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347)
너희들은 변호됐다-347화(347/641)
김화영의 입에서 CCTV라는 단어가 나오기가 무섭게, 김찬영이 그녀한테 달려들었다.
-엄마, 누구야. 전화 건 사람 누구야?
[사모님, 힘드신 건 아시겠지만, 고상준 자식들 대신 살인자 되고 싶은 거 아니면 얼른 저한테 증거 받아가세요. 이 사진 한 방이면 바로 풀려날 텐데 뭐가 그렇게 고민이세요. 돈도 많으시면서.]-…….
[그래도 회장님하고 쌓인 정이 있어서 그건 안 되겠어요? 근데 회장님은 아들들이 더 소중하신 것 같은데?]-말도 안 돼…….
초점 없이 흩어진 시선.
떨리는 손.
김찬영은 불길함을 느끼며 휴대폰을 빼앗아 들었다.
-당신 뭐야.
[어, 아드님이시네.]-씨발, 당신이야? 당신 왜 엄마한테 연락해. 나하고 얘기하고 있었잖아. 나한테 얘기하면 되잖아!
[아니, 너무 결정이 늦어지는 것같아서요. 불길한 마음에 여쭤보니까 아드님이 나를 사기꾼이라고 하셨다면서요? 내가 사기 쳤어요? 아드님도 내가 보여 준 사진 보셨잖아요. 그게 사기 같았어요? 예?]-미친 새끼…….
김찬영은 휴대폰을 집어 던지고 김화영의 두 팔을 잡았다.
-엄마, 내 말 들어 봐. 엄마.
-……김찬영.
-엄마, 내가 다 설명할게. 나는 엄마가 알면…….
짜악!
김찬영이 변명을 하기도 전에 그의 따귀를 올려붙였다.
눈물이 낭자한 눈은 김찬영을 원망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사모님, 무슨 일이십니까.
동시에, 김화영의 변호인단 소속 변호사들이 큰 소리를 듣고 이쪽으로 달려 나왔다.
다행히 다른 변호사들에게는 주의를 준 듯, 그들 말고는 이쪽으로 오는 사람은 없었다.
김화영은 변호사들을 노려보았다.
-가짜 진범……?
-예? 사모님, 갑자기…….
-……니, 니들…… 니들, 다 쇼였구나?
-쇼라니요, 사모님. 찬영 씨, 대체 무슨 일이에요?
-진범 알고 있으면서…… 진범 모른다고, 상황이 이렇게 돼서, 내가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진범이 없어서, 그러는 척…… 안타까운 척…… 하아, 그런 척 다 하더니……. 고상준 아들 지켜 주려고 기를 쓰고 있었구나? 니들 때문에 나는 짓지도 않은 죄로 신문에 오르내리고…… 욕먹고…… 밖에 돌아다닐 수도 없게 됐는데…….
-사모님, 그게 무슨…….
-회장님이 걱정을 많이 하셔? 회장님이 어떻게든 날 지켜 주려고 하고 있다고? 지켜 줘? 이게 지켜 주는 거야? 방패 삼는 거지? 니들이랑 고상준이랑 짜고…… 살인마 고윤호 고윤석 지키려고…… 그러려고……. 이 개새끼들아! 인간만도 못한 놈들…… 이 개자식들! 이 개자식들아아악!
김화영은 변호사의 두 어깨를 뒤로 떠밀며 소리 질렀다.
그러나 곧 어지러운 듯 이마를 짚으며 비틀거리다, 벽에 어깨를 기댔다.
김찬영이 다급하게 그녀를 받아 주러 달려왔지만, 김화영은 김찬영의 팔을 뿌리쳤다.
-김찬영.
-……엄마.
-고상준한테 전화 걸어.
-엄마, 진정해. 엄마, 제발. 일단 내 말부터 들어.
-너까지 나 무시해? 너까지, 너까지 지금…… 고상준이 지 아들들 지키겠다고 나를 방패막이로 쓰고 있는데, 그래서 네 애미는 남들 입방아에 오르고 찧어지고 정신병 걸려서 자살을 할까 말까 하루에도 수십 번씩 고민하는데, 그런 애미를 옆에서 지켜봤던 네가…… 네가 나를 속여?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어떻게!
-엄마, 그게 아니야. 제발. 내 말 좀 들어 봐.
-고상준한테 전화 걸어! 당장 걸어, 아니면…….
김화영은 두리번거리다가 미팅 룸 안으로 뛰어들어 갔다.
그녀는 자신의 핸드백을 뒤지다가, 프로젝터 앞에 놓여 있는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서 커터를 꺼내 드르륵, 칼날을 밀어 올렸다.
-당장 고상준한테 전화해. 안 그러면 죽을 거야. 여기서 나 죽으면 태광, 니들도 다 끝이야. 아, 혹시 내 시체 몰래 숨기고 의문사로 만들 거니?
변호사들이 김화영에게 다가가려했지만, 그럴수록 김화영은 칼날을 손목에 대며 소리질렀다.
-가까이 오지 마! 고상준한테 전화 걸어, 빨리!
-엄마, 알았어. 제발…… 제발 진정해. 전화 걸게. 전화 지금 걸고있어.
김찬영은 휴대폰에 고상준의 전화번호를 입력하며 발을 굴렀다.
고상준이 혹시라도 지금 전화를 받지 않으면, 정말로 김화영이 손목을 그어 버릴 것 같아서 불안했다.
설마 안 받진 않겠지.
적어도 누군가는 보고했을 것이다.
큰 소리가 난 지 좀 됐으니까, 누구라도 김윤희에게 보고했을 것이고, 고상준에게 연락했겠지.
-사모님, 회장님 전화십니다!
통화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 저쪽에서 변호사 한 사람이 김화영을 향해 뛰어왔다.
김화영은 커터칼을 놓지 않은 채로, 변호사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들었다.
-고상준……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니? 개 같은 새끼……. 네 아들들이 집사 죽인 거, 내가 다 밝혀낼 거야. 내가 다 밝혀내서, 흐흑, 다, 다 죽여 버릴 거야. 다 죽여 버릴거야아악!
김화영은 눈을 질끈 감고 소리 질렀다.
죽여 버리겠다는 말끝은 끝내 비명처럼 변하고 오랫동안 이어졌다.
-아아아악!
그녀는 숨이 다할 것처럼 쉬지 않고 소리 질렀다.
그러다 다시 한번 비틀, 그녀가 중심을 잃었다.
-엄마!
그 순간 그녀는 맥이 풀린 듯 그 자리에서 몸을 무너트렸다.
김찬영이 그녀에게 달려가 바닥에 닿기 전에 붙잡았지만, 그녀는 의식을 잃은 듯 미동도 없었다.
-찬영 군!
그때, 김윤희가 변호사들 사이를 헤치며 가까이 다가왔다.
김찬영은 김화영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방금까지 소리를 질러 대었던 그 얼굴이 죽은 듯이 잠잠했다.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문득 불안감이 그를 잠식했다.
김찬영은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코아래 손가락을 대 보았다.
다행이다.
살아 있다.
그냥, 그냥 쓰러진 거야.
-엠뷸런스 부를까?
-아니에요. 집으로 의사 부르면 됩니다. 몇 번 이런 적 있었습니다.
-하아…… 이게 무슨 일이야.
-변호사님, 실례 많았습니다. 오늘은 조금 무리가 있을 듯하고, 제가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 찬영 군, 사모님이 뭔가 오해를 하신 것 같은데…….
-제가 잘 얘기해 보겠습니다.
-그래, 하……. 어쩌다 이런 일이…….
-바깥에 얘기 안 새어 나가게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소란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아니야. 괜찮아. 입단속은 우리가 잘할 테니까, 너무 염려하지 말고.
김찬영은 김화영을 들쳐 업고 변호사의 안내에 따라 아까 타고 올라왔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찬영아!
지하 주차장에서 그들의 용무가 기다리고 있던 삼촌이 김화영을 업고 나타난 김찬영을 보고 놀라서 소리쳤다.
-삼촌, 운전 좀 해 주세요.
-화영이 왜 이래? 무슨 일이야?
-엄마가 충격을 좀 받아서요…….
-집으로 의사도 좀 부르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삼촌 오늘 일정 없으시면 같이 있어 주실 수 있으세요?
-그래, 알았어. 일단 얼른 집으로 가자.
* * *
김찬영은 경직된 표정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강민재는 김찬영에게 생수를 까서 건넸고, 김찬영은 목을 조금 축인 뒤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어머님은 깨셨어?”
“네. 그래서 엄마한테 사실대로 얘기했어요. 엄마가 가장 빨리 안전해질 수 있는 방법이 가짜 진범이 자수하는 거니까, 그렇게 되고 나면 차 변호사님이 고윤호하고 고윤석짓인 거 터트려 주기로 했었다고. 그래서 엄마한텐 미리 말 안 했다고. 다른 생각 있어서 숨긴 거 아니라고. 그랬더니 엄마도 저한테 그 갤러리 직원하고 통화한 내용을 알려 주더라고요.”
“많이 놀랐겠다.”
“갤러리 직원 그 개새끼가 약 살살 올리면서 엄마를 자극했더라고요. 그 새끼만 아니었어도…….”
“네가 다른 생각 있어서 숨긴 거 아니라고 하니까 어머님은 뭐라셨어?”
“아까 뺨 때린 거 미안하다고 하면서 울더라고요. 이까짓 뺨 때려도 상관없는데, 전 엄마가 안전한 게 더 중요한데…….”
김찬영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가 아까의 통화에서 고상준과 끝났다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 난리가 벌어졌으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그래도 아직 끝났다고 보긴 이른 거 아니야? 고상준도 어머님이 아프신 거 알고 있잖아.”
“의외로 고상준은 괜찮아요. 엄마 자는 동안 통화했는데, 엄마 잘 달래 주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고윤호하고 고윤석이 집사를 죽였다는건 말이 안 된다고 하던데요.”
“몰랐다는 거야?”
“모른 게 아니라, 아니라는 거죠. CCTV 삭제하기 전에도 그 둘 모습은 없었다고요. 일단 고상준 주장은 그런데, 실제로 어떨진 모르죠.”
“알고 있었을 거야.”
알고 있었어. 라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애초에 고상준이 알고 있었다는 걸 증명할 방법은 없으니까.
김찬영 역시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을 거예요.”
“어쨌든 고상준이 그런 태도면 어머님한테도 우리 계획 설명했겠다, 그냥 우리 하던 대로 진행할 수 있는 거 아니야?”
강민재가 물었다.
우리가 가장 바라는 상황이었으니, 나 역시도 고상준이 잘 달래 보라고 했다면 그렇게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태광이야 고상준 오더 받은 입장이니 어디 가서 김화영이 난동 부렸다는 걸 말하고 다닐 리도 없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건을 오므릴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이대로 갈라서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김화영이 고상준에게 직접 고윤호와 고윤석 언급을 했으니, 고상준도 어떻게든 김화영의 입을 막으려고 어떠한 액션을 취할 것이다.
“엄마가 싫대요.”
“하…….”
“엄마가 범인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 아무것도 모른 척, 안타까운 척 자기 앞에서 가식 떨던 태광 인간들 전부 역겹대요. 그리고 고상준도 역겹고요. 고상준 도움 같은 건 받고 싶지 않대요. 고상준 도움 받느니 그냥 죽겠다고 하더라고요.”
강민재는 한숨을 쉬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마음이 어떨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
나도 황영찬에게 뒤통수를 맞았을 때 큰 배신감을 느꼈으니까.
물론 내가 느꼈던 배신감보다 김화영이 느낀 배신감이 더 컸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커리어를 전부 내려놓고 인생 전부를 고상준에게 바치지 않았던가.
고상준과 엮이지만 않았어도, 이런 상황에 처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는 그들의 첫 만남 역시, 김화영이 원한 것은 아니지 않았던가.
“담당 정신과 의사랑 통화했는데, 엄마 입원해야 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하려고요, 일단. 어차피 병원 들어가도 면회는 되니까.”
“그게 안전할 것 같다.”
“하…… 상황 진짜 개 같아졌어요. 그런데 변호사님, 갤러리 직원 그 씨발 새끼한테 4억 주고 증거 받아 오실 거 아니죠?”
“나 4억 없어.”
나는 명료하게 대답했다.
“4억 주고 받아 올 거면, 제가 줘야죠.”
“너도 4억 없어.”
“제가 4억이 있는지 없는지 변호사님이 어떻게 알아요.”
“그런 새끼한테 줄 4억이 어디 있어?”
내 말에 김찬영이 흐릿하게 웃었다.
“변호사님, 저도 엄마가 저렇게 싫다는데 고상준 도움 받고 싶지 않아요.”
이렇게 된 마당이라면, 나도 조금만 참고 고상준 비위 잘 맞춰서 일단 안전해지자고 주장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다.
지금이 바로, 의뢰인의 상황이 바뀌어 최선을 선택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또 다른 최선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나랑 강 변이 맡을게,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