이 휴대폰 버튼을 누르고, 귀에 대고, 또 누르고, 귀에 대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잡혀 있었다.
“저 안에서 형 뭐 하는 거예요?”
조봉준은 사무소장의 옆 모습을 흘긋 바라보았다.
사실 그는, 그날 차주한의 집으로 가면서도 계속 차주한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하지만 사무소장이 보는 앞에서 말할 순 없으니, 그는 적당히 둘러대었다.
“의뢰인 분이 전화를 안 받으셔서, 혹시 스토커 때문에 무슨 일이라도 있나 하고 계속 전화해 봤지.”
그리고 조봉준은 곧 21층에서 내렸다.
CCTV 화면은 멈추지 않았다.
얼마 뒤, 조봉준은 다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1층에서 내린 뒤, 다른 승객을 싣고 엘리베이터가 계속해서 운행하는 동안에도 가스 검침원은 화면에 다시는 잡히지 않았다.
“저 검침원 수상한데?”
“검침원이 왜요?”
“아, 아……. 저 검침원이 사실은 검침원이 아니라, 혹시 검침원 모습으로 변장한 스토커가 아닌가 해서요. 엘리베이터에 다시 모습이 안보이는 것도 좀 수상하고.”
“에이, 무슨 스토커가 그렇게까지 해요. 그리고 스토커면 얼굴 다 가리고 다시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왔지. 원래 검침원들은 맨 위층 찍고 올라가서 한 층씩 걸어 내려오면서 한 바퀴 돌아요.”
사무소장은 말도 안 된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요즘은 그렇게 변장하고 범죄 저지르는 일 많아요, 선생님.”
하지만 강민재는 의심의 끈을 놓지않은 듯, 사무소장의 말에 반박했다.
“흠, 혹시 복도 쪽에는 CCTV 없나요? 정말로 내려오면서 한 바퀴씩 돌았는지 확인 좀 해 보려고요.”
“복도 쪽에는 없고 엘리베이터 앞에는 있어요.”
사무소장은 곧 화면을 바꿔 주었다.
그러자 검침원이 21층에서 내려 복도 쪽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보였다.
배속으로 돌려 본 결과 검침원은 21층에서 30분 정도 머문 뒤, 걸어서 20층으로 내려갔다.
20층에서 확인한 화면도 마찬가지였다.
그곳에서 20분쯤 머문 뒤, 다시 19층으로, 다시 18층으로, 그렇게 한 층씩 1층까지 내려왔다.
“거봐. 진짜 검침원이잖아요.”
“……흐음.”
하지만 강민재는 여전히 석연찮은 얼굴로 침음할 뿐이었다.
“일단 잘 봤습니다, 선생님. 혹시라도 또 봐야 할 일 있으면 연락드려도 될까요?”
“그럼요.”
“감사합니다.”
관리사무소에서 나온 그들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서 오피스텔 1층에 위치한 편의점 앞 파라솔에 앉았다.
“하, 진짜 뭐냐.”
“시간으로 봐선 검침원이 의심스러운데, 진짜로 21층부터 1층까지 20분씩 있으면서 걸어 내려온 거 보면 또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진짜로 소장도 검침한다고 연락받았다잖아.”
“그러니까. 거기 한성 에너지에 전화해서 물어볼까? 진짜로 그런 사람 있었냐고. 그리고 인상착의 같은 거 설명해 주면서 이 구역 검침원 맞냐고 물어보고.”
“CCTV 받을 수 있으면 딱 좋겠는데, 소장 반응으로 봐선 이거 가지곤 안 주겠지?”
최종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나직이 말했다.
“그 새끼, 기자들 틈에 섞여 있었을 수도 있어.”
“기자들 틈에?”
“기자들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 나서 들어가야 하잖아. 새벽에 기자들이 거기 모였다는 걸 알고, 거기 가서 기자인 척 같이 농성하고 있다가 다들 철수하는 거 확인하고 들어갔을 수도 있다는 거지.”
“그랬을 수도 있네, 진짜.”
“그러면 다시 가서 더 새벽부터 보여 달라고 할까?”
“차 변 집 앞에 기자들 모였을 시각부터?”
“그치. 그때부터 드나든 기자들 싹다 체크해서 마지막에 남아 있는 사람들 없는지 확인하는 거야.”
“거기 기자들 한둘 엎어져 있진 않았을 텐데, 다 체크할 수 있을까?”
“해야지. 오히려 그 안에 섞여 있었으면 더 쉬워. 거기 있던 기자들한테 그 사람 인상착의 물어볼 수 있잖아.”
“그렇네. 그게 더 쉬울 수도 있겠다.”
조봉준과 최종현이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는 동안, 쭈쭈바를 빨고 있던 강민재가 벌떡 일어났다.
“아, 좀 쉬다가 가자. 눈깔 빠지게 화면만 봤더니 피곤해.”
“아니, 저 확인해 볼 게 있어요.”
“왜, 그 가스 검침원?”
“확인해 볼 쉬운 방법이 있어요. 저 혼자 갔다 올게요.”
“같이 가.”
“아니에요. 쉬고 계세요.”
강민재는 다시 오피스텔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일전에 차주한이 술에 취해 넋을 놓았을 때 알려 주었던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현관으로 들어가, 바로 21층 버튼을 눌렀다.
그는 21층에 내리기가 무섭게 복도로 진입했다.
차주한의 집은 복도 오른쪽 가장 끝이었지만, 그는 반대로 갔다.
그리고 초인종을 눌렀다.
‘흠, 이 집은 아무도 없는 것 같고.’
몇 번 눌러도 반응이 없자, 그는 바로 옆집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인터폰 안에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한데, 뭐 좀 여쭤 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뭔데요?]“변호사입니다. 잠깐만 시간 내 주실 수 있으세요?”
강민재는 지갑 안에서 변협에서 발급한 변호사 신분증을 꺼내 인터폰 카메라 앞에 대 보였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대문이 열렸다.
“무슨 일이세요?”
품에 하얀 강아지를 안은 남자는, 더벅머리를 한 채로 강민재를 을려다보았다.
“아, 귀여워라. 다름이 아니라, 제가 사건 때문에 몇 가지 조사를 하고 있는데요.”
“그때 기자들 복도에 진 치고 있었던 그 사건 때문이에요?”
남자가 짜증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강민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아니고요. 간단한 거예요. 혹시 어제 아침에 댁에 계셨어요?”
“네.”
“언제까지 계셨나요?”
“밤까지 쭉 있었는데요. 제가 밤에 일하는 사람이라.”
“아, 그렇구나. 그러면 혹시 그때 깨어계셨나요?”
“몇 시쯤이요?”
“오전 10시부터 12시 사이 정도요.”
그는 잠시 기억을 되살리려는 듯, ‘음…….’ 하는 소리를 내다 곧 명료하게 대답했다.
“네.”
“그럼 그때, 가스 검침 나왔었나요?”
“가스 검침이요?”
“네.”
그날 마침 검침 계획이 있었고, 사무소장도 그 남자가 검침원이 맞다고 말했다.
실제로 행동도 검침원과 같았다.
하지만 그 시간에 엘리베이터에 탔던 사람은 검침원뿐이고, 그 검침원이 21층에서 내린 직후에 조봉준이 차주한의 집에 초인종을 눌렀다.
그렇다면 의심을 안 할 수가 없지 않은가?
최종현의 말대로 기자들 틈에 섞여있다가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갔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이것부터 확인한 다음에 알아볼 문제다.
“아뇨? 아무도 안 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