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283)
너희들은 변호됐다-283화(283/641)
“그 장소가 어디라고 했죠?”
큰길로 접어든 뒤 한참이 지나, 검침원을 실은 A팀 차량은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뒤쫓아오는 차량도 없고, 무엇보다 동네를 뱅글뱅글 돌며 혹시라도 붙었을 금붕어 똥들을 다 쳐냈으니 이제는 안심해도 될 단계였다.
이제 목적지로 이동할 때다.
“문자 드릴 테니까 거기 내비에 쳐 드려요.”
태식은 이제 잠잠해진 검침원을 흘긋 바라보며 말했다.
어디로 가는지 검침원이 알아서 좋을 건 없다.
차주한은 검침원이 상당히 치밀한 놈이라고 말했다.
작은 정보라도 흘러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이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안대 있죠?”
“아, 여기요.”
검침원의 신병을 확보하기로 마음먹은 다음부터 그들은 만반의 준비를 했다.
특히 어디서 본 건 많은 강민재가 준비한 청테이프와 노끈, 그리고 안대는 큰 도움이 되었다.
만일 저지하는 사람만 없었다면, 손수건에 적셔서 코를 막으면 바로 해롱해롱해진다는 그 약물까지 구하려고 해 봤을 텐데.
다행히 차주한이 한숨을 쉬며 ‘오바 좀 하지 마’라고 선을 그은 덕에, 그렇게까지 하진 않았다.
태식은 검침원의 눈을 안대로 가리고 풀 수 없도록 꽉 묶은 다음에야, 강민재에게 주소를 문자로 보내 주었다.
“보고는 아직 안 했죠?”
오양훈이 강민재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 맞다. 정신이 없어서.”
그제야 소식을 가장 궁금해하고 있을 차주한이 떠오른 강민재는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단축키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
지이이잉-
그리고 이와 동시에, 고요한 차 안에서 낯선 진동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누구 전화 오는데요?”
강민재의 말에, 오양훈과 태식은 각자 자신의 휴대폰을 확인했다.
하지만 아무런 기록도 남아 있지 않았다.
진동 소리는 계속해서 이어졌고, 태식은 뒷좌석에 널브러진 검침원을 향해 홱 고개를 돌렸다.
“이 새끼한테서 소리 나는데요.”
“아까 저 새끼 휴대폰 전원 끄지 않았어요?”
“꼈어요. 아예 배터리까지 뽑고 확인도 했는데?”
한림 상사 놈들이 검침원의 휴대폰 위치를 추적하여 쫓아올 것 같아서, 검침원의 휴대폰은 이미 아까 전에 찾아서 전원을 꺼 둔 상태였다.
원래는 확실하게 하기 위해 휴대폰을 버릴 생각이었지만, 오양훈이 그 휴대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검찰에 오랫동안 있었던 그가 전원을 꺼 두면 추적할 수 없다고 단언해 주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선택한 방법이었다.
그런데 왜 검침원에게서 진동 소리가 나는 걸까.
설마, 휴대폰이 하나 더 있는 걸까.
“으음! 음!”
태식이 검침원의 주머니에 손을 불쑥 집어넣자, 잠잠하던 검침원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태식은 검침원의 귓바퀴를 거세게 잡아당기며 속삭였다.
“지금 움직이고 영원히 못 움직일래, 지금 가만히 있고 나중에 음직일래.”
“…….”
음산한 협박에 검침원이 몸을 축 늘어트리자, 태식은 보다 더 적극적으로 주머니란 주머니는 전부 뒤지기 시작했다.
아까 휴대폰 찾을 때 한참 뒤졌을때도 없었는데, 대체 어디에 숨겨놓은 것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태식은 조금 더 그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솔직히 찜찜해서 확인해 보지 않은 유일한 곳이 있긴 한데, 설마 거기는 아니겠지.
하, 정말 비위 상하지만 어쩔 수 없지.
태식은 눈을 질끈 감고 검침원의 팬티 속으로 손을 쑥 집어넣었다.
“으음! 음! 음!”
그러자 검침원의 반항이 더욱 거세어졌다.
갓 끌어 올린 물고기처럼 미친 듯이 펄떡이기 시작했다.
“씨바 새끼야. 가만히 있어라. 내가 더 기분 좇같으니까. 아우, 진짜, 내가 살다 살다, 이런 걸, 여기 있다!”
“으으음! 음!”
“아우, 드러운 새끼.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여기다가 숨기고 지랄이야. 어후, 드러워.”
그리고 과연, 그 안에서 진동이 울리고 있는 휴대폰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뭐야.”
휴대폰 두 개 들고 다니는 사람은 세상에 많다.
그러니 휴대폰이 하나 더 발견되었다는 것은 이상할 건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상한 점이 있었다.
“강 변, 이 새끼한테 전화 걸었어요?”
검침원의 품 안에서 찾은 휴대폰 액정은 지금 [강민재]에게서 전화가 걸려 오고 있음을 열렬하게 알리고 있었다.
“그럴 리가요. 제가 저 새끼 번호를 어떻게 알아요?”
그 말을 들은 강민재가 고개를 가웃거리며 휴대폰을 귀에서 떼고 화면을 확인했다.
“……아, 저 실수로 변호사님한테 전화 걸고 있었네요.”
그 말을 끝으로, 운전 중인 오양훈을 제외한 그들은 동시에 진동이 울리고 있는 검침원의 휴대폰을 노려보았다.
“그러면, 이 핸드폰이 변호사님 거라는 뜻이에요? 지금이 핸드폰에 전화 건 사람, 강 변인데?”
태식이 진동이 끊어진 휴대폰을 뜯어 보며 말했다.
내부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잠금 패턴을 알지 못해서 그럴 수는 없었다.
강민재는 태식의 물음에 그 휴대폰의 외형을 한번 확인하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변호사님 휴대폰 저랑 기종 똑같은데, 저건 아니에요.”
“……뭐야, 그럼.”
“복제폰 같은데요.”
운전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오양훈이 대답했다.
“복제폰이요?”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복제폰 때문에 난리 난 적 있었잖아요. 소속사가 소속 연예인 복제폰 만들어서 사생활 캔 거. 복제폰 만들면 문자 주고받은 내역이랑 전화 받은 내역, 이런 거 전부 다 확인할 수 있어요. 도청도 가능하고.”
“근데 그건 2G 폰 시절 얘기 아니에요? 이건 스마트폰인데, 그게 돼요? 그럼 스마트폰이 아니잖아요. 하나도 안 똑똑한데.”
“3G 폰을 복제하는 건 2G 폰하고 같은 방식으로는 불가능하겠지만, 다른 방법을 동원하면 충분히 가능하겠지. 애초에, 안 되는 게 어디있어? 무려 우리나라 전자 산업 견인하는 우신 그룹에서 그거 하나 못할까 봐?”
태식의 의문을 말끔하게 해결한 오양훈은 다시 운전에 집중했고, 태식은 눈과 입이 가려진 채 잠자코 찌그러져 있는 검침원을 툭툭 쳤다.
“야. 이거 패턴 뭐야.”
“…….”
“패턴 뭐냐고.”
“…….”
“대답 안 해, 이 새끼야?”
“…….”
“어쭈, 이 새끼가 뒤질라고,”
“태식 씨. 그만 해요. 제가 패턴 알아요.”
강민재가 태식에게 휴대폰을 건네받으며 말했다.
오양훈과 장태식은 그 순간, 놀랍다는 듯이 강민재를 바라보았다.
강민재가 차주한의 극성 ‘빠돌이’인 건 알고 있었지만, 휴대폰 잠금 패턴까지 알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차주한이 그 사실을 알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진짜 알아요?”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는지, 오양훈이 다시 한번 물었다.
“네.”
하지만 강민재는 대답과는 달리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말로 차주한의 휴대폰을 그대로 덮어 쓴 복제폰이라면, 그 패턴도 본 기기와 똑같을 게 분명하다.
집에 있는 차주한에게 물어보면 그만이다.
다만, 차주한이 자신들과 연락이 된다는 직접적인 사실을 검침원이 알면 후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 그를 속이기 위해 거짓말한 것뿐이다.
강민재는 수일에게 문자를 보내, 차주한에게서 잠금 패턴 모양을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겸사겸사 검침원을 붙잡았다는 희소식도 전달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 답은, 5분도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
“안에 뭐 있어?”
“……아까부터 쭉쭉 확인해 보고있는데, 진짜 다 들어 있네요. 변호사님이 찍은 사진까지 다 들어 있어요. 언제 복제한 건진 모르겠는데, 변호사님이 사라지신 그날 찍은 사진도 들어 있는 거 보면 이런 데이터까지 실시간으로 연동되나 봐요.”
앨범에 차주한이 혼자 찍은 셀카라도 들어 있었다면 재미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차주한은 정말로 재미없는 사람이었다.
하다 못 해 요즘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웃긴 짤조차 없었다.
“흐음.”
차주한이 대외적으로 자취를 감춘 그날, 강민재는 차주한의 휴대폰 위치가 강관웅의 사저로 찍힌 것을 해명하기 위해서 그 휴대폰을 들고 사무실에 갔었다.
사무실에 놓고 그냥 가려다가, 혹시라도 누가 빈 사무실에 들어와 차주한의 휴대폰을 집어갈까 두려워서 전원을 끄고 다시 가지고 나왔다.
그렇게 휴대폰을 태운 채로 서초동 근방을 돌다가 한강 다리를 건널 때 휴대폰을 한강에 던져 버렸다.
안에 있는 내용물들이 조금 신경쓰였지만, 차주한 성격상 백업해 두지 않았을 리가 없으니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갔을 때, 경찰은 마지막으로 차주한의 휴대폰 위치가 찍힌 것은 사무실이고, 그전에는 강민재의 집이었다며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강민재는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해명했고, 경찰 역시 강민재가 강관웅의 손자라는 정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이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 눈치였다.
어쨌든, 그러니 한림 상사 놈들이 그날 휴대폰을 집어 갔을 리는 없고.
복제폰을 만든 시기는 그보다 더 전일 것이 분명하다.
대체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막말로 차주한이 자는 틈을 타 집으로 들어갔을 수도 있고 방법은 무궁무진하지 않은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지만, 강민재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들을 섣불리 입밖에 내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검침원 역시 자신이 이렇게까지 위장을 했는데도 어떻게 알고 잡으러 왔을지 생각하느라 머리를 굴리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그런 검침원에게 자신들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알게 하는 것은 위험하다.
자신의 추리를 섣불리 입밖에 냈다가, 검침원이 뭐라도 캐치하면 큰일이 아니던가.
일단은 검침원을 제대로 격리해 놓고, 그다음 입을 여는 게 좋겠다.
“일단 여기 멈춰서 저 새끼 몸수색 한번 때리고 이동하죠?”
“태식 씨 진짜 치밀하네요.”
“제가 이런 일 원투데이 하겠습니까?”
태식이 섭외한 곳은 한림 상사와 오성 조경 사이에 위치한 작은 창고였다.
“오셨습니까, 형님.”
중간 장소에 집결한 흥신소 식구들이 차 앞으로 그들을 마중 나왔다.
흥신소 직원 전부가 동원된 것인지, 평소 사무실에 놀러 갔을 때 봤던 인원보다 훨씬 많았다.
“음! 으음! 음!”
차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잠잠히 있던 검침원이 반항하기 시작했지만, 이를 간단하게 진압한 홍신소 식구들이 그를 질질 끌고 안쪽 창고로 들어갔다.
태식은 지시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직원에게 물었다.
“상길이는 연락 왔냐?”
“아, 예. 창문에서 뛰어내리느라고 발목이 살짝 삐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침 맞고 바로 오성 조경으로 온다고 합니다.”
“이빨 하나 뽑아서 겁 좀 주고 시작하려고 했더니만. 전문가가 없네. 운 좋은 새끼.”
태식이 음산한 표정으로 읊조렸다.
기껏해야 검침원의 죽빵을 한 대 갈기려던 강민재에 비해, 그들의 희망 사항은 수위가 상당히 높았다.
“변호사님이 검침원 고문하지 말랬어요.”
“에이, 이빨 뽑는 게 무슨 고문이야. 충치 하나 정도는 있겠지. 충치있는 이빨 뽑아 주면 치과 안 가고 얼마나 좋아요. 나중에 치과 가서 임플란트만 박으면 되는데.”
“그냥 이따가 몰래 저랑 태식 씨랑 죽빵 한 대씩만 갈기죠.”
“강 변호사님.”
그러자, 오양훈이 단호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역시 오 사무장이 없는 데서 얘기했어야 했나.
강민재가 잠시 후회하는 사이, 오양훈이 입을 열었다.
“……저도 한 대만 때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