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Have Been Defended RAW novel - Chapter (380)
너희들은 변호됐다-380화(380/641)
-여기서 깡치 얘기가 튀어나올 줄은 몰랐네요.
“깡치에 대해서 잘 아십니까?”
-아뇨, 제가 마약 수사 하기 전에 수배된 사람이라 저는 잘 모릅니다. 강남 클럽 쪽에서 활동한다는 것까진 들었는데. 알아보고 연락드릴까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통화가 끝난 후, 강민재가 신난 듯이 말했다.
“이거로 박진성 씨 풀어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김기철이 만일의 상황엔 박진성 씨가 깡치한테 마약을 넘겨주기로 한 걸로 하자고 했다면, 박진성 씨는 무고하다는 뜻이잖아요.”
“증거를 이만큼 모아서 갔는데 이걸로 박진성 씨를 못 풀어 준다면 말이 안 되는 거지. 일반적인 상황에서라면 말이야.”
“우신이 돈을 풀어서 안 될 거라는 말씀이세요?”
“우신 머니가 더 효과가 좋을지, 우리가 가진 진실이 더 효과가 좋을지. 그건 나도 모르지. 어쨌든 김기철이 수배 중인 깡치와 음모를 꾸몄다는 증거는 잡았으니까 출국 금지 때리고 참고인으로 불러야지. 그때 박진성 씨 건까지 엮어서 수사해야 할 것 같고. 그건 뭐, 경찰이 알아서 할 일이라 우리가 간섭할 여지는 없지.”
“그럼 우리는 깡치 찾는 데 집중해야 하나요.”
“그렇지. 박진성 씨가 유통하려던 마약이 깡치한테 들어가는 걸로 얘기가 끝났다고 했으니, 깡치도 누군가에게 사주받았을 가능성이 커. 깡치가 가뜩이나 수배 중인데도 죄목을 늘리는 데 동의했다면 그 이유가 있을 거잖아.”
태식에게 깡치를 찾아보라고 했으니, 조만간 어떻게든 연락이 올 것이다.
여태 태식에게 누군가를 찾으라고 했을 때 못 찾은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니 이번에도 태식을 믿어 볼 수밖에.
“근데 정용만 씨는 어떻게 집에 가려고 하는 걸까요? 데려다준대도 싫다고 하고.”
내가 안전벨트를 매기가 무섭게 차가 출발했다.
나도 의문이다.
정용만의 집에서 여기까진 꽤 먼 거리인데 휴대폰 하나만 들고 어떻게 가겠다는 거지?
정용만 바지 주머니를 뒤졌을 때 돈이 없는 걸 옆에서 보았는데 말이다.
택시도 못 타고, 버스도 못 타고.
집까지 걸어갈 심산인가?
하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데려다주겠다는 걸 본인이 거절했으니 어쩌겠는가.
“어, 저기 정용만 씨 아니에요?”
골목을 빠져나가 큰길에 진입한 지 5분.
강민재는 인도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건지 허우적거리며 걸어가는 정용만이 거기에 있었다.
“태워 준다고 해 볼까요?”
갑자기 납치당해서 신문받느라 힘들었을 텐데, 나 역시 지금도 데려다줄 의향은 있다.
나는 조수석 창문을 열며 소리쳤다.
“정용만 씨!”
내가 소리치자, 정용만이 반사적으로 내 쪽을 바라보았다.
“집까지 멀 텐데, 태워다 드릴…….”
“헉, 허억!”
하지만 정용만은 발작하듯 고양이처럼 어깨를 세우더니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달려가는 것보다 차 타고 가는 게 더 빠를 텐데…….
“싫은가 봐. 그냥 가자.”
“넵.”
* * *
집으로 돌아오니 진이 빠져서 옷도 갈아입지 않고 소파에 앉았다.
등받이에 몸을 깊게 기대고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나는 눈을 감았다.
해외로 도주할 거라는 그 세관 팀장 김기철이 출국 금지 당해서 잡혀 오면 다른 방향으로 수사가 시작될 테지만…….
나는 몸을 일으켜 서재로 들어갔다.
그리고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천천히 기록하기 시작했다.
<박진성을 궁지에 몰기 위해 동원된 사람>
1. 택시 기사 – 끄나풀.
2. 리얼 모터스 사장 – 끄나풀.
3. 김기철 – 출국금지 대기 중.
-인천항 세관 팀장이었으나 퇴사
-마약 유통 쪽에 깊이 뿌리내려 경찰에서 주시 중임
-박진성의 차가 도용되었을 때 함께 움직였을 가능성 있음
-우신의 명령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음
-박진성의 마약 유통 누명을 씌우면서 깡치와 협력한 것으로 보임.
4. 깡치
전부 써 내리고 나니 복잡했던 머릿속이 조금은 정리된 기분이다.
이제 우리가 찾아야 하는 사람은 깡치.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김기철이 가장 중심인물인 것으로 보이고, 깡치는 협력자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 예상된다.
그렇다고 해서 깡치를 잡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하아…….”
나는 의자에 주저앉아 멍하니 화이트보드를 바라보았다.
김기철을 출국 금지 시키고 참고인으로 불러온다고 했을 때, 김기철이 과연 사실을 털어놓을 것인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김기철이 수배 중인 깡치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도 정용만 한 사람의 증언에서 나왔을 뿐이고, 참고인을 피의자로 전환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나 우신이 김기철의 뒤를 봐주고 있다면.
지금 당장 기대를 걸어 볼 만한 것은 깡치다.
물론 깡치도 당연히 김기철과 한패이니 쉬울 것 같진 않지만…….
찾고 생각하자.
괜히 머릿속만 어지럽힐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나는 일단 씻기 위해 서재를 나섰다.
그리고 드레스룸으로 들어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욕실로 들어가려는데,
딩동.
벨이 울렸다.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10시가 넘었는데 누가 이 시간에 나를 찾아온 거지?
인터폰으로 다가가자, 알 수 없는 물건이 들어 있는 봉지로 화면이 다 가려져 있었다.
-차 변! 치킨 먹자!
-빨리 문 열어!
“하아…….”
조봉준과 최종현이었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어? 이 시간까지 뭘 그렇게 바쁘게 일했어?”
최종현이 나를 보더니 대뜸 물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머리에 왁스기가 남아 있어서. 치킨 어디서 먹어? 식탁에 놓으면 되나?”
그는 나를 지나쳐 부엌으로 들어갔다.
가운데에 치킨을 놓고, 나에게 말도 하지 않고 부엌 찬장에서 앞접시와 포크 따위를 꺼내 세팅하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일한 걸 알면 제가 쉬고 싶어 할 거란 생각은 안 하셨습니까?”
“했는데 어쩌겠어. 내가 치킨을 사 버렸는데. 근데 차 변 한 마리 다 먹을 수 있어? 세 마리 사 왔는데.”
“다 못 먹습니다.”
“남자도 아니네, 남자도 아니야.”
최종현과 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조봉준은 혀를 쯧쯧 차며 식탁에 앉았다.
“무슨 일 하고 있길래 이 시간까지 일했어? 뭐 재미있는 일 일어났나?”
조봉준이 치킨을 앞접시로 가져가며 물었다.
이거, 방송 주제 털러 온 것 같은데.
이번 사건은 아직 방송을 이용해 이득을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딱히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신과 관련된 사건이기도 하고, 도움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굳이 숨길 필요는 없겠지.
“박영기 차장검사 장남 마약 유통 건 하고 있습니다.”
“아, 그럴 줄 알았지. 야, 내가 뭐랬냐. 그거 차 변이 할 거라고 했지?”
최종현이 조봉준의 등을 때리며 말했다.
“귀신이야, 귀신.”
“인마, 내가 기자 짬밥이 몇 년인데. 그래서, 뭐 얻은 건 있어?”
“최 기자님, 마약 쪽으로도 잘 아십니까?”
“흠, 나는 잘 모르지. 우신만 들입다 팠으니까. 하지만 잘 아는 사람은 알지.”
“소개해 주실 수 있습니까? 지금 찾는 사람이 있어서요.”
최종현은 대답 대신 어딘가에 전화를 걸고, 스피커폰으로 전환해 식탁 가운데 내려놓았다.
그의 휴대폰에 떠 있는 이름은 윤세연이었다.
-어, 선배님!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윤 기자, 잘 지냈어?”
-저야 뭐 똑같죠.
“옆에 차 변도 있어. 인사해.”
-차주한 변호사님요? 변호사님! 아, 안 그래도 전화 몇 번 했는데 안 받으시더라구요! 진짜 이러기예요? 김화영 씨 건으로 물어볼 게 얼마나 많았는데!
“그럴까 봐 안 받았습니다.”
-참 나. 그러면서 전화는 왜 했는데요.
“야, 윤 기자야, 너 마약 쪽 잘 알지?”
-마약요? 그럼요. 제가 예전부터 전문이었는데? 예전에 연예부에 있을 때 마약으로 걸린 연예인 취재 싹 다 제가 나갔잖아요.
“그럼 차 변이 너한테 물어볼 게 있단다. 한번 들어 봐.”
-아, 차 변호사님한테 정보 주기 싫은데? 저 삐쳐서.
“그러지 말고 도와줘라. 차 변 지금 박영기 차장검사 장남 건 맡고 있단다. 너한테 콩고물이 떨어질지 누가 아냐?”
-박영기 차장검사 장남요? 대박……. 뭐든 물어보세요, 변호사님!
“혹시 깡치라는 사람 아십니까?”
-깡치? 강치현? 알죠.
“알아요?”
-네. 강남 클럽 메이든 사장이잖아요. 지금 수배 떨어진 걸로 아는데?
“맞습니다, 수배.”
강남 클럽 쪽에서 활동한다는 정보는 들었는데, 아예 강남에서 클럽을 운영하고 있었구나.
그간 김기철에게 받은 마약을 클럽에서 풀고 있었겠지.
-근데 깡치는 왜요? 사건이랑 연관 있어요?
“아직 기사로 낼 만한 사안은 아닙니다.”
-저 눈치 있어요. 그냥 알고나 있자구요. 나중에 저한테 단독으로 주시기만 하면 돼요.
“그럼 인천항 세관에 김기철 팀장은 아십니까?”
-경찰이 벼르고 있는 사람?
정말 최종현 말대로 다 아는구나.
“김기철이 박진성 씨 차량을 도용해서 인천항에서 마약을 싣고 운반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진성 씨한테 누명을 씌우기 위해서요. 박진성 씨는 무고하고요.”
-어쩐지……. 안 그래도 이상하다 했어요. 어떻게 유통책이 마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겠어요.
“어쨌든 정보 고맙습니다.”
-아직은 제 단독 보도로 주실 거 없는 거죠?
“네, 아직은. 깡치를 찾아야 합니다.”
-수배 중이라 쉽진 않을 텐데, 마약 대량으로 산다고 하면 가끔 얼굴 비춘다고 하긴 하더라고요. 물론 신뢰가 있는 사람 앞에서만 그런 거지만.
“마약을 대량으로 산다……. 일단 알겠습니다.”
-네. 변호사님 파이팅! 단독 보도 주시면 좋겠다, 헤헤.
전화가 끊어지고, 최종현은 나를 바라보며 당당하게 말했다.
“나한테 상의하면 이렇게 콩고물이 떨어지는 거야. 알겠어?”
의기양양하게 말이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수월해졌네요.”
“아, 맞다.”
얌전이 치킨을 먹고 있던 조봉준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아이템 하나 생각한 거 있는데, 들어 볼래?”
“또 쓸데없는 거 말하려고 그런다.”
최종현이 혀를 찼다.
조봉준은 그런 최종현을 흘겨보더니, 치킨을 새로 가져가며 마치 치킨 CF 속 연예인처럼 치킨을 뜯기 시작했다.
“이렇게 먹는 거 방송하는 건 어떨까? 아니, 내가 요즘 텔레비전에서 뭐 먹으면 그게 그렇게 먹고 싶더라고.”
“야, 우리 시사 방송이랑 주식 방송이야. 무슨 먹는 걸 방송하냐. 그리고 그걸 누가 보냐?”
“아니, 먹는 거 방송하는 사람 은근 많아. 시청자 수도 꽤 된다니까? 그걸 우리가 좀 딥하게 파는 거지. 이름도 어? 먹는 방송. 먹방. 이렇게 이름 지어서.”
“먹방 같은 소리 하네. 개소리 말고 방송 아이디어나 생각해.”
“아, 진짜 괜찮을 것 같은데…….”
조봉준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궁금했다.
조봉준도 나처럼 미래에서 온 것일까?