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358)
너희들은 변호됐다-358화(358/641)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증인입니다!”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언을 할 증인입니다.”
“증인, 증인석에 서 주시기 바랍니다.”
준범과 다른 흥신소 직원 사이에 꽉 낀 채 마스크를 하고 앉아 있던 변승민이 벌떡 일어나 법정으로 나왔다.
증인석에 선 그는 나를 흘긋 바라보았다.
어딘가 모르게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우신 측에서도 방청권을 얻어 보러 나온 만큼 불안한 게 아닌가 싶다.
증인석에서 증인 선서가 끝난 뒤, 변승민은 떨리는 손을 등 뒤로 숨겼다.
우신 쪽 사람들이 나와 있어 많이 불안한 모양인데……. 괜찮으려나.
“증인,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별장에 주기적으로 그림을 갈아주러 갔었던 우미 갤러리 직원입니다. 사망한 피해자의 남자 친구였습니다.”
변승민이 자기소개를 마치자, 다시 한 번 좌중이 술렁였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피해자의 남자 친구라는 존재에 모두가 놀란 듯했다.
태광 측 변호사들도 저들끼리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찾던 사람이 법정에 앉아 있었으니, 당황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재판장님, 증인이 피해자의 남자 친구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를 증거로 제출합니다. 증인이 피해자와 연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다정한 모습으로 찍은 사진들입니다.”
내 말에 강민재가 법원 사무관에게 서류를 건넸다.
“우선은 이 질문 먼저 드리겠습니다. 경찰에 제보된 사진이 있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을 조르고 있는 사진입니다. 이 사진이 효시가 되어, 경찰에서 피고인의 별장에 압수수색을 나오게 되었는데요. 그 사진이 찍힌 날이 언제인지 혹시 아십니까?”
“상은이가…… 사망했던 당일입니다.”
“그러한 사실을 증인은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그 사진을 찍은 게 저였기 때문입니다.”
변승민의 말 하나하나는 법정 안에서 폭탄처럼 터져 나갔다.
기자들은 빠르게 타이핑을 시작했고, 집사가 사망했던 당일이라는 말을 들은 유가족들은 다시 한번 눈물을 흠치기 시작했다.
“그날 고용인들은 아무도 별장에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증인은 어째서 그 시각에 별장에 있었습니까?”
“이미 언론에 알려진 대로, 죄송하게도 상은이는 사모님이 계시지 않을 때 별장을 제 집처럼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남자 친구인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일단은…… 사모님께 죄송하단 말씀 드립니다.”
변승민은 김화영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그날 사모님이 돌아가신다는 말씀을 듣고, 그날 별장이 며칠간 빌 것 같으니 놀러 오라는 상은이의 말에 놀러 갔었습니다.”
“그러다가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을 조르는 장면을 목격하신 겁니까?”
“……사모님이 가신 뒤에 별장에 간 건데, 갑자기 사모님이 화가 잔뜩 나신 채로 다시 돌아오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급히 기둥 뒤로 몸을 숨겼고요. 그때 상은이가 사모님의 방에서 사모님의 드레스를 입고 다이아 목걸이를 해 보고 있었기 때문에, 사모님이 그대로 상은이에게 달려드시는 걸 목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땐 상은이가 혹시라도 사모님에게 폭행을 당한다면 증거 자료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서, 사진을 먼저 찍었습니다. 그리고 말리려고 나가던 순간, 상은이가 직접 사모님을 떼어 내고 목걸이와 드레스를 벗기 시작하는 걸 봤습니다.”
“그랬군요. 피고인 역시 그날 그 집에서 증인을 본 바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피고인과 다툼은 없었나요?”
“사모님이 엄청 화가 나서 상은이를 따라갔던 것은 사실이지만, 곧 진정이 되셨는지 주저앉으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개입할 일은 없었습니다.”
“그 뒤로는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경찰의 조사대로라면, 그 사이에 피고인이 피해자를 화단까지 따라가 벽돌로 살해하고, 화단에 묻었어야 합니다.”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변승민의 단호한 대답에 이번에는 유가족 쪽에서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지금까지 김화영이 죽였다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남자 친구라는 존재가 나타나서 아니라고 하고 나서니 당황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쩌면 유가족은 어렴풋이 남자 친구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구체적으로 어디서 뭐 하는 사람인지는 몰랐던 것 같고, 남자 친구라는 사람이 존재했다는 것만은 알고있었을 공산이 크다.
그게 아니라면 가족을 잃은 입장에서 우리가 증인을 사서 개수작을 부린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판에 그들은 외려 변승민의 말을 경청하는 눈치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되었습니까?”
“사모님은 화를 삭인 뒤, 다시 2층으로 올라가 벗어 놓은 옷을 입고 드레스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챙겨서 집으로 가셨습니다.”
“그게 피고인이 그날 별장에서 한 일의 전부입니까?”
“그렇습니다.”
김화영이 집사를 죽이지 않았다는 단정적인 말에, 순식간에 방청석이 시끄러워졌다.
법원 경찰이 정숙하라며 주의를 줘야 할 정도였다.
소란이 조금 사그라지자, 나는 다시 질문을 이어 갔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는 해당일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 이후로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사모님이 가고 나서, 저는 상은이의 기분을 풀어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다가 정원에 있는 풀장에서 수영을 하자고 말했고요. 저는 간단하게 요리를 해서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그때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상은이는 맛있는 걸 먹으면서 기분을 풀었고, 수영하면서 그렇게 있었는데…… 저는 전화 받을 일이 있어서 잠시 안쪽으로 들어가서, 풀장이 보이는 쪽에서 전화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쪽에선 제가 안 보였을 겁니다. 그런데 갑자기 상은이가 있는 쪽에서 소란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소란이라면, 어떤 소란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누군가가…… 두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상은이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뺨을 때리는 등의 폭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통화 중에 뭔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긴 했는데, 저는 통화에 집중하느라 제대로 듣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영화 같은 걸 다운받아서 틀어 놓고 보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변승민의 말에, 유가족 쪽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이 여지껏 알지 못했던, 또다른 살해 방식을 알게 되었으니 충격이 작지는 않을 것이다.
“저는 달려가 말리려고 했지만, 우선은 증거를 확보해 놓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여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달려가 그들을 저지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요?”
“상은이가 그들로부터 도망치려다 미끄러져 조경석에 머리를 찧었고, 그대로 쓰러졌습니다. 피가 엄청 많이 났고, 그 두 사람도 당황한 듯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그때라도 제가 나서서……. 나섰어야 했는데……. 너무 무서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흐흑, 너무 무서워서…….”
변승민은 말끝을 흐리며 울기 시작했다.
증인신문 때 태도는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했는데, 결국 선택한 것이 우리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던 눈물이었던 모양이다.
“증인이 두려움을 느낀 이유는 무엇입니까? 물론 두 명을 상대로 여자 친구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니 충분히 두려웠으리라 생각합니다만, 경찰에 신고하거나, 나설 만한 상황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다른 까닭이 있었습니까?”
“그, 그 두 사람이……. 상은이를 폭행한, 그 사람들이 무서워서,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으흐흑.”
“그 두 사람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변승민은 세상이 떠나가라 울었다.
“상은아, 미안해……. 흐흑, 미안해, 상은아…….”
정말 그냥 보기엔 역겨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나는 가까스로 짜증을 참으며 그에게 휴지를 건넸다.
“하아…….”
“그때 목격하셨던 두 사람은 누구였습니까?”
“……우신 그룹의 고윤호, 고윤민 형제였습니다.”
“우신카드, 우신증권의 대표직을 맡고 있는 고윤호, 고윤민 형제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순식간이었다.
이 법정에서 이렇게까지 많고 빠른 타자 소리는 처음 들었다.
모두가 빠르게 타자를 치기에 바빴고, 방청석은 순식간에 도떼기시장이라도 된 듯이 시끄러워졌다.
나는 그 틈을 타, 변승민에게 다가갔다.
“사진.”
그리고 짧게 말했다.
사진만 받고 나면 그의 쓰임은 이제 끝이다.
물론 검사 쪽에서 반대신문이 있겠지만, 사진이 있는 한 반대신문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철저히 준비도 시켜 놓았고.
“사진 어디 있습니까.”
내가 다시 한번 묻자, 변승민은 코를 풀며 속삭였다.
“없어요.”
“그게 무슨 소립니까?”
“……잃어버렸어요, 법원에서.”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나는 방청석에 앉아 있던 흥신소 직원들을 눈으로 찾았다.
준범은 자리에 없었고, 흥신소 직원만이 앉아 있었다.
흥신소 직원은 나에게 휴대폰을 들어 보였다.
휴대폰을 확인하라는 뜻 같았다.
재판에 집중하느라 휴대폰을 확인하지 못했는데…….
한창 내가 반대신문을 하고 있을 무렵에 메시지가 한 통 와 있었다.
[지금 화장실 와 봤는데 없어요 분실물 접수된 것도 없다고 하고… 아무리 봐도 태광 쪽에서 뽀려간 것 같은데 일단 더 찾아보고 있습니다]그리고 10분 전에 태식에게서 문자가 한 통 와 있었다.
나는 방청석의 태광 쪽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변승민이 처음 나타났을 때 반응이 생각보다 미온적이었다.
귓속말을 주고받은 거 말고는, 달리 놀라는 액션도 없었고.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변승민이 여기에 나타날 거란 사실을.
“죄송합니다.”
변승민은 다시 코를 푸는 척하며 말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사진은 가장 중요한 증거다.
고윤호와 고윤민의 얼굴이 다 드러나 있었고, 그 아래 피 흘리며 쓰러진 집사의 모습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던 확실한 증거.
변승민이 불안한 표정을 짓기에 왜 그런가 했더니, 이래서였구나.
“정숙하세요. 정숙하세요!”
시끄러워진 법정이 도통 조용해지지 않자, 판사까지 법봉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그러자 천천히 방청석 쪽 분위기가 누그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변호인, 마저 증인신문하세요.”
“고윤호, 고윤민과 피해자의 평소 관계에 대해 아는 바가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했다고 생각 합니까?”
“……저도 자세히 알진 못하지만, 두 사람이 상은이에게 바라는 게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걸 상은이가 제공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폭행이 일어났던 것 같습니다.”
“폭행이 일어나는 동안 두 사람이 피해자에게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는 대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감히 관리인 따위가, 시키는 대로 할 것이지, 이런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폭행을 하다가, 피해자가 도망쳤고, 그러다가 미끄러져 조경석에 머리를 부딪쳤다는 말씀이시죠?”
“네. 피가 아주…… 많이 났고, 그 사람들이 상은이가 숨을 쉬는지 지켜보면서 죽은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상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여기서 사진이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반대신문 때 찍었다는 그 사진은 어디 있느냐는 질문이 나올 테고, 사진이 없다는 것을 알면 오히려 변승민 쪽이 위험해진다.
사건 당일, 그 집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김화영이 범인으로 몰렸다.
박현숙 역시 마찬가지다.
그 점 때문에 증언을 철회했다.
변승민이라고 다를 것은 없다.
아마 검사도 그 점을 파고들며, 내가 했던 것처럼 공범으로 묶으려 들지도 모른다.
만일 이 재판을 방청석에 앉아 있는 황영찬이 집도하고 있다면, 백퍼센트 그렇게 될 것이다.
“재판장님, 법정이 소란스럽고 사전에 전혀 파악되지 않았던 사실이 증언으로 나왔습니다. 휴정을 요청드립니다.”
검사가 말하자, 재판장 역시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휴정하고, 10분 뒤 개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