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375)
너희들은 변호됐다-375화(375/641)
조사가 끝난 후, 박진성은 얼이 빠져 있었다.
왜 아니겠는가.
자신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했는데, 전부 아니라고 하니 마치 자신이 꿈이라도 꾼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변호사님, 이제 어떡하죠?”
접견실에서 박진성은 테이블에 엎드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증거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괜찮을 줄 알았어요. 변호사님이 미리 전부 부인당할 거라고 하셨을 때도, 근데…….”
“희망을 버리지 마세요, 박진성 씨. 저희가 어떻게든 박진성 씨 무고함 풀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힘내세요.”
강민재가 다정하게 말했지만, 박진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증거는 그게 다였는데, 어떻게 희망을 안 버려요. 모두가 다 짠 것처럼 아니라고 하는데! 이제 깜빵에 들어가게 생겼는데! ……제가 어떻게 희망을 안 버리냐구요.”
박진성은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해한다.
하지도 않은 행동을 했다고 하고, 대한민국처럼 마약 범죄를 세게 다루는 나라에서 마약 유통죄로 들어갈 판인데 어떻게 감정적인 동요가 없을까.
나 역시도 다소 암담하게 느껴지긴 한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야겠지만.
“아직 교도소로 가는 건 아닙니다. 아시겠지만, 미결수들이 가는 구치소에 가는 겁니다. 물론 그것도 싫으시겠지만,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게 좋습니다. 구속 영장 나오면 저희가 다른 증거들 모아서 구속 적부심을 진행할 겁니다. 기각되지 않으면 다시 나와서 자유로운 몸으로 수사받을 수 있습니다.”
“……구속 적부심 진행하면 풀려나나요?”
“저희가 많이 노력해야죠.”
강민재가 끼어들어 대답했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구속적부심이 열릴 때까지 저희가 쓸 만한 증거를 모으지 못하면 기각될 확률이 높습니다.”
“변호사님!”
내가 솔직하게 대답하자, 강민재는 놀란 듯 나를 돌아보며 핀잔을 주었다.
하지만 사실이 그런 것을 어떡하겠는가.
법원은 이미 우신의 편일 것이 뻔하다.
구속적부심을 신청하는 날 무죄 증거를 들고 가지 않는 한, 인용될 일은 없을 터였다.
박진성은 아마 자신이 아버지 옷 벗기기 위한 묘수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알았다면 원망하는 말이라든지, 원망하지 않더라도 아버지 이야기를 한다든지 했을 텐데 일절 그런 말은 없었다.
아마 새벽에 갑자기 구속되었고, 박영기가 접견을 오지 않았기 때문에 알려 줄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 사실을 말하면 괜히 부자 사이에 골이 깊어지고 박진성이 엇나갈 가능성이 있으므로,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괜히 희망을 주는 것보단 적절히 지금 처한 상황을 똑바로 파악하게 하는 것이 박진성을 위해서도 더 나은 길이라 생각된다.
“자유로운 몸으로 수사받을 수 있게 해 드리겠다는 말은 못 하겠습니다. 하지만 박진성 씨 억울한 건 반드시 풀어 드리겠습니다.”
“……그건 방법이 있는 건가요?”
“있을 겁니다.”
“확답을 못 하시네요.”
누구든 억울한 상황에 처하면 자신을 돕는 사람이 반드시 자신을 수렁에서 건져 주길 바란다.
하지만 확답을 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오히려 반드시 구해 주겠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약을 파는 것이나 진배없다.
그의 마음을 달래 주려고 약을 팔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여태까지 그래 왔듯,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거라는 믿음이 있을 뿐이다.
“나중에 이런 일에 다시 처하게 된다면, 박진성 씨한테 확답을 주는 사람을 조심하십시오. 절대 믿으면 안 되는 사람입니다.”
“하, 그렇겠죠. 이제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데 뭘 보고 확답을 주시겠어요. 제 질문이 어리석었네요……. 씨발, 진짜…… 변호사님, 욕해서 죄송한데요, 저 너무 억울해요. 진짜로, 흑, 너무 억울하다고요…….”
박진성은 그 말을 끝으로 엉엉 울기 시작했다.
강민재는 그에게 손수건을 건넸고, 박진성은 이를 거절하며 손바닥으로 눈물을 닦았다.
“저희 둘 다 아버님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풀을 묶어서라도 은혜를 갚을 겁니다. 그러니까 마음 단단히 잡으세요. 아셨죠?”
“……네.”
접견이 끝나고 우리는 택시를 타고 바로 리얼 모터스로 향했다.
차도 픽업해야 했고, 박진성에 대해서도 대놓고 물어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리얼 모터스 문 닫아서 제 차도 픽업 못 하면 어떡해요?”
“그땐 소송 걸어서 끌고 나와야지. 어차피 강 변 차 또 있잖아. 다른 차 써.”
내 말에 강민재가 고개를 끄덕이다, 문득 나를 돌아보았다.
“그래서 제 차 거기에 맡기자고 하신 거였어요?”
“그래서가 뭐가 그래서야?”
“문 닫아서 픽업 못 할지도 모르는데, 그런 식으로 써먹으려고 그러신 거였냐고요!”
“뭐, 아니라고 쳐.”
정확히는 남의 차 넘겨주지도 않고 문 닫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거니까.
“아니라고 치자니요! 맞는 거죠? 그렇죠?”
“몰라.”
“태식 씨가 왜 변호사님을 악덕 변호사라고 하는지 알겠네요! 내 붕붕이를…….”
“조용히 해. 통화 좀 하게.”
나는 휴대폰을 안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
“누구랑 통화하시는데요.”
“택시 기사.”
전화를 걸자마자 기계 음성이 들려왔다.
“없는 번호래.”
“튀었네.”
박진성의 조사 시간을 봤을 때, 택시 기사와 정비사 등의 참고인은 오늘 낮에 불려 나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까지는 연락이 되었을 텐데, 갑자기 없는 번호로 뜬다니.
그건 역시 경찰 조사까지 받았으니 이제는 튈 타이밍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태식이를 푼다고 해도 튀기 전에 잡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엄청 빨리 튀네요. 하긴 그런 짓을 저질러 놨으면 튀기라도 빨리 튀어야죠.”
강민재는 이를 바득 갈며 대답했다.
어쨌든, 오래 가지 않아 우리는 리얼 모터스 앞에 내렸다.
다행히 아직도 영업 중인 모양으로, 그때 우리와 이야기했던 정비사가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어, 오셨어요?”
“네. 저희 붕붕이 아픈 데 다 나았나요?”
“하하, 그럼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얼마 지나지 않아, 정비사는 강민재의 차를 끌고 나왔다.
사고의 흔적도 없이 깔끔하게 처리된 것을 보니 강민재는 기분이 좋아진 듯했다.
앞 범퍼를 쓸면서 헛소리까지 해 댔다.
“붕붕아, 이제 아프지 마.”
“유쾌하신 분이네요.”
“얼마죠?”
“아, 일단 영수증부터 보여 드릴게요. 자암깐만 기다리세요.”
정비사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바깥에 서 있던 나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물을지를 고민했다.
정말로 박진성의 차를 정비하지 않았냐고 묻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누구에게 돈 먹고 이 짓 하느냐 물으면 지레 겁을 먹기 마련이니까.
기다리는 동안 고민을 반복하는데, 골목 어귀에서 차 한 대가 들어오는 게 눈에 들어왔다.
택시 한 대.
설마, 하는 생각으로 강민재를 끌고 공업사 바깥 전신주 뒤로 몸을 숨겼다.
박진성이 지금 상황에 놓인 것은 택시 기사가 혁혁한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택시 기사가 일부러 접촉 사고를 낸 것을 시작으로 리얼 모터스가 박진성의 차를 일시적으로 보유하게 되었고, 리얼 모터스에 있는 동안 차가 나가서 인천항에서 마약을 실어온 것이다.
물론 그때 같이 술을 마셨다던 새로 온 담당자는 박진성이 생각보다 일찍 차를 픽업하러 가거나 작업실 CCTV에 찍힐 것을 대비해 나타난 존재일 것이다.
박진성에게 술을 진탕 먹인 뒤, 집으로 들어가 쓰러져 잘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게 그의 역할이었다.
지금 박진성이 처한 상황은 줄줄이 꿰어진 구슬과 같다.
모든 인물이 적재적소에 등장해서 박진성을 궁지로 몰았다.
“쉿.”
공업사 앞에 도착한 택시는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멈췄다.
“헉, 저 사람 그 택시 기사 아니에요?”
블랙박스를 조사 중에 여러 번 돌려 봤기에 우리는 택시 기사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휴대폰까지 죽였으면 우신에게 받은 돈으로 일찌감치 멀리 튀었을 줄 알았는데, 리얼 모터스에 등장할 줄은 몰랐다.
“정 사장! 정 사장!”
매우 자연스럽게 공업사 안의 물건들을 만지작거리며 그는 정비사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몰래 택시 기사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경찰 조사에서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친교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말까지 하는 사이라면 말 다 한 것 아닌가?
“아, 왔어?”
우리에게 주겠다던 내역서를 찾았는지, 종이를 들고 나온 정비사가 택시 기사에게 알은체했다.
“아직도 문 안 닫고 뭐 해?”
“손님이 차를 안 가져가서. 이제 가지러 오셨으니까 넘겨주고 가면 돼.”
“짐은 쌌어?”
“쌌지. 커피나 하나 타 먹으면서 기다리슈.”
정비사는 그렇게 말한 뒤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그를 마주 보았다.
“내역서입니다. 확인하시고 뭐 문제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음…… 한 가지 문제가 있긴 한데.”
나는 내역서를 훑어보는 척하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받는 척하며 강민재에게 내역서를 건넸다.
그리고 나는 정비소 바깥으로 나가 태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다.”
─저도 저입니다. 왜요.
“오랜만에 일 하나 줄게.”
─뭔데요?
“지금 여기가 리얼 모터스라고, 강남에 있는 공업사거든. 여기서 남자 둘이 짐 싸 들고 나갈 거야. 이 사람들 뒤 좀 밟아야겠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근데 도착하려면 존나 빨리 가도 15분 정도는 걸릴 텐데.
“그 정도는 붙잡고 있을게.”
─알겠습니다. 누구 보낼까요?
“지금 여권 갖고 있는 놈으로 보내. 혹시 해외로 튈지도 몰라.”
─누가 여권을 가지고 다녀요, 시벌. 야! 너네 여권 있는 사람 있냐?
─저 있습니다!
─헐, 진짜 있네. 얘로 보내겠습니다.
지금 당장 정말 박진성을 모르냐고 물어볼 수도 있지만, 그 방법은 좋지 않다.
여기서 대놓고 물으면 택시 기사가 그대로 도주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보아하니 우신에서 한동안 놀다 오라고 용돈 좀 쥐여 준 모양인데, 혼자 가긴 뭣해서 둘이 같이 가기로 한 것 같다.
그러니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따라가면 그들이 한날한시에 ‘휴가’를 떠났다는 점을 들어 친분을 입증할 수 있다.
물론 내가 방금 찍은 동영상도 그들의 친분을 확인할 수 있지만, 부족한 감이 없잖아 있으니 확실히 하는 게 좋다.
다시 정비소로 돌아가니 택시 기사는 간이 의자에 앉아 후루룩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나는 차 쪽으로 다가가 앞 범퍼를 살피는 시늉을 했다.
“이쪽 사장님이 문제없다고 하시는데…….”
정비사가 강민재를 가리키며 말하자,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앞 범퍼를 가리켰다.
“여기 칠이 좀 덜 된 것 같은데요?”
“칠이요? 어, 괜찮은 것 같은데…….”
“그리고 앞 범퍼 구겨졌던 것도…… 범퍼 전체를 갈았다고 하기에는 좀 울룩불룩한 느낌도 있고요.”
“…….”
정비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나를 보더니, 내가 가리킨 곳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강민재는 그런 나를 바라보다가, 왜 그러는지 깨달은 듯 앞으로 나섰다.
“여기 이거, 안 보이세요? 저도 아까는 대충 봐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뭐가 문제라는 건지 모르겠어서……. 이것 참…….”
정비사는 답답하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으며 택시 기사의 눈치를 보았다.
얼른 튀어야 하는데 계속 우리가 붙잡고 있으니 불안한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있는 트집 없는 트집 잡아가며 시간을 끌었다.
그때였다.
주머니에 넣어 놓은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차주한입니다.”
─아, 변호사님. 저 준범이에요. 지금 리얼 모터스 앞에 도착했습니다. 변호사님들 보입니다!
“그래? 알았어.”
나는 전화를 끊은 뒤, 여전히 차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고 우기는 강민재의 앞을 막고 나섰다.
“다른 공업사에 맡기겠습니다.”
“예?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겁니다.”
“비용 달란 말 아니니까 놀라지 마세요. 사장님 눈엔 안 보이고 저희 눈에만 보이는 것 같으니 어쩔 수 없잖습니까.”
“끄응, 알겠습니다.”
정비사는 카드 기계를 들고 나왔고, 나는 카드를 건넸다.
영수증이 나오는 것을 보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하필이면 현금으로 해서, 수기 영수증을 받아서 박진성이 이 꼴이 됐다.
박진성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없었겠지만, 사건이 끝나면 앞으로는 모든 일에 증거가 남도록 카드를 활용하라고 조언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이제 가실까요?”
공업사에서 미끄러져 나온 차는 그 앞 골목에 주차된 준범의 차량과 스치듯 지나쳤다.
조금 더 멀어졌을 때, 나는 준범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제 둘이 같이 도망칠 거야. 어떤 차로 나갈진 몰라. 택시일 수도 있고, 일반 차량일 수도 있어. 무조건 끝까지 쫓아간다. 절대 놓치지 마.”
나중에 코너에 몰아넣고 이래도 니들이 친분이 없냐고, 강민재의 표현을 빌리자면 말로 빠따 때릴 생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