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315)
너희들은 변호됐다-315화(315/641)
[경찰은 고 이정찬 민우당 전 대표의 살해 용의자인 신 모 씨와 박 모 씨를 구속 조사한 결과, 박 모 씨로부터 지시를 받고 살인을 저질렀다는 자백을 받아 내었습니다.박 모 씨는 살인을 청부한 사람이 모 대기업 대표 비서실 직원 성 모 씨라고 주장하며, 성 모 씨가 고 이정찬 전 대표를 죽이는 것뿐만이 아니라 차주한 변호사의 집에 범행도구를 가져다 놓으라는 지시도 내렸다고 진술했습니다.
조사 결과, 그날 화군 저수지에서 성 모 씨를 보았다는 목격자가 존재하며, 경찰이 성 모 씨가 사용한 대포차 번호를 추적, 확인한 결과 그날 성 모 씨가 화군 저수지에 방문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또한, 성 모 씨와 박 모 씨가 사용했던 대포폰에 사건 당일 서로 전화를 주고받은 기록이 수십 통 존재하는 점, 성 모 씨가 사건 다음 날 새벽 신 모 씨에게 1억 원이 든 돈 가방을 건넸다는 박 모 씨의 진술, 신 모 씨가 사건 다음 날 바로 4천만 원가량의 빚을 상환한 정황 등을 들어, 경찰은 성 모 씨를 살인 교사혐의로 구속하였습니다. 하지만 성 모 씨는 지금까지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기자의 브리핑이 끝나자, 구치소로 이감되는 성인호의 모습이 보였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 얼굴을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이 정도 보도 내용이라면 충분히 그가 우신 직원이라는 것을 캐치하는 시청자가 많을 거로 생각된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진 않지만, 불똥이 그 윗선인 고윤수한테까지 튀지 않게끔 성인호는 분명 자백할 것이다.
평소 이정찬에게 원한이 있어서 그랬다는 정도에서 마무리되겠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이 있을진 모르겠다.
[한편, 고 이정찬 민우당 전 대표의 살해 용의자로 억울하게 지목되었던 차주한 변호사가, 자신의 방송 출연 화면을 관련 보도에 사용한 30여 개의 방송사 및 언론을 대상으로,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 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모 언론사가 보도 금지 지침을 깨고 차주한 변호사가 고 이정찬 전 대표의 살해 용의자로 지목되었음을 알리는 기사를 낸 것을 필두로, 30여 개의 방송사와 언론이 차주한 변호사의 방송 출연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하여 송출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이 차주한 변호사라는 사실이 알려져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관계자는, 첫 보도 당시에는 경찰이 비공개 수사를 진행하는 상황이었고, 정황 증거만 있을 뿐 목격자도 등장하지 않았을 뿐더러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기 전이었는데도 차주한 변호사의 신원이 공개되었다며, 이로 인하여 차주한 변호사가 큰 곤욕을 겪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처음으로 차주한 변호사가 용의자로 지목되었다고 보도한 모 언론사도 문제지만, 이미 밝혀졌으니 상관없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우후죽순 차주한 변호사를 암시하는 보도 자료를 올려 잘못된 사실을 확대, 재생산하는 데에 기여한 언론사들도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관계자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일관하여 이번 일로 개개인의 인권은 무시한 채 ‘국민의 알 권리’를 방패 삼아 움직이는 언론사들의 보도 경쟁에 경종을 울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혜경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보도가 시작되었다.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한 손해 배상 청구는 내가 자유의 몸이 되고, 대외적으로 나에게 아무런 혐의점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자마자 시작한 일이었다.
공개적으로 사과문을 게시하거나 사과 방송을 방영하지 않으면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문제 삼을 것이며, 당연히 고소도 진행하겠다는 연락을 돌렸다.
그리고 그 수확은 나쁘지 않았다.
뉴스9의 앵커 진혜경은 사무실로 직접 찾아와 방송국을 대표하여 사과했고, 뉴스9 방송이 끝나고 사과 방송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뭐, 사과 방송이라고 해 봤자 결국 시청자를 향한 사과겠지만.
“씨벌놈들이 이럴 거면 처음부터 왜 남의 인격권 침해하는 보도를 하는데?”
최종현이 TV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사람 칼로 찔러 놓고 사과하면 다야?”
그는 몹시 열을 냈다.
이 정도 사과는 사과 같지도 않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보도하게 하는 것마저도 쉽지는 않았다.
개인이 3대 지상파 방송사가 사과문을 내게 하는 것은 어지간해서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소송까지 가더라도 패소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단순히 고소장을 날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했고, 이세화의 도움으로 방통위 관계자를 직접 만나 사과 명령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어차피 소송으로 가면 30여 개 모든 방송사는 아니더라도 절반 이상의 언론사로부터 배상액을 뜯어낼 자신이 있었지만, 방송사가 직접 사과 방송을 방영하는 것이 실추된 내 명예를 되찾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방통위가 사과 명령을 내리게 하는 것은 올해까지만 사용 가능한 방법이다.
내년이 되면 방통위의 이러한 권한이 위헌 판결을 받기 때문이다.
어쨌든, 아마 방통위 쪽의 연락을 받은 SBC 측이 진혜경 앵커가 나와 친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잘 해결해 보라고 그녀를 보낸 게 아니었을까 싶다.
“사과문 방영하네요.”
[26일 SBC는 뉴스9에서 고 이정찬 씨를 살해한 용의자에 대해 보도하면서 차주한 변호사의 방송 출연 화면을 송출하였습니다. 이는 범죄 사실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조사 대상에 대한 정보를 공개한 행위로써 보도 지침에 어긋나며, 이로 인하여 차주한 변호사가 용의자라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SBC는 해당 방송의 다시 보기와 기사를 삭제조치 하였습니다. 이로 인하여 시청자 여러분과 차주한 변호사님께 혼란을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뉴스가 끝나고 파란 배경에 흰 글씨로 사과 방송 화면을 띄운 것을 보며, 강민재가 말했다.
물론, 여전히 불만은 많은 표정이었지만 말이다.
아무리 문제 삼겠다고 해도, ‘그까짓 소송 한번 하지 뭐’ 같은 마인드를 가진 방송사가 있을 것을 생각해서, 나는 그들의 행태가 얼마나 문제인지 알릴 방법을 강구했다.
그것이 바로, 진혜경에게 우리 측의 입장을 전달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보도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를 대가로 SBC에 대해서는 소송을 취하해 주겠다고 했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화가 풀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당분간 SBC를 내 확성기로 쓰는 대가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쥐꼬리만 한 손배액 받아 내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게다가,
“오, 이제 시작할 건가 보다.”
그들은 시사 프로그램에서 이 사건을 다뤄 주기로 했다.
특유의 시그널과 함께 프로그램 타이틀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양복을 입은 시사 프로그램 MC가 큐 카드를 든 채 걸어 나왔다.
“변호사님은 감회가 새로우시겠어요. 친구분 일로 출연하신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주인공도 되시고.”
오 사무장이 허허 웃었다.
어이도 없고, 웃기기도 한 것 같은 웃음소리 였다.
나도 같은 감정이었다.
올해 초에 내가 동진의 일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할 땐 이렇게 될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존나 여기 자주 나오는 프로파일러보다 더 많이 나오겠네, 아주.”
조봉준이 낄낄대자, 오 사무장은 그거 나쁘지 않다며 한마디 거들었다.
“이번 기회에 고정 노려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얼굴도 알리고요. 여기 프로그램 자문해 주는 프로파일러도 굉장히 유명해졌잖아요.”
방송사 자문은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나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처음 나타난 목격자의 진술을 뒤집은 것은, 경찰이 찾지 못한 또 다른 목격자였습니다.]“오, 숙자 형님이다.”
강민재의 말에 화면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가 된 노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엔 무서워서 나서지도 못했죠. 노숙이나 하는 주제에 누가 내말을 믿어 줄까 싶고……. 근데 그래도 사람을 살리는 일이잖아요. 나는 살인범이 누군지 아니까. 내가 말 한마디 하는 게 뭐 어렵다고, 안 그러면 억울하게 앞길 창창한 사람 인생 망치는 거나 진배없다고 생각하니까 결국 용기가 나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늦게 나타나는 바람에 애먼 사람이 고생한 것 같아서 미안할 뿐입니다.]“오, 숙자 형님. 거짓말 제대로 치는데.”
“저 노숙자 양반 돈 준다고 하니까 나온 거 아니었냐?”
“맞아요.”
“으유, 인간아. 정의로운 척하는 거 봐라. 가증스럽다, 가증스러워.”
“뭐, 본인 딸 결혼한다는데, 평생 못난 부모였다잖아요. 한 번쯤 멋있는 척하고 싶었겠죠.”
강민재가 혀를 쯧쯧 찼다.
[김 씨는 살해 현장을 목격했을 뿐만 아니라, 범인들이 흘리고 간 손수건을 주웠습니다. 그 손수건에는 고 이정찬 전 대표의 피부 조직 일부와 마취제, 그리고 흙이 묻어 있었습니다.]우리는 그 손수건과 노숙자의 진술이 담긴 속기록을 경찰에 넘겼고, 경찰은 이를 기반으로 검침원과 신 사장의 조사를 마친 후 검찰에 송치하고 브리핑을 통해 증거가 무엇인지 밝혔다.
우리 측에서 소명 자료를 제출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추가적으로 조사하여 증거를 완성했다고 말했으니, 결국 그 증거를 우리가 찾아 제출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르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논공행상을 하고 싶지도 않고, 어느 정도 경찰에 공을 넘겨주는 것도 미래를 생각하면 필요한 일이라 여겼기에, 우리는 따로 말을 얹지 않았다.
“지들이 조사한 척 존나 재수 없다.”
하지만 조봉준은 불만이 많았다.
“야, 차 변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라잖아. 혹시 아냐? 네가 언젠가 구속됐는데, 차 변이 이렇게 경찰에 해 준 거 있어서 네가 곱게 풀려날지?”
“아이씨, 예를 들어도 꼭. 내가 구속을 왜 당하는데?”
“너 하는 짓 보면 언젠간 구속당할 것 같아.”
둘이 말싸움을 시작한 것은 뒤로하고, 나는 방송에 집중했다.
[김 씨가 살해 현장을 목격한 장소는 이곳. 하지만, 기존에 경찰이 확보한 목격자가 지목한 장소는 그 반대편입니다. 하지만 김 씨가 확보한 손수건에 묻은 마취제와 고인의 DNA는 손수건이 범죄에 사용되었음을 확연하게 보여 주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두 목격자가 지목한 장소의 토질이 서로 달랐고, 손수건에 묻은 흙의 성분을 조사해 보기로 한것입니다.-손수건에 묻은 흙에서는 담수 플랑크톤과 공사장에서 생기는 분진들이…….]
분석가의 인터뷰 방송이 흘러나오자, 조봉준이 책상을 팡팡 치며 소리쳤다.
“아니, 저것도 민재가 생각해 낸건데! 마치 경찰이 생각해 낸 것마냥 저러니까 내가 짜증이 나겠냐고, 안 나겠냐고. 만일 우리가 확보한 증거라는 게 알려지면 차 변 사무실은 더 대박 날 거고, 그러면 차 변이 우리 방송에도 더 투자할 거 아니야!”
왜 저렇게 억울해하나 했더니, 이런 이유에서였다.
강민재 역시 그가 대신 화내 주자 감동했다가, 실망한 기색이었다.
“그럼 그렇지. 형님이 순수하게 나를 위해 줄 리가 없는데…….”
시사 프로그램은 점점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방송 내내 인터넷 반응을 검색해 본 최종현은, 상당히 만족스럽게 우리에게 실시간 인기 검색어를 보여주었다.
[이정찬 우신]지금 방송 내용은 누가 진범이었는지를 알려 주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우신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고인에 대한 살인을 교사한 성 모 씨는 모 대기업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현재는 사건 이후 해고되었지만, 성 모 씨는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성 모 씨는 대체 왜 살인 청부를 하게 된 것일까요? 우리는 성 모 씨를 잘 안다는 지인들을 찾아가 봤습니다.]“왜겠냐. 이정찬이 우신 고발 자료를 넘기려고 해서 그런 거겠지. 왜 그 이야기는 안 하냐?”
최종현이 팔짱을 끼며 짜증을 내었다.
이미 그들이 방송에서 사건 당일 나와 이정찬이 만난 까닭이 무엇인지 밝혔고 그 증거도 있는데, 이에 대한 보도가 약하다는 것이 그들의주장이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방송국의 선택을 이해는 한다.
정황은 충분히 존재하지만, 이에 대해 확정적으로 보도했다가 어떻게 문제가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취재까지 다 해 놓고 방송 직전에 잘렸을 공산도 크다.
만일 살해당한 대상이 이정찬 같은 거물이 아니었다면 우신 측에서도 무시로 일관하여 언젠가는 잊히겠지, 하며 그냥 보도하게 두었을지도 모르겠다.
씁쓸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우신이 그렇게 사람 목숨 앗아 간 사례는 수도 없이 존재한다.
이전 삶에서도 안트로졸 알파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사건이 존재했다.
온갖 언론에서 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적도 있었고.
그럼에도 우신이 이 사건에 대해서 만큼은 보도에 ‘우신’ 두 글자가 나가지 못하게 틀어막은 것은, 그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오, 이건가.
이정찬이 평소에 성인호에게 못되게 굴어서, 이 때문에 증오심을 불태우다가 죽였다고?
단지 직함이 우신 그룹 장남 비서일 뿐, 그저 개인적인 문제였다고 치부해서 고윤수는 쏙 빠져나갈 생각인 듯하다.
물론 그렇게 되면 나를 용의자로 몰아간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이 되지 않지만, 그 역시도 대충 ‘하필이면 그날 이정찬과 같이 있었던 사람이라 몰아가기 좋을 것 같았다’ 정도에서 마무리되지 않겠는가?
“이거 SBC에서 쿠션 깐 것 같은데?”
“그런 것 같네요.”
최종현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와’ 하는 감탄사와 함께 빠르게 말했다.
“우리 때문에 사과 보도는 해야겠고, 그렇다고 우신을 너무 까면 안되겠고. 이 방송 볼 사람 많으니까, 우신이 비서 시켜서 청부한 게 아니라 비서 개인의 문제였다고 몰아갈 생각인 거지.”
“씨바, SBC 새끼들 우신이 주는 광고에 환장했나. 저러고도 지들이 언론인이야?”
[평소 고인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했던 성 모 씨. 사건 당일, 화군 저수지에 나타났으며 용의자 신 모 씨에게 돈 가방을 건넸고, 용의자 박 모 씨가 살인 교사범으로 지목한 성 모 씨. 어쩌면 고인의 추락은 성 모 씨에게 좋은 기회로 작용했을지도 모릅니다. 성 모 씨는 정말로 고인에 대한 살인 청부를 한 적이 없을까요? 우리는 그가 무고하다는 주장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마지막 멘트가 흘러나오고, 조봉준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소리쳤다.
“씨바! 방송 켜! 억울해서 안 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