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363)
너희들은 변호됐다-363화(363/641)
“범행 동기 알았는데, 이제 좀 뭐가 더 보이는 게 있어?”
조봉준의 물음에, 나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여태 김화영의 누명은 풀어 주었지만, 그럼에도 남은 의문은 있었다.
1. 고상준은 김화영이 기소될 것을 막을 수 있었는데도 왜 막지 못했는가.
기존에는 고윤호와 고윤석 대신 표적이 될 사람이 필요해서 김화영이 선택되었으며, 이는 동시에 김화영을 모종의 이유로 압박하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만일 김화영이 이번처럼 독자적 노선을 타게 될 경우 그 방법은 너무 리스크가 커진다.
내가 만일 김화영을 설득해서 내연 관계라는 것을 밝히자고 했다면, 그래서 재판 중에 모든 것이 밝혀졌다면 고상준은 너무 큰 손해를 입는다.
2. 일중일보에서 터트린 김화영의 기사는 왜 막아 주지 않은 것인가?
3. 고윤호와 고윤석은 집사에게 무엇을 바랐기에 폭행까지 했는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 의문이다.
그런데 고윤호와 고윤석의 범행동기를 안 지금에는,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의문까지도 충분히 설명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고상준이 기소를 못 막은 게 아니라, 고윤호하고 고윤석이 검찰에 압력을 넣어서 기소되게 만든 것 같습니다.”
기존에 김화영을 향한 증거들은 기소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태광에서도 그걸 언론 플레이에 이용했을 정도였으니까.
그럼에도 기소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고상준은, 그래도 재판에선 무죄가 뜰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어쨌든 아들들이 사람을 죽여 집안에 난리가 났으니, 김화영을 신경쓸 겨를은 없었겠지.
이렇게 되면 고상준에게 능력을 썼을 때 그가 정말로 김화영을 구할 의지가 있냐는 물음에 진실 판정이 뜬 것까지도 이해가 된다.
그는 정말 김화영을 구할 생각이었다.
나한테 김화영이 오기 전까지는.
“개새끼들이 지 애비한테 못된 것만 배워서 검찰에 압력을 넣어?”
최종현은 기가 찬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황영찬으로서는 고윤호와 고윤석의 청탁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중앙지검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때, 성공적으로 지령을 수행해서 끊어질지도 모르는 끈을 잡아 보고 싶었을 테니까.
물론 고윤호와 고윤석은 고상준 사후에 기업 전체 경영권을 승계받을 만큼의 유력한 자식들은 아니지만, 우신에게서 받은 지령을 여러 번 실패해 버린 황영찬에게는 어렵게 얻은 기회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고상준은 고윤호와 고윤석의 미친 짓을 덮어 주려고 애쓰고 있는데, 고윤호와 고윤석은 그렇게 아버지가 정신없이 바쁜 틈을 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일중일보에 기사 나간 건?”
조봉준의 물음에 최종현이 대답했다.
“그것도 고상준이 안 막은 게 아니라, 고윤호와 고윤석, 그리고 윤성희까지 합작해서 저질렀으면 가능했을 것 같은데.”
“맞습니다. 김화영 씨 때문에 이혼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딸에 손주들까지 와서 매달리면, 아무리 고상준이 기사 안 나가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고 해도 곱게 들릴 리가 없죠.”
“결국, 좀 웃기긴 하지만 고상준 혼자 왕따 당한 거네, 이번 사건에서는.”
“고상준은 자식들 범행이 드러날까 노심초사하면서, 김화영이 어떻게 뭔가 알게 되지 않을까, 엇나가지 않을까, 잘 달래 볼 생각으로 머리 존나게 굴리면서 새빠지게 뺑이친 거고. 고윤호하고 고윤석은 어차피 엎질러진 물인데 김화영은 어떻게든 이번 기회에 쳐 내야겠다 싶어서 아버지 몰래 수작 피우면서 돌아다닌거고. 윤성희도 김화영이 꼴 보기 싫으니까 아들들 장단에 맞춰 준 거고.”
최종현은 지긋지긋하다는 듯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집안 간수도 못 하는 새끼가 어떻게 우신이라는 존나 큰 기업 총수로 있는 걸까. 이해 안 가지 않냐?”
“그러게나 말이다. 하여튼 자식이라고 있는 것들은 하나같이 다 양아치네. 고윤성도 지금 깜빵에 있잖아.”
“와, 자식 셋이 다 깜빵 가는 건 어떤 기분일까? 그래도 나머지 자식들은 멀쩡해서 다행이지.”
“그건 모르지. 또, 우리가 모르는 어떤 미친 새끼들일지.”
이제 남는 건 세 번째 의문이다.
그들은 집사를 왜 폭행했는가.
변승민의 말에 따르면, 그들이 집사에게 무언가를 요구했고, 집사는 이를 거절하면서 폭행이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그들이 요구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집사를 자신들의 눈과 귀로 만들려고 했다는 것 정도다.
고상준과 김화영이 얼마나 자주 만나는지,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를 알아내어 정말로 고상준이 윤성희와 이혼하려고 하는지를 알아낼 심산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랬다면, 집사를 그렇게 폭행했을까?
그들은 집사가 그렇게 사망할 줄 모르고 폭행을 시작했을 테고, 자신들이 집사를 폭행했다는 사실이 고상준에게 알려지면 그들이 집사를 스파이로 만들려고 했다는 것 또한 알려졌을 거란 생각을 못 할 리도 없는데.
뭐, 아니면 폭행을 휘두르면 결국 집사가 겁을 먹고 자신들의 말에 따를 거라고 단순히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고상준에게 알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면, 집사도 겁을 먹고 그러지 않을 거라 생각했을 수도 있 고.
이 부분에 대한 진실은, 당사자가 이미 사망해 버렸고 들은 사람도 없으니 알 방법이 없다.
고윤호와 고윤석이 직접 말하는 게 아닌 이상.
“차 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어느덧 내 소파에 누워 있던 조봉준이 발가락을 까딱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두 분이 이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가세요, 이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조봉준을 일으켜 세웠다.
“우리 오랜만에 왔는데.”
“그래서 어쩌란 겁니까. 가세요. 이제 잘 겁니다.”
“잘 거면 자. 우리 알아서 놀다 갈게.”
그들을 쫓아내는 데는 무려 30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 * *
박영기와 만나기로 한 곳은 어느 중식당이 었다.
보는 눈이 많은 중앙지검과 우리 사무실 근처를 피해 처음 가 보 는 곳으로 정했다.
입구에서 이름을 대자, 종업원이 나를 룸으로 안내해 주었다.
“왔어?”
박영기는 온 지 좀 된 듯, 그의 앞에 놓인 그릇에 땅콩이 반 이상 비어 있었다.
나는 무심코 시간을 확인했다.
약속 시간보다 5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그는 더 일찍 와 있었나 보다.
“일찍 나왔어. 차 밀릴 것 같아서.”
박영기는 맞은편에 앉으라는 듯 손짓했고, 나는 자리하며 겉옷을 벗어 옆에 놓아두었다.
“얼굴이 좋네.”
“저 말입니까?”
“그럼 여기 차 변 말고 누가 있어.”
“평소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야, 좋아. 큰 사건 잘 이끌었으니 당연히 좋아야지. 아, 일단 주문부터 할까? 메뉴판 보니까 이거, 두 번째 코스 괜찮을 것 같던데. 이거로 할까?”
“네.”
주문을 마친 뒤, 박영기는 자신의 앞에 놓인 땅콩을 입에 넣으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중앙지검에 폭탄이 터졌어. 형사부 애들 다 난리도 아니야. 이걸 누구한테 맡겨야 할지 앞이 캄캄해.”
박영기가 앓는 소리를 냈다.
“이번에 넣어야 합니다. 고윤석, 고윤호.”
“넣어야지. 차 변이 그렇게 결정적인 증거까지 갖다줬는데 이걸 어떻게 그냥 넘겨.”
“염두에 두신 검사는 있으십니까.”
“마음 편히 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그런데 영향 안 받을 심지있는 사람으로 정해야지. 그리고 내가 직접 관리할 거고.”
이번에 그들을 제대로 배제하지 못하면, 나는 또다시 그들을 쳐 낼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나는 고상준의 팔다리를 하나씩 잘라 낼 생각이다.
이번에는 운이 좋아 그쪽에서 먼저 여지를 주었지만,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었다.
고윤성으로 시작해서, 아마 마지막은 우신 경영권을 승계받을 고윤수가 그 대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고상준이다.
“그런데 난 이 사건이 차 변한테 갈 줄은 몰랐어. 처음에 소식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김화영 씨, 원래 태광 변호 받고 있었잖아.”
박영기는 김화영과 고상준이 어떻게 엮여 있는지 전혀 모르는 듯했다.
처음 사건이 접수됐을 땐 단순히 유명인의 사건이라 생각돼 조금 신경 썼을 뿐, 박영기도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사건을 맡았다고 하니, 그제야 관심을 기울였을 것이고.
자세한 내막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
물론 황영찬조차도 김화영이 고상준과 어떤 관계인지 모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고윤석과 고윤호의 수사를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러한 사실이 드러나게 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면, 그런 흔적이 드러날 수밖에 없으니까.
“차장님.”
“응?”
“김화영 씨는 고상준과 내연 관계에 있습니다.”
“……뭐?”
“제대로 수사가 되지 않았거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감춰서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계신 것 같습니다만…….”
“이 새끼들이 대체 수사를 얼마나 개판으로 한 거야?”
“고상준이 태광이 알아서 해 줄 거라고, 믿고 맡기라고 해서 그렇게 기다리다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되고 김화영 씨가 저를 찾아온 케이스입니다.”
나는 박영기에게 그간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김화영은 법정에서 잘 해냈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이 두려워 지금까지도 불안정한 상태라고 들었다.
황영찬이 집도한 수사에서는 고상준의 약점을 가려주기 위해 내연 사실이 감춰졌지만, 이번에는 김화영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에 대한 보도가 나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리고 그럴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박영기고.
그는 미리 알 필요가 있다.
“……그런 일이 있었구먼.”
박영기는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찼다.
그녀는 분명한 성 상납의 피해자였다.
오랫동안 숨어 살며 고상준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세월 역시 그녀의 의지가 아니었다.
고상준이 그녀에게 심어 주었던 일종의 최면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관계가 세상에 알려지면, 사람들은 그런 사정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결국 첩살이 한 거네’라는 한마디 말로 일축해 버릴 것이다.
김화영은 한순간에 악녀가 될 것이고, 윤성희는 남편의 외도를 참아주고 버렸던 생불이 되겠지.
만일 이러한 사실을 세상에 공개할 때가 온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아니다.
김화영이 살인자 프레임을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시점은, 결코 아니다.
“차 변 말 무슨 말인지 잘 알겠어. 내가 잘 처리할 테니까 너무 염려하지 마. 입 무거운 놈한테 맡겨야겠네. 폭행죄에 과실치사로 기소하고……. 그래도 다행인 건 이 사건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버렸다는 거야.”
그들은 김화영을 궁지에 몰기 위해 기사화했지만, 이제는 반대로 진범이 드러나자 지켜보는 눈이 많아져 우신 쪽에 불리하게 작용하게 되었다.
고윤호와 고윤석이 이런 짓까지 벌였는데도 집행유예가 나온다든지, 무죄 판결이 나온다면 여론이 들끓을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도 나왔고, 이대로 법정으로 간다면 그들도 무죄나 집행유예는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고윤성만큼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살고 나와야겠지.
“그런데 고윤호, 고윤석 선고까지 받으려면 몇 달 걸리는데, 김화영 씨는 괜찮은 거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누명을 벗으셨으니, 어느 정도 마음은 편해지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남한테 불쌍하단 소리 막 하는 건 아니지만, 김화영 씨 인생이 너무 고달팠어. 편해지셨으면 좋겠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