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303)
너희들은 변호됐다-303화(303/641)
오성 조경의 간판은 대로변에 설치되어 있지만, 실제 위치는 산 쪽으로 난 비포장도로를 타고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산 입구 쪽에 위치한 업체들이 대개 그렇듯, 간판만은 대로변에 탑처럼 큼지막하게 달려 있기 때문에 미행하는 이들은 설령 이 차를 놓친다고 하더라도 대중 행선지를 눈치챌 것이다.
그들을 미행하는 차량의 수는 현재까지 세 대 정도로 추정된다.
의심 가는 차량까지 포함하면 4대다.
그밖에 확인되지 않은 차량이 더 있을 수도 있으니 넉넉하게 5, 6대로 잡는다고 하면 그쪽 인원은 최대한으로 추정하여 20명에서 24명 사이가 될 것이다.
대인원이지만, 오성 조경에 상주하고 있는 흥신소 직원으로 적당히 커버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어쩌면 차주한의 선구안이 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해 볼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태식은 어느 날 갑자기 차주한이 찾아와 흥신소의 규모를 늘리라며 거금을 투자했고, 그는 그 말을 듣고 착실히 믿을 만한 놈들을 데려와 식구를 불렸다고 말했으니까.
“만일 검침원 위치만 확인하고 빠질 생각이면 오성 조경 들어가는 골목까지는 따라오지 않을 거예요.”
이 밤에 인적 드문 도로에 차가 많이 있는 것도 수상한데, 좁은 비포장도로까지 붙어 오면 의심을 살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런데 그럴 확률은 희박하다고 봐요. 사람 여럿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어떻게든 검침원 입을 막으려고 할 거라.”
애초에, 적당히 위치만 확인하고 빠질 생각이었다면 차로 미행하기보다는 GPS를 달아 두는 방식을 채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고 여러대의 차량으로 뒤를 쫓아왔다.
어떻게 해서라도 검침원을 데리고 돌아가거나, 어떻게든 무슨 액션이라도 취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않는다.
그래, 무리수를 두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지속적으로 오늘 검침원이 입을 열거라는 뉘앙스를 풍겨 대었으니까.
휴방 공지하면서 양질의 정보를 얻었다는 말도 흘렸고.
다 떠나서, 강민재는 이미 그들이 오늘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장치해두었다.
강민재가 최종현과 조봉준의 2부 방송에 출연하던 그날부터.
-어? 민재야.
-아직 안 갔어?
-아, 담배 좀 피우느라고요.
-야, 몇 대를 피운 거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했어. 표정도 안 좋고. 방송도 잘 끝났는데.
-그건 그런데, 그냥……. 생각이 많네요.
-검침원은 어떻게 하고 있어?
-그냥 있죠.
-그 새끼는 지금도 입 다물고 있는 거야? ……뭐 입 연 거 없어?
강민재가 직접 두 사람의 방송에 출연하면서, 세 사람은 그들의 타깃이 되었다.
물론 강민재는 방송 출연을 하지 않았더라도 검침원 납치 당시에도 현장에 있었던 데다 차주한과 한솥밥을 먹는 입장이라 타깃이 되는 것은 당연했지만, 두 사람에게 미행이 붙게 된 것은 방송을 통해 한패라는 인상을 심어 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의도한 것이다.
방송에서 두 사람이 차주한과 상당히 친밀한 관계라는 것을 어필한 까닭은 첫 번째로는 그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이야기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었지만, 두 번째로는 한패라는 인상을 받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놈들은 첫 방송이 나가던 날부터 조봉준과 최종현을 미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부 방송이 나간 그날 역시, 강민재는 스튜디오 앞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매복 중인 놈들을 발견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검침원에 대한 이야기를 흘렸다.
-드디어 입 열었어요.
-열었다고?
-네. 정확히는 열겠다고 했어요. 제가 오면 그때 제 앞에서 말하겠다고 했다더라고요. 며칠 굶기고 잠도 안 재웠으니까, 그럴 만도 하죠.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 걸요. 왜, 옛날에도 그렇게 고문했다고 하잖아요.
-잔인하네, 이 자식. 차라리 두드려 패지 그랬냐.
-그러면 흔적 남잖아요. 곤란해져요.
강민재는 계속해서 미행만 붙일 뿐아 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고 조심스럼게 구는 그들에게 도화선을 마련해 줄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그들이 동료인 검침원에게 가진 신뢰가 큰 나머지 그가 입을 열지 않을 거라 굳게 믿는 것 같아서.
-그럼 줄줄이 사탕으로 걸려 나오려나?
-아마도요. 진범이 누군지 불겠죠. 일단 자수 영상을 확보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카메라 들고 가서 제대로 따려고요.
-언제 가려고. 우리도 같이 가자. 방송 분량으로 확보할 게 있을 수도 있잖아.
-그래야죠. 지금 당장은 움직이기 좀 그래요. 형님들 방송 나오면서 너무 눈에 띄어서……. 분위기 봐가면서 일단은 잠자코 있다가 음직이려고요. 일주일 뒤에 대선이잖아요.
-아, 그렇지. 대선.
-대선 때 그쪽으로 이목 몰리면 움직이기 쉬울 거예요. 형님들도 그날 같이 움직이시죠.
잠시 상념에 잠겨 있었던 강민재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야, 민재야.”
“네?”
“무슨 생각을 하길래 불러도 대답을 안 해.”
“그냥요.”
“안 떨려?”
최종현은 평소답지 않게 의연한 모습의 강민재를 흘긋 돌아보며 물었다.
만일 옆에 차주한이 있었더라면, 그리고 이것이 차주한이 고안해 낸 계획이었다면 지금의 강민재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 있는 차주한에게 ‘로봇이에요?’ 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었겠지.
“떨리죠.”
강민재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근데 지금은 제가 대장이잖아요. 대장이 떨면 안 된다던데, 어디서 보니까?”
“대장? 흐흐. 그래, 네가 대장이지, 지금은.”
이번 계획은 강민재의 머리에서 나왔고, 최종현과 조봉준은 이에 동의해서 협력하는 형태다.
강민재는 작게 웃으며 태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조봉준이 오성 조경으로 진입하는 비포장도로를 향해 우회전했다.
“태식 씨. 저희 지금 오성 조경 들어가는 골목 쪽이에요.”
-들었어요. 그놈들은 한 네 대에서 다섯 대 된다며?
강민재와 최종현, 조봉준이 직접 몸으로 유인하는 만큼 그들 역시 안전장치를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미행이 붙으면, 그 미행하는 놈들을 뒤에서 감시하는 형태로 흥신소 직원 한 명이 트럭을 몰고 따라오는 중이었다.
사람이 더 많으면 좋겠지만, 오성 조경에 최대한 인력을 몰아넣느라 그러지는 못했다.
그래도 혼자서 할 일은 착실하게 잘 해내고 있다.
실시간으로 앞차들의 동태를 태식에게 보고한 모양인지, 태식은 상황에 대해서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네.”
-피 많이 보려나.
“감수해야죠. 어차피 상처는 다시 붙는데요, 뭐.”
-오, 싸나이네.
“참나.”
-저쪽 인원은 한 20명까지 봐야하나?
“저 차들에 전부 네 명씩 꽉꽉 채워서 탄 게 맞는지 확인이 안 돼서요. 뭐, 우리 쪽수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니까 되는 대로 데려왔을 것 같긴 한데요.”
-흠, 일단 차 2대 뒷좌석에 2명 탄 것까진 확인됐다던데?
“그럼 20명 정도 봐야겠네요. 그러면 그 검침원 휴대폰에서 찾은 사진 속 인원보다 조금 더 많은 것 같은데. 인력을 총동원한 걸 수도 있겠네요.”
-일단 연장 준비하고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요. 지금 골목 들어왔죠?
“네.”
-계속 따라와요?
강민재는 흘긋 뒤를 돌아보았다.
골목 입구 너머로, 그들을 끈질기게 미행하던 차량이 그대로 직진해서 지나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당장 전면전을 치를 생각은 없다는 뜻이다.
하긴, 바보들도 아니고 아무리 마음이 급하다고 한들 만일의 상황에 대비조차 하지 않는 것은 미친 짓이다.
지도상에서 오성 조경으로 나고 들 수 있는 길은 여기뿐이다.
물론 그들의 착각에 불과하지만, 여태까지 미행하는 것을 들키지 않고 여기까지 잘 오지 않았던가.
그런 상황에 괜히 마음이 급해서 바로 따라붙었다가는 강민재가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검침원을 빼돌려버릴까 염려했을 것이다.
“안 따라와요. 하지만 저희가 오성 조경에 도착하고 나면 슬슬 들어올 거예요.”
-일단 알았어요. 와서 보자고.
강민재는 전화를 끊고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따라붙는 차량은 없다.
강민재의 예상이 맞다면, 아마 늦어도 15분 안에 그들이 이곳으로 줄줄이 진입할 것이다.
그보다 길어지면 혹시라도 이미 미행을 눈치첸 경우 검침원을 빼돌릴 충분한 시간이고, 눈치채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검침원이 자수하는 동영상을 촬영한 다음일지도 모르니까.
그들이 강민재가 덫에 걸린 순간, 그들이 검침원의 입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으려 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그 어떤 손실이 있더라도 검침원의 입을 막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길 것이다.
검침원이 입을 열면 다 끝난다고 생각할 테니까.
“형님들, 저 여기 내려 주시고 뒤쪽으로 가세요. 뒤쪽에 나가는 길있어요. 그대로 다시 돌아가세요.”
“……너는?”
“전 여기 있어야죠.”
“야, 아무리 네가 와꾸 짰다고 해도 네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래, 위험해. 너도 같이 올라가. 유인은 충분히 했잖아. 태식이네한테 맡겨.”
하지만 강민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언제 어떻게 즉각적인 대처를 해야할지 알 수 없는데, 그 판단을 전부 태식에게 맡길 수는 없다.
큰 리스크를 감수하고 설계한 만큼, 작은 실수가 생겨 일을 그르치면 그 리스크를 온전히 떠안아야 한다.
강민재는 시계를 보았다.
벌써 5분이 흘렀다.
언제 그들이 들이닥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빨리 차 세우세요.”
“안 돼. 이대로 갈 거야.”
두 사람은 진심으로 강민재를 내려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런 실랑이로 시간을 뺏길 수는 없다.
강민재는 그대로 움직이는 차 문을 열고 바깥으로 뛰어내렸다.
“야, 미친놈아!”
최종현이 창문을 열고 소리치자, 강민재가 트렁크를 뻥 걷어차며 말했다.
“가세요, 빨리!”
그들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결국 차는 뒤쪽으로 난 길을 향해 움직였다.
물론 최종현은 그 차가 멀어질 때까지 창밖에 고개를 내밀고 욕설을 뱉어댔지만 말이다.
강민재는 그들이 뒤쪽 길에 잘 접어든 것을 확인한 뒤, 오성 조경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어, 강 변. 다른 형님들은?”
“집으로 보냈어요. 위험할 것 같아서.”
강민재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하며 사무실 안에 놓인 방탄조끼를 입었다.
“근데 방탄조끼까진 좀 오바 아니야?”
태식이 그 모습을 보며 한가하게 묻자, 강민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분명히 총 들고 왔을 거예요. 태식 씨랑 다른 직원분들도 입었죠?”
“입었어요. 강 변이 하도 입으라고 지랄해서.”
그저 적당히 돈 많은 놈들 일 처리나 해 주는 깡패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일 처리만 보아도 그랬다.
전문가의 냄새가 났다.
이정찬의 경우는 다소 흘린 것이 있긴 하지만, 만일 차주한에게 누명을 씌워야 한다는 조건이 없었다면 살해당한 것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깔끔하게 죽였을 것이다.
무엇보다, 태식이 ‘어깨동무한 놈’의 몽타주를 들고 오랫동안 찾아 헤맸는데도 이름 석 자조차 알아내지 못한 것만 봐도 각이 나온다.
무엇보다, 차주한의 태도도 사뭇 달랐다.
일견 용역 깡패들처럼 보이는 이들인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머리 잘 쓰는 놈들을 대하듯 굴었으니까.
“놈들 들어오면 바로 어깨동무한 놈부터 확보해야 해요. 아마 그놈, 쫄따구들은 싸우게 하고 지는 검침원 찾으려고 할 거예요.”
강민재는 방탄조끼 위에 후드티를 걸치며 말했다.
일부러 움직임이 용이하도록 스포티한 옷을 입고 왔다.
태식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검침원 지금 애들이 지키고 있어. 우리 애들 중에 제일 힘 좀 쓴다는 애들 거기다 붙여 놨으니까 걱정 마요. 아, 근데 우리가 선빵 치는 건 안 된다며. 그냥 차로 다 밀어 버리면 끝나는데. 그럼 짜부된 놈들 중에 어깨동무 새끼만 찾아서 살려 놓으면 되잖아.”
“안 돼요. 그쪽에서 덤비면 그때.”
오늘 강민재의 목적은 ‘어깨동무한 놈’을 확보하는 것이다.
몽타주로도 위치는 고사하고 신원조차 확보하지 못한 ‘어깨동무한 놈’은, 차주한의 말에 의하면 설령 노숙자의 진술이 받아들여져서 수배령이 떨어진다고 해도 결코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검침원만 집어넣는 것으로 만족하면, 그놈이 자신을 죽이러 올지도 모른다고.
그는 우스갯소리처럼 말했지만, 그 말에는 진심이 묻어 있었다.
그런 일을 방지하려면 검침원과 세트로 그놈까지 함께 잡아넣어야 하고, 그러려면 이렇게 유인해서 잡는 수밖에 없다.
“선빵 필승인데, 우리가 먼저 못치면 질 수도 있어요.”
“안 지게 해야죠.”
이럴 때 좋은 방법은, 선빵 맞고 싸우면서 슬쩍 신고해서 경찰이 뜨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경찰이 놈들을 구속할 것이고, 물론 자신들도 함께 연행되겠지만 이 정도는 피해자임을 어필하면 문제 될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검침원을 납치했다는 것이 지금 그 방법을 쓸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였다.
검침원은 아직도 입을 열지 않고 있다.
태식의 말대로 그를 고문하고 싶어질 정도로, 정말 끝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끝까지 버틸 심산인 것 같았다.
그런 놈이라면, 어깨동무한 놈과 나란히 경찰에 잡혀가면 당연히 자신의 피해 사실을 중점적으로 어필하며 강민재를 깜빵 동무로 만들려 할 것이 뻔하다.
“온다.”
그때였다.
어둡던 비포장도로 위에 헤드라이트가 비추어졌다.
자갈 구르는 소리와 함께, 찢어지는 듯한 마찰음이 들렸다.
끼이익-
여러 대의 승용차가 빠르게 오성 조경 앞 공터에 멈춰 섰다.
“씨바, 오랜만에 손 좀 풀겠네.”
태식은 고개를 좌우로 꺾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