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337)
너희들은 변호됐다-337화(337/641)
[엄마한테 말씀드렸어요. 병원은 아직. 오늘 월차 쓰고 엄마랑 붙어있다가, 문제 될 것 같으면 병원으로 가려고요. 아침에 화내서 죄송합니다. 변호사님 탓 아닌 거 알아요.그냥 누구에게든 화를 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변호사님한테 화풀이한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고상준도 기사가 나갈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고, 일중일보가 윤성희 친정이니까 윤성희 편을 들려고 했다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렇다고 해도 막지 못한 것에 분노는 여전하지만요.
변호사님 말씀대로, 일단 2심 전에 가짜 진범 보고는 받아 보고 정하려고요. 경거망동하지 않고 기다려 보겠습니다. 여러모로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출근할 무렵에 김찬영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놀랐을 텐데도 침착하게 메시지를 보낸 것을 보면 단단해서 다행이란 생각은 든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단단한 사람이 이성을 놓을 때까지 몰고 간 이 상황이 답답해졌다.
김찬영은 감정을 숨기는 데 능숙한 사람이었다.
처음 봤을 때도 그랬고, 그 후에 고상준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나에게 처음 전화했을 때, 그리고 오늘도 언성을 높였으니.
내가 편하게 느껴져서 그런 거라면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내가 편하기보다는 자신의 실체를 아는 사람이라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변호사님, 어떻게 된 거예요? 찬영이한테 기사 나갈 거라고 말해 주신 거 아니었어요?”
출근하기가 무섭게 먼저 와 있던 강민재와 오 사무장이 나에게 다가왔다.
“고상준이 기사를 안 막아 준 거예요?”
오 사무장이 걱정스레 물었다.
“인터넷 보니까 비난 정도가 심하던데. 혹시라도 김화영 씨가 보기라도 하면 충격이 꽤 클 것 같은데요.”
“일단 인터넷이든 텔레비전이든 못 보게 하라고 말했습니다.”
가뜩이나 기사 헤드라인도 그렇고, 기사 내용도 그렇고 원색적이기 짝이 없었다.
아직 재판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닌데도, 결정적 증거가 없는데도 이미 김화영이 사람을 죽인 것이 기정 사실화된 것처럼 말이다.
나는 대충 상황을 설명하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책상 서랍을 열어 아침 약을 먹고 나서 의자에 파묻히듯 기댔다.
여태까지 어렵지 않은 사건들은 없었지만, 이 정도로 나에게 힘겹게 느껴지는 사건은 없었을 것이다.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이 있어 잠시 묻어 두려 했던 기억을 되살아나게 하고, 고상준이 연관되어 있어 해묵은 기억을 또한 되살아나게 하므로.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있으니 별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심장이 빠르게 뛰거나 호흡이 달리기 시작하면 발작의 두려움이 밀려온다.
한 번 더 발작 증세가 오면, 정말 공황장애가 생긴 거라고 진단이 나올 것 같아서.
그러면 내가 우신을 잡는 데 장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후우.”
나는 길게 숨을 내쉬며 상체를 일으켰다.
이 사건은 정확한 내막을 알지 못하기에, 모든 상황이 내가 생각한 대로 홀러가지 않는다.
물론 범인이 윤성희라는 가정이 지금까지 가장 타당하다 여겨지고, 그녀가 친정에 압력을 넣었다면 대충 고상준이 왜 기사를 막지 못했는지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계속해서 찜찜한 기분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강 변.”
나는 강민재의 방문을 열었다.
포털 사이트를 확인하고 있을 줄 알았던 강민재는, 의외로 사무실에 들어온 일을 하고 있었다.
“네?”
“뭐 하고 있어?”
“일이요. 어차피 찬영이 일은 태광에서 가짜 진범 세팅해 주기 전까지는 우리 사건 아니잖아요. 우리도 우리 일 해야죠. 여기 월세가 얼만데요.”
강민재가 장난스레 던지는 말에 나는 할 말을 잃고 이마를 짚었다.
그의 말이 맞다.
법인 전환도 했으니, 이제 일을 해야 한다.
김찬영 사건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생각을 그렇게 하면서도, 나 혼자서 아직도 그 사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고상준이 직접적으로 엮인 사건이라 더욱 그런 거겠지.
“담배 피우러 가실래요?”
그런 나를 바라보던 강민재가, 담뱃갑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사무실이 있는 층 끝으로 가면, 빌딩 인포메이션에 공중 정원이라고 붙어 있는 작은 휴게 장소가 나온다.
전에는 사무실 안에 베란다가 있어서 바로 그곳으로 가서 피우면 됐는데, 이제는 사무실이 넓어진 만큼 제법 많이 걸어가야 한다.
강민재는 그곳으로 향하며 손바닥에 담뱃갑을 두드리다 나를 돌아보았다.
“설마, 찬영이 걱정돼서 그러시는 거예요?”
강민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괴상하게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아니. 그게 아니라, 뭔가 놓치는 게 있는 기분이라서.”
“휴, 다행이다. 변호사님이 로봇에서 인간으로 진화…… 아니라 퇴보인가. 하여튼, 그런 거 하는 걸까 봐 좀 걱정했어요.”
나도 감정이 있다고 몇 번을 말해줘야 하는지 모르겠다.
“놓치는 거 뭐요?”
“그걸 알면 내가 고민하진 않겠지?”
재떨이 앞에 나란히 서서 담배에 불을 붙이려고 하자, 나보다 먼저 라이터를 꺼낸 강민재가 불을 붙여주었다.
그는 자신의 것에도 불을 붙인 뒤, 길게 연기를 내뱉으며 말했다.
“고상준이 범인이 아니라서 아쉬우신 게 아닐까요?”
“그게 무슨 말이야?”
“변호사님은, 아니 변호사님만 그런 건 아니지만, 어쨌든. 변호사님은 고상준이 세상 제일가는 개새끼라고 생각하시잖아요. 근데 그 개새끼가 이 사건에 끼어있는데, 그 개새끼가 범인이 아닌 게 찜찜하신 게 아닐까 해서요.”
그런가.
물론 고상준이 범인이라면, 범인에게 김찬영 모자의 안위를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내가 사건을 수임해서 잘 굴려 터트릴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은 해 봤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 희망 사항일 뿐이었고, 적어도 고상준은 진심으로 김화영을 돕고 싶다는…….
“잠깐.”
“왜요?”
“고상준이 범인이어도 말이 될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봐. 고상준은 전부터 김화영에게 윤성희와 이혼하겠다고 말했어. 갑자기 그 얘기를 왜 했을까. 여태까지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밀회를 가지면서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가, 최근 들어서 갑자기 그 말을 한데에는 이유가 있었을 거 아니야.”
재벌가의 이혼은 평범한 사람의 이혼과는 스케일이 다르다.
그들의 치정 문제는 두 사람의 이혼 소송에서는 크게 문젯거리가 되지 않는다.
어차피 이혼한다고 해도 윤성희가 낳은 자식들은 우신그룹을 이어받아야 할 것이고, 윤성희도 이를 알기에 우신그룹의 이미지에 누가 되는 치부를 터트리려 하지는 않을 테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합의 이혼을 할 리는 없다.
윤성희는 윤성희대로 최대한으로 재산을 많이 분할 받으려 할 테고, 고상준은 고상준대로 최대한 적게 분할하려고 할 테니까.
무엇보다 윤성희가 맡아 하고 있는 문화재단도 규모가 작지 않아서 분명히 길고 긴 싸움이 될 것이다.
특히 고상준과 윤성희가 오래된 부부임을 가정하면, 더욱 복잡해진다.
고상준이 과연 그런 상황을 원할까?
차라리 윤성희와 별거하고 김화영과 합치는 한이 있더라도, 법적으로 윤성희와 부부 관계는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김화영에게 이혼을 얘기했다.
진심이 아니었을 것이고, 그럼에도 입에 올렸다는 건, 그녀를 달래야하는 상황이 왔다는 뜻이다.
“……뭔가 김화영이 심통을 냈나? 그냥 관계 끝내고 폭로할 거라고 했나?”
집사가 죽기 열흘 정도 전에 윤성희가 안가에 찾아와 한바탕 뒤엎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김화영이 고상준을 등지려고 마음 먹었다면, 본처에게 폭행을 당하는 수모를 겪은 비참함 때문에라도 더욱 고상준에게 비협조적으로 나왔을 것이다.
이 부분은 직접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그랬을 것 같아. 그 상황에서, 살인 사건이 터졌어. 고상준이 돕지 않으면 김화영은 하루아침에 살인자가 될 판이야. 그러면 어떻게 될까?”
“김화영이 매달리겠죠, 오히려.”
“그걸 노리고 저질렀다면 어떻겠어? 김화영에게 겁주기 위해서, 고상준이 없으면 김화영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주지시키기 위해서였다면? 그러면 김화영이 어디 가서 폭로할 일도 없고, 자기도 이미지 손상 없이 계속 전과 같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
내 말에 강민재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고상준이 기사를 막지 않았다는 게 자연스러워진다.
고상준은 김찬영을 통해서 김화영이 요즘 상태가 나쁘고, 그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걸 확실히 듣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김화영은 언론을 통제하고 재판의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고상준을 찾게 될 것이다.
고상준은 보이지 않는 구속구를 김화영에게 채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사건이 모두 마무리되고 나면, 김화영은 고상준이 자신을 구해 줬다는 생각에 그를 더욱 믿게 될 것이 아닌가.
그의 품을 떠날 이유가 없어진다.
“그럼 고상준이 기사를 못 막은 게 아니라, 일부러 안 막은 거다?”
“윤성희가 친정에 말해서 고상준이 막아도 기사를 내 달라고 부탁했고, 그 부탁을 들어줬을 가능성. 그리고 고상준이 일부러 안 막았을 가능성. 둘 중에 뭐가 더 크다고 생각해?”
“당연히 후자죠.”
일중일보 사주의 입장에선 윤성희는 친딸이고 고상준은 사위니, 당연히 윤성희의 말을 더 들어줄 것 같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일중일보와 우신그룹의 결속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오히려 딸이 아무리 원했더라도 일중일보는 고상준의 손을 들어 줬을 공산이 크다.
어디, 그들에게 고상준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 그렇게 놀라운 일이겠는가.
“그럼 2심 전에 진범 레디시킨다고 한 건요?”
“그건 그렇게 해 주겠지. 고상준이 바라는 건 김화영의 몰락이 아니라, 그냥 김화영이 겁을 먹게 만드는 거니까.”
그렇게 새로운 진범이 자수하고 나면 김화영은 자유의 몸이 된다.
그리고 김화영은 고상준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면서, 자신이 그를 의심했던 것을 후회할 것이다.
원래도 고상준에 대한 집착이 컸다고 하지 않은가.
그를 떠나려는 결심을 했던 것도 결국엔 그 집착이 자신을 좀먹는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텐데, 고상준이 자신을 구해 주기까지 하면 이 사람도 나를 원하는구나, 하는 감상에 빠질 법도 하다.
특히 김화영처럼 정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만일 이게 진짜면 고상준은 진짜 개새낀데요?”
“원래 개새끼잖아.”
진짜라고 해도 별로 놀랍진 않다.
“이게 맞다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고려해야 하는 여러 가지 가능성 중에 빠트린 게 있어서 찜찜했던 것같아.”
그때 능력을 통해 보았을 때, 고상준은 ‘집안사람’ 중에 범인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윤성희도 집안사람이지만, 고상준 본인도 집안사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