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330)
너희들은 변호됐다-330화(330/641)
그의 발언에 일순 멈칫한 것은 사실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두 가지의 뜻으로 갈린다.
하나는 엄마는 구해야겠지만, 고상준 아들로서 풍요로운 삶도 영위해야겠다는 욕심.
다른 하나는 고상준의 믿음직한 아들로 남아 그에게 복수하겠다는 목표의식.
후자라면 좋겠지만, 전자라고 해도 그의 이해하지 못할 까닭은 없다.
고상준이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해주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어쨌든 금전적 지원은 충분히 해 줄 테니 그의 말 잘 듣는 자식으로 남으면 평생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런데 엄마가 갑자기 아버지와 척을 지면, 아무래도 여태까지 누렸던 경제적인 자유를 누리지 못하게 될 수도 있으니 싫겠지.
그러니 엄마를 설득하든, 아니면 자신만은 엄마와 척을 지더라도 아버지의 그늘아래 있고 싶을 수도 있다.
“고상준의 모든 걸 다 뺏을 거예요. 그 집 자식들한테 갈 것들까지 전부.”
다행히, 김찬영의 속내는 후자였다.
“많이 힘든 길일 텐데.”
“감수해야죠. 아마 변호사님을 선임하면 엄마랑 고상준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게 될 거예요. 그러면 저도 자연스럽게 버림받겠죠. 돈은 상관없어요. 어차피 엄마도 재산 있고, 저도 먹고 살 만큼은 버니까. 하지만…… 그러면 아무것도 안 돼요. 그딴 인간을 애비로 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통받으면서 살아왔던 세월은 되돌려 받을 수 없어요.”
그는 예전에 자신은 존재만으로 본처 자식들에게는 상처로 남기에, 태어나면서 원죄를 타고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고상준에게 본처와 김화영 중에 누가 먼저였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김화영은 젊으니, 아마 김화영은 고상준이 결혼한 이후 만난 외도 대상이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가정이 있으면서도 바람을 피운 고상준이나, 그 상간녀인 김화영이나 잘못한 것은 매한가지다.
그러나 김찬영은 다르다.
사람은 태어날 때 부모를 고를 수 없고, 김찬영도 태어나고 보니 상간녀의 자식이었다.
게다가 고상준에게 가진 원망이 단순히 본인이 외도해서 낳은 자식이기 때문은 아니지 않은가.
그때 그는 어머니가 고상준 때문에 숨어 살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아마 연예계 은퇴를 결정한 것도, 고상준의 요구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 뒤로는 자연스럽다.
그녀에게 마음의 병이 생긴 것도, 고상준은 다른 가족의 가장으로서 살며 대외적으로 그렇게 비쳐지는데, 자신은 공식 석상에 나아가기는커녕 남편이 있다는 것도, 자식이 있다는 것도 밝히지 못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그녀를 괴롭게 했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당장 자신에게 허락된 고상준의 내연녀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그에게 집착했을 것이다.
어쩌면 고상준은 그런 집착을 이용해서, 그녀가 자신의 품에서 떠나 괜한 폭로를 하지 않도록 붙잡아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화영은 다른 가정의 가장을 탐한 죄를 지금의 고통스러운 삶을 통해 받고 있다.
다만 김찬영만이 까닭 없는 고통을 받으며 괴로운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고상준은 저를 꽤 아껴요. 고윤성하고 나이 차가 크지 않다 보니, 저와 고윤성을 많이 비교했거든요. 특히 고윤성이 그때 변호사님 때문에 감옥에 가게 됐을 때도, 저한테 아깝다는 말을 많이 했거든요. 지 마누라 자식으로 태어났으면, 저에게 우신을 물려줬을 거라고요.”
김찬영은 코웃음 치며 말했다.
“어릴 때도 어른스럽고 조숙하다고, 저 같은 아들이 있어서 다행이란 말을 자주 했는데……. 웃기긴 해요. 제가 어른스럽고 싶어서 어른스러웠겠어요? 조숙해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엄마를 지켜야 하니까 그렇게 된 거죠. 물론 변호사님은 저희 엄마도 내연녀니까 똑같이 보일수도 있겠지만……. 저한텐 엄마잖아요. 이런 사람도 저희 엄마예요. 상간녀라고 해서, 누구한테 상처를 준 사람이라고 해서, 짓지도 않은 죄를 떠안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김찬영의 말이 맞다.
누구든, 자신이 짓지 않은 죄로 죗값을 치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고상준 역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고상준은 지은 죄가 너무 많아서 그 죗값을 다 치르려면 여러번 환생해야 하겠지만.
“그리고 씨발……. 그 새끼들한텐 이딴 건 상처조차 아닐 수도 있어요. 다들 고상준 죽기만을 기다리면서 사는 인간들이거든요. 어차피 고상준이 죽어도 저한텐 공식적으로 상속될 재산은 한 푼도 없는데……. 그러니까, 네?”
김찬영은 조급해 보였다.
나에게서 김화영은 이 사건에서만큼은 일방적인 피해자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어머니를 지키려는 자신의 태도 또한, 잘못이 아니라고 인정받고 싶은 것 같았다.
나에게 원하는 답이 명확하게 있었고, 그는 빠르게 대답하지 않는 나를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님이 간통을 저질렀다고 해서 하지도 않은 살인죄로 처벌받아야 하는 건 아니야. 어머님한테는 간통죄가 적용되어야겠지. 물론, 고상준도 함께.”
몇 년만 더 버티면 간통죄는 폐지되지만, 지금은 간통죄가 적용되는 시기다.
법적으로 죄가 되는데, 죄가 아니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간통죄는 친고죄라, 해당 사항이 없네.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어머님이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그건 법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거지. 고상준이 어머님한테 연예계 은퇴하라고 했니?”
“네.”
“숨어 살게 만들었어?”
“……네.”
“어디에서도 너를 자식이라고 말하지 못하게 했니?”
“……네. 그랬어요. 저, 심지어는 엄마하고 법적으로 모자 관계도 아니에요. 큰 삼촌 자식이지…….”
김찬영은 어느덧 붉어진 눈가를 손바닥으로 틀어막았다.
아까 통화할 때 들었던, 울음으로 꽉 막힌 듯한 목소리가 처절하게 흘러나왔다.
“네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받았던 고통은 고상준뿐만이 아니라, 어머님과의 합작이야. 물론 고상준이 더 월등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넌 어머님을 용서하고 싶고, 고상준을 용서하지 못하겠다면, 그렇게 해.”
“…….”
“난 너와 어머님 때문에 고통받았다는 고상준의 자식들 입장까지 헤아리고 싶진 않아. 내가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설령 줄 수 있다고 해도 고상준에 대해서는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는 내가 면죄부를 주면 안 될 것 같다.”
나는 고상준이 처절하게 지옥을 헤매기를 바란다.
흔히 민주주의가 피를 마시고 자란 꽃이라고 말한다.
나는 고상준과 우신이 피를 마시고 자란 괴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나를 객관적이고 이성적이라고 말하지만, 나 역시 우신에 대해서는 그럴 수 없는 사람이다.
“나한테서 어떠한 대답을 바란다면 이게 내 대답이야. 변호사로서 어떤 생각인지 알고 싶을 것 같아서 대답해 줬어. 김화영 씨가 무결한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변호사여도 상관없다면 수임할게.”
김찬영은 벌떡 일어나 창가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커튼을 젖힌 채로, 한동안 야경을 눈에 담은 채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만일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내 생각 같은 것을 굳이 길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김찬영이 학생 신분이었을 때부터 그를 끌어들인 점에 대한 미안함이 입을 열게 했다.
그가 먼저 나에게 접근했다고 해도, 어쨌든 그에게 우신을 치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 줬던 건 나였으니까.
명화제약 사건 때, 내부인이라며 찾아왔던 그는 내가 아니었다면 발을 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도 학생이었던 그가 아무리 명화제약 내부자인 삼촌을 뒀다고 해도 믿지 않았을 테니까.
내 충동질이 없었다면, 원래대로였다면 그는 삼십 대가 되고 나서야 우신의 내부 비리 문건을 들고 나타난다.
만일 내가 사건을 맡게 된다면 김찬영의 의지가 굳건한 한, 그는 아버지 앞에서는 어머니와 척을 진 것처럼 행동하고, 어머니를 뒤에서 몰래 살펴 주어야 할 것이다.
고상준은 자신에게 대적하는 사람이라면, 내연녀라고 해도 감싸 안을 사람이 아니니까.
그러한 고된 삶은 고상준이 몰락하거나, 김찬영이 그러한 삶에 지쳐 포기하게 될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그런 고단한 삶을 살게 한 게 어쩌면 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해 주세요.”
한참이 지난 후, 김찬영이 다시 내 앞으로 돌아와 말했다.
“변호사님이 맡아 주세요. 그리고, 저희 엄마 좀 구해 주세요.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찬영이 허리를 깊게 숙였다.
“변호사님을 조금 더 일찍 찾아갔다면 지금쯤 엄마한테 죄가 없다는 게 판명 났을까요.”
“글쎄. 나도 사건을 본격적으로 검토해 보진 못해서, 내가 며칠 더 일찍 맡았다고 해서 무조건 이긴다는 보장은 없어. 특히, 검찰 측이 뭘 들고 있는지 모르니까. 또, 고상준이 정말로 어머님을 제거하려고 덫을 놓은 건지, 정말 어머님을 구하려고 하는 건지도 확실히 판단할 순 없어. 하지만 내가 아는 것만 종합해서 말하자면 이대로라면 증거 불충분이 나올 것 같거든. 1차 공판 때 증거가 나온 건 없었지?”
“네, 그때까진 없었어요.”
물론 고상준이 김찬영의 어머니를 일부러 사지로 몬 것이 아니라는 가정하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만일 검찰이 누군가의 증언을 확보하거나, 부검에서 뭐라도 나온다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집사의 사망 추정 시간에 그 집에 있었던 건 김화영뿐이었으니까.
개괄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지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말은 없다.
“내가 사건 수임하면 강변도, 오 사무장도 같이 진행할 거라 어머님과 고상준 관계를 전부 공유해야 해. 상관없어?”
“당연하죠. 하, 이런 말도 웃기지만, 엄마가 그렇게 되고 가장 먼저 변호사님이 생각났거든요. 물론 그때 이미 변호사님은 고상준 때문에 힘든 일 겪고 계셨지만……. 변호사님을 그렇게 만든 인간 핏줄이라고, 저 원망하시는 거 아니죠?”
“안 해.”
이 사건은 나에게는 다소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변호사인 내가 고상준에 대한 반감이 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김찬영의 말을 들으면 김화영을 제거하고자 하는 고상준의 짓일 확률이 높아 보이지만, 사실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고상준은 정말로 김화영을 구해 주고 싶고, 그래서 본인의 주장대로 집사를 죽인 진범이 누군지 열심히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범인은 고상준의 지시를 받은 누군가가 아니라, 정말로 집사와 안 좋게 엮인 누군가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정말 최악의 상황에선, 김화영이 범인일지도 모른다.
김찬영이야 엄마의 말을 믿겠지만, 나는 제3자로서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하니까.
이건 김화영을 직접 만나면 해결될 일이다.
어쨌든, 내가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는데…….
우리 사무실 식구들이 전부 우신을 싫어하니, 그건 그것대로 문제다.
“변호사님 억울한 거 밝혀지고 나서도, 당장 내가 믿을 수 있는 변호사는 변호사님 하나뿐이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변호사님 그렇게 되신 거 다 고상준 때문인데 연락드려도 될까 고민 많이 했어요. 그런 와중에 변호사님 번호도 바뀐 것 같고, 사무실 번호도 없는 번호라고 하고. 최 기자님한테 연락해 볼까 했는데, 그건 또 망설여지더라고요. 그래서…… 고상준 말 한번 믿어 보자고, 태광 2인자씩이나 섭외해 줬으니까 믿어 보자 하고 기다린 거였어요.”
김찬영은 쓰게 웃었다.
“저도 웃기죠? 그래도 엄마가 사랑한 사람인데, 씨발, 서로 사랑한다는데 한번 믿어 볼까 싶었던 게…….”
이해한다.
아무리 고상준을 원망하더라도, 자신에게 좋은 아버지는 아닐지언정 어머니에게는 그래도 아니겠지, 생각하고 싶었던 마음 말이다.
부모 자식의 사이라는 것이 그런것 아니겠는가.
“재판 끝나고 나니까 한 대 맞은 것 같더라고요. 아니구나. 고상준은 엄마 구해 줄 생각 없는 거구나……. 그래서 염치없이 찾아왔어요. 그러니까, 이해해 주세요. 부탁드릴게요.”
“부탁하지 않아도 이해해.”
사실, 오히려 내가 사건을 맡게 해달라고 부탁해도 모자랄 판이다.
“앞으로 연락은 아까 전화 드린 그 번호로 하시면 되고요, 사무실 분들한테 보안 각별하게 부탁드려 주세요. 고상준이 감시하고 있을지도 몰라서요.”
“그래.”
“감사합니다. 그럼 정말 가 볼게요.”
김찬영은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가방을 챙겨 룸을 떠났다.
그가 나간 뒤에야, 나는 긴장을 풀고 소파에 깊게 기댔다.
아까부터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나와 동일한 케이스를 접했기 때문일까.
뱃속부터 폐부까지 들썩이는 듯한 불안감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작은 약봉지를 꺼내 입안에 털어 넣었다.
어메니티로 제공된 생수병을 까서 알약을 넘기고, 약 기운이 돌기를 기다렸다.
“…….”
정신 질환을 가진 게 잘못이나 흠은 아니다.
하지만 개 같은 것만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