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379)
너희들은 변호됐다-379화(379/641)
“정용만 씨.”
나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정용만은 나에게서 멀어지고 싶은 듯 의자에 바짝 기대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정말 내가 때리기라도 할 줄 아는 건가.
“김기철 씨 지금 어디 있습니까?”
“왜 김기철이 행방을 나한테 물어요?”
정용만은 눈을 질끈 감으며 소리쳤다.
정용만은 이 일에 우신이 관여되어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른다.
그러니 그가 아는 선에서 이 일에 관여된 사람은 김기철이 끝일 것이다.
두 사람은 분명히 거래했다.
정용만이 갑자기 경찰을 배신한 것도, 김기철과 비슷한 시기에 사표를 쓴 것도, 모두 수상하다.
“두 사람 사이에 거래가 발생했습니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정보는 알 것 같은데요.”
“저는 우신이 왜 김기철이를 찾는지도 모르겠다고요!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내 말을 못 알아듣는 것 같아서 다시 묻겠습니다.”
“…….”
“김기철과 거래했습니까?”
“안 했습니다!”
[거짓]나는 한숨을 쉬었다.
정용만과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다.
이럴 땐 적절히 겁을 주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나는 태식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태식이 정용만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그의 어깨를 짚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냥 보내 준다니까?”
직접 보니 태식은 정말 악당 같다.
다른 사람들도 날 보며 같은 기분이었겠지.
하지만 효과는 있었다.
정용만은 덜덜덜 떨면서 태식을 올려다보더니, 다시 눈을 질끈 감으며 소리쳤다.
“거, 거래했습니다. 거래했어요!”
“돈 받았습니까?”
“네, 네, 돈 받았습니다.”
“얼마 받았습니까?”
“2, 2억요. 2억 받았습니다.”
“김기철이 경찰에 입 다무는 대가로 2억 준 겁니까?”
“네, 네……. 그리고 이직하는 대가로…….”
그래서 오늘 허민우와의 약속에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사라져 버리면 그만이니까.
물론 상대가 경찰이라 대한민국 안에서 새로 이직한다 하더라도 금방 찾겠지만, 어쨌든 경찰 측에 그쪽 정보원 노릇은 그만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김기철이 어디 있는진 모릅니까?”
“해외 어디로 나간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안 나갔는지 나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김기철이 돈이 많아서…….”
해외로 날랐다면 다시 들어올 때까지는 김기철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허민우의 말을 들으면 김기철이 박진성의 트렁크에 넣을 마약을 확보한 사람 같은데…….
아직 나가기 전이라면 허민우에게 김기철을 주요 참고인으로 신청하고 출국 금지를 때릴 수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 사건이 끝날 때까지 한국에 들어오지 않을 테니까.
어려운 일이다.
만일 주요 참고인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면 허민우는 진작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걸 보면…….
나는 한숨을 쉬며 정용만을 바라보았다.
“김기철이 언급했던 다른 사람은 없습니까.”
“다, 다른 사람요? 그게 무슨…… 윽!”
정용만은 자신의 어깨를 쥔 태식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신음을 흘리며 눈썹을 찌푸렸다.
내가 태식에게 눈짓하자, 정용만이 숨을 몰아쉬며 마른침을 삼켰다.
어차피 정용만은 박진성 사건에 대해서는 잘 모를 것이다.
애초에 김기철이 그런 사건을 메이드 하면서 사사건건 전부 정용만에게 들켰다면 여태까지 계속 해 먹을 수 없었을 테니까.
지금까지 정용만은 그저 김기철의 수많은 악행 중에 일부에 지나지 않는, 자신이 목격한 것들이나 수상한 것들을 경찰에 제보했을 뿐이다.
물론 그것을 김기철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자신은 조용히 해외로 빠져나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정용만의 입을 막을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것치고 2억이나 줬다는 건 놀랍지만, 우신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라고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다.
“여태까지 김기철과 관련된 일들을 경찰에 제보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 들은 이름들은 없습니까.”
“드, 들은 이름요?”
정용만은 그렇게 되묻고는 고개를 푹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박진성이라는 사람 이름은 들었습니다. 뉴스에 나오던데…….”
“박진성요? 박진성에 대해서 뭐라고 들었습니까.”
“김기철이가 저한테 박진성이라는 사람이 마약 밀수를 하려고 한다고 했는데…….”
어쭈, 이 자식 봐라.
아무래도 김기철이 정용만한테 지령을 내리고 간 것 같다.
여태까지 정용만이 경찰의 편에 있었으니 그런 그가 저렇게 말하면 박진성의 범죄 사실이 진짜로 굳어질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아무래도 전체적인 디자인은 조용히 입 다물고 이직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되, 혹시라도 잡히면 박진성이 마약 유통책이라고 불라고 시킨 것 같은데.
“똑바로 말 안 하면 집에 멀쩡히 못 돌아갑니다.”
이번엔 나도 협박해 보기로 했다.
정용만은 벌벌 떨면서 태식과 나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정용만 씨가 김기철이한테 2억 주면서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나 보죠?”
“그, 그건 아닌데…….”
[진실]어라.
김기철은 정용만에게 2억을 주면서 거짓말을 하라고 시킨 게 아니었다.
박진성의 마약 밀수가 팩트인 것처럼 말해서 혹시라도 정용만이 붙잡히면 그렇게 실토하게끔 만든 것이다.
“또 뭐라고 하던가요.”
“이제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거짓]거짓말과 진실을 오묘하게 섞어 가면서 대답하는 것이, 나를 답답하게 만든다.
이럴 땐 적당히 겁을 주는 것도 방법이다.
“태식아, 죽지 않을 만큼만 손봐 줘.”
“예.”
태식과 직원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각목 따위를 찾아 바닥에 질질 끌며 정용만에게 다가갔다.
정용만은 공포에 떨었고, 어떻게든 벗어나려 했지만 테이프에 꽉 묶인 몸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까 저분이 변호사님이라고 부르던데, 변호사님! 변호사님, 저 정말 잘못 없습니다, 아니 그냥 김기철이가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이에요. 제발 살려 주세요, 제발…….”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게 솔직하게 말한 겁니다. 그러니까 제발…….”
이제 보니 정용만은 김기철도 무섭고 나도 무서운 모양이었다.
김기철이 여태 정용만을 가만둔 것을 보면 경찰에 일일이 찌르던 놈이 누군지 몰랐다가 최근에 알게 되면서 정용만에게 접근해서 거래를 한 것 같은데.
그때 김기철에게 첩자 노릇 하던 자신의 존재가 들켰다는 사실에 대단히 겁을 먹은 것 같다.
나야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당장 때릴 것 같으니 무서운 것 같고.
“김기철이 정용만 씨 구해 준다고 합니까? 김기철이는 지금 없는데, 누가 정용만 씨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습니까.”
“…….”
“아까부터 똑같은 말 하고 있습니다. 진실만 말하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정용만은 내 말에 깊이 망설이는가 싶더니, 말을 더듬으며 소리쳤다.
“또, 또, 또 다른 이야기도 괜찮습니까? 다른 얘기, 다른 얘기 할게요.”
“다른 얘기?”
“예, 마약, 마약 유통하는 놈 다른 놈도 알아요! 저, 저 같은 것보다 그, 그 사람 찾아가시면 더 얻는 게 많을 겁니다! 정말이에요!”
정용만의 말에 나는 각목을 집어 든 채 다가오고 있는 태식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는 정용만에게 턱짓했다.
“말해 보세요.”
“깡치라는 놈이 있습니다. 강남 클럽 쪽에서 마약 유통하는 놈인데……. 만일의 상황이 오면 박진성이 깡치한테 마약 넘기려다가 걸린 걸로 하면 된다고 김기철이가 말했습니다. 깡치하고도 얘기 다 돼 있다고……. 정말입니다, 이건 정말, 정말입니다……. 이건 제가 엿들은 겁니다. 정말입니다…….”
[진실]정용만은 눈물 콧물 빼며 말했다.
깡치?
처음 듣는 이름이다.
그리고 매우 깡패 같은 이름이다.
“깡치라고 했습니까.”
“예, 예……. 박진성 뉴스 탄 날 전화 통화하는 거 엿들었습니다. 정말입니다. 깡치가 지금 마약 관련으로 수배 중이라고 했습니다. 정말로, 정말로 제발 한 번만 믿어 주십쇼, 제발! 이제 더 할 말도 없습니다. 변호사님, 제발…….”
[진실]정용만의 말을 정리하면 그들은 박진성을 마약 유통책으로 만들고 깡치라는 인물에게 마약을 넘기려 했다가 실패한 시나리오로 갈 예정이었다는 건데.
이건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생각해 보면 마약을 유통했다는 죄목이면, 누구한테 유통하려 했는지도 중요하지 않은가.
이미 마약 관련으로 수배 중인 깡치라는 사람에게 넘기려고 했다고 하면 신빙성도 높아진다.
좋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수단을 쓰긴 했지만 하나 건졌다.
“자, 정용만 씨.”
나는 정용만에게서 한 걸음 뒤로 떨어지며 말했다.
내가 가까이 있으니 계속 겁을 먹어서 어쩔 수 없었다.
“예?”
“지금까지 했던 말을 논리정연하게, 김기철이 깡치와 연관되어 있다는 말을 해 주시면 바로 풀어 드릴 겁니다. 아셨죠?”
“……예? 아, 예.”
여태 녹음했던 걸 그냥 쓰자니 협박으로 인한 거짓 증언으로 몰릴 것 같아서 정용만의 차분한 음성을 따로 담기로 했다.
정용만은 시키는 대로 잘 녹음했다.
나는 만족스럽게 녹음기를 껐다.
“풀어 줘.”
나는 태식을 향해 말했다.
어차피 이제 더 할 말도 없다는데, 굳이 묶어 놓고 있을 필요는 없잖은가.
“태식아, 집까지 모셔다드려.”
“아닙니다, 아이고, 아닙니다. 제가 알아서 가겠습니다. 제 휴대폰만 좀…….”
“길이 멀 텐데요.”
“아유, 괜찮습니다. 휴대폰 감사합니다. 전 그럼 이만…….”
의자에 묶인 테이프가 잘려 나가기가 무섭게 정용만은 달리기 시작했다.
곱게 데려다줄 생각이었는데, 그 먼 곳까지 어떻게 가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
“태식아, 너 깡치라고 아냐?”
“모르겠습니다. 찾아봐야 할 것 같은데요. 근데 그런 놈들은 근거지를 찾아낸다고 해도 만나기가 쉽지 않아서…….”
“그래? 그래도 한번 찾아봐.”
“넵.”
나는 비닐하우스 바깥으로 나가 강민재의 차에 올라탔다.
강민재는 운전석에 올라타더니, 나를 흘긋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이상해서 인상을 찌푸리며, 왜? 하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이다.
“오늘도 가르침 잘 전수받았습니다. 아, 확실히 검사 때에 비해 변호사는 정보 얻는 것도 쉽지 않네요.”
“배우지 마.”
“왜요.”
“별로 좋은 건 아니잖아. 나야 박진성 씨 하루라도 빨리 빼 주려고 이런다지만.”
“모든 의뢰인을 빨리 빼 줘야 하잖아요.”
“상대가 우신이잖아. 더 빨리 빼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그건 그렇네요. 출발하겠습니다아.”
나는 출발과 동시에 허민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와 연관되고 싶지 않은 건 지금도 여전하지만 사건이 중요하니 어쩌겠는가.
-여보세요?
“허민우 경위님, 저 차주한입니다.”
-아, 예. 어쩐 일로…….
“깡치라는 사람 아십니까?”
-깡치요? 알기야 알죠. 지금 수배 중이라는 것 정도지만. 그런데 깡치는 왜요?
“김기철이 깡치와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김기철이 출국하기 전이면 주요 참고인으로 김기철 출국 금지 가능한가 해서요.”
-아…… 그러려면 증거가 필요한데요. 있으십니까?
“녹취록 있습니다. 깡치와 김기철이 연관되어 있다는 내용의 녹취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