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319)
너희들은 변호됐다-319화(319/641)
“이 봐라, 이 봐라.”
어제 새벽까지 인터넷 반응을 찾아보다 늦게 잠을 청한 조봉준은, 웬일로 일찍 일어나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샤워하고 나오자마자 러닝 차림으로 배를 긁으며 소파에 앉아 있기에, 웬일인가 했더니 자는 동안 쌓인 반응들을 찾아보려고 일찍 일어난 모양이다.
“진짜 기가 막힌다, 차 변. 이거 봤어?”
그는 나에게 달려와 휴대폰을 보여주었다.
[‘찬준♥예나’ 아이돌 공식 커플 탄생찬준 SNS 속 하트 케이크 주인은 예나
예나, 찬준과 2달 전부터 조심스럽게 알아 가는 사이……]
최고 주가를 달리는 두 아이돌 그룹 멤버의 열애설이 인터넷에 쫙 깔려 있었다.
당연하게도,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 역시 그들의 이야기가 장악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고윤수 비서’, ‘이정찬 살인청부’라는 핵심 검색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포털사이트들의 메인은 어느새 아이돌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뭐랬어. 열애설 터질 거라고 했잖아.”
“그럴 것 같긴 했지만, 너무 대놓고 작업했네요. 이렇게 티 나게 할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차 변, 차 변이 검색어 4위야.”
[1. 찬준예나2. 예나
3. 찬준
4. 차주한]
그는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확대해서 보여 주며 비식비식 웃었다.
“아, 자기 전까지는 차 변이 1위였는데 아쉽다.”
“제가 주목받는 것보단 고윤수 비서가 더 주목받았으면 좋겠는데요.”
“아니야. 이번 일 가지고는 고윤수까지 감방에 집어넣는 건 불가능했잖아? 그리고 성인호는 어차피 나가리고. 그렇다면 차 변이 실속을 챙겨야지. 실추된 명예를 되찾아야 한다고.”
그는 나에게 내 이름으로 검색한 화면을 보여 주었다.
주로 내가 어제 방송에서 성인호가 단순히 개인감정으로 살인 청부를 하진 않았을 거라 말한 대목을 조명하고 있었다.
내가 언론에 쓴소리한 것을 말하는 글들도 있었다.
그중 웃음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이 와중에도 받아쓰기를 멈출 줄 모르는 일부 인터넷 언론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였다.
본인들에 대한 비판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한 말을 그대로 기사화한 것을 보면 헛웃음마저 나왔다.
차라리 자신들을 비판했다며 나를 비난하는 논조였다면 우습진 않았을 텐데.
“뭐야, 이 새끼.”
조봉준이 보여 주는 화면을 함께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조봉준이 인상을 찌푸렸다.
[차주한 변호사가 출연한 어제 방송에 대한 단상 – 피해자의 주장이 검증 없이 진실로 인식되는 현상에 대한 불편함]꽤 높은 조회 수를 올리고 있는 블로그 글이었다.
조봉준은 짜증스럽게 제목을 클릭 했다.
[고 이정찬 민우당 전 대표 살해 용의자로 지목되었다가 누명을 벗은 차주한 변호사가 어제, 최종현 전 일중일보 기자와 개인 투자자 조봉준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화제가 되었다.차주한 변호사는 현재 고 이정찬 전 대표에 대한 살인 교사죄로 구속된 W그룹 대표의 비서실장 성 씨가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고 이정찬 전 대표에 대한 살인을 청부했을 거라고 주장했다.
또한 차주한 변호사는, 언론을 계영배에 쉬지 않고 술을 붓는 사람에 비유하며 비판했다.
최초로 차주한 변호사가 용의자로 지목된 사실을 세상에 알린 것은 일중일보 조간신문이었다. 당시 고인의 사망 사실에 대하여 엠바고가 걸려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고인을 살해한 용의자에 대한 보도 역시 보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지금 차주한 변호사는 누명을 벗었으나, 그 당시에는 참고인이 아닌 용의자 신분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용의자로 지목 되었다고 해서 정보를 공개해도 되는 것은 아니지만, ‘너절리즘’, ‘캐치프레이즈 값을 하지 못하는 언론’, ‘진실을 호도하는 언론’이라는 비난을 들을 정도로 보도 윤리를 저버린 것은 아니었다.
필자 역시도 차주한 변호사가 겪었을 곤욕에 대해서는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는 바이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이라고는 하나,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곳에서, 현재 필연적으로 많은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차주한 변호사가 그런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는 다소 경솔했다는 지적을 하지않을 수 없다.
정작 차주한 변호사 본인은, 어째서 현재 살인 교사죄로 구속된 성 씨가 ‘외부 요인으로 인하여’ 고인에 대한 살인 청부를 의뢰했다고 주장했는가? 심지어 해당 방송에서는 용의자 성 씨가 W그룹 대표의 비서실장이라며 구체적인 소속과 직함까지 밝혔다. 이것이야말로 ‘내로남불’이 아닌지? 만일 아니면 어쩔 셈인지 궁금해진다.]
오, 나에 대한 비난이다.
내가 언론인들에게 차라리 기대했던 모습이 드디어 나온 것이다.
물론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욕을 먹을 줄은 몰랐지만.
“어떻게 우리 방송이랑 일중일보가 똑같냐. 장난해? 우리는 성인호가 개인감정으로 살인을 청부했을 리가 없다는 걸 논리적으로 설명했지, 존나 근거 없이 소설 쓴 적 없는데? 그리고 성인호 신분 밝힌 것도 씨발, 성인호는 이미 구속됐고 대기업 비서실장이라고 다 직함까지 공개돼서 알 사람은 다 알았는데, 이게 같다고? 씨바, 이 새끼 미친 새끼 아니야? 글 쓴 새끼 누구야?”
조봉준은 불같이 화를 내며 글쓴이를 확인했다.
“정민철? 이 새끼 그 새끼잖아. 민재가 차 변이 이정찬을 죽일 상황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고 저수지 내부에서 뭐 했는지 방송에서 말했을 때 반박한다고 지랄하던 새끼. 민재가 반박하니까 반박에 대한 반박에 대한 반박 이 지랄하면서 염병 떨던 그 새끼! 저 굵은 글씨 포시하고 글자 기울인 것만 봐도 토가 나온다니까?”
그렇게 말하니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정민철의 메일 주소를 확인했다.
소속된 언론사는 흔히들 말하는 메이저 신문사는 아니지만, 기자로서의 이름값은 작지 않은 모양이다.
SNS 팔로워 수도 많았고, 블로그에 달린 댓글 수도 천 개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 새끼 우신한테 돈 받아 처먹은 새끼 아니야?”
조봉준이 시근덕대었다.
하지만 여태까지 그의 포스팅을 보았을 때, 딱히 우신에게 돈을 받고 기사를 쓸 만한 위인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아무리 유명한 기자라고 해도 일중일보라는 거대 신문사를 입맛대로 조종할 수 있는 우신이 굳이 이런 사람에게 원고 작성을 요청할 이유도 없고.
“이거 반박을 하든지, 아니면 글을 내리게 하든지 해야 하는 건 아닌가 모르겠네.”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좋아요’ 수를 확인하며 조봉준이 다소 조급해진 말투로 말했다.
이해는 한다.
정민철이라는 기자는 나에게 일종의 프레임을 씌우려 하고 있다.
피해자의 말이라고 해서 다 믿어 줄 이유도 없으며, 본인이 피해자라고 하면서 남에게 같은 방식으로 가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글이니까.
“역효과가 날 겁니다. 게다가 어차피 아이돌 열애설로 난리라 우리 사건에 모인 관심도 다소 떨어진 상황 아닙니까? 아무리 저 글이 화제가 된다고 해도 글을 읽은 사람은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글을 억지로 내리게 하거나, 반박하는 건 오히려 기름을 부어 주는 꼴입니다.”
“하, 그건 그렇지만……. 재수 더럽게 없네.”
나는 최종 목표를 위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나를 반박하려는 세력조차 존재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며, 그게 가능하다면 독재자가 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관심을 받으면 필연적으로 이를 음해하려는 사람이 생긴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이런 사람들과 맞서 이길 수 있을 정도의 긍정적인 이미지인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경솔하게 행동할 수가 없다.
“좀 더 지켜보죠. 어차피 곧 성인호가 자백할 겁니다. 정민철이라는 기자도, 성인호가 아니면 어떻게 할 거냐는데……. 그럴 리가 없으니 성인호가 자백하기만 하면 저 사람도 할 말을 잃게 될 겁니다.”
나는 양비론을 설파하며 모두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곧잘 ‘반골 기질을 타고난 아웃사이더’로 포장하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너무 많이 보아 왔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법조계에도 있고, 정치계에도 있으니, 언론에 없으리란 법은 없지 않은가.
물론 양비론이 항상 그르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경우, 양비론은 비겁자들의 피난처로써 작용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세상에 흠결 없는 것은 없다.
옳은 쪽에도, 그른 쪽에도 허점은 존재한다.
자신은 한 발 빠진 채로 ‘객관성’을 강조하면서, 양쪽의 허점만 파고드는 일은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아니, 어쩌면 모두가 연민하는 대상에 대하여, 어떻게든 윤리적인 오점을 찾아내서 ‘이런 사람인데도 연민할 거야? 하여튼 사람들 동정 여론에 취약하다니까.’ 따위의 말을 하며 비웃으려는 사람일지도 모르겠고.
뭐가 됐든, 어떠한 담론을 발전시키는데 있어 굳이 필요하지 않은 비겁자들이 주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런 사람들을 계속해서 만나게 될 것이고, 그때마다 반응해 줄 수는 없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논리적 자부심에 취하도록 내버려 두고, 우리는 갈 길을 가야 한다.
* * *
이튿날 오후, 뉴스 속보가 떴다.
[살인 교사 용의자 성 씨, 범죄 사실 시인]“타이밍 딱이네요.”
우리는 압수수색 물품이 돌아온 이후에도 사무실 정리를 하지 못해서, 뒤늦게 모여 사무실을 정리하려던 차였다.
오 사무장은 한쪽에 틀어 놓은 텔레비전에 시선을 고정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다 티가 나는데도 저렇게 하는 데엔 이유가 있겠죠? 아무리 예측당한다고 해도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니까, 포기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강민재가 노트북 앞에 앉으며 말했다.
[대기업 비서실장 성 씨, 살인 교사 자백……고 이정찬 전 민우당 대표에 대해살인을 청부한 성 씨가 오늘 경찰에 살인 교사 사실을 자백했다.
성 씨는 평소 업무상의 일로 고인과 접촉할 일이 잡았고, 그때마다 고인에게 폭언을 들어 왔다는 주장이다.
고인은 성 씨에게 ‘X미X비도 없는 놈’, 네 X미도 너 같은 것을 낳고 아들 낳았다고 좋아했느냐’, ‘쓰레기 같은 새끼 더러운 손 나에게 닿게 하지 마라’ 따위의 폭언을 일삼았고, 손찌검한 적도 있었다는 것이다.
성 씨는 ‘고인에게 논란이 생겨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게 되자, 이것으로 사필귀정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추스르려 하였으나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고 하며 살인 청부의 이유를 밝혔다.]
한국인이 가장 참지 못하는 것이 부모님을 욕보이는 것이다.
어떤 수모를 당했다고 이야기할까 궁금했는데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시쳇말로 ‘패드립’을 들었다는 이야기로 동정표를 얻어 볼 심산인 듯했다.
이정찬이 과연 성인호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알 수는 없다.
그의 평소 성격으로 미루어 보았을때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그랬을거라곤 할 수 없지 않은가.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아무도 그런 말을 들은 적 없다고 하더라도, 성인호가 단둘이 있을 때 저런 말을 들었다고 하면 진실을 가려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pa*** : 이정찬이 말이 심하긴 했네. 하지만 그랬다고 해서 사람을 죽여도 되는 건 아님.oa*** : 이정찬 • 대통령님이 • 저따 위 • 망발을했을 • 리가없다 • • • 했다고 • 하더라도 • 니놈이 • • 그런말을들을 • • 행실을했겠지 • • • 죽은사람 • 말못한다고 • 누명을씌우니• • • 살인자를 • 처벌하라!!! • • 대통령님을• • •돌려내라!!!
ㄴcs *** : oa어쩌고 이인간 또 나타났네… 이정찬 기사마다 나와서 이지랄..ㅋㅋㅋㅋ
al*** : 차주한 변호사 말 고대로됐네ㅋㅋㅋㅋㅋ 시사프로그램으로 빌드업해서 개인감정 때문에 죽인거라고 자수… 거기다가 어제 터진 아이돌 열애설 기사까지…ㅋㅋㅋㅋㅋㅋ
zX*** : 자수했으니까 더 속보나오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지나갈거고 그거 가리려고 아이돌 열애설 터트린 거겟지ㅋㅋㅋ 이제 국민들 관심 아이돌쪽으로 쏠리면 완벽하게 끝이네^^
ad*** : 국민들이 바보인줄 아나 이러면 다 끝났구나 하고 관심 끌 줄 알았음? 용의자들 합당한 대가 치르는지 끝까지 확인할거임ㅋㅋㅋ
qqqjj *** : 이런거 보면 여태까지 우신이 이런 짓 수십 번도 더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여태 죽은 사람들 중에 우신이랑 관련있던 사람들은 없었는지 생각해보게됨.]
방송에서 성인호의 행보를 예측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던 듯하다.
성인호가 무슨 행동을 하든 사람들은 그리 놀라지 않았고, 대신에 그 뒤에 감춰진 의도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난 이것으로 충분하다.
고윤수를 잡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성인호를 끝으로 꼬리 자르는 것을 두고만 보아야 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미래에 나를 죽일 신 사장과 미래에 고윤수의 손발이 되어 줄 성인호를 저지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우신이 물밑에서 벌이는 작태들에 점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나의 승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