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364)
너희들은 변호됐다-364화(364/641)
[……이날 법정에서는 김화영 씨의 별장에 모 증권사 대표와 모 카드사 대표 형제가 침입하여 휴식을 취하고 있던 박 씨를 폭행했고, 박 씨가 이들을 피해 도망가다 발을 헛디뎌 머리를 찧어 사망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등장했습니다. 또한 이들이 김화영 씨에게 범죄를 뒤집어씌우겠다고 모의한 정황까지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쨍그랑!
앵커의 목소리가 끝나기가 무섭게, 도자기가 바닥에 떨어져 사방으로 파편이 튀었다.
“회장님!”
지켜보고 있던 한 실장이 고상준에게 다가갔지만, 고상준은 아랑곳도 하지 않고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이고 선 두 아들에게 다가가 따귀를 때렸다.
짜악! 짜악! 소리와 함께 고윤호와 고윤석의 뺨이 옆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흐트러진 자세를 가다듬었지만, 고상준은 그들의 정강이를 걷어차며 소리쳤다.
“이 새끼들이, 애비 개망신을 줘도 유분수지!”
“…….”
“또 차주한이 손으로 애비 얼굴에 먹칠을 하게 해? 니들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소리를 지르는 고상준을 아무도 말릴 수 없었다.
이미 고윤성이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상황이고, 이제 고윤호와 고윤석도 그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물론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도록 최고의 변호인단을 붙일 생각이지만, 그건 차후의 문제였다.
언론에서는 아직 우신이라는 두 글자를 입에 담지 못한 채 모 대기업이라는 이름으로만 보도를 내고 있지만, 말을 하지 못할 뿐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증권사 대표와 카드사 대표가 형제인 대기업이 우신뿐이니까.
얼굴을 들고 다닐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입장문을 내서 억울하다고 항변할 수도 없다.
너무 결정적인 증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2차 공판 때 나왔던 감식결과와 정원에서 찾아냈다는 벽돌까지 심어 놓은 증거 아니냐는 의혹이 들불처럼 일어날 것이다.
그걸 막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김화영과 내연 관계라는 것을 세상에 밝힐 수도 없으니, 그들은 당장 왜 김화영의 집에 들어갔는지부터 어떻게 해명할지 고민해야 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였다.
우스운 점은, 이 모든 것이 전부 차주한의 손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이다.
“차주한, 차주한, 그 새끼가 날뛰는 꼴을 내가 대체 언제까지 봐야 해!”
고상준이 일갈했다.
그냥 죽여 버릴 것을 그랬다.
이정찬을 처리하는 김에 함께 묶어 재기하지 못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정찬과 함께 나란히 죽였어야 했다.
만일 차주한이 없었더라면 이따위 꼴도 보지 않았을 텐데!
“너희들이 내 자식이라고 감싸 줬던 것도 이제 한계다. 너희들 알아서 살아남아. 이 늙은 애비가 언제까지 니들이 벌이는 사고 뒤치다꺼리나 해야 하는 거냐? 쓸모없는 놈들!”
“아버지, 아버지 안 돼요. 저 좀 살려 주세요. 네? 아버지…….”
고상준의 말에 고윤호가 그의 발밑에 무릎을 꿇고 매달렸다.
눈치를 보던 고윤석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말했지. 어쭙잖게 애비한테 뭐 숨기지 말라고. 만일 숨길 거면 제대로 숨기라고! 그런데 아랫사람들 단속 하나 제대로 못 해서, 집사 죽은 것도 제대로 못 숨겨서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니들한테, 애비가 뭘 더 해 줘야 하는 거냐! 응? 너희한테 애비가 무슨 자비를 더 베풀어야 하냐고!”
고상준이 처음 고윤호와 고윤석의 만행을 알게 된 것은 조연동 안가 보안을 관리하던 직원 때문이었다.
고윤호와 고윤석은 조연동 안가에 들어가기 위해 전부터 보안을 관리하던 직원을 매수해 둔 상태였고, 그에게서 카드 키를 받아 안가에 들어갔다.
사건을 저지르고, 집에 시신을 묻고 난 다음에는 다시 그 직원에게 연락해서 자신들이 안가에서 모습을 보였던 모든 CCTV 기록을 전부 삭제하게 했다.
물론 사건 현장 처리도 그 직원에게 맡겼다.
그렇기에 그전까지는 고상준도 고윤호와 고윤석이 어떤 짓을 벌였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그 며칠간 바빠 안가와 김화영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 얼마 뒤 집사의 행적이 묘연하여 실종 신고가 들어갔다는 보고가 올라왔고, 그 뒤 CCTV를 뒤졌을 때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모든 것은, 경찰에 입건됐다는 말에 겁을 먹은 보안 직원이 고상준을 찾아가 사실대로 실토하면서 밝혀졌다.
“아버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다시는 아버지한테 숨기려고 하지 않을 게요. 아버지가 저희한테 자비 베풀어 주신 거 알아요. 다시는 선 넘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고윤호가 싹싹 빌기 시작했다.
처음 이 사건에 대해 고상준이 처음 알았을 때, 고상준은 집사가 사망했다는 사실보다는 그들이 고상준의 사생활을 캐려고 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자신에게 무언가를 숨기려고 했다는 사실에 더 분노했다.
그렇기에 그들이 사과해야 할 방향도 마땅히 자신들이 감히 아버지의 권위에 도전한 것에 대해 큰 죄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어야만 했다.
그들은 아버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다.
고상준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다.
자신들은 자식이라는 이유로 고상준이 봐 넘겨 주는 범위가 넓을 뿐이다.
“아버지가 어머니하고 이혼할까 봐 걱정되어서 그랬어요. 어머니가 혼자 남겨지실까 봐……. 저희는 부족한 게 많아서 아버지라는 큰 그늘이 필요한데, 그 모든 것이 사라질까 봐……. 아버지가 저희를 버리실까 봐 무서워서 그랬어요. 아버지,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못 믿겠다. 너희들은 내가 너희들이 저지른 짓 마무리하려고 노력하는 동안, 김화영을 궁지에 몰려고 애비 뒤에서 개수작 부렸던 놈들이야! 너희들이 정말 죄지은 줄 알았다면, 얌전히 있었어야지! 너희들 때문에 모든 일이 이 모양 이 꼴이됐다는 거 몰라?”
“아버지, 정말 잘못했습니다. 무서워서 그랬습니다. 정말…… 우리 가족이 깨질까 봐 무서워서…….”
“이 등신 같은 놈!”
고상준은 엎드려 비는 고윤석을 발로 걷어차며 소리쳤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애비가 네 엄마를 버리고 김화영한테 갈 거라고 생각하는 게…… 지금 너희 나이에 할 생각이냐! 나이는 대체 어디로 먹은 거야!”
“제가 잘 몰라서 그랬습니다, 아버지……. 제발, 제발 용서해 주세요. 그리고 저희 좀 살려 주세요…….”
고상준은 이마를 짚으며 소파에 주저 앉았다.
도자기를 집어 던진 자리에 무릎을 꿇었던 두 형제는, 자신의 무릎이 찢어져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윤수야, 내가 이 머저리 같은 자식들을 어떻게 하면 좋겠냐.”
고상준은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앉아 있던 큰아들을 바라보았다.
“윤호, 윤석이가 멍청한 짓한 건 둘째 치고……. 차주한이 저 잘났다고 나대는 꼴은 그만 보셔야죠.”
고윤수의 말에, 고상준이 신경질적으로 테이블을 걷어찼다.
고윤수의 말이 맞다.
차주한은 지금부터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싸구려 언론을 동원해서 또 어떻게 고윤호와 고윤석을 완전히 보내 버릴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저도 차주한이 그렇게 날뛰는 꼴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아버지.”
고윤수 역시 차주한의 손에 수족처럼 부리던 성 실장을 잃었다.
그렇게 주의했는데도 이정찬 사건 때 결국 꼬리를 밟혀 버렸고, 차주한은 이를 놓지 않고 결국에는 꼬리를 자르게 만들지 않았던가.
여기서 그 행보를 끊어 놓지 않으면, 차주한은 파죽지세로 나아가 우신을 계속 건드릴 것이다.
하룻강아지 같은 것이 범 무서운 줄 모르고…….
“태광 윤원형한테 좀 보자고 해.”
고상준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윤원형은 처음에 고윤호와 고윤석의 사건 이야기를 듣고, 이들의 범죄 사실이 혹시라도 존재할지 모르는 증거와 함께 드러나면 집행유예나 무죄를 받기 어려울 거라고 말했다.
자신이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구형대로 감옥에서 살다가 나오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차주한 손에 아들을 셋이나 감옥에 보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고상준은 이를 갈았다.
* * *
“형님들, 잘 지내셨죠?”
강민재는 커피 캐리어를 앞세워 스튜디오로 들어가며 활기차게 소리쳤다.
방송 준비로 여념이 없던 조봉준과 최종현이 그 목소리에 우리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야, 민재! 오랜만이다!”
“우리 민재는 그새 키가 더 컸어.”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씀이세요. 제 나이가 몇인데.”
“진짜 오랜만이다, 야.”
“근데 저만 오랜만이에요? 차 변호사님은 안 오랜만이에요?”
강민재는 캐리어를 내려놓고 방송 전에 오디오를 체크하던 김정우에게 커피를 건네며 물었다.
그러자 최종현이 못마땅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더니,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얼마 전에 집에 갔었는데 쫓아내더라. 정말 정 없어, 인간이.”
“재판 끝나고 쉬려는데 갑자기 들이 닥쳤잖습니까.”
“그래, 우리가 눈치 없는 놈들이다. 우리는 차 변 오랜만에 보니까 반가워서 그런 건데. 진짜 사람 마음을 몰라준다니까. 어쨌든, 민재. 커피 잘 마실게.”
최종현이 커피를 가져가려는데, 강민재가 그 손을 막았다.
“뭐예요. 저 몰래 세 분이서 보셨다고요? 재판 끝난 날?”
“아……. 우리가 차 변 집 앞으로 갑자기 찾아간 거야.”
“저희 집 앞엔 안 찾아오셨잖아요!”
“야, 인마. 전 대통령 집 앞을 어떻게 기웃거리냐!”
“그래도요! 그리고 저한테 변호사님 집 앞을 기웃거릴 예정이라고 말했으면 저도 집 안 가고 같이 기웃거렸죠!”
“별 얘기 안 했어.”
내 말에 강민재가 뚱한 얼굴로 최종현과 조봉준에게 커피를 나눠 주며 물었다.
“무슨 얘기 하셨는데요.”
“고윤호하고 고윤석의 범행 동기.”
“……뭐야, 엄청 대단한 얘기 하셨잖아요! 범행 동기가 뭔데요! 왜 저만 몰라요!”
“오늘 말해 주려고 했어.”
“왜 저만 동기화 늦어요! 진짜 너무들 하시네…….”
강민재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회의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쪽쪽 빨았다.
방금 자신의 나이가 몇 살인 줄 아냐고 해 놓고 하는 짓은 초등학생이나 다름없다.
“일단 약속한 방송 시간이 다 되었는데, 방송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요?”
김정우의 물음에 최종현과 조봉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카메라 앞에 앉았다.
이번 사건을 다룰 거라고 하기에 구경하러 온 것뿐인데, 우리가 괜히 지각하게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범행 동기가 뭔데요.”
강민재가 고개를 낮추며 나를 향해 속삭이자, 김정우가 귀신같이 알아채고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소리 다 들어가요.”
“넵.”
그간 바빠서 그들의 방송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스튜디오에 오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사실 그들의 방송도 내가 맡은 사건을 다룰 때만 주의 깊게 볼 뿐이지, 대체로는 안 본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동안은 최종현이 우신 관련 기획할 것이 없는지 취재하러 다니느라 조봉준이 주식 관련 방송을 했다는데, 이제는 새로 할 말이 생겨 아주 신났을 것이다.
“채팅 제 걸로 보실래요?”
강민재가 휴대폰으로 방송을 켜며 말했다.
“사람 많네?”
“공지로 김화영 씨 얘기할 거라고 해서 그런가 봐요.”
그렇게 말하며, 강민재가 방송국에 올라온 오늘 방송 공지를 보여 주었다.
[제목 : 오늘 방송함얘들아 오늘 방송한다
주제는 당연히 형제인 모 증권사와 모 카드사 대표 이야기.
거기에 더불어서 이 사건에 들러붙은 언론들의 더러운 행보와 재판 썰 방송이 될 것 같다
물론 우리가 재판 방청 갔던 건 아니지만 (방청권 못 얻었음ㅅㅂ)그래도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건 많으니까ㅇㅇ
많이들 보러 와 줬으면 좋겠다
이따 저녁 6시 반에 보자~~~]
이 방송의 목적은 사람들에게 이번 2차 공판에서 검사 측이 준비한 증거들이 얼마나 허점이 많았는지를 알리는 것이다.
내가 재판에서 파훼한 증인이 있지만, 증거로 제출된 벽돌이나, 국과수부검의가 언급하지 않은 고윤호, 고윤석 형제의 지문 문제도 짚고 넘어가면 좋으니까.
이미 재판 내용이 자세하게 기사로 나가긴 했지만, 그래도 현장감 있게 이야기로 푼 케이스는 없었기 때문에 이번 방송에 관심이 많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강민재는 공지를 보여 준 뒤, 다시 채팅 창으로 화면을 돌렸다.
[봉준아머리감자 : 언제와독도는우리땅 : 최종현 조봉준에게 절여진 나의 뇌… 방송 좀 자주해줬으면 좋겠다…
열린마음 : 빨리오셈]
“들어갈게요.”
김정우의 말과 함께, 화면에 조봉준과 최종현의 모습이 비쳐졌다.
“안녕하십니까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천 분이나 오셨네. 진짜 많이 왔다. 안녕하세요.”
빠꾸미 : ㅎㅇ
요술공주종현 : ㅎㅇ
침팬지사육장 : ㅎㅇ]
“꼭 이런 방송에만 사람 잔뜩 들어오지. 평소에는 천명 채우는 것도 쉽지 않아.”
“네 주식 방송이 재밌겠냐, 이런 이슈 방송이 재밌겠냐. 생각을 좀 하고 말해라, 봉준아.”
“씨발, 진짜야? 얘들아, 내 주식 방송 재미없냐? 진짜 젖과 꿀이 흐르는 정보들이 가득한 방송인데?”
[요술공주종현 : ㅇㅇ잼없음쫄지마 : 주식안하는사람들은 재미없지ㅇㅇ
헤이헤이 : 난 재밌게 보고 있음
완벽한사람 : 이 방송 보는 사람의 90퍼센트는 거의 이슈 때문에 보는걸걸 님의 재미없는 주식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존나 상처 받아서 방송하기 싫다.”
“개소리 말고, 시작합시다. 자, 이번에 다룰 주제. 김화영 사건, 이라고 하면 모두가 알아듣기 쉽지만 사실 김화영 씨는 피해자거든요. 억울하게 누명 쓴 케이스라서, 김화영 씨 이름을 계속 언급하는 건 다소 김화영 씨한테 폭력적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새롭게 부를 이름을 생각해 봤습니다. PD님, 이미지 띄워 주세요.”
[재벌 형제 살인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