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320)
너희들은 변호됐다-320화(320/641)
그룹채팅 3
차주한 : 사무실 영업 재개에 앞서서 몇 가지 변동 사항이 있습니다.
1. 법률사무소에서 법무법인으로 전환하려고 합니다.
1- 1. 이에 따라 법인명이 필요합니다. 의견 부탁드립니다.
2. 사무실을 확장 이전하려고 합니다.
2- 1. 현 사무실 근처에서 접근성이 좋고 보안이 잘 되는 사무실을 임대하려고 합니다. 저는 저대로 알아볼 테니, 각자 알아본 뒤 리스트 업해서 결정하면 될 것 같습니다.
2-2. 인테리어 업체 선별이 필요합니다.
3. 법무법인 사이트를 개설하려 합니다. 국정원에게 의뢰하겠습니다.
4. 법인 명의의 차량을 구매하려고 합니다.
4-1. 필요에 따라 세단과 SUV 두 대를 구매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추천할 만한 차량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강민재 : ?????????????
오양훈 : ?????????
차주한 : 문제 있나요?
오양훈 : 없긴 합니다만…
강민재 : 이모티콘
강민재 : 이모티콘
강민재 : 저 이런거 너무 좋아요ㅋㅋㅋㅋㅋ 우리도 큰물에서 놀자고요!
차주한 : 사무장님은요?
오양훈 : 저도 반대는 아닙니다만.. 이런 큰 문제를 카톡으로 공지하신다고요…?
차주한 : 한동안 좀 바쁠 것 같아서요. 최대한 빠르게 사항 공유하고 어디로 사무실 임대할지도 정해야 하니까 일단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오양훈 : 아… 네. 그러면 법원 근처로 알아보겠습니다. 테헤란로 주변은 별로세요?
차주한 : 그래도 법원과 접근성이 좋은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기업 업무를 보지는 않으니 굳이 테헤란로 근처로 갈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오양훈 : 혹시 예산은 어느 정도로 잡고 계신지 알 수 있을까요?
차주한 : 따로 예산을 잡진 않았습니다. 편하게 알아보세요.
오양훈 : 네.
강민재 : 저 벌써 옷입었어요ㅎㅎ
차주한 : 어디로 갈진 정하고 입어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시계를 확인했다.
사무실을 법무법인으로 전환하고 확장 이전을 결정하면서, 나 역시도 이사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검침원이 우리 집에 손쉽게 들어왔던 것도 그렇고, 무슨 일만 벌어지면 기자들이 집 앞에 진을 치는 것에도 이골이 난다.
보안이 잘 되어 있고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곳으로 이사하는 게 낫겠다는 결론이 섰다.
그래서 몇 군데 부동산에 연락해서 집을 알아봤고, 오늘 직접 가서 집을 확인하기로 한 차였다.
약속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다.
슬슬 출발해야지.
“…….”
차 키를 집어 들었을 무렵,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아직 휴대폰을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발신인은 뻔했다.
강민재일 것이다.
“……역시. 왜.”
-왜냐니요! 여보세요, 하면서 받으면 안 되는 거예요?
“왜 전화했어.”
사무실을 바로 개업하지 않는 나에게 심심하다며 난리를 피우던 강민재에게 나는 오늘 새로운 미션을 주었다.
건물도 알아보고, 인테리어 업체도 알아보고, 차도 알아보라는 거대한 미션.
쇼핑을 좋아하는 그가 심심해하지 않도록 충분한 일거리를 주었는데, 뭐가 문제라 이렇게 전화를 한 걸까.
-한동안 바쁘시다고 하시길래요. 뭐 때문에 바쁘세요? 사무실 알아보러 가세요?
“사무실도 알아봐야 하고, 이것저것 할 게 많잖아.”
-같이 쓸 사무실 알아보는데 왜 혼자 하세요. 같이 해요.
“오늘은 사무실 알아보러 가는 거 아니야.”
-그럼 어디 가시는 데요? 차 알아보러 가세요?
“아니.”
-그럼요? 인테리어 업체?
“그것도 아니.”
-아, 그냥 속 시원하게 말씀해 주시면 안 돼요? 왜 스무고개 하게 만드세요!
강민재가 소리쳤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소리까지 치는 건지 모르겠다.
“내 집 알아보러 가.”
-변호사님도 이사하시게요? 하긴, 그 집 너무 많이 알려져서 이사하시는 게 좋을 것 같긴 해요.
“그래. 어쨌든 지금 나가야 해서 끊는다.”
-어디로 가세요?
“오늘 보러 갈 집은 서초동 근처인데.”
-같이 가요! 저 마침 방배동이거든요. 하하.
“내 집 보는데 강 변이 왜 가?”
-집 보는 거 재밌잖아요! 아, 그리고 변호사님 분명히 집 고르는 팁 같은 거 모르실 거 아니에요. 제가 그런 거 잘 알아요. 같이 봐 드릴게요.
“됐어.”
-아, 저 진짜 그런 거 잘 알아요!
“캥거루족이면서 그런 걸 강 변이 어떻게 잘 안다는 거야?”
내 말에 강민재는 잠시 입을 닫은 듯했지만, 곧 반박할 말이 생각났는지 빠르게 대답했다.
-저 옛날에는 자취했거든요? 근데 수일이 형이 들어오라고 그래서 들어간 거거든요?
“그랬구나.”
-네. 그러니까 어디서 집 보기로 하셨는지 알려 주세요. 저도 보고 싶단 말이에요. 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애초에 집을 보러 간다고 말한 것부터 내 잘못이었다.
나는 결국 그에게 문자로 주소를 찍어 주겠다고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어우, 변호사님!”
주차장으로 내려가자, 주차장 관리인이 모자를 벗으며 아는 체했다.
얼마 전에 자주식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서 기계식 주차를 해 놓은 터라, 그냥 지나쳐 갈 수가 없었다.
나는 기계식 주차장 앞에 멈추며 그에게 짧게 묵례했다.
“어디 가시나 봐요?”
“네.”
“오늘 날씨 좋던데. 어디 놀러 가세요?”
“아뇨.”
“아, 네. 하하. 한동안 누명 쓰신 것 때문에 힘드셨을 텐데, 여기저기 좋은 데도 좀 가고 하세요.”
그에겐 딱히 사적인 감정이 없지만, 이 관리인에게 한 가지 기억하는 것은 있다.
모 방송사에서 평소 나의 행실이 어땠는지 알아보겠다며 이 오피스텔로 와서 경비원을 인터뷰했는데, 그때 인터뷰했던 사람이 바로 이 관리인이었다.
무표정하게 다니면서 말을 붙여도 대답도 잘 안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하하하……. 그럼 차 빼 드릴게요.”
그가 평소 생각했던 내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 주며 나는 차가 나오길 기다렸다.
이 오피스텔의 기계식 주차에도 이골이 난다.
외부 차량 때문에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어쩔 수 없이 이쪽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내 차가 큰 편이라 가끔 긁히기도 하고.
아, 이참에 차도 바꾸는 게 좋겠다.
그들이 내 차에 무슨 짓을 해 놨을지 알 게 뭔가.
GPS나 도청기를 달아 놨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어 보인다.
이 차도 오래 탔으니 보내 줄 때가 됐다.
“변호사님!”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미리 와 있던 강민재가 공인중개사와 함께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는 서초동에서 서초동으로 움직였는데, 어째서 방배동에서 온 강민재가 나보다 더 빨리 도착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안녕하세요. 와, 그냥 전화로만 말씀 나눠서 유명하신 분인 줄은 몰랐네요. 영광입니다.”
공인중개사가 눈에 띄게 밝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나는 강민재를 흘긋 바라보았다.
혹시 미리 약을 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예를 들면, 유명한 사람이니까 좋은 집으로 소개해 주어야 한다는 압박을 넣었다든지.
하지만 강민재는 아무 말도 하지않고 그저 우리가 들어갈 집 외관을 관찰하고만 있었다.
“여기가 메인 출입구인가 봐요.”
“네. 고객님께서 오늘 보실 집은 메인 출입구와 너무 가깝지도 않으면서, 멀지도 않은 로얄동입니다.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고급 빌라고, 또 연예인이나 재벌분들도 많이살고 계셔서 보안 하나는 최고예요. 외부인은 세대와 직접 연락해서 확인이 되지 않으면 출입할 수 없고, 메인 출입구도 이 카드 키로 열어야 들어가실 수 있거든요.”
“오, 괜찮네요. 담장도 높아서 안이 잘 보이진 않겠어요. 커튼을 안 친 세대도 내부가 잘 안 보이는 것 같은데.”
“네. 내부가 보이지 않는 유리로 되어 있어서, 보안 하나는 정말 끝내주거든요. 일단 들어가면서 말씀 나누시죠.”
직접 거주할 사람인 나는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강민재는 이것저것 꼬치꼬치 물어 대었다.
빌라 주차장에서 세대로 연결된 출입문으로 들어가자, 엘리베이터가 나왔다.
“엘리베이터도 카드 키를 찍어야만 작동이 되는 형태예요. 카드 키를 찍으면, 등록된 세대로 자동으로 버튼이 눌립니다. 다른 세대가 있는 층 버튼은 누르실 수 없고요.”
“오, 그것도 좋네요. 그럼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때나 택배 받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때는 컨시어지에서 받아서 올려드립니다. 택배 같은 경우에는 택배 보관소를 이용하실 수 있고요.”
“와, 진짜 좋다. 무슨 미국 같네요.”
“그쵸? 그 밖에 런더리나, 룸 클린 서비스도 받으실 수 있거든요. 호텔 같죠?”
“와, 다 무료인가요?”
“하하, 그건 아니고요. 유상이긴 하지만, 어차피 이런 빌라 사시는 분들은 다 도우미분들 고용하시잖아요. 그러니까 뭐, 크게 다르진 않다고 봐야죠. 서비스 가격도 그렇고요. 국내에서 이런 서비스를 하는 빌라가 몇 없거든요. 거의 최초 도입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정말 최초 도입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곳으로 들어오는 내내 보안 하나는 철저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도 이곳 주차장에 차를 댈 때, 집을 보러 왔다고 말하고 해당 세대 거주자와 전화 연결을 한 다음에야 주차장에 들어올 수 있었다.
거주자가 집을 비운 상황이었는데도,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확인까지 했으니.
게다가 엘리베이터가 카드 키 없이는 가동되지 않는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물론 누군가 작정하고 우리 집에 들어오려고 한다면 카드 키 하나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뜻이긴 하지만, 적어도 내 카드 키를 복사해야 들어올 수 있으니 지금 집보다는 훨씬 낫다.
“지금 거주자분께서 집을 비우셔서, 편히 보시면 되세요. 곧 이사 나가실 거라 짐도 거의 정리되어서, 빈집 보시는 거나 다름없거든요.”
집 안은 흰 천이 씌워진 큰 가구 몇몇을 제외하면 잔짐 없이 깔끔했다.
“와, 변호사님. 집 너무 좋네요. 뷰도 너무 좋아요. 빌라 조경이 끝내주네요. 앞에 막힌 것도 없고요.”
“그렇네.”
“남향인가 봐요. 채광이 좋네요. 그쵸, 변호사님?”
“이쪽 변호사님이 정말 잘 아시네요. 정남향입니다. 해가 정말 잘 들어요. 지금 사시는 분도 조명 안 켜놓고 사신다고 하시더라고요.”
강민재는 자신의 주장대로 집에 대한 지식이 많아 보였다.
바닥 소재부터 시작해서, 벽을 두드려 보며 타공해도 되는지, 단열은 잘 되는 건지 확인까지 했다.
만일 혼자 왔다면 적당히 보고 결정했을 것 같은데, 괜히 데려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 다행이었다.
“한 층에 한 세대밖에 없어서, 방음도 정말 좋아요. 층간 소음도 당연히 없고요.”
“침실 되게 넓다. 이쪽도 남향인가 보네요?”
“네. 거실에서 보이는 뷰가 이쪽 메인 침실에서도 그대로 보인다는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강민재는 마치 자신의 집을 구경하듯이 집 안을 헤치고 다니며 부동산 직원과 쉴 새 없이 떠들었다.
마치 강민재가 살 집을 구하러 온 것인데, 나도 함께 구경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여기는 드레스룸인가요? 되게 넓다. 기본 인테리어 자체가 되게 유행 안 타게 잘 되어 있네요. 리모델링 안 해도 되겠다. 조명도 천장으로 쳐서 고급스럽네요. 간접 조명도 분위기 좋고요. 인테리어는 조명이 중요하잖아요. 드레스룸도 넓어서 수납공간도 넉넉하고. 옷장 같은 건 안 사도 되겠어요. 오, 수압도 아주 좋아요. 물도 잘 빠지고.”
“와, 변호사님이 정말 잘 아시네요. 이사를 자주 다니시나 봐요.”
“저는 그냥 집 보는 걸 좋아해요. 아, 이쪽으로 침대 놓고, 이쪽에 텔레비전 놓으면 딱이다. 오, 여기 테라스인가요? 침실 테라스 진짜 대박이다. 변호사님, 이쪽 보세요. 변호사님 저희 집에 계실 때 테라스에서 담배 자주 피우셨잖아요. 딱이네, 딱.”
아, 정신없다.
이렇게 여러 집 보러 다니다가는 내 귀에 딱지가 앉고, 강민재의 목소리로 이명이 들릴 것 같다.
“그럼 다음 집으로 이동하실까요?”
“……아뇨. 이 집으로 하겠습니다.”
“네? 더 안 보시고요?”
강민재가 펄쩍 뛰며 소리쳤다.
“전세도 아니고 매매로 하실 거면서 집을 한 군데만 보는 게 말이 돼요? 안 돼요. 더 봐야 해요. 실장님, 우리 다음 집으로 빨리 이동해요.”
“그럼 강 변은 이제 집에 가. 다음엔 내가 알아서 볼게.”
“무슨 말씀이세요. 변호사님 지금 집 보는 거 보니까 건성건성으로 보시는데. 제가 딱 자세하게 봐 드려야 제대로 된 집에서 사실 것 같아요, 지금 보니까. 안 그러면 또 나중에 입주해서 이것저것 문제 생기고 그러면 골치 아프다고요.”
“하…….”
나는,
정말이지,
강민재가 너무 귀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