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360)
너희들은 변호됐다-360화(360/641)
“증인, 증인은 피해자의 생명보험을 설계했다고 하셨는데요. 그 생명보험이라는 것은, 피해자가 피보험자이며 변승민 씨가 보험금 지급 대상자로 되어 있는 생명보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증인은 피보험자가 변승민 씨로 되어 있고, 보험금 지급 대상자가 피해자로 되어 있는 생명보험도 함께 설계하신 겁니까?”
“네.”
“그렇다면 변승민 씨와 피해자를 함께 만나셨을 것 같은데, 어떠셨습니까. 특이한 점을 느끼셨습니까?”
정나진은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확실히 미혼 커플이 서로 보험을 드는 것이 특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보통은 가족끼리 드는 보험이니까요. 이런 경우, 저희도 반드시 피보험자의 동의를 철저히 얻는 등 각별하게 처리하기 때문에 예의 주시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피해자와 변승민 씨를 함께 만났을 때, 두 사람이 연인 관계가 아닐 거란 생각은 있으십니까?”
“만났을 당시엔 없습니다. 두 사람은 사이가 좋아 보였고, 서로에 대한 확신이 있어 보였습니다. 그 속은 제가 알 수 없지만, 겉보기에는 확실히 그랬습니다. 결혼할 사이라고도 했고요.”
방금 검사는 변승민을 반대신문하면서, 변승민이 집사의 남자 친구가 아닐 가능성을 제시했다.
사실 변승민이 집사의 남자 친구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우리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
변승민이 남자 친구가 아니었어도, 그 사진만 있다면 얼마든지 증인이 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기자들이 잔뜩 깔린 방청객들 앞에서 우리 쪽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인상을 풍기고 싶진 않았다.
우리의 실책은 곧 김화영의 실책으로 비쳐질 테니까.
“그밖에, 피해자에 대해 기억나는 점이 있으시다면요?”
“아까 말씀드렸듯, 서로 많이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카페에서 만나 보험 설계를 도와 드렸는데, 제가 사이가 많이 좋으신 것 같다고 말씀드린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네.”
“사실 저는 피해자분 말고 변승민 씨에 대한 인상이 더 깊게 남았습니다. 가입 이후의 행동 때문입니다.”
사실 변승민에 대한 증인의 인상은 이 법정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 재판은 어디까지나 김화영의 유무죄 여부를 가리는 재판이고, 만일 변승민에게 혐의점이 있다 여겨져 수사가 시작된다고 해도 그때나 유효한 증언이다.
하지만 검사는 조금 더 지켜보려는 듯했다.
다른 반응 없이, 그저 정나진의 말을 경청하기만 했다.
“어째서 변승민 씨에 대한 인상이 더 강력하게 남았습니까?”
“변승민 씨와 피해자가 기존에 든 보험은 사망 시 5억을 지급하는 보험이었습니다. 그런데 변승민 씨는 보험금이 조금 더 큰 상품을 가입하고 싶어 하셨고, 이를 상담하는 과정에서 힘든 일이 있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보험금 미납도 조금 있으셨고요.”
보험금이 더 큰 상품으로 가입하고 싶어 했다는 말은 분명히 변승민을 공격할 만한 내용이다.
검사가 변승민에게 정말로 집사를 사랑한 것이 맞냐고 물었던 것처럼, 그리고 집사가 위기에 빠졌던 순간 구하지 않았던 것을 걸고넘어졌던 것처럼, 그의 마음을 순수하게 볼 수 없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과연, 방청석에서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왔다.
왜 피고인 측 변호인이 자신이 신청한 증인을 공격하는 증인을 신청했는지 의문을 가진 듯했다.
“힘든 일이라면, 어떤 힘든 일이 있으셨습니까?”
“미납 관련 문의는 콜센터에 해야 하는데도 저에게 연락하시기도 하고, 보험 관련 사소한 모든 것들을 밤늦은 시간에도 아무 때나 전화를 걸어서 문의하거나, 저에게 큰소리를 내시기도 해서……. 그것 때문에 많이 힘들어서, 그래서는 안 되지만, 마음대로 떠들라는 식으로 휴대폰을 내려놓고 제 할 일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한두 명 고개를 갸웃거리는 듯했던 방청객들은 조금씩 동요하는 눈치였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황영찬이나 태광 쪽은 달랐다.
나를 잘 아는 만큼, 내가 왜 이렇게 하는지 알아내려는 듯 주의 깊게 증인 신문을 경청하는 태도였다.
“혹시 기억에 남는 통화 내용이나 대화가 있으십니까?”
“아…… 저도 나중에야 안 사실입니다만, 피해자 사망일에 했던 통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피해자 사망일이라는 단어가 나오기가 무섭게, 방청객과 검사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 느껴졌다.
“어째서 기억에 남으십니까?”
“그 전부터 변승민 씨가 보험금이 더 큰 상품으로 변경하고 싶으시다고 해서 상품을 알아봐 드렸던 때거든요. 그런데 제가 다음 날 연락드린다고 하니까 바로 전화가 오셔서……. 그날이 나중에 알고 보니 피해자 사망일이었어요.”
“그렇군요. 그날 어떤 내용의 통화를 하셨습니까?”
“그때 저는 보험 미납금이 좀 있으셔서 큰 상품으로 변경하시는 건 좀 생각해 보시라고 말씀해 드렸습니다. 또 지금 결혼을 하지 않으셨으니, 나중에 결혼하신 후에 변경해도 늦지 않다고……. 그랬더니 변승민 씨가 크게 반발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미납금은 본인이 안 내려고 했던 게 아니가, 통장에 돈이 있었는데 시스템 문제 때문에 계속 미납된 거라고 주장하셨고요. 그 부분은 담당 부서에 문의하라고 했더니, 계속 저한테 난리를 피우더라고요. 그래서 또 시작이구나, 싶어 핸드폰을 엎어놓고 제 할 일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군요. 혹시 그 시각이 언제쯤일까요?”
“아주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10시? 11시? 밤늦은 시간이어서 계속 응대하기가 더 힘들었죠.”
“재판장님, 그 시간은 CCTV 상 피고인이 별장을 떠난 이후입니다. 만일 정말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면, 이미 사망하고 땅속에 묻혀있었을 때라는 뜻입니다. 만일 그때 변승민 씨가 본인의 주장대로 그때 별장에 있었다면,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험 상품을 변경해 달라는 말을 할 리가 없습니다. 증인, 보험 상품을 변경하려면 피해자의 동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이미 사망한 피해자에게 동의를 받을 수도 없는데, 변승민 씨가 굳이 그럴 이유는 없었겠죠.”
검사 측은 어쨌든 김화영과 공범으로 묶으려고 하고 있지 않은가.
내가 이렇게 말하면 김화영과 공범으로 묶기 위해선, 저 통화가 끝난 이후 살해했다고 주장해야 한다.
하지만 그때 김화영은 집에 없었으니, 공범으로 묶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그들이 선택해야 하는 것은 공범이 아니라 김화영의 단독 범행이었고, 변승민은 그때 목이 졸리는 사진만 찍고 저택을 나갔다고 주장해야 한다.
하지만 정나진과의 통화 시간에 찍힌 기지국을 확인해 보면 조연동으로 뜰 테니 그 역시도 말이 되지않는다.
“자, 증인, 지금은 피해자가 사망한지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생명보험인 만큼, 변승민 씨가 보험금을 수령했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현재는 그 문제로 변승민 씨와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미혼 커플이 보험을 든 케이스이고, 아직 누가 피보험자를 살해했는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지급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 문제로 변승민 씨와 숱한 통화를 하셨겠군요.”
“네. 저희는 콜센터도 그렇고, 저희도 그렇고 업무상 내용 때문에 통화를 녹음합니다. 미리 고객님들께 안내도 드리고 있고요. 아무래도 변승민 씨의 경우 보장액이 큰 보험으로 변경하고 싶어 하셨으니, 이 점이 마음에 걸려서 며칠 전까지 여태까지 통화했던 내용을 전부 들어 보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그러면 안 되지만, 변승민 씨와 통화하다 지쳐 그냥 전화기를 내려놓고 있었던 일이 많았기 때문에……. 그래서 더 들어 보았고요. 그런데…….”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그날, 피해자 사망일에 이상한 게 녹음되어 있는 것을 어제 발견했습니다.”
* * *
재판 3일 전.
[찾았습니다. 차 변호사님이 말씀하신 정보로 조회하니 우리 한영 생명에서 생명보험 가입한 내역이 나오더군요. 해당 보험 설계사가 차 변호사님에게 직접 연락드릴 겁니다. 그리고 한영 생명에서 보험금 지급 관련 부서 담당자도 연락드릴거고요.]배 실장에게 조회를 부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가성비 좋은 생명 보험을 찾아보겠다고 노가다한 보람이 있었다.
그때 변승민이 태식의 봉고차에서 통화한 사람이 한영 생명 관계자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렇다고는 해도 변승민이 불손한 목적으로 보험을 든 건 맞는 듯하고, 그랬다면 보험사와 대화하는 중에 뭔가 그 의도가 드러나는 발언이나 행동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운이 좋으면, 거기서 뭔가를 건질 수 있을지도 모르고.
예컨대 변승민이 고윤호, 고윤석으로 하여금 집사를 죽이도록 유도한 정황이 드러난다든지.
“변승민 이 개새끼 보험금 절대 못 받아야 하는데.”
강민재는 우리 사무실로 오기로 한 보험설계사를 기다리면서 이를 바득 갈았다.
“보험금이 한영 생명에서만 5억이던데. 우리한테 4억 못 받아도 그거면 원하던 대로 캐나다 가서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니까요. 집사도 참 안타깝네요. 하필이면 그런 새끼하고 엮여서. 고윤호하고 고윤석 짓이라는 게 드러나면, 거기서 변승민이 특별히 뭔가를 유도하거나 한 게 아닌 이상 보험금 지급 소송으로 넘어가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 나도 전문 분야는 아니지만, 못 받을 것 같진 않아.”
“하, 이 새끼 어떡하면 좋지?”
그때, 오 사무장이 조심스럽게 회의실 문을 열었다.
그 뒤에는 보험설계사가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차주한 변호사입니다.”
“강민재 변호사입니다.”
강민재가 나와 자신의 명함을 건네자, 보험설계사 역시 우리에게 명함을 나눠 주었다.
“한영 생명 정나진입니다.”
“들어오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정나진은 테이블에 앉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 변승민 씨 관련해서 물어볼게 있으시다고…….”
“아, 네. 그럼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보험금지급 관련해서는 부서가 따로 있다고 들어서, 보험 들었을 당시에 대해서만 좀 여쭤보겠습니다.”
“네.”
정나진은 위에서 잘 협조하라는 말을 듣고 와서인지, 묻는 것 전부 가리지 않고 전부 대답해 주었다.
처음 그들을 보았을 때의 인상이나, 그들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어떤 분위기였는지까지.
두 사람은 완벽하게 상호 합의 하에 보험을 든 것처럼 보인다.
“변승민 씨 때문에 힘든 건 사실이에요. 보험금이 더 큰 상품으로 가입하겠다고 하는데…… 그것도 좀 느낌이 안 좋았고요. 그렇게 부부사이여도 보장액이 큰 걸로 다시 가입하겠다고 하는 게 좀 느낌이 안 좋게 받아들여지는데, 미혼 상태잖아요. 그래서 그걸 돌려서 말하는데…… 좀 고생을 많이 했죠. 워낙 막무가내라.”
“그밖에는요?”
“보험금이 아직 안 나간 상태인데, 그건 아까 말씀하신 대로 부서가 다른데 계속 그것도 저한테 난리를 피우니까……. 하, 정말 죽겠어요. 이것 보세요. 이렇게나 많이 전화를 걸어서…….”
정나진은 본인의 휴대폰을 꺼내 우리에게 통화 녹음 목록을 보여 주었다.
변승민과의 통화 내역이 한두 건이 아니었다.
스크롤을 쭉 내리는 것을 어림잡아 생각해도 스무 건은 넘어 보인다.
“어?”
그때, 강민재가 잠시 스크롤을 내리던 정나진의 손을 멈춰 세웠다.
“이거, 녹음 파일 제목이요. 숫자들 이거 날짜죠?”
“네. 날짜예요.”
“이날…… 이날이 피해자 사망한 날이거든요.”
강민재의 말에 정나진이 몰랐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이것도 들어 보셨나요?”
“아뇨, 보시다시피 통화들이 하나같이 다 길어서…… 아직 여기까진 못 들어봤어요.”
“이거 지금 저희가 좀 들어 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