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339)
너희들은 변호됐다-339화(339/641)
김찬영에게 묻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기사가 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기도 하고 김화영의 상태가 어떤지 알지 못하기에, 나는 먼저 연락하기보다는 김찬영의 연락을 기다렸다.
김화영의 상태가 좋아지든 나빠지든,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김찬영이 나에게 연락해 올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이틀 뒤, 김찬영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 나야. 어머님은 좀 어떠셔?”
-엄마 이제 괜찮아요. 같이 병원 가서 약도 좀 늘리고, 기사도 못 보게 하고 하니까……. 뭐, 어차피 그런 기사 같은 건 안 보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당장 집 안까지 밀고 들어와서 엄마한테 왜 그랬냐고 덤빌 사람은 없으니까.
“그렇지. 다행이네. 기사 보려고는 안 하셨어?”
-궁금해하긴 해요. 저 잘 때 휴대폰 몰래 보려다가 걸린 적도 있고요. 그래도 뭐, 이래저래 잘 견디고 있어요.
“고상준은 따로 말 없고?”
-……미안하다고 하죠. 씨발, 진심인진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쭉 보니까, 관리인이 안가를 마음대로 휘젓고 다녔다는 내용이 알려지고 나니까 엄마가 관리인하고 사이 나쁜 것도 이해가 간다는 식으로 옹호론이 조금씩 나오더라고요. 뭐, 고인은 피해자인데 그런 치부를 드러냈어야 하냐는 도덕적인 비판은 따라오지만, 어쩌겠어요. 그 이야기를 공개하지 않으면, 우리 엄마만 미친 사람 되게 생겼는데.
“집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혹시 알고 있었어? 집사가 안가를 그렇게 휘젓고 다녔다는 거.”
-아뇨 몰랐어요. 엄마도 몰랐던 것 같던데요. 가끔 엄마 물건에 손 낸다는 건 알았지만, 집을 그렇게 휘젓고 다니는 줄은 몰랐대요.
몰랐다라.
내가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조악하다는 생각이 든 이후, 김찬영과 김화영이 나에게 치부가 될 만한 것들은 숨겼던 것이 문득 떠올랐던 차였다.
아직 내가 사건을 맡기로 한 것이 아니다 보니, 제한적으로 정보를 제공한 건 그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사건을 맡지 않았다뿐이지 생각보다 많이 개입하고 있다.
그로 인해 제한적으로 주어진 정보가 방해가 된다고 여겨질 만큼.
그래서 나에게 숨긴게 있는 건 아닌가 염려했는데,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어머님만 괜찮으시면 같이 만나 뵈었으면 좋겠는데.”
-엄마도 같이요?
“힘들겠니?”
-……밖에 나가는 건 좀 무리일 것 같아요. 저번처럼 호텔에서 뵙긴 좀 그렇고, 음, 저희 집으로 오실래요?
“알았어. 강 변도 같이 가도 되겠어?”
-네. 저야 감사하죠. 저는 오히려 사건 제대로 맡으신 것도 아닌데 저희 때문에 고생하시는 것 같아서 죄송한데요.
“그런 생각은 안 해도 돼. 그건 천천히 생각하자. 시간 될 때 알려 주면, 바로 갈게.”
-네. 엄마랑 얘기해 볼게요.
이 모든 사건이 고상준의 짓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확실해지기 전에 말을 꺼냈다가 김화영의 귀에 들어가면 불필요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으니까.
* * *
그날 오후, 김찬영은 저녁 8시쯤 집으로 올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강민재 입장에선 돈도 되지 않는 사건에 야근이 잡힌 것이나 다름없지만, 그는 꽤 의욕적으로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오셨어요?”
김찬영이 문을 열어 주었고, 나는 집 안으로 한 발짝 내디뎠다.
웃으면서 우리를 맞이하는 김찬영의 뒤에 숨듯이 서 있는 김화영을 보며, 강민재는 들릴 듯 말 듯한 탄식을 내뱉었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뭐 마실 거 드릴까요.”
“그냥 물이면 돼.”
“찬영아, 과일이라도 깎아 드려. 잠깐만, 내가 할게.”
그렇게 말하며 부엌으로 들어가려던 그녀는,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걸음을 멈췄다.
지금 이 집에 날이 선 물건은 아무것도 없다.
이전에 거실에서 보았던 커튼마저도 다 철거되어 있었다.
커튼으로 목을 멜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철거한 듯하다.
전반적으로 휑해진 것 같은 집 안에서, 김화영은 한숨을 쉬며 소파에 앉았다.
“괜히 변호사님들한테 추태를 많이 보이네요.”
“어유, 추태라니요. 어머님, 원래 사람이 살다 보면 맑은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는 거예요. 저희 같은 사람들은 주로 흐린 날에 만나는 사람들이고요. 저희가 여태까지 됐던 흐린 날을 맞은 의뢰인분들 중에서 어머님이 가장 아름다우시고 여전하세요. 정말 걱정도 사서 하신다.”
강민재가 해맑게 말하자, 김화영도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리고 저랑 친한 형은 제가 어머님 사건에 관계되어 있는 걸 하나도 모르거든요? 근데 어쩌다 보니까 얘기가 잠깐 나왔어요. 그런데 어머님이 그랬을 리가 없다고, 또 기자들이 건수 잡고 쓰레기 짓 하는 거라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런 사람들 되게 많아요, 어머님. 모두가 어머님에대해서 나쁘게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요?”
“네. 그러니까 너무 염려 마세요. 그 형은 아직 결과도 나오지 않은 재판 가지고 그렇게 몰고 가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거품을 물더라고요. 그 말이 맞아요. 막말로, 재판에서 결과도 안 나왔잖아요. 그전까지는 어머님이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고 해도, 그냥 피고인일 뿐이에요.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고 들어 보셨죠?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그 누구도 살인자라고 부를 수 없다고요. 근데 사람들은 그냥 떠들고 싶은 대로, 그냥 그러는 거예요. 다들 질투하는 거죠. 어머님은 이렇게 아름다우시고, 돈도 많이 버셔서 행복하게 사는 것 같으니까.”
강민재는 위로하는 데는 도가 튼 사람 같았다.
그가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을 때마다 김화영의 표정도 눈에 띄게 밝아져 있었다.
저 스킬을 내가 배워야 하는데.
나는 좀처럼 저런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탈이다.
아니, 애초에 이런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그냥 빨리, 한시라도 빨리 사건을 해결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처방이라는 생각에 현실적인 이야기만 하게 된다.
“드릴 게 물밖에 없어서 죄송합니다.”
김찬영이 얼음물이 든 잔을 나와 강민재 앞에 내려놓은 뒤, 김화영의 앞에 앉았다.
“물어보실 게 있다고 하셨죠? 어떤 거예요?”
김찬영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들에게 내가 가졌던 의문에 대하여 털어놓았다.
집사는 고용인들에게 6시 전까지 돌아오라고 말했고, 고상준과 김화영이 그곳에서 시간을 보낸 만큼 그들도 함께 있었을 텐데.
대체 왜 고용인들이 집에 드나드는 CCTV 영상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며, 용의선상에는 김화영만 있었는지.
“그건 CCTV 영상을 삭제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실제론 드나들었고. 그래서 제가 왜 그런 건 다 지웠으면서 엄마 영상만 안 지워 줬냐고 분개했던 거였는데.”
“그런데, 그랬다면 고상준이라도 알았어야 하잖아. 집사가 사망한 걸로 추정되는 시간에 그 집에 고용인들이 있었다고.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고 했으니까 이상해서. 그때 고용인 한 명이 찍혀 있었다고 한 걸 보면, 다른 사람들도 안 찍혀 있었다는 뜻 같아서.
경찰들이야 네 말대로 CCTV 영상이 없으니까 그때 안가에 어머님만 있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는데, 고상준은 왜 고용인에 대해서 말을 아끼냐는 거야. 연락 안 되는 고용인은 하나밖에 없고 나머지랑은 다 연락되는 거잖아. 다른 고용인들도 있었다면, 고상준은 그 사람들도 의심했어야 해. 근데 그러지 않았잖아.”
“저는 그냥 CCTV 상에 나온 건 엄마뿐이고, 고용인들이 경찰 조사를 받았을 때도 본인은 없었다고 주장하니까, 자연스럽게 엄마가 몰릴 수밖에 없었던 걸로 이해했거든요. 고상준은 고용인들뿐만이 아니라 엄마가 나온 장면들도 싹 비웠다고 말했거든요.
그런데 보안 팀에서 실수로 엄마가 나온 장면을 못 지운 것 같다고 했어요. 거기에 고용인들이 사실은 그때 집에 있었다고 말하면, CCTV를 조작했다는 게 밝혀지니까 말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요. 어쨌든 고상준은 고용인들 중에 가짜 진범을 골랐다고 했으니까, 저는 그게 고상준이 고용인들을 족친 결과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말하면 이해할 수 있긴 하다.
경찰에 모든 고용인들이 단순 참고인이 아닌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로서 불려 가게 되면, 그 과정에서 그 안가가 고상준의 소유라는 것이 드러나게 될 것을 염려해서 그들을 굳이 드러내지 않았다고.
그러니 실제로 고용인들은 있었지만, 고용인들을 감춰 줬다고.
“그런데 고용인들이 그때 거기 있었다면, 어머님이 찍힌 시간은 그 전이잖아. 어머님은 5시에 들어왔으니까, 단둘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6시에 고용인들이 들어와서 집사가 살아 있는 걸 봤을 거란 말이지. 근데 왜 자신들은 그때 거기 없었으니까 몰랐다고 하느난 말이야. 그냥 그때도 살아 있었다고 말하면 되는걸. CCTV야 오류 때문에 그랬다고 둘러대면 그만이고, 그랬다면 처음부터 어머님은 용의자가 되지 않았을 텐데. 대체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가 의문인 거야.”
처음에 김찬영은 고상준이 김화영을 제거하기 위해 일부러 사지로 몰았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이 점이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게 아니라는 것은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생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네가 처음에 그날, 그 집에 고용인들도 없었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런 줄 알았죠. ……그런데 변호사님 말씀 들어 보니까, 고상준이 정말로 엄마를 도와줄 의지가 있는게 맞다는 가정하에 생각하면, 엄마를 일부러 그렇게 만들려고 했던 게 아니라는 거잖아요. 그러게요. 이상하네요. 그날 엄마랑 고상준이 거기서 만나기로 했고, 6시에 돌아오라고 했다면 그 이후에 고용인들이 있었어야 했던 건데. 하나같이 없다고……. 엄마도 저한테 없었다고 해서, 저는 그냥 그 말대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경우의 수는 두 가지로 나뉜다.
1. 정말로 없었을 경우.
2. 있었는데 없었다고 거짓말한 경우.
지금 나는 1의 상황이 맞다면, 그 까닭이 무엇인지 들으러 온 것이다.
2의 상황이 맞다면, 고상준이 이미 CCTV를 다 비워 버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말을 맞추기 위해 거짓말을 한 거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2의 상황이라면, 그 안에 목격자가 있었을 가능성을 생각해야 하고.
고상준은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CCTV를 통해서 확인했거나, 아니면 상황을 목격한 고용인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수도 있다.
나는 처음에 제보자이자 목격자로 추정되는, 연락 두절된 고용인만이 살인사건을 목격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만일 고용인 전부가 목격자라면, 조금 더 선택의 폭은 넓어질 수 있다.
물론 범인이 누구인지 아는 고상준이 틀어막고 있으니 이를 물 위로 올리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미 김화영의 기사까지 터진 마당이다.
우리가 김화영의 변호인이 신분이 아니더라도, 외부에서 개입할 방법이 생겼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진범이 누구인지 알아내서 상황이 허락하는 한, 김화영이 다치지 않게 하는 한도 내에서 진범이 처벌받도록 해야 하지 않은가.
“……아, 음, 제가 이해가 잘 안되어서요.”
김찬영과의 대화를 듣던 김화영이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김찬영이 김화영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그날 있잖아. 집사가 마지막으로 안가에 들어간 게 찍혔던 날. 그리고 그 이후로는 다시는 안 나왔잖아. GPS가 안가에서 멈췄던 날. 그리고 그 집사 시신 보고 사망 시간도 그쯤이라고, 경찰이 그랬잖아. 언젠지 기억나지?”
“아…… 응.”
“근데 그날 엄마가 아버지하고 거기서 만나기로 했었잖아. 6시에. 이것도 기억나?”
“어…… 응, 기억나.”
“그래서 엄마가 그때 집에 갔는데, 집사밖에 없었다고 했잖아. 고용인들도 다 없었고.”
“……그랬나?”
“응.”
“그랬던 것 같기도 하네…….”
“그때 엄마가 집사한테 고용인들 왜 없냐고 물어보니까 휴가였고, 6시까지 돌아오기로 했었다고 말했지?”
“으응.”
“그래서, 그 사람들이 돌아왔어? 6시에?”
김찬영이 차근차근 김화영에게 질문을 던지자, 김화영은 눈을 질끈 감았다.
약의 영향인지 논리적인 생각 전개가 불가능한 듯했다.
“……그날 그 사람이 안 왔어.”
한참 뒤, 김화영이 입을 열었다.
“갑자기 약속이 생겼다고, 그 사람이 안 왔어. 그래서 나 혼자 그 집에 있었어.”
“그때까지 고용인들은 안 왔어? 엄만 거기 언제까지 있었어?”
“8시까지……. 그때까지 안 왔어. 전화! 집사가 전화하는 걸 들었어. 오늘 회장님이 안 오니까, 돌아올 필요 없다고 하는 걸 들었어! 그년이, 그년이 그랬어!”
김화영이 눈을 치뜨며 소리쳤다.
“엄마, 엄마, 진정해.”
“그리고 나한테도 빨리 집으로 가라고 했어, 나한테…… 회장님도 없는데 왜 여기서 계속 있냐면서 눈치를 줬어. 나한테 얼른 가라고, 가라고 그래서……. 그래서 나도 집으로 왔어…….”
고용인들은 정말로 집에 없었다.
그렇다면 고상준은 따로 거짓 진술을 하게 한 게 아니라, 정말 없었기 때문에 사실대로 말한 것이다.
CCTV에 찍힌 고용인은 단 한 명뿐이다.
다만 고상준이 CCTV를 조작한 시점은 아직 그 집에서 집사의 시신이 나오기 전이었기 때문에, 그 한 명의 고용인이 출입한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그 집과 집사의 실종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CCTV를 모두 비웠다.
하지만 김화영의 출입 기록만이 삭제 목록에서 누락되는 바람에 이 사달이 났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는 것 같은데.
“그게 끝이야?”
김찬영이 물었다.
“응…….”
“조사받을 때도 경찰이 그 CCTV 화면 보여 주면서 엄마한테 집사하고 3시간 정도 같이 있었던 거 아니냐고, 그사이에 사건 일어난 거 아니냐고 그렇게 물었어?”
“……안 그랬어.”
“안 그랬다니?”
“사실은, 그때 이후로 또 있었어.”
“……그게 무슨 말이야? 그때가 마지막 아니었어?”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말을 못했는데……. 이제 좀 기억이 나는 것 같아…….”
김찬영이 놀란 듯이 묻자, 김화영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거기서 나와서 집까지 왔는데, 너무 화가 나는 거야. 그년 태도가 너무 기분이 나빴어! 마치 내가 못 올 데 온 것처럼, 지가 주인이고 내가 무슨 그 집에 동냥하러 간 사람인 것처럼……. 계속 그러는 게 너무 기분 나빠서 다시 갔어. 다시 갔는데, 그년이…… 그년이 내 다이아 목걸이를 하고 있잖아! 또! 또 그 다이아 목걸이를 탐내, 그게, 그게 어떤 건데…… 그게 어떤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