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332)
너희들은 변호됐다-332화(332/641)
“윤성희 씨와 평소 관계는 어떠셨습니까? 아드님의 말을 들으니, 윤성희 씨와 자제들도 어머님과 아드님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
김화영은 떨리는 숨을 내쉬며 얼굴에 부채질했다.
김찬영은 호텔 욕실에 비치된 휴지를 가져와 그녀에게 건넸고, 김화영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알고 있어요. ……모를 수가 없죠. 처음에 제가 찬영이를 가졌을 때, 그 집에 찾아가서 난리를 피웠으니까요.”
어느덧 세 명 몫의 찻잔을 가져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강민재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김찬영을 가졌을 때 그 집에 찾아가서 난리를 피웠다면, 임신조차도 그녀의 의지가 아니었을 공산이 크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전 그때 최고 주가를 달리던 배우였고, 그 사람은 부회장 신분이었어요. 젊었던 시절이죠. 전 그때 소속사 대표를 잘못 만나서, 약점을 잡힌 채로 성 상납을 하고 있었어요.”
김화영이 힘겹게 입을 떼자, 김찬영이 그녀의 어깨를 도닥였다.
이미 김찬영도 알고 있었던 사실인 듯했다.
기본적으로 배우자가 간통을 종용하지 않은 경우 간통죄가 성립되기 때문에, 나는 그녀 역시도 상간녀로서 잘못이 있다고 생각했다.
김찬영이 그녀에 대해서 일방적인 피해자처럼 말했을 때도, 나는 단지 어머니라 객관적인 시선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거라 여겼고.
하지만 이런 내막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러다 찬영이가 생겼고, 저는 그걸 나중에야 알았어요. 찬영이가…… 이 애가 불쌍하게도, 제 안에서 숨어 있었거든요. 막달까지도, 숨죽인 채로…….”
임신거부증을 말하는 듯하다.
임신거부증은 듣기만 해선 믿기 힘든 증상을 수반한다.
임신한 상태에서도 산달까지 월경이 있고, 배도 부르지 않는다.
그러다 갑자기, 배변 욕구가 들어 화장실에 갔다가 갑자기 출산하는 경우도 있다.
오래 전에 그렇게 갑자기 출산하여 패닉에 빠진 청소년들이 아기를 살해한 사건도 맡은 적이 있다.
다행히도 김화영은 출산 전에 김찬영의 존재를 알게 된 것 같지만 말이다.
“내 새끼, 불쌍한 내 새끼…….”
김화영은 김찬영을 끌어안으며 눈물을 홀렸다.
“찬영아, 얘기 들어도 괜찮겠어?”
강민재가 한숨을 쉬며 어머니를 달래는 김찬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모르는 얘기 없어요. 고상준 입으로 직접 들었거든요. 고상준은 엄마한테 저를 지우라고 했고, 엄마는 저를 지키기 위해서 그 집까지 들어가서 난리를 피우셨대요. 만약에 저를 그때 지웠다면 아까웠을 거라며 말하더라구요. 기가 막히죠?”
김찬영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
고상준이 맨정신으로 말한 것이든, 술에 취해 말한 것이든, 김찬영에게는 너무 폭력적인 이야기였을 거란 생각이 든다.
“제가 그 집에 쳐들어갔을 때, 그 집 애들도 전부 봤어요. 윤성희는 자기 남편이 밖에서 자식을 봤단 소리에 쓰러졌고요. 그리고 저도 거기서 울다가, 결국 양수가 터졌어요. 그래서 바로 병원으로 갔고……. 찬영이가 태어났어요.”
재벌가에서 대놓고 혼외자와 첩을 두는 경우는 봤지만, 그래도 고상준이라면 가능한 한 숨겼을 거라 생각했는데, 왜 본가 사람들까지 전부 알고 있는지 의문이긴 했다.
이런 사정이 있었다면, 본가 자식들도 놀랐을 법하다.
별로 동정하고 싶진 않지만, 고상준의 자녀들에게도 꽤나 충격으로 다가왔겠지.
그가 말한 원죄에 대한 이야기도, 결국 이 일로 인한 것이었던 모양이다.
“윤성희는 저와 찬영이를 해외로 보내려고 했어요. 저는 사창가에 팔고, 찬영이는 해외로 입양 보낼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고상준, 그 사람이 먼저 알아채서 구해 줬지만……. 그 뒤로도 그 사람은 계속 저와 만나고 싶어 했고,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언제든 윤성희가 저를 죽이려고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래서 그 사람이 시키는 대로 하면서 살았어요. 그렇게, 지금껏 그 사람만 보고 살았는데…….”
김화영은 천천히 호흡하며 울음을 멈추려 노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집사가 사라지기 열흘 정도 전에, 윤성희가 안가에 들이닥친 적이 있었어요.”
“엄마! 대체 나한테 왜 얘기를 안 한 거야!”
김찬영이 소리치자, 김화영은 위축된 모습으로 손끝을 가늘게 떨었다.
“……네가 엄마 걱정할까 봐 그랬어.”
“하, 대체……. 그 여자는 대체 언제까지 엄마를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건데? 지 남편이 제대로 간수 못 해서 이렇게 된 걸, 대체 언제까지!”
“찬영아.”
강민재가 김찬영을 달래자, 김찬영도 결국 화를 이기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답답하다는 듯 창가로 향한 그는 이마를 짚은 채로 한숨만 쉬어 댔다.
“제 명의로 호화로운 저택이 있다는 것도, 그리고 거기서 밀회를 가진다는 것도 몰랐나 봐요. 그래서 거기 와서 다 뒤집어엎고 저를 때리는데…….”
“그런 일이 있고 열흘 뒤에 사건이 일어난 거라면, 충분히 윤성희 씨를 의심할 만하군요.”
본처와 첩의 사이가 좋을 리는 없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리고 김화영이 말한 윤성희와 있었던 사건 역시, 최근에 안가를 뒤엎은 것만 제외하면 김찬영도 예전부터 알고 있던 이야기인 듯해서 상황을 왜곡해서 받아들인 것으로 보긴 어렵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김화영이 윤성희를 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윤성희가 그렇게 김화영을 제거하고 싶어 한다면, 충분히 김화영을 살인자로 몰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윤성희의 짓이 맞다면, CCTV를 확인한 고상준은 눈치를 했을 것이다.
그는 이를 기반으로 윤성희에게 자백을 받아 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윤성희를 진범으로 내놓을 수가 없어서, 김화영에게는 이를 알리지 못한 것이고.
하지만 의문이 남는 것은 있다.
첫째, 그렇다면 대체 왜 고상준은 김화영이 안가로 들어가는 CCTV 영상을 남겨 두었을까.
둘째, 왜 시신을 치우지 않았을까.
“……변호사님.”
창밖을 내다보던 김찬영이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윤성희가 일부러 엄마가 그 집에 들어가는 CCTV를 놔두고, 시신도 다시 갖다 놨는지도 몰라요. 지금 윤성희를 범인으로 가정하고 생각해 봤는데, 그게 아니라면 말이 안 돼요. 고상준이 CCTV와 시신 처리를 맡긴 사람을 매수해서 그런 짓을 벌이고, 일부러 엄마가 집사 살인범으로 몰리도록 한 거예요.”
김찬영의 말대로라면 확실히 아귀가 맞는다.
그리고 이게 사실이라면, 고상준은 김화영을 돕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자신의 집에서 일어난 일이다.
CCTV까지 전부 제어할 수 있고, 그가 가짜 진범으로 내세울 사람은 그 집에 많다.
가뜩이나 상주하는 인원이 많은 곳인 만큼, 그중에 한 명 섭외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그때 집에 김화영 외에는 없었다고 했던 것도, 범인으로 몰릴까 두려워 거짓말한 거라고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고상준 역시도 그럴 생각이었을까.
내가 예상했던 대로, 1차 공판 때까지 가짜 진범이 아직 준비되지 않아서 2차 공판 때 가짜 진범을 갖다 주고 김화영을 구해 줄 생각이었을까.
“어머님.”
나는 곰곰이 생각한 끝에 입을 열었다.
“……네.”
“어머님이 가장 원하시는 상황이 무엇입니까. 어머님이 누명을 벗는 겁니까, 아니면 진범이 밝혀지는 겁니까. 그 진범은 윤성희 씨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의심 가는 것은 물론 윤성희 씨지만, 만일의 상황도 생각해야 하니까요.”
내 물음에 김화영은 김찬영을 바라보았다.
자신 스스로 원하는 바를 생각해 내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있더라도, 아들이 가장 원하는 대로 해 주고 싶거나.
“어머님이 가장 바라는 바를 말씀하셔야 합니다.”
“엄마, 엄마가 바라는 대로 해. 나는 뭐든 상관없어.”
김찬영이 김화영이 팔을 걸치고 있는 팔걸이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그러자 김화영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기 시작했다.
불안감을 느낀 듯했다.
“저는…….”
만일 윤성희가 진범이라면, 이를 밝혀낼 수만 있다면 나에게는 좋은 기회다.
앞으로 우신의 어디부터 들쑤시는 게 좋을지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고상준의 아내를 건드릴 수 있다면 이 이상 좋은 일은 없으니까.
나는 가짜 범인이 짓지도 않은 죄로 처벌받는 것도 싫고, 진범이 그 뒤로 숨는 것도 치가 떨릴 정도로 싫다.
하지만 이건 김화영의 사건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몰고 갈 수 없고, 몰고 가서도 안 된다.
“저는…… 살인자가 되고 싶지 않아요.”
김화영이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여기서 답은 나온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못해도 2차 공판까지는 고상준의 손에 맡기는 게 낫다.
설령 고상준이 김화영을 구할 생각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2차 공판 때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김화영의 말을 들어 보면, 그녀는 아직도 고상준이 필요한 것 같다.
나로서는 그에게서 벗어나라고 말해 주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를 책임져 줄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내가 섣불리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어머님, 만일 윤성희가 범인이라면 고상준은 어머님을 도와줄 것 같습니다. 아드님에게 말한 것처럼, 가짜 진범이라도 내세워서요. 고상준에게 가짜 진범을 내세우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실패할 확률이 가장 적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짜 진범을 만들 순 없습니다. 만들 수 있다고 해도, 그러지 않을 겁니다. 저는 진범을 찾거나, 혹은 어머님이 박상은 씨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서 어머님의 무죄를 입증할 겁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실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변호사님, 사건을 포기하신다는 말씀이세요?”
김찬영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나는 맡고 싶지. 찬영아, 네가 잘 알잖아.”
“그런데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내 욕심보다는 의뢰인이 가장 바라는 것을 이룰 방법을 말하는 거야.”
“……만약에, 만약에 윤성희가 범인이 아니면요! 아니, 윤성희가 범인이 맞다고 하더라도, 고상준이 엄마를 구할 생각이 없다면요!”
“3차 공판이든, 항소심이든, 그다음부턴 내가 맡으면 돼.”
김찬영은 할 말을 잃은 듯 나를 바라보았다.
“항소하면, 엄마는 감옥에 가야 하잖아요. 감옥에서 재판받아야 하잖아요!”
“하지만 내가 지금부터 사건을 맡으면 고상준이 자극될 수도 있어. 오히려 어머님을 사지로 몰려고 할 수도 있다고.”
“그래도…….”
“항소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내가 항소이유서를 써 줄게. 모든 피고인이 구속 상태에서 항소심을 치러야 하는 건 아니야. 보석을 받으면 되니까.”
“……변호사님.”
“난 지금 어머님을 위해서 말하고 있는 거야. 내 욕심껏 하고 싶었다면 이런 말도 안 해. 내가 원하는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게 나한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
김찬영은 무언가 대꾸하려다 곧 입을 다물었다.
그는 김화영의 정신 건강을 생각해서, 항소까지 가지 않고 1심에서 상황을 끝내고 싶은 것 같았다.
나 역시 그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사건을 수임한다고 해서 전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여태까지 실패한 적이 없다고 해서, 앞으로도 실패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없는 게 아니라, 타인의 인생이 걸린 일이니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내가 싫다고 해서,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내가 해결하겠다고 나설 수도 없는 일이다.
내가 사건을 맡지 않게 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개인 차원에서 집사를 죽인 진범이 누구인지 알아볼 생각이다.
그러다 진범을 찾게 되면, 그때 김찬영과 김화영의 의지를 확인하고 내가 합류하면 된다.
“……고상준한테 엄마의 미래를 맡기기엔 너무 불안하다고요. 저는, 저는 그 인간 속을 들여다볼 수가 없잖아요. 말로는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엄마 구하고 싶다고 하는데, 그 속에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저는 모르니까!”
김찬영이 소리쳤다.
그리고 그때, 불현듯 나쁘지 않은 묘수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고상준의 생각을 알 수 있으면, 그땐 괜찮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