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38)
너희들은 변호됐다-38화(38/641)
지이이잉.
퇴근하는 길이었다.
갑자기 울리는 진동 소리에 통화 버튼을 눌렀다.
-변호사님! 큰일 났습니다. 문자는 대체 왜 안 보세요?
태식이었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나서야 상단바에 문자 아이콘이 나타난 것을 발견했다.
“운전 중이었어. 무슨 일인데.”
태식은 원래도 잘 흥분하는 성격이긴 하지만, 아무 일도 아닌 걸로 큰일이라고 표현할 놈은 아니다.
-나은성 씨 집에 푸른섬 쪽 변호사 새끼들이 찾아갔대요. 상길이가 변호사님한테 문자 했다는데! 전화하면 들킬까 봐 전화는 못 드렸다고…….
“뭐?”
나는 다급하게 유턴했다.
이곳이 유턴 가능한 곳인지 확인할 겨를도 없었다.
“나은성 씨가 집에 들였대?”
-나은성이 들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집에 들어갔답니다. 여자 한 명이 변호사님 뒷담을 존나게 깠다나 봐요.
이간질이 었다.
이런 질 낮은 방법을 쓰시겠다?
헛웃음이 나왔지만, 좌시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세 치 혀를 매끄럽게 놀리는 변호사가 순진한 의뢰인 가지고 노는 것은 일도 아니다.
게다가 나은성은 심약하기까지 하니.
“알았다. 일단 상길이한테 변호사 가는지 확인하고, 가면 바로 연락하라고 해.”
-넵.
강민재에게 전화하려다가 관두었다.
푸른섬 미디어에서 처음 조정을 위해 만났을 때, 그 역시 유정원의 말에 흥분했던 것이 떠올랐다.
괜히 그가 먼저 도착하기라도 하면 일이 커질지도 모르니, 이번 일은 내가 해결해야 했다.
“여긴가.”
허름한 건물 앞에 도착했다.
과연, 이곳에 유정원이 찾아온 게 맞기는 한 모양인지 건물과 어울리지 않는 외제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나는 대충 차를 대어 놓고 건물 안으로 뛰어 올라갔다.
“변호사님!”
상길이 나를 보자마자 반색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나는 그와 상대해 줄 시간이 없었다.
바로 지나쳐 나은성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
“나은성 씨, 차주한입니다.”
안에서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곧 문이 열렸다.
나은성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변호사님?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그녀는 마치 나쁜 짓을 하다 걸린 아이처럼 겁에 질린 얼굴로 물었다.
현관에는 베이지색 구두가 한 켤레 놓여 있었다.
유정원이 아직 안에 있는 것이다.
“유정원 변호사와 함께 계시군요.”
나은성은 삽시간에 사색이 되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은성 씨를 탓하려는 게 아닙니다. 잠시 안으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나은성은 망설이며 잠시 집 안으로 고개를 돌렸다.
유정원과 무슨 사인을 주고받는 듯했지만, 그녀도 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를 들이지 말라고 하면, 본인의 신뢰도가 하락할 뿐이라는 것을.
내 험담을 했다면, 내 앞에서도 그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야 당당한 것이다.
“……네.”
결국, 나은성은 문을 활짝 열어 주었다.
방 안에 앉아 있던 유정원이 나를 방긋 올려다보았다.
개다리 반상 위에는 서로 다르게 생긴 컵 두 개가 올려져 있었다.
유정원 몫의 주스가 바닥을 보인 것을 보니, 이곳에 머무른 지 시간이 꽤 지난 모양이었다.
“어머, 차 변호사님. 이 늦은 시간에 여자 혼자 사는 집에 찾아오시다니요. 너무 무례하신 것 아닌가요?”
유정원이 말했다.
무례라는 단어에 강세를 두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내가 조정 자리에서 굉장히 무례했음을 어필한 모양이었다.
그때도 나에게 무례하다며 시근덕거렸으니, 예상 못 한 바는 아니었다.
“의뢰인에게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시간을 가리지 않는 편이라.”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건 누구 기준이죠?”
“물론, 저와 나은성 씨 기준입니다.”
“나은성 씨가 차 변호사님 부르셨나요?”
유정원이 묻자, 나은성은 여전히 꼿꼿하게 선 채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변호사님 말씀대로, 나은성 씨에게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칩시다. 그런데 어떻게 아시고 오셨어요? 설마, 나은성 씨에게 미행을 붙이신 건 아니겠죠?”
“미행이라니, 가당찮습니다.”
미행이라는 단어에 움찔하는 나은성에게 시선을 맞추며 대답했다.
“미행은 그쪽에 붙였습니다.”
내가 나은성에게 붙인 것은 경호원에 가깝지만, 미행이라 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실제로 상길은 나은성에게 푸른섬 미디어 쪽 사람이 접촉하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그녀를 따라다녔으니.
다행히 그녀는 슈퍼를 가거나 우리 사무실에 올 때가 아니면 대개 집에 있었으니, 그렇게 찜찜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이 상황에서 유정원의 말에 긍정하는 것은 나은성의 불안감만 자극할 뿐이다.
“저희한테 미행을 붙이셨다구요?”
“네. 불법은 아니잖습니까.”
내 대답에 유정원이 기가 막힌다는 듯이 웃었다.
“뭐가 찔리셔서 미행까지 붙이셨어요?”
“찔리는 건 제가 아니라, 푸른섬 미디어가 찔리는 행동을 할 것 같아 붙인 겁니다. 실제로, 찔리는 행동을 이렇게 하셨네요.”
“이보세요, 차주한 변호사님!”
유정원은 나은성을 곁눈질하며 그녀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려 했다.
“찔리는 행동이라뇨. 말씀 가려서하세요.”
“그게 아니라면, 나은성 씨를 법률 대리인인 저를 배제하고 개인적으로 접촉한 이유가 뭡니까. 상황만 보면 내가 들으면 안 될 것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처럼 보이고, 내가 들으면 안 될 것 같은 이야기라면 당당하게 하실 수 없는 이야기일 텐데. 그게 찔리는 행동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문득 발밑에 찢어진 종잇조각이 밟혔다.
나는 그중 한 조각을 들어 올렸다.
잘게 찢긴 것이 아니기에 그것이 무엇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법조계 커뮤니티에 올라온 나에 관한 게시글이다.
물론, 나를 가열차게 씹어 대던 댓글들도 함께.
“아, 이런 게시글을 인쇄하셔서 나은성 씨에게 보여 주셨군요.”
내가 종잇조각을 그녀에게 들이밀며 묻자, 유정원이 얼굴을 붉혔다.
그녀 스스로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원색적인 수법인지.
하지만 칭찬해 주고 싶은 점이 없지는 않다.
나은성이 직접 그 자리에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그녀가 심약하다는 것을 파악한 것 말이다.
그러니 이런 방법을 생각해 냈겠지.
미리 태식에게 말해 두지 않았더라면, 큰 낭패를 볼 뻔했다.
확실히 나은성은 유정원의 말에 흔들린 것 같으니.
“나은성 씨.”
“……네, 네.”
“말씀해 주십시오. 유정원 변호사가 이곳에 와서 무슨 이야기를 했습니까?”
“차 변호사님. 그건 본분에 벗어나는 행동입니다. 나은성 씨. 말씀하고 싶지 않으시면 하지 마세요. 변호사라고 해도 나은성 씨에 대해 모든 걸 알 권리는 없어요.”
유정원이 말하자, 나은성이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네, 없습니다. 하지만 변호인과 의뢰인이 승소를 위해 발을 맞춰 나아가려면, 재판과 관련된 사안은 아는 것이 좋죠. 하지만……. 말씀하고 싶지 않으시면,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는 유정원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 게시글을 나은성 씨가 찾아봤을 리는 없고, 아무래도 유정원 변호사가 나은성 씨에게 보여 준 것 같군요. 댓글까지 인쇄한 것을 보면 명백히 제 험담을 하려고 하신 것 같고. 한 가지 유추해 볼까요.”
나는 유정원이 끼어들 틈도 주지않고 계속 말했다.
“댓글의 대부분은 제가 이전에 맡았던 김형준 사건에서 검찰의 불찰을 지적한 것 때문에, 밉보였다는 말을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검찰과 붙을 일이 없는 민사로 철회했다……. 그런 내용으로 기억합니다만.”
“차 변호사님 본인 평판에 굉장히 관심이 많으신 모양이네요. 이런 글도 다 찾아보시고.”
“네. 본인 평판에 관심 없는 변호사도 있습니까?”
굳이 부인하진 않겠다.
나는 처음부터 평판 때문에 이 일을 시작한 사람이니까.
“나은성 씨. 이것 좀 보세요.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잖아요? 차 변호사가 나은성 씨의 사건을 맡은 것은 본인 평판 때문입니다. 패소하더라도, 거대 자본에 맞선 변호사라는 명성을 얻게 되겠죠. 그러니 그 작은 수임료로 나은성 씨 사건을 수임한 겁니다. 승소하게 해 주고 싶거나, 적어도 정말로 나은성 씨를 위한다면 조정 자리에서 그렇게 무례하게 굴진 않았겠죠.”
유정원은 마치 굳히기를 하려는 듯말했다.
내 험담이야 할 게 워낙 많아서 때마침 뭐라 했을지 구체적으로 궁금했던 차였다.
“아하, 그런 얘기를 하셨군요.”
“마치 아니라는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그 자리에서 무례하게 구신 건 아무리 정혜진 작가 쪽에 잘못이있다고 생각하신다고 해도, 매우 경솔한 행동이에요. 나은성 씨, 이런 변호사를 어떻게 믿고 이 큰 재판을 하시려고 하세요.”
유정원은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연기라면 다년간의 경험으로 지지않는다 생각했던 나 역시도 박수 치고 싶을 지경이었다.
“나은성 씨. 제가 수임료를 300만 원만 받겠다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사이에는 다른 계약도 있지 않습니까?”
이제 유정원과의 설전은 여기서 멈추고, 흔들리는 나은성을 잡아 줄 때가 되었다.
유정원에게 언변으로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에게 보여 주기 위해, 이 불필요한 말싸움을 해 주었을 뿐이니까.
“……네.”
“승소하면 성공 보수로 위자료의 일정 비율을 받기로 되어 있습니다. 제가 푸른섬 미디어에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은 76억 7천만 원입니다. 76억의 일정 비율이라면 금액의 규모가 얼마나 될지 모르지는 않겠죠, 유정원 변호사님.”
“……그렇다고 해도, 승소하지 않을 경우를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수임료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그녀는 급하게 대꾸했지만, 표정은 꽤 굳어 있었다.
나은성이 그 얘기는 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보나 마나 뻔했다.
유정원 혼자 떠드느라 나은성에게 말할 틈도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정도의 성공 보수는 너무 지나쳐요. 차 변호사님, 스스로 돈과 명예를 좇는다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네요.”
유정원이 비웃으며 말했다.
태광에 속한 변호사가 나에게 돈과 명예 운운이라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뭐, 그렇다고 칩시다. 패소했지만 거대 자본에 맞서 작가 지망생의 편이 되어 주는 변호사라는 명예와, 그 변호사가 심지어는 승소했다는 명예. 둘 중에 무슨 명예가 더 크겠습니까?”
“당연히 후자지만, 둘 다 의미 없는 타이틀은 아니죠.”
“네. 그렇다면, 제가 돈도 좇는다고 하셨는데. 고작 300만 원으로 이 고생을 하진 않겠죠. 돈을 좇는 제 목적은 당연히 수억의 성공 보수겠네요. 그러면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 무슨 수라도 다 동원하겠죠. 안 그렇습니까?”
유정원은 내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자가당착에 빠졌으니, 할 말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나은성 씨. 돈과 명예를 좇아 무슨 방법으로든 재판에서 이겨 주려는 변호사와, 도덕성만을 좇으며 이기든 지든 상관없는 변호사. 둘 중 어느 쪽에 의뢰하고 싶으십니까?”
내 물음에 나은성은 힘없이 웃으며 대답했다.
“어떻게든 이겨 주려는 변호사요.”
그리고 그녀의 머리 위에는 [진실]이라는 글자가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