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316)
너희들은 변호됐다-316화(316/641)
“정우 없이 방송 틀면 정우 새끼 개지랄할 텐데.”
최종현이 컴퓨터를 켜러 가는 조봉준을 슬그머니 따라가며 말했다.
하지만 만류하는 사람의 행동치고는 방송을 켜고 싶은 것처럼 보였다.
컴퓨터가 켜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스튜디오 조명과 카메라를 켜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 상황에 방송 안 켜게 생겼어? 열받아 죽겠구만? 그리고 이제 애들 볼 거 없어서 우리가 방송 켜면 존나 올 거라고.”
“아, 오늘 방송 보고 나서 칼럼 쓰려고 했는데.”
“방송하고 써. 어차피 쓰는 데 시간도 걸리는데 지금 SBC 방송 본 애들은 흐름 안 끊기는 걸 원할 거란 말이야.”
“아, 대본 준비도 못 했는데.”
“괜찮아. 우리 방송은 날 것의 매력이 있어.”
말 한마디 한마디 전부 반박당했지만, 최종현은 웬일로 불만이 없어 보였다.
그는 조봉준의 반박을 통해 즉흥적으로 방송을 켠 것이 잘못이 아니라고 합리화를 끝낸 듯했다.
최종현은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카메라 앞 의자에 앉았다.
[생) ㅋㅋ 개짜증나서 방송켬]제목은 몹시 간결했다.
나는 그들의 스튜디오가 가장 잘 보이는 곳, 본래 김정우가 앉았어야 했던 자리에 앉았다.
명당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사실 자유로운 몸이 되고 나서도 할 일이 많은 탓에, 그들의 방송을 이렇게 스튜디오에 와서 보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방송 길어질 것 같은데 커피라도 좀 사 올까요.”
강민재가 일어나며 묻자, 조봉준이 반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난 라떼.”
“봉준아, 라떼 먹지 마.”
“왜?”
“바로 옆에서 라떼 먹으면서 존나 떠들 거잖아. 입 냄새나. 민재야, 난 라떼. 얘는 아메리카노.”
“형도 냄새나거든?”
“난 안 나.”
정말 유치해서 눈을 뜨고 볼 수 조차 없었다.
강민재 역시 같은 생각이었는지, 스튜디오를 나가며 소리쳤다.
“모두 아메리카노로 통일할게요!”
그가 나간 사이, 조봉준은 나를 향해 손짓했다.
방송 켜는 버튼을 눌러 달라는 뜻이다.
내가 여기 앉은 것은 명당이라서지, PD 노릇을 하기 위함은 아니었는데.
나는 잠시 수많은 버튼들 사이에서 헤매다가, 방송을 켰다.
[민혁이 : 와!!!!!!!!!!!!!!!!!안심입니다 : 자기 전에 방송 알림와서 바로 킴ㅋㅋㅋㅋㅋ
카드값줘체리 : 와 기대도 안했는데 개꿀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승현 : 아 잠은 다 잤다ㅋㅋㅋㅋㅋ]
방송을 켜자마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폭발적으로 시청자 수가 늘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12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이기에 알림을 뒤늦게 확인하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계속 있는 듯했다.
차근차근 늘어난 시청자 수는, 어느덧 8천 명에 이르고 있었다.
“얘들아, 안녕. 열 받아서 방송 켰다. 오늘 SBC 본 사람 손 들어 봐. 얼마나 있어?”
[신비주의 : 손파송송계란탁 : 손
기물파손 : 손
dlwlgns : 손
카드값줘체리 : 발
凸명화제약凸 : 손]
오늘 방송을 봤다는 사람들로 채팅창이 미어터지는 지경이었다.
조봉준의 말대로, 오늘 SBC를 보고 나서 뭐 더 볼 거 없나 싶어 돌아다니다가 방송 알림을 보고 달려온 사람들이 많은 듯했다.
채팅은 전부 그 이야기뿐이었다.
이정찬의 죽음 이후부터, 이 사건을 다룬 지도 벌써 두 달이 넘어가고 있는데도 아직도 관심이 꺼지지 않은 것이 새삼 놀라웠다.
보통은 아무리 집중도가 높은 사건이라고 해도, 그 관심이 이렇게 오래가지는 않는다.
내가 여론전을 할 때 언제나 스피드를 강조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아마 이 사건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 만한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고, 또 성인호라는 살인 교사범의 등장으로 인하여 이야깃거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가 예언 하나 할게. 조만간 연예계에 열애설이든, 뭐든, 그런 거 하나 터진다.”
“흐흐. 우신 이야기 안 나오게 하려고?”
“당연하지. 씨바, 얘들아. 내가 딱 말해 줄게. 여기저기서 떠들어 대는 그 살인 교사범 성 모 씨에 대해서.”
“근데 말해도 되나? 고소당하는 거 아니냐? 우리 차 변도 그때는 범인 1초 전이었는데 누구인지 까발렸다고 언론사 몇십 군데를 고소했잖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 자각이 있어서 다행이고, 또 한 번 다행히도, 성인호는 나와는 경우가 다르다.
일단 나는 진범도 아니었던 데다, 그렇게 완전한 증거가 나온 상황도 아니었다.
그들의 말을 빌리면, ‘범인 1초 전’이었지 ‘범인’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성인호는 완벽한 용의자 신분이다.
게다가 인터넷 방송 역시 넓게 보면 방통위의 영향력 아래 있지만, 아직은 인터넷 방송을 언론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는 아니기 때문에 보도 지침을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니다.
제재가 있어 봤자 기껏해야 인터넷 방송 플랫폼 차원의 제재다.
또, 성인호는 곧 자백할 것이라 그들을 고소할 일도 없고.
나는 상관없다고 사인을 보냈다.
“아, 그 말 하니까 갑자기 또 웃기네. 차 변이 언론사 몇십 군데를 싹 다 고소한 거 진짜 너무 웃기지 않냐? 차 변도 진짜 또라이야.”
“그 양반도 약간 제정신은 아니지.”
“흐흐, 웃겨 죽겠다. 아무튼, 자. 우리가 뭐라고 했어요? 차 변이 왜 이정찬 만났다고 했죠?”
[과메기먹고싶다 : 우신 그룹의 비리 자료를 공유하기 위해서지 ㅇㅇ]“역시 우등생이네.”
“자, 살인범들이 이정찬을 죽인 이유는 사주를 받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늘 이제 모 시사 프로그램에서, 혹시 모르니까 프로그램명은 말하지 않을게요. 모 시사 프로그램에서 성 모 씨의 주변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한 걸 방송했어요. 사람들이 다 뭐라고 했냐면, 성 모 씨가 평소에 이정찬에 대해서 상당한 증오심을 품고 있었대.”
[김삿갓삿갓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나 패턴 다 읽힘공시생 : 거대한 음모 이런거 아니고 그냥 혼자서 이정찬 싫어서 살인교사ㅋㅋㅋㅋ1억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취월장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존나말도안됨]
“그래. 말도 안 되잖아. 장난해? 차라리 지가 죽이고 말지. 일개 비서실 직원이 살인 청부하면서 몇천도 아니고, 1억이나 쾌척할 수가 있어? 아무리 실장급이어도?”
사실 모두가 알고 있다.
이 모두에는 우신도 속해 있다.
우신 역시도 성인호가 개인감정으로 이정찬의 살해를 사주했다고 하면 아무도 안 믿을 거란 사실을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변명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증거가 이만큼이나 나온 상황에서 성인호가 끝까지 부인하면 수사는 더 진행될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자신들에게까지 화가 미칠 수밖에 없으니까.
아무리 말도 안 된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이 사건은 성인호의 자백으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
살인 청부 이유도 지극히 개인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기에 결국 나올 수 있는 자백은 개인감정 말고는 없는 것이다.
어차피 사건은 금방 잊힌다.
그때까지 고상준은 일을 이따위로 한 장남 고윤수에게 회초리를 치며 화풀이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자, 성 모 씨는 우신 그룹 고상준 회장의 장남 우신 전자 대표 고윤수의 비서실장입니다.”
[레몬나르고빚갚으리오 : ㄷㄷㄷㄷ 고윤수 비서실장?????????아폴론신봉자 : 그럼 누가봐도 고읍읍 짓이지;;]
“고윤수는 알다시피, 우신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할 사람이에요. 그런 고윤수의 비서실장이 이정찬의 살인을 청부했어요. 여기서 다시 말합니다. 이정찬은 차 변한테 우신 그룹 비리 자료를 주려던 그날 죽었습니다.”
최종현은 여러 번 강조하며 같은 의미의 말을 되풀이했다.
시청자들에게 어떻게든 이정찬을 죽인 것은 우신 윗선의 뜻이었다는 것을 주지시키려는 듯했다.
[김삿갓삿갓 : 그냥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거지ㅋㅋㅋㅋㅋㅋㅋㅋ고윤수 비서실장이 이정찬 살해를 사주했는데 그게 비서실장 개인의 감정때문이 었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박카스XD : 근데 존나 짜증나는 건 그렇게 말하면 아마 그렇게 인정받고 끝날 것 같단 거임ㅇㅇ]
“맞아. 왜냐면 걔네는 이미 이 사건이 물 위로 올라오기 전에 성 모 씨하고 해당 사건에 대해 말한 기록을 싹 다 없애 뒀을 테니까. 애초에 기록으로 안 남겨 뒀을 수도 있고.”
“그리고 성 모 씨가 구속되고 얼마 안 있어서, 정말 짠 것처럼 평소에 성 모 씨가 이정찬 존나 싫어했다는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어. 오늘 방송도 그렇잖아. 아무리 방송 직전까지 취재 나갔다고 해도, 성 모 씨 구속 소식이 들린 지 얼마나 됐다고 이정찬 뒷담 들은 사람들이 그렇게 다 총동원됐을까?”
“사실, 걔들은 성 모 씨도 안고 가려고 했을 거야. 그냥 일이 틀어져도 그 박 씨하고 신 씨, 그 범인 둘만 좇되면 된다고 생각했겠지. 근데 우리가 생각보다 너무 파고들어서 조온나 당황했을 거다, 씨바 새끼들. 흐흐.”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조봉준과 최종현은 확실하게 우신 측에 각인되었을 것이다.
물론 최종현은 일중일보에 있던 시절부터 우신에 대한 기사를 쓰려다가 번번이 편집장 선에서 컷당하느라 충분히 찍혀 있었지만 말이다.
아마 이번 일로 보통 독한 놈은 아니라며, 핏불이라는 별명을 실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부터 아마 증인으로 나서 줄 성 모 씨의 진짜 지인인지 가짜 지인들인지 섭외 때리지 않았을까? 이러다가 성 모 씨까지 털릴지도 모르겠다 싶었겠지. 그러면서 보험 들어놓은 게 아닐까 싶은데.”
“그랬겠지.”
[qaqqio : 근데 ㄹㅇ 봉준이형이랑 종현이 형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지 형들 방송에서 검침원 얘기랑 그 강민재 변호사 저수지 내부 얘기 이런거 안했으면 어디 수사가 제대로 진전이나 됐겠음?동심푸라면 : 솔직히 경찰이 증거 찾았다는 것도ㅋㅋㅋㅋ 그런 증거 여태까지 못찾았는데 차변호사가 자진출석한 이후에 갑자기 증거들 찾앗다면서 브리핑한거 졸웃임ㅋㅋㅋㅋㅋㅋ 그거 형들이 갖다 준거아님?]
증거를 찾은 건 경찰의 공으로 돌릴 생각이었는데, 이 방송의 시청자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유추하고 있었다.
하기야, 오랫동안 나를 범인이라며 앵무새처럼 말하던 경찰이 내가 자진 출석한 직후부터 천천히 증거를 찾았네, 조사를 진행하네, 떠들어 대는 것을 보면 답이 나왔을 것이다.
무엇보다 내 구속적부심이 기각되지 않은 것만 봐도, 그날 제출한 소명 자료가 충분히 나의 결백함을 입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테고.
“우리 포돌 님, 포순 님 고생 많이 하시는데 굳이 초를 쳐야 할까? 우리가 찾은 증거도 정말 많지만, 경찰이 한 일이 없는 것도 아니야. 얘들아, 너무 경찰 원망하지 말자.”
우리끼리 있을 땐 경찰 꼴 보기 싫다는 말만 하던 그들은, 방송에서만큼은 언행을 조심하려 노력했다.
내 말을 허투루 듣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었다.
즉홍적으로 방송을 켠다기에 감정적으로 말할까 봐 다소 걱정되었는데, 내가 이들을 너무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취급했던 모양이다.
“어쨌든 차 변이 고소 때린 게 무서워서 그랬는지, 뭐 때문에 그랬는지는 몰라도 제일 먼저 사과 방송한 건 SBC였어. 그래서 참 괜찮게 봤는데 오늘 모 시사 프로그램 때문에 기분 존나 잡쳤다, 그치? 역시 사람은 한 면만 봐서는 안 되는 거야.”
“그니까, 씨바. 결국 차 변이 범인 아닌데도 신원 유추되게 방송한 건 미안하고, 범인들 다 개새끼고, 그치만 우신 그룹은 아무 잘못도 없어요!가 걔네가 시청자한테 심어 주고 싶었던 결론 아니겠냐? 토 나온다, 진짜로.”
최종현의 말에, 조봉준이 무언가 생각났는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만일 SBC에서 형한테 시사 프로그램 MC 자리 준다고 하면 간다, 안 간다?”
“당연히 가지, 미친놈아. 그걸 왜 고민해.”
[레몬나르고빚갚으리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뚫흙뚫흙뚫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방금 전까지 토 나온다고 해놓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싸랑해요연예가중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대놓고 속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속물이라니. 내가 SBC에 가면, 이제 그 썩어 빠진 웃대가리들 다 이제 뜯어고쳐 버리지. 정신 개조해서 올바른 방송을 하게 만드는 거지.”
“그러다가 대기업들이 광고 안 주면 어떡할 건데?”
“그땐 이제……. 차 변한테 투자해 달라고 해야지.”
“이 형은 자기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돈 많다고 차 변으로 다 돌려막으려고 해. 그러다 형 때문에 차변 파산하겠다.”
낄낄대며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며 나도 실소를 머금고 있었는데, 갑자기 묘한 정적이 흘렀다.
그들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왜지.
“방금 좋은 생각이 났어.”
“……너도냐? 나도.”
그들은 여전히 나를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이러다 방송을 보는 사람들도 이상함을 느끼겠다 싶을 무렵, 그들이 입을 열었다.
“여러분. 사실, 스튜디오에 손님이 와 계십니다.”
아니겠지.
“SBC 방송 같이 보려고 저희 스튜디오에 모였는데요. 어쩌다 보니까 저희가 즉흥적으로 방송을 켜게 돼서 그냥 구경하고 계신데…….”
아닐 것이다.
“우리가 도움을 참 많이 줬는데,이런 타이밍에 우리 방송에 나와 주면 우리가 정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그러면 서로 빚 없이 또이또이겠다. 그치.”
“응. 그럴 것 같아.”
하지만 나의 걱정은 점점 현실로 다가왔다.
“여러분, 스튜디오로 차주한 변호사님을 모셔 보도록 하겠습니다!”
[민혁이 : 헐백수입니다 : 헐
옥장판사세요 : 헐
잘생긴 변호사재출연시켜.. : 헐
aksjqla : 헐
공시생 : 헐
凸명화제약凸 : 헐]
나는 이 순간, 그들을 제정신이 아닌 사람으로 취급한 것을 후회한 걸 취소하기로 했다.
그들은 제정신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