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298)
너희들은 변호됐다-298화(298/641)
짜악!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남자가 휘청였다.
그가 다시 자세를 바로잡자, 다시 한번 짜악, 소리와 함께 뺨이 돌아갔다.
남자는 또 한 번 휘청였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된 로봇처럼 다시 똑바로 자세를 잡았다.
시선은 조금 아래,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로 그는 묵묵히 자신에게 가해지는 처벌을 받아내고 있었다.
“신 사장님.”
“……예.”
“그런 일이 있었으면 빠르게 보고 하셨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정장을 입은 남자가 가죽 장갑을 벗어 바닥에 던지며 1인용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신 사장이라 불린 남자는 뺨이 퉁퉁 부어오른 채로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르고 골이 울리는 것 같았지만, 그는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왜 바로바로 보고하지 않아서 이 사달을 만듭니까?”
사투리 억양이 섞인 표준어는 묘한 위압감을 주고 있었다.
신 사장은 굳은 얼굴로 다시 한번 말했다.
“면목 없습니다.”
“이래서, 제가 신 사장님 믿고 쓰겠습니까? 이래서야, 제가 대표님께 제대로 보고나 올리겠냐는 말입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하면 모든 게 해결됨니까? 그러면, 제가 이 자리에서 신 사장님 손가락 하나 자르고 죄송하다고 해도 되는 거겠네요. 그쵸?”
신 사장은 여전히 동요하지 않는 듯한 얼굴로 무겁게 시선을 내리깔았다.
“신 사장님 직원분이 차주한 집에 살해 도구 심어 놓은 거, 저쪽에 증거가 있다는 것 같은데…….”
물론 아직 확언도 하지 않았고, 방송에서는 다음 날 공개하겠다고 말했지만, 뉘앙스만 보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애초에, 그들이 방송을 시작한 시기만 봐도 그랬다.
오늘 방송에서 공개한 증거들은 이미 사건이 발생한 그 시점부터 그들이 갖고 있던 정보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바로 방송을 진행하지 않은 것은, 그것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그러다 방송 말미에 살해 도구를 차주한의 집에 가져다 놓은 사람이있다는 증거를 보여 주면 믿겠냐고 했던 그 말.
그 말을 듣자마자 확신했다.
그들이 그 증거를 손에 넣었기 때문에, 비로소 방송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그 직원분, 일 잘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증거를 흘린 것 같진 않고, 납치한 다음에 증거를 얻은 것 같은데. 정말로 그 직원분이 입 안 열었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까. 그런데, 그렇다면 왜 저 삼류 기자들이 저렇게 까불어 대는 겁니까.”
남자의 물음에 신 사장은 조금 들어 올렸다.
그들이 한림 상사를 급습하여 직원을 데리고 갔다는 사실은 비밀에 부치고 있었다.
그는 이정찬을 죽일 당시 함께 일을 도모했던 공범이었고, 차주한의 집에 흉기를 가져다 놓은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그런 핵심 인력이 누군가에 의해 납치되었다고 하면, 어떤 반응이 올지 충분히 예상되지 않는가.
그래서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직원을 찾아내어 윗선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게 할 생각이었는데, 그 방송 때문에 그들이 알아 버렸다.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그는 곧바로 한림 상사로 사람들을 이끌고 와서 상황을 확인하고 핵심 직원이 납치당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리고 그대로 신 사장과 직원들을 끌고 경기도 부근의 폐공장으로 들어온 상태다.
이 폐공장의 분위기가 말해 주고 있다.
제대로 변명하지 못하면, 이곳이 한림 상사 직원 전원의 무덤이 될 거라고.
“……성 실장님.”
신 사장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성 실장은 꼼꼼한 사람이다.
이정찬을 죽이라는 임무를 전달한 뒤, 이정찬 죽였을 즈음 예고도 없이 현장에 나타나 직접 이정찬이 사망한 것을 확인하기까지 했다.
사진으로 보고받아도 되지만, 확실한 생사 여부는 사진으로 식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확인해야만 했다면서 그는 이정찬의 맥을 짚어 본 뒤 사라졌다.
“말씀해 보세요. 여태 잘해 놓고, 이렇게 막바지에 이르러서 죽을 쑤어 놓으면…… 제가 신 사장님을 가만둬야 할까요?”
“죄송합니다.”
“지금 제가 드는 생각이 뭔지 압니까?”
“아, 가족으로 받아주지 않길 잘했다 싶습니다. 일 몇 번 잘한 거 가지고 받아줬으면, 이번 일로 나도 목 날아갔겠다 싶어요.”
성 실장은 짜증스럽게 신 사장을 바라보았다.
“자, 일단 아까 하려던 변명부터 해보세요.”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저도 어떻게 그놈들이 저희 직원을 알아보고 데려갔는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놈은 섣불리 입을 놀릴 놈이 아닙니다. 혼자서 독박을 쓰고 가면 갔지…….”
“그게!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러면 이정찬을 죽인 게 차주한이 아니라 그 직원분이 되는 거잖습니까? 그러면 우리의 계획은 망가지는 건데요?”
“…….”
“그래요. 이미 망가졌죠. 하아……. 그 직원분이 그렇게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그걸 저한테 증명하실 수 있나요?”
증명할 수 없다.
하지만 신 사장이 그렇게 말한 까닭은, 오랫동안 함께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알게 된 정보다.
그는 신 사장을 아버지처럼 믿고 따른다.
만약의 일이 생기더라도 입을 다물라고 신신당부했으니,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말을 해 봤자, 성 실장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증명할 수 없는 거군요.”
“……죄송합니다.”
“계획은 망가졌어도, 그래서 신 사장이 우리 가족이 될 수 없게 된다고 해도.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으면 됩니다. 혹시 알아요? 그 과정에서 신 사장이 능력을 입증해서 우리 가족이 될 수 있을지.”
“직원 위치는 최대한 찾고 있습니다. 오늘 그 기자들 방송에 나왔던 강민재라는 변호사가 저희 직원 납치하던 날 거기에 왔었다는 건 확인됐습니다. 아마 그쪽에서 데리고 있을 겁니다. 그 변호사가 차주한이 데리고 있는 새끼 변호사인데, 아마 상사의 무고를 증명하려고 그런 짓을…….”
“네. 그건 알죠. 그래서요? 강민재 변호사를 고소 고발이라도 할 겁니까? 전 대통령 손자를? 그리고, 범죄자가 변호사를 고발하려고요? 그럼 사건 더 커지고, 우리만 불리해진다는 거 모릅니까? 아주, 신 사장님이 수상한 짓 하고 다닌다고 경찰에 알려 주시려고요? 신 사장님,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울 겁니까?”
비꼬는 것이 역력한 기색으로 성 실장이 물었다.
기분이 나빴지만, 여기서 흥분할 수는 없었다.
신 사장은 마음을 다잡으며 대꾸했다.
“저희 직원을 데리고 간 이유는 분명 어떻게든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서일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데리고 갈 이유가 없으니까요. 변호사라는 놈들이 그렇게까지 했다는 건, 자백 아니면 방법이 없다는 뜻입니다. 아마 어딘가에 가둬놓고 패고 있을 텐데……. 그런데도 저희 직원이 입을 열지 않았으니 바로 경찰로 가지 않고 인터넷 방송에서 증거 몇 개 내밀면서 여론 조장하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오늘 보여 주겠다는 증거 역시도, 그게 뭔지는 몰라도 저희 직원이 자백한 건 아닐 겁니다.”
“그래서요.”
“그 강민재라는 변호사가 직원 심문하러 한 번은 갈 겁니다. 설령 직접 가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그 방송 같이하는 놈들, 그쪽도 한패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쪽 뒤에 사람 붙여서 직원분 위치를 찾으시겠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이미 믿을 만한 직원들 몇 붙여 놨습니다.”
성 실장은 마뜩찮다는 듯 혀를 차다, 곧 의자 팔걸이를 짚으며 벌떡 일어났다.
“직원들 믿을 만한 사람이라면서 절 설득하려고 하지 마세요. 전 이제 아무도 못 믿습니다. 뭐든지 직접하세요. 신 사장님, 아직 사람 부리실 상황 아닙니다. 저희한테 완전한 믿음 주셔야, 그래야 저희가 신 사장님 사람도 믿을 수 있는 겁니다. 그때까진, 책임도 직접 지시고요. 그리고 이미 잡혀간 그 직원분. 찾아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
“…….”
“이거 하나는 알아두세요. 그 입에서 무슨 소리라도 나갔다는 게 확인되면, 신 사장님 식구들 전부 같이 가는 겁니다.”
“…….”
“감옥이 아니라, 저승으로요.”
음산한 목소리에 신 사장은 명백한 위협을 느꼈다.
하지만 성 실장은 곧 톤을 바꾸며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하루라도 빨리 찾아서, 어떻게든 입 막으세요.”
“반드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찾아오신다고요?”
신 사장의 말에 성 실장은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죽이셔야죠, 신 사장님.”
“…….”
“입을 막는다는 건 그런 뜻입니다. 잘 알아두세요.”
성 실장은 희미하게 웃으며 신 사장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가 스쳐 지나가자, 그들을 위협하고 있던 장정들이 휩쓸려 지나가듯 성 실장과 함께 폐공장을 떠났다.
신 사장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하, 씨발새끼가 일 하나 제대로 못 해서 이따위 상황을 만들어…….”
하루라도 빨리 찾아야 한다.
식구들 목 다 날아가기 전에.
* * *
“미친, 대기 인원만 만 명이네.”
방송이 시작되기 15분 전.
스튜디오 앞에서 큐 카드를 들고 대본을 읽어 보던 강민재는 조봉준의 말에 모니터를 기웃거렸다.
“대기 인원 만 명이면, 증거 터트리면 한 2만까진 가지 않을까요?”
“3만도 가능하다고 본다.”
“난 4만.”
“전 6만이요.”
“아주 대한민국 5천만 인구가 다본다고 해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최종현은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어제 방송을 종료한 시점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정찬의 죽음에 우신이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화제는 식지 않았다.
인기 검색어에서 ‘이정찬 우신’은 내려을 줄을 몰랐고, 오늘 아침에는 몇몇 메인 조간신문에서 이 이야기를 특집 기사로 다뤘다.
물론 일중일보는 빼고.
“일중일보 새끼들 지금 똥줄 탈 거다. 아, 민재야. 일중일보가 엠바고 깨서 차 변 용의자로 특정된 거, 그거 고소해 버려.”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고요. 진짜 일중일보가 저러지만 않았더라도 변호사님이 이렇게까지 사이코패스 살인자 소리까진 안 들어도 됐을 텐데…….”
강민재는 이를 갈며 주먹을 세게 쥐었다.
얼마 전 새벽, 차주한이 발작을 일으켰던 것이 떠올랐다.
이유가 뭐든, 그렇게 강인한 사람이 어떤 이유에서든 평상심을 잃었다는 뜻이다.
자신이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과연 차주한만큼 버틸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강민재는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루아침에 인생이 무너지는 상황에, 누명을 벗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도 않은데 어떻게 멀쩡히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경찰 쪽에서는 아직 액션 없지?”
“세연이한테 물어보니까 거기도 뭐, 발등에 불똥 떨어진 것 같더라. 수일 내로 정리해서 발표할 것 같은데. 지들이 어쩌겠어. 우리가 어제 내민 증거들 다 지들도 갖고 있던건데, 지들이 입 다물고 있었던 거잖아. 그러니까 일을 똑바로 빠릿빠릿하게 하든가.”
그래도 아직까진 경찰이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포착된 적은 없었다.
정보 공개 범위를 설정하는 단계에서 그들이 우신 고발 자료 거래를 목적으로 만났다는 사실을 공개하면 사회적 파장이 일 것을 염려했을 공산이 컸다.
국민은 언제나 경찰에게 사실 그대로 발표할 것을 원하지만, 국가 기관 입장에서는 이로 인한 파장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이해는 하지만, 당장 팩트를 몰아붙여서 하루빨리 차주한을 자유의 몸으로 만들고 싶은 상황에서는 동의해 줄 수 없다.
“방송 5분 전이요!”
그때 세팅하느라 정신이 없던 김정우가 크게 소리쳤다.
오늘은 절대 타이머를 맞추지 않겠다며, 그는 아까부터 컴퓨터 앞을 떠나지 않았다.
“아마 오늘 방송 나가면 슬슬 방송국이든 어디서든 입질이 올 것 같긴하다.”
최종현은 스튜디오에 앉으며 말했다.
여태까지 그랬듯이, 적당히 사건이 물 위로 올라가면 방송국에서 연락이 온다.
조봉준이 출연했던 라디오가 그랬고, 최종현이 출연했던 뉴스9이 그랬다.
“민재도 방송국 한번 가야지.”
“어우, 제가요?”
“방송국 맛보면 변호사 때려치운다고 할까 봐 걱정이다, 인마.”
조봉준 역시 킬킬대며 최종현 옆자리에 앉았다.
“방송 시작 5초 전이요! 5, 4, 3, 2, 1!”
[과메기먹고싶다 : ㅅㅂ드디어!!!!!니뽕이다 : 형들보고싶었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누가이렇게문을황현희 : 악마새끼들아 어제 그렇게 가니까 좋았냐?좋았어?
김성원이다 : 빨리 빨리 시작하셈 인사 이런거 다 빼고 본론으로 들어가셈ㄱㄱㄱ
작은아기다람쥐종현 : ㅅㅂㅅㅂ왜이제오냐고ㅠㅠㅠㅠㅠㅠㅠㅠ기다리는거 다 알면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폴론신봉자 : 형… 형 방송 다시 존잼됐다고 해서 나도 다시 왔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
凸명화제약凸 : 형 나도 다시왔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방송이 켜지기가 무섭게 채팅이 미친 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조봉준은 씨익 웃으며 카메라 렌즈를 향해 오프닝 멘트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