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342)
너희들은 변호됐다-342화(342/641)
“저희 때문에 너무 시간 많이 할애하신 거 아니에요?”
“아니야. 우리가 시간 안배를 못한 거라서.”
다시 김찬영의 집으로 돌아가자, 김화영은 거실에 없었다.
“좀 어지러움이 심한 것 같아서 주무시라고 했어요.”
“잘했어.”
“아, 그리고 변호사님. 아까는 엄마 앞이라서 말을 못 했는데, 고상준이 그 CCTV에 찍혀 있던 고용인이 범인일 거라고 말했잖아요. 그럼 그,”
“그 집사 남자 친구가 범인일지도 모른단 얘기를 하고 싶은 거지?”
“네.”
김화영이 없어서 다행이다.
있었다면 김찬영도 말을 꺼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가 추리한 내용 안에 범인이 있다면 그녀는 분명 크게 동요했을 것이다.
나는 김찬영에게 강민재에게 이야기했던 대로, 어째서 갤러리 직원이 범인일 수 없는지 말해 주었다.
물론 완벽하게 절대 범인일 수 없는 이유는 아니었기에 김찬영은 다소 의문을 품은 눈치였지만, 고개를 끄덕였고 더는 이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어쨌든 굳이 우미 갤러리 직원이 범인일 가능성을 논하며 시간을 죽일 필요는 없다.
범인은 고씨 집안 사람이니까.
“하던 얘기 마저 할까.”
“아, 네.”
“일단은 그 우미 갤러리 직원을 찾아야 할 것 같아.”
“그러면 신원이 필요하겠네요.”
“맞아. 고상준한테 인적 사항 받아올 수 있겠어?”
“네. 그건 제가 해 볼게요.”
“인적 사항 받아 오면, 내가 정보원한테 넘기고 좀 찾아볼게. 우미 갤러리 직원이 그날 거기 있었다면, 사건을 목격했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그날 어머님 마주치고 놀라서 돌아간 게 아니라면, 어쨌든 거기서 집사하고 시간을 보냈을 텐데.”
“그렇죠. 제가 어떻게든 받아 볼게요.”
“그러는 김에, 우미 갤러리 직원이 언제 안가를 떠났는지도 확인해 달라고 해. 혹시 고상준이 의심하면,”
“제 나름대로 생각해 본 게 있는데 확인해 보고 싶어서 그렇다고 할게요.”
* * *
[김화영, 무죄 나올 가능성 ↑김화영의 관리인 살해 증거 부족
김화영 측 변호인, 있는 것은 출입기록뿐…… 이 정도로는 어림없어
검찰은 왜 김화영을 기소했나?]
2심이 다가오자, 태광에서는 김화영이 기소된 것부터가 문제라는 뉘앙스가 가득한 기사를 내기 시작했다.
아마 곧 가짜 진범이 자수하면 ‘역시 김화영은 범인이 아니었다’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미리 약을 치는 것 같았다.
확실한 건, 이렇게 물량 공세를 때리니 효과는 있었다는 사실이다.
하나같이 김화영을 욕하던 여론이 순식간에 김화영을 동정하기 시작했다.
[la**** : 제대로 된 증거도 없으면서 기소부터 했냐… 검찰 진짜 혐오스럽다 사람인생 하나 말아먹었네mi****: 조용히 잘 살던 사람 풍파 맞는거 안타깝다… 제대로 조사나 하고 법정세우지 기레기들 기사 터트린것도 진짜;;
ba**** : 또 일중일보 아니었나 첫 기사 낸거 전에 차주한 변호사 사람 하나 병신 만든 것도 일중일보였는데 삼류언론 다됐네ㅋㅋ]
내가 알기로 CCTV 출입기록과 목을 조르는 사진 외에는 마땅한 증거가 없었다.
심지어, 목을 조르는 사진은 언제 찍혔는지 특정조차 하지 못한 상태가 아닌가.
나라면 이 정도를 가지고 기소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 사건 자체에 김화영에게 겁을 주고 싶었던 고상준의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나 의심했던 것이다.
뭐, 이 부분은 우미 갤러리 직원을 찾은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어찌 됐든, 전체적인 분위기가 김화영에게는 한결 부드럽게 돌아가는 것을 보면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은 든다.
문제는.
“아니, 씨바! 이 새끼 어디 있는 거예요?! 아나, 못 찾겠어요. 못 찾겠다고!”
내 사무실 문을 밀고 들어오며 소리 지르는 장태식이었다.
김찬영의 연락을 받고 바로 태식에게 정보를 넘겨 찾게 한 지 벌써 열흘이 흘렀다.
고상준은 우미 갤러리 직원이 CCTV 상에 남아 있던 그 고용인이 맞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갤러리 직원이 범인이라는 식으로 강조해서 말했다고 하니, 이 얼마나 기만적인 행동인가.
“찾으면 연락 달라고 했잖아. 못 찾으면 굳이 안 와도 되는데?”
“아니, 씨바. 저 인간 장태식 맘먹고 찾으면 이틀 안에 대령하는 거 아시죠?”
“알지.”
“근데 지금 열흘 동안 찾았는데도 못 찾겠어요! 그냥 다 모른대요! 아무도 모른대, 시바. 하……. 환장하겠다. 얘 이미 죽은 건 아니죠?”
“우신 쪽에서 먼저 발견했으면 죽었을 수도 있겠지.”
“하……그럼 우신이 죽였는지, 안 죽였는지 몰라요?”
“모르지, 그거야.”
그 이후로는 고상준을 만날 일도 없었고, 만나서 또다시 그 짓을 하기에는 김한영에게 설명할 구실도 없었다.
하지만 만일 찾았다면 김찬영에게 연락을 줬을 듯하고, 지들 선에서 죽였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찾았더니 이미 죽어 있었다고 말했을 것 같은데.
김찬영은 조만간 태광 변호사들에게 가짜 진범을 포함하여, 사건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에 대한 브리핑을 듣기로 했다는 말 외에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아니, 좀 확실한 걸 찾으라고 하면 안 되는 겁니까? 오랜만에 일 들어와서 신났는데, 이런 난이도 사악한 일을 주시고…….”
“니네 이제 내가 건 바이 건 말고 월급 주잖아.”
“……그렇긴 한데요.”
“그럼 내가 어떤 일을 시키든 상관없는 거 아니야? 내가 뭐 구정물을 마시라고 한 것도 아니고, 한 달 동안 금식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원래 너희들 하던 일 하라고 한 거잖아.”
“…….”
“이럴 시간에 가서 찾아.”
“하……. 진짜 한 대 치고 싶다.”
“나를?”
“……아, 아뇨. 멍청한 제 대가리를요.”
그러면서, 태식은 자신의 머리를 툭 치는 시늉을 했다.
“더 세게 때려.”
“이 정도……?”
그의 이마 근육이 고통을 전부 튕겨낼 것 같은 세기로 이마를 툭 치며, 태식이 불쌍한 척 나를 바라보았다.
“더 세게.”
그리고 그제야, 태식은 빠악! 소리와 함께 장렬하게 이마에 붉은 자국을 남겼다.
“하……. 이거 뭐 직장 폭력 이런 거로 신고 안 됩니까? 좀 부당한 것 같은데?”
“네가 때렸잖아.”
“…….”
“지가 스스로 때려 놓고 직장 내 폭력이라니.”
“……존나 짜증 나네요, 진짜. 언젠가 제가 변호사님 입을 꿰매 버리는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지금 참는 겁니다.”
“상길이는 빼고 찾는 중이지?”
“변호사님 말씀대로 상길이는 너무 노출이 많은 것 같아서, 지금 무림 고수 되어서 돌아오라고 어디다 좀 보내 놨습니다.”
“무림 고수?”
“다시 복귀하게 되면 몸 좀 빠릿하게 쓰게 하려고 운동시키고 있어요, 지금. 지도 얼마 전에 그, 검침원 새끼 때문에 싸움 났을 때 한계를 느꼈던 것 같더라고요. 열심히 하데요.”
“너무 무리하진 말라고 해. 그럴 일 없을 거니까.”
“어떻게 알아요, 사람 일. 그런 데서 개죽음당하는 것보단 몸 단련해서 안 죽는 게 낫지. 안 그래요?”
태식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그의 말에서는 어딘가 죽음을 각오하고 있다는 의미가 읽혔다.
그때 오성 조경 사건 때문일까.
말로만 들어도 위험한 순간이긴 했지만…….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럴 일 없다니까.”
“막말로, 변호사님이 갑자기 우신 새끼들한테 납치라도 되면 어떢해요? 그럼 우리가 또 구하러 가야 하잖아요. 그럴 때를 대비해서 갑빠 키워 두는 거지, 뭐.”
“날 왜 납치해.”
……라고는 말했지만, 그럴 일이 없다고는 말 못 하겠다.
그러다 죽었던 전적이 있으니까.
아, 빌어먹게도 생각하니까 심박수가 빨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운동이야 본인을 위해서도 하면 좋은 거니까, 열심히 하라고 해.”
“넵.”
“다른 직원들도 혹시 운동 배우고 싶다고 하면 배우게 해. 필요한 돈 있으면 청구하고.”
“그럼 저 스포츠카 한 대만 뽑게 2억만 주세요.”
“필요한 돈이라고 했다.”
“헤헤, 장난이었슴다. 그럼 가 볼게요.”
태식이 손을 흔들며 사라졌고, 나는 의자에 기댔다.
2심 전에 가짜 진범이 자수하면 김화영은 풀려나겠지만, 가짜 진범이 재판을 받게 되고 형은 확정된다.
그 전에 우리가 진범을 데려다 놓아야 하는데…….
나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우미 갤러리 직원이 목격했다고 해도, 이미 목격자로서 나타나지 않았던 그에게 목젹자 진술을 받아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해 봐야 한다.
* * *
“와, 좋다. 변호사님, 여기 꽃 피었어요.”
나와 강민재는 국회에서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되었다.
아까 이세화가 현충원에서 출발했다고 하니 곧 국회로 도착할 것이다.
그전까지는 국민초대석을 향한 가수들의 축하 무대가 이어지고 있어서 다소 시끄러운 분위기였다.
“어르신은?”
“모르겠어요. 저는 변호사님이랑 오려고 먼저 나왔는데.”
강민재는 DMB를 켜며 화면을 확인했다.
전 대통령 내외들이 천천히 국회로 입장하는 것이 중계되는 가운데, 저 멀리서 강관웅도 모습을 드러냈다.
“오셨네요. 할아버지 화면발 잘 받으시네, 흐흐.”
나는 나와 강민재에게까지 초대장이 날아올 줄은 몰랐기 때문에 처음 청와대 휘장이 찍힌 봉투를 받았을 때 꽤 많이 놀랐다.
대변인도 싫다, 입당도 싫다, 심지어는 선거 캠프에 들어가기로 했으면서도 그마저도 실패로 돌아갔던 나에게 끈질긴 집착을 보이는 그녀는 참으로 신기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부담스럽지만, 또 한편으로는 계속 그렇게 부담스럽게 군다고 해서 부담을 넘어선 혐오감을 느끼지 않게 한다고 해야 할까.
물론 그녀 자체의 매력뿐만이 아니라,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라서 매력으로 포장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사실 나는 취임식에 오지 않을 생각이었다.
물론 그녀에게 졌던, 내가 아직 갚지 못한 수많은 빚을 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이세화는 당 대표가 아닌, 대통령의 신분이다.
사적인 연락은 피하는 게 맞고, 이제는 내가 사사롭게 해 왔던 부탁도 끊는 것이 맞다.
일전에 만났던 전처가 그녀가 나를 싱크 탱크로 점찍어 놨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미 나와 그녀의 관계에 대해서 어느 정도 널리 소문이 난 듯하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그녀 주변에서 계속 존재감을 드러내면 훗날 어떻게 불편한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특히 이전 삶에서 우신 특검을 치르면서 아버지가 안트로졸 부작용으로 인해 돌아가셨던 사실이 걸림돌이 되었던 것처럼.
이제 자잘한 인연은 끝맺고, 임기 내에 후에 우신과 관련된 수사로 서로 윈윈 하는 그림을 그리는 게 맞지 않을까.
내가 여태까지 갚지 못했던 빚 역시도, 우신을 잡아서 그녀의 치적을 빛내 주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맞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이곳에 온 까닭은, 박영기의 말 때문이었다.
-대통령이 되었으니 사적인 연락을 끊겠다는 생각이 틀렸다고 하고 싶진 않아. 하지만 이걸 꼭 정치적으로 볼 필요가 있을까. 취임식 날은 그저 한 사람의 인생에서 중요한 새 출발을 하는 날이야. 일종의 결혼식 같은 거지. 그럴 때 얼굴 비쳐주고 축하해 주는 건 그 누구도 비난 못 해. 이 대표님도 차 변에게 축하받고 싶어서 초대장을 보냈을 거야. 자네를 초대해서 사람들 앞에 내 사람이라고 과시하고 싶은 게 아니라.
물론 나에게는 부담스럽다는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지만, 무언가 필요할 때는 찾게 되는 사람이었다.
결국, 접점을 없애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에 나는 결국 취임식에 참석하러 이곳으로 왔다.
“간이 의자 살짝 불편하네요.”
강민재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내빈석씩이나 되는 자리에 앉으려니 부담스러운 마음이 컸는데, 막상 오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튀지는 않는다.
“아까 오면서 뉴스 보니까, 대표님, 아니지. 대통령님 사저에서 나오실 때 주민들이 엄청 모였더라고요. 대통령님은 나온 사람들 다 누군지 일일이 기억도 하고 계시던데.”
그녀가 살던 사저 인근 주민 중에 그녀를 직접 본 적 없는 사람은 없을 정도로, 그녀는 동네를 살뜰히도 누비고 다녔다.
마트에서, 동네 공원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었고, 남편과 함께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한 쌍의 원앙 같다는 보도자료가 종종 나왔던 것으로 보아, 확실히 이미지 하나는 제대로 챙긴 듯하다.
뉴스에 중계되는 화면에서도, 환송 행사에 나온 주민들을 전부 기억하고 하나하나 불러 주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뭔가 우리랑 알던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고 하니까 기분이 이상해요.”
“강 변은 할아버지가 대통령이셨잖아.”
“아, 그건 기억도 안 나요. 저 어릴 때였고, 저는 청와대에서 살지도 않았는데요, 뭘. 엄마 아빠는 조용히 사셨고요.”
-지금 이세화 대통령께서 도착하셨습니다.
그때, 방송이 흘러나왔다.
박수갈채가 이어지고, 곧 이세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까와는 대비되도록, 본식이 시작되자 엄숙한 분위기로 전환되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그녀가 안전하게 대통령 자리에 앉는 것을 보면서, 나는 다시 한번 느꼈다.
이전 삶의, 이정찬이 대통령이었던 시절에는 이루지 못하고 겨우 이세화가 당선된 다음에야 우신 특검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그 기회가 5년 빨리 찾아왔다.
내가 그 5년을 앞당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그 시간을 면밀하게 써야한다.
어쩌면, 김화영의 사건이 그 효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 *
“어, 찬영이한테 전화 들어와 있었어요.”
취임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올랐을 무렵이다.
나도, 강민재도 휴대폰을 꺼 둔 상태였는데, 전원을 올리자마자 부재중 전화가 가득 쌓여 있었다.
“나한테도 부재중 많이 들어와 있는데.”
“전화해 보세요. 무슨 일 있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강민재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말했다.
“일단 그러면 혹시 모르니까 찬영이 집 쪽으로 갈까요? 별일 없다고 하면 다시 서초동으로 가면 되니까.”
나는 스피커폰으로 전환하며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이어지는 동안 안전띠를 멜 생각이었는데, 그럴 틈도 없이 김찬영이 전화를 받았다.
-변호사님.
“아, 찬영아. 일이 좀 있어서 나도 강 변도 둘 다 전화를 꺼 놨어. 무슨 일 있어?”
김찬영이 가짜 진범과 관련된 브리핑을 받기로 한 것은 내일이었다.
또, 취임식이 휴대폰을 끌 정도로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은 고작 1시간에서 2시간 사이였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미 갤러리 직원한테 연락이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